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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人사이드]대담: 기상·기후 취재하는 기자들
미디어 人사이드 | 등록일 : 2024-09-27

역대 가장 더운 여름이 끝났다. 늦은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고, 9월 중순에는 쏟아지는 폭우로 남부 지방에서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매년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험난한 기상, 기후 현장에서 취재를 이어나가고 있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신문과방송》은 각 언론사에서 기상, 기후, 환경을 취재하는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김세현 KBS 기자,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 천권필 중앙일보 기자, 최우리 한겨레 기자와 간담회를 열었다. 황덕현 뉴스1 기자는 서면으로 참여했다. 간담회는 지난 9월 5일 프레스센터에서 이뤄졌고, 신우열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신우열 기상, 기후에 관심을 가지지 않기가 어려운 여름이었다. 그러나 기자로서의 관심은 또 다를 텐데. 좁게는 기상·기후 위기, 넓게는 환경에 주목하게 된 계기를 포함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최우리 원래부터 환경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환경 출입을 맡게 된 건 10년 차쯤이었다. 기자가 된 이후 첫 10년 동안은 “더 많은 걸 보려면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환경 전문기자 선배의 조언도 들어 사회부 위주로 경력을 쌓았다. 10년 차에 이르러 환경 기자가 됐을 때 마침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관련 정책들이 도입되던 시기와 맞물려 회사에서 기후변화 대응팀을 꾸렸다. 이 팀에서 팀원으로 취재하다가 팀장을 맡기도 했다. 환경을 취재하다 보니 경제, 산업 쪽에 관심이 생겨서 경제산업부로 이동해 에너지 기업, 자동차 같은 탈탄소 전환 산업들 위주로 2년 반 정도 취재했다. 최근 에너지 전환이나 기후 위기와 관련해 타 국가의 대안을 다뤄보고자 국제부로 이동했다. 

천권필 17년 차 기자로, 환경부와 기상청에 출입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 주력한 건 7년 정도 됐다. 환경 전문기자 선배의 제안에 환경 취재를 시작했는데 매력을 느껴 지금까지도 계속 취재를 하고 있다.

유대근 다른 분들과 달리 기상, 기후, 환경을 취재하는 기자는 아니다. 여타 언론사에서 탐사기획부로 분류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부서에서 올여름에 환경 이슈를 다뤄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해양 쓰레기 관련 기획 취재를 했다. 환경 분야를 처음 제대로 다뤄 본 기자로서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잘 읽힐까’ 고민하며 취재했다. 

김세현 대학과 대학원에서 대기과학을 전공해 학위를 취득했다. 2019년 기상 전문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였다. 소속사 특성상 재난 분야를 담당하다 보니 다양한 출입처를 커버하긴 하지만, 기상청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

황덕현 사회부, 산업부, ICT과학부, 뉴미디어부 등을 거쳐 2023년부터 기후환경 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학부에서 대기환경과학을 전공한 게 계기가 됐고, 대학원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융합기술을 공부한 것을 인정받아 전담 분야를 맡아 취재하게 됐다.

 

 

폭우로 잠긴 경남 김해시 한림면 화포천습지생태공원과 농지 일대 ⓒ연합뉴스

 

 

전 세계·전 사회 이슈로 기후문제 주목, 밤샘 근무부터 현장 취재까지

 

신우열 다양한 배경의 기상·기후 기자가 모였다. 언론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환경에 관심을 둔 기자가 있는가 하면, 차츰차츰 관심을 키워간 기자도 있다. 그리고 이른바 ‘제너럴리스트’로서 어디서든 자기 분야와 연결돼 있는 환경을 다루는 기자가 있는 한편, 기상과 기후, 환경만 다루는 ‘스페셜리스트’ 기자도 있는 것 같다.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기상·기후 기자로서의 일상과 더불어 이 영역 취재의 특징을 소개해달라.

천권필 기후변화는 국내에 국한할 수 없는 문제, 즉 글로벌 이슈다. 그래서 가능한 한 해외 취재를 많이 하고자 했다. 작년에 해양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는데, 한국 바다만 다뤄서는 이 문제를 풀어낼 수가 없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기회가 생겨서 호주에 취재하러 갔다. 아직 국내 언론에서 다루지 않았던 곳이기도 했고, 글로벌 이슈로서의 기후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취재 현장으로서 가치가 큰 곳이었다. 

최우리 2021년에 기후변화팀에 있을 때 신년 기획으로 ‘기후 위기 문제는 삶의 문제다’라는 어젠다를 던졌는데 호평을 받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폭우와 폭염에 사람이 죽는 이슈 등 기후 위기는 재난 관련 사건 위주로 다뤄졌다. 취재 주제로서 기후변화란 환경 분야를 넘어선 문제, 어떤 사회 구조 차원의 변화가 필요한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이 기획으로 인해 확산됐다고 평가한다. 일간지 소속 기자로 순환 보직이 원칙이기도 하지만, 결국 기후 문제는 어느 부서와도 닿아 있다. 환경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도 점점 경제·산업과 정치, 국제, 외교 이슈로 뻗어간다고 느낀다.

황덕현 취재 분야는 날씨와 정책, 산업, 학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오늘과 내일, 이번 주, 이달 날씨 등 눈앞의 기상현상을 고정적으로 다루고 기후변화에 따른 정책 변화, 산업 변동 및 신산업 육성, 학술 성과 등을 취재한다. 기후 취재만 보면 ‘과학’에만 국한될 수 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법’과 ‘돈’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취재를 하면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이나 대기업 ESG 담당자 등과 연락할 일이 많아진다. 그래도 무엇보다 태풍이나 폭염 시기가 가장 바쁘다. 많게는 24시간 내 45개 기사를 썼던 적도 있다. 무더위가 이어지거나 장맛비가 내리는 위험시기에는 3달 이상 주말 근무를 할 때도 있다. 

 

 

지난 9월 5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간담회 현장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세현 KBS도 재난주관 방송사이다보니 여름철에 집중호우가 있으면 밤샘 작업을 하고는 한다. 여름철에는 취재 일정이나 내용이 날씨에 좌우된다. 그런데 이 시기는 또 기상이나 기후변화 이슈 그 자체는 물론 관련 보도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때이기도 하다. ‘장마가 언제 시작되나?’나 ‘열대야가 도대체 언제 끝날까?’ 등 현상이 가시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아예 장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간을 쪼개 기획보도를 준비했다. 리포트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사와 유튜브 콘텐츠로도 소화했다. 이런 식으로 기상전문기자로서의 의무감, 그리고 기상과 기후를 더 잘 알리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한다. ‘발생 리포트’와 ‘기획보도’ 사이에서의 균형이랄까?

신우열 기상·기후 기자의 삶이야말로 최우리 기자의 말마따나 ‘기후 위기 문제가 삶의 문제’가 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탐사보도 기자로서 기후 위기 현장을 취재한 경험도 궁금하다. 

유대근 올여름 해양 쓰레기 문제를 취재해 <추적: 지옥이 된 바다> 제하의 기획보도를 냈다. (탐사보도팀) 특성상 취재 보도에 상대적으로 장시간을 할애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 굉장히 많이 갔다. 어선을 타고 7박 8일 정도 제주 바다에 나갔다. 장면 하나하나가 굉장히 강렬했다. 천권필 기자가 쓴 기획기사 <플라스틱 아일랜드> 등 문헌도 많이 읽었지만, 직접 보니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물반 쓰레기반’이란 표현이 과장된 표현인 줄 알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심각하더라. 그런 느낌, 현장성을 기사에 생생하게 담고자 노력했다. 


편집국 내 기사 가치 얻고

독자 공감대 형성하기 위해 고민

 

신우열 취재 경험 기반으로 유대근 기자가 쓴 칼럼에서 “바다의 비극은 가까이 가야 보였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현장을 목격하고 나니 비로소 기후 위기를 실감했다는 말인데, 뉴스 이용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즉, 기상·기후 기자가 어떻게 기후 위기를 다루는지가 뉴스 이용자가 기후 위기를 이해하고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줄 것 같다. 이런 차원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 있다면?

최우리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분야는 취재를 한 번 더 해야 한다. 이른바 ‘전환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제로서의, 뉴스로서의 가치를 설득하기 위해 취재한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 이를 ‘뻔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독자 차원에서는 해양 쓰레기나 폐플라스틱처럼 가시적인 영역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영역인 사회 구조적 문제를 ‘나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게 하고자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RE100 관련 기사를 쓸 때는 기업인 수십 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이야기를 끌어내려 했다. 사람들의 삶, 내러티브가 있어야 이해가 더 잘 되기 때문이다. 

천권필 항상 ‘기시감과 싸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도 그렇긴 하지만, 편집국 내부에서 기사 가치를 얻는 게 더 어렵다. 내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지도록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폭염을 예로 들면, 올해도 더웠지만 매년 더웠고 앞으로도 더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올여름에 낸 기사 중에서는 이른바 ‘무(無)에어컨 도시’ 태백 관련 기사가 의미 있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폭염특보가 발효되지 않아서 태백이 ‘마지막 도피처다’, ‘에어컨 도시다’라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최근 2~3년 동안 에어컨 기사들이 가장 바쁘게 일하는 지역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데이터, 팩트와 그에 맞는 현장 취재가 어우러짐으로써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보여주고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스토리를 계속 발굴하는 게 과제다. 

 

 

9월에도 이어진 폭염경보 ⓒ뉴스1

 

 

유대근 일반적인 스트레이트 기사처럼 ‘어느 바다의 플라스틱 양이 역대급으로 늘었다’라는 식으로 쓰면 나라도 첫 문장만 읽고 말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해양 쓰레기’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는 외피, 예컨대 ‘추적’ 내러티브를 입히고자 했다. 중요한 메시지지만 너무 노골적이거나 당위적이지 않도록. 일단 재밌게 읽고 난 뒤에 뭔가 느껴지도록. 물론 기사라는 게 사료적 가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읽어야 행동의 변화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해양 쓰레기 문제도 시민들의 관심이 많아져야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안 쓰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기업이나 정치권을 향한 압박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김세현 기후, 환경 문제를 다룬 뉴스가 ‘이건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방송도, 디지털 그래픽도 단순해야 한다는 이유로 다 비슷해진다. 예를 들어, 올해 어느 주에 ‘수증기가 많아서 폭우가 왔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실제로는 지난주와 수증기 양에 별 차이가 없었다. 또 작년에는 엘니뇨란 단어가 주는 간편함 때문인지, 폭염이 엘니뇨 때문이란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기상청은 물론이거니와 관련 학과 교수 등 누구도 폭염이 엘니뇨 탓이었다고 말한 적이 없다. 기자이자 기상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대중적 언어로 녹이는 것 못지않게 인과관계를 단순화한 내러티브를 지양하고 탐구하는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 

황덕현 깊이 있는 보도와 쉽고 재미있는 보도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계나 재계, 국제적 여건 등을 짚어주는 깊이 있는 보도가 분명 중요하지만 읽히지 않고, 기후변화 심각성에 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없다면 충분한 보도가 아니라고 본다. 더 많은 사람이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정부나 업계가 변화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하다.


당위성 뿐만 아니라 투자 가치 있어

보람과 책임감 함께 느낄 수 있는 영역

 

신우열 의제, 소재, 역할, 전달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 노력이 모여 국내 언론계에 기후 저널리즘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제너럴리스트로서 기후 위기를 마치 세계관처럼 체화한 채 환경 이슈를 다측면에서 다루는 기자들과 스페셜리스트로서 뉴스 문법이 납작하게 만든 담론을 보다 실체에 가깝게 복원해 주는 기자들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는 게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이 분야 취재를 꿈꾸는 예비 언론인이나 동료들을 위해 기상·기후 취재의 미덕을 어필한다면?

유대근 기사를 쓴다고 해서 변화를 쉽게 체감할 수 없는 영역이어서 기자 입장에서는 갑갑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가시적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기후 위기를 정말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각 언론사 입장에서 기상·기후, 환경을 콘텐츠적으로도 투자 가치가 큰 분야로 볼 것으로 기대한다. 데스크들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느낀다. 좋은 기사를 더 많이 쓰면 더 빠르게 변하지 않을까?

최우리 환경 기사에는 독자들이 긍정적 반응,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반응을 많이 보이는 편이다. 환경은 ‘보람 있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취재 영역이다. 언론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영역은 아니기에 가끔 고립된 느낌을 받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독자들한테서 버틸 힘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는 ‘좋은 영역’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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