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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입원제’는 보호자 두 명과 정신과 전문의 두 명의 동의를 얻으면 환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문제는 이를 악용해 일반인도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는 것. 보호입원제라는 미명 아래 자행된 불법 입원 사례를 집중 조명한 국민일보의 취재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해 말, 본보 사건팀에 한 여성이 남편과의 갈등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당했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제보자는 본인에게 정신질환이 없었는데도, 남편과 시어머니 두 명의 보호자와 의료진의 판단만으로 보호입원제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혔다고 주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일부 정신질환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상당수 환자는 병원 입원을 거부하고, 그 과정에서 증상이 점점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환자 본인이나 주변 가족에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과정을 거쳐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제도가 바로 보호입원제입니다. 현행 보호입원제는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보자의 말처럼 쉽게 악용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사건팀은 제보 내용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일단 보도를 유보했습니다. 그동안 제보자는 법원에 인신 구제 청구 소송을 제기해 병원에서 풀려났습니다. 사건팀은 다시 제보자의 입원 과정을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입원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고, 다른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결과 제보자에게 정신질환이 없다는 소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보호입원제를 통해 정신질환을 앓지 않는 사람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례였던 것입니다.
다양성과 인권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정신병원 강제입원이 가능할까. 법과 제도를 어떻게 악용하기에 이런 현실이 바로잡히지 못하고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보자가 당한 인권침해 사례가 비단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취재진은 또 다른 강제입원 피해자를 어렵사리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모두 ‘보호입원제’의 미명하에 자행된 불법 입원 관행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었습니다.
억울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건팀은 보호입원제도의 도입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는 물론 그 사각지대까지 조망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잘 알지 못했던 보호입원제에 대해 의료계나 복지계를 넘어 대중과 여론의 관심을 환기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피해를 당하고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정신질환자들의 불법감금 재발을 막기 위해 <보호입원이란 이름의 불법감금>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인권침해 가능성 큰 보호입원제
사건팀은 우선 기자들에게도 매우 생소한 보호입원제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태생적으로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진이 접촉한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나 부모 단체, 그리고 정신질환 전문가들은 이를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보호입원제는 위험한 정신질환자를 당연히 강제입원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상식’ 아래 일반인도 언제든지 강제입원될 수 있다는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는 제도였습니다.
1995년 처음 도입된 이후 2017년 전면 개선된 보호입원제는 보호자 두 명과 정신과 전문의 두 명의 동의를 얻으면 환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병원 강제입원에는 보호입원과 행정입원, 그리고 응급입원을 나눠뒀지만,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보호입원제 절차를 거쳐야 장기적으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제입원의 핵심 조건은 정신질환자로 진단을 받더라도 자·타해 위험성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정신질환 진료를 받으러 왔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환자 본인의 의사는 반영되기 힘든 구조입니다. 응급입원을 통해 정신병원에 들어온 환자를 정신과 전문의가 짧은 시간에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의 의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를 보완하는 장치로 만들어 둔 입원적합성심사는 통상 서류 심사로만 진행됐습니다. 환자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직접 항변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될 수 있었습니다. 가족 간의 사적 갈등이나 유산 상속 등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제도가 쉽게 악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첫 번째 보도: 누구나 갇힐 수 있다
<보호입원이란 이름의 불법감금> 시리즈 첫 번째 보도에선 남편과의 갈등으로 3개월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된 김지혜(가명) 씨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남편과 불화를 겪던 김 씨는 지난해 12월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 사설구급대에게 끌려가 정신병원에 감금됐습니다. 김 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마저도 김 씨가 끌려가는 모습을 방관했습니다. 보호입원제가 합법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 두 명이 서류상으로 강제입원에 동의하자 김 씨는 합법적으로 병원에 갇히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족들에 의해 병원에 갇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갓 돌을 지난 자녀와 생이별을 하면서 심리적 고통도 겪었습니다.
이후 지인을 통해 법원 구제 절차를 직접 제기해 병원이 놓아주기까지 김 씨는 3개월 동안 병원에 갇혀 있었습니다. 김 씨는 병원 입원 이후 서류상으로는 국립정신병원의 입원적합성심사(입적심) 절차를 거쳤으나, 사실상 대면 청취를 포함한 실질적인 구제 절차는 없었습니다.
취재팀은 김 씨와 같은 일이 특정 병원의 일탈 때문에 벌어진 특수한 상황이 아닌지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입적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입적심 제도의 구제율은 1%대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법에서 규정한 바와 달리 강제입원을 결정한 전문의 두 명이 같은 병원 소속인 경우가 6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전체 강제입원 케이스의 30%에 해당했습니다.
국가에서 부적절한 입적심 절차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들이 자·타해 위험성이 있어서 반드시 사회에서 격리돼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취재팀은 또 다른 피해자를 쫓아 보기로 했습니다. 정신질환자와 정신병원 취재 과정에서 가족들이나 병원 측은 정신질환자인 당사자 주장을 어떻게 다 믿을 수 있겠냐고 했습니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일단 사법적 판단을 받은 판결문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보호입원제가 여전히 가족 간의 분쟁과 갈등 해결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판결문 속 피해자들은 대부분 가족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된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주로 술을 많이 마신다거나 부양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입원 조치됐습니다. 그들은 입원 사유를 알지 못한 채 병원에서 사실상 감금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인신보호 구제청구가 법원에 제기되는 등 문제 제기되자 강제 감금된 피해자의 병원을 옮기는 방식으로 이를 피해가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보도: 누가 가두는가
취재팀은 자·타해 위험이 없는 사람들이 불법으로 강제입원이 된다면, 적발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을 가두는 사람들의 동기에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취재팀은 보호자로 가장해 병원들과 사설구급대가 정신병원 강제입원 절차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직접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그들은 전화를 건 취재진을 마치 영업 대상인 것처럼 가족의 강제입원을 종용했습니다. 한 사설구급대는 특정 병원과 협력 관계에 있다며, 자신들의 추천을 통해 입원하면 병원비를 할인해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사설구급대와 병원 간의 관행적인 불법 유착 관계가 드러난 것입니다.
취재진이 환자를 강제입원시키고 싶다고 문의하자, 사설구급대들은 경찰이나 소방을 동반하지 않고도 환자를 곧바로 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경찰이나 소방의 개입 없이 사설구급대가 환자를 강제로 이송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가족이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없더라도 강제입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여러 병원으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단순히 환자가 술을 많이 마신다는 사례가 알코올 중독으로 여겨졌고, 강제입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곤 남은 병상이 별로 없으니 빨리 연락을 달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정신질환 당사자조차도 사설구급대의 완력을 겪고 나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가만히 끌려가는 걸 선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설구급대에게 저항하면 그 자체가 자·타해 위험성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불법적인 상황에 누구나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입니다.
세 번째 보도: 환자의 입장 없는 보호입원제
세 번째 보도에서 본보는 보호입원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취재팀은 신권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보호입원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행 보호입원제가 보호자에게 너무나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강제입원 과정에서 환자의 목소리를 거의 반영하지 않으며, 가족 간의 갈등이나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법학계와 의료계 전문가들은 국가가 보호입원 절차에 더 깊이 개입하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또 강제입원보다는 환자들이 재활과 치료를 통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취재팀은 한국의 보호입원제가 국제 사회에서 예외적인 케이스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취재 결과 전 세계에서 보호입원제가 유지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뿐이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정부나 법원이 강제입원 절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었습니다. 선진국은 정신병원 강제입원 과정에서 환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법적 조력 장치가 보장돼 있었고, 환자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한 후 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의 동의만으로도 환자가 강제입원될 수 있는 한국과 큰 차이점이 있는 셈입니다.
네 번째 보도: 강제입원 대신 회복 지원을
마지막 보도에서는 이런 불완전한 제도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정신질환을 앓는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사회적인 낙인을 두려워했고 또 보호입원제를 대체할 대안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보호입원제에 문제만을 제기하면 정작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진다고 우려하기까지 했습니다.
취재팀은 대안을 찾아나섰습니다. 강제입원 대신 자발적인 회복을 지원하는 ‘동료지원 쉼터’를 찾았습니다. 동료지원 쉼터는 정신질환을 겪었던 사람들이 현재 정신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과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강제입원 대신 환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관리하며 회복할 수 있는 자율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현재 동료지원 쉼터는 열악한 수준입니다. 운영되는 곳은 전국에 단 세 곳뿐이며, 각 쉼터는 한 명의 환자만 수용할 수 있는 제한적인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편안하게 휴식 등을 취하며 다시 사회로 나갈 힘을 얻고 있습니다. 쉼터는 단순한 물리적 치료를 넘어, 환자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며 그들이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동료지원 쉼터를 찾아 직접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들이 쉼터에서 얻는 혜택과 지원의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환자들은 쉼터에서 제공하는 안정적인 환경 덕분에 자신을 다시 회복하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강제입원보다 자발적인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많은 가족이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으며, 돌봄의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강제입원이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취재진은 동료지원 쉼터와 같은 자발적 회복 지원 인프라가 더 확충돼야 강제입원이 낳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정신 돌봄 인프라 체계가 강화된다면, 많은 환자가 강제입원이 아닌 자율적인 회복을 통해 더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적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자발적 회복을 위한 지원 시스템은 환자의 건강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지원 체계가 이미 정착돼 있으며, 환자들이 강제입원 없이도 안정적인 치료와 회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자발적 지원 체계의 확대를 통해 강제입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봤습니다.
‘보호’ 뒤에 서있던 ‘폭력’
이번 취재를 통해 본보는 보호입원제도가 단순한 법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편견과 구조적 불평등이 드러난 제도임을 확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호입원제의 개혁이 시급하며,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환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강제입원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현행 보호입원제가 유지되는 이유에 대해 “그냥 그렇게 입원시키는 게 가족 입장에서 편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정신질환자의 입원 필요성보단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보호입원을 빙자해 강제입원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수는 또 “폭력적인 제도 속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치료 효과도 없는 강제입원을 당하게 되면 또다시 정신질환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정신질환자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격리돼야 할 위험한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자해나 타해의 위험을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자는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통해 회복하고, 이후 다시 사회에 나와 평범하게 살아가며 우리 사회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하루 빨리 제도가 개선돼 정신질환자들이 억울하게 병원에 감금되는 사례를 줄이고, 스스로 회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