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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불었던 연애 예능 붐이 미온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예능이 로맨스를 다루는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 바로 이혼을 주제로 한 예능들이다. 이혼에 대한 이전과 다른 인식, 다변화하는 가구의 모습 등 사회 변화에 맞춰 새로운 판도를 열고 있는 이혼 예능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이혼’이 최근 예능의 주요한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이혼이라는 소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이혼 전문 변호사를 주연으로 한 드라마 <굿파트너>가 17.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혼은 가십거리로 소비되며 여러 콘텐츠 속에서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혼 사례가 늘고 결혼과 가족의 의미가 달라지면서 미디어가 이혼을 다루는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관찰형 예능 콘텐츠가 소재를 확장하면서 이혼 또한 리얼리티 예능 영역으로 진입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들
이혼 예능의 부상은 한국 사회 인구구조의 변화와도 연관된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23년 이혼 건수는 9만 2,000여 건으로 10년 전에 비해 크게 변화는 없지만 이를 다른 지표들과 연관 지어 볼 때 의미 있는 지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결혼 건수는 2013년 약 32만 건에서 2023년 약 19만 건으로 확연하게 감소했다. 1인 가구 수는 2015년 약 520만 가구에서 2023년 약 780만 가구로 증가했다. 합계 출산율(출생률)은 2013년 1.187명에서 2023년 0.721명으로 급감했다.1) 2013년부터 시작된 MBC <나 혼자 산다>는 약 10년간 이루어지고 있는 1인 가구 수의 증가와 결혼 인구의 감소, 출생률 하락 등의 지표를 반영하는 예능 형식의 다큐인 셈이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결혼과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것도 사실이다. 이혼을 개인의 결점이나 실패로 보는 것을 넘어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여기는 시선이 대중화되었다. 이혼을 밝힌 연예인들이 이혼을 콘셉트로 한 관찰 예능에서 진행자, 관찰자로 활발하게 활약하는가 하면 재결합을 전제로 이혼한 커플이 관찰 예능에 출연하기도 한다. 비연예인들도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 관계를 회복한다는 명목의 관찰 예능에 출연하거나, ‘돌싱’임을 밝히며 관찰 예능 속에서 새로운 연애 상대를 찾으려고 한다.2)
이미 사적인 일상과 남의 연애 관계, 결혼 생활을 관찰 예능 형식으로 ‘리얼하게’ 소비해 온 한국 사회의 트렌드 속에서 ‘이혼’이라는 소재는 관찰 예능의 당연한 종착지일지 모른다. TV조선이 2020년 이혼 부부들이 다시 만나는 내용의 <우리 이혼했어요>를 통해 이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로 각 방송사에서 다양한 형식의 이혼 예능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론칭하고 있다. 채널A의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는 관찰 예능이자 솔루션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정착시킨 대표 프로그램으로, 오은영 박사가 ‘금쪽이’ 가정과 일상을 관찰하고 육아와 관련한 솔루션을 부모에게 제공하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육아 솔루션 제공에서 결혼 생활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은 ‘이혼 예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프로그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종영한 SBS플러스의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티빙의 <결혼과 이혼 사이>를 포함해 2024년 1월부터 방송 중인 MBN의 <한 번쯤 이혼할 결심>, 2024년 8월부터 시작한 JTBC의 <이혼숙려캠프>는 이혼을 본격적인 관찰 예능으로 소재화한 콘텐츠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스타 부부들이 ‘가상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고, <이혼숙려캠프>는 ‘이혼 문턱’에 서 있거나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부부들이 신청하여 합숙을 통해 이혼 숙려기간과 조정과정을 경험하는 “부부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소개되어 있다.3)
늘고 있는 이혼 예능, 문제는 없을까
이러한 이혼 예능의 본격화는 낭만적 사랑의 끝으로서 결혼이 아니라 결혼 생활이 매우 일상적이고 복합적인 조정과 협상의 과정이자 사회적 제도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혼의 문제는 결국 결혼의 문제로 회귀하는데, 많은 동화가 그러하듯 해피엔딩으로 알고 있던 로맨스의 결말이 사실은 배려와 타협, 조정의 다양한 과정을 동반한 지난한 일상의 문제임을 대다수가 깨닫게 된 것이다. 또한 이혼의 과정은 법적 조정과 분쟁 과정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이는 결혼을 중심으로 한 가족이 우리 사회의 굳건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음을 역으로 확인시킨다. 이 과정에서 이혼 예능은 많은 부부가 경험하는 일상적 갈등의 문제, 성격 차이에서부터 성별 분업에 따른 가정 내 업무 분장 및 역할 문제, 육아와 관련한 부모됨의 문제, 생활 습관의 문제 등을 동반해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전문가 솔루션과 진행자들의 개입을 통해 생활과 관계에 대한 지적과 개선 등까지를 담는다.
그러나 점점 비연예인 출연의 관찰 예능 형식이 이혼 예능에도 도입되면서 우려도 제기된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비연예인이 출연한 사례들에서 이미 확인했듯이, 관계에서 비롯되는 감정 고조와 갈등의 순간은 방송을 통해 극화되고 과장된다. 더군다나 출연자 일상의 모든 것이 제작진, 출연진, 전문가를 포함해 익명의 대중에게까지 공개되고 평가받게 된다. 이혼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거나 누군가의 귀책 요소를 찾는 과정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여기에 방송이 이혼의 책임 판단을 시청자에게 넘겨 출연자를 악플 등의 적나라한 비판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 이혼 예능이 갈등을 겪는 부부의 관계 회복이나 이혼과 결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순간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예능을 통해 극화된 이혼은 갈등을 중심으로 한 부정적인 결혼의 끝으로 묘사될 우려가 있다. 또한 예능을 위해 개인의 민감한 상황이 노출되고 갈등 상황에서 자녀 등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상처 입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혼 예능은 재현의 새로운 윤리적 요소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부부의 적나라한 일상이 노출되면서 불필요한 관심과 상처를 받게 되는 자녀들의 문제, 출연자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과장해 보여주면서 ‘빌런’화하는 문제, 갈등과 감정적 폭발의 순간을 예능화하는 방식 등에서 비판을 받는다. 이혼 예능은 부부의 관계나 소통의 문제를 회복하거나 개선하겠다는 표면상의 취지를 넘어 싸움과 갈등 위주의 편집으로 자극적인 재현을 반복한다. 싸움과 갈등 위주의 편집본은 유튜브 등에서 유통되며 비연예인 출연자들을 반복적으로 도구화한다. 보통 사람들의 이혼으로까지 소재를 확장한 관찰 예능은 여러 가지 가족 재현의 긍정적인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삶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개인에게 힘을 부여하고 가족의 다양한 모습과 소통의 여러 방식을 제시하는 등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위한 재현의 새로운 상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1)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https://kosis.kr/easyViewStatis/visualizationIndex.do
2) ‘이혼’을 직접적인 소재로 삼지는 않지만 이혼 경력이 있는 ‘돌싱’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MBN의 <돌싱글즈>는 2021년 시작해 현재까지 여섯 번째 시즌을 방영 중이다.
3) https://tv.jtbc.co.kr/event/pr10011730/pm10069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