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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MBC강원영동 <착복·징계 일삼은 쓰레기 처리 업체 추적>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4-10-25

MBC강원영동은 강원도 동해시의 한 생활폐기물 처리 업체가 매달 노동자의 급여를 착복한 사건을 연속 보도했다. 사망한 노동자가 남긴 증거로 시작된, 지역 업체들의 비리와 불법 노동 문제 실태의 추적 과정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3년간 이어져 온 임금 착복. 착복된 임금을 받아서라도 직장을 잃고 싶지 않았던 노동자. 용기 내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건 대표의 허위 진술 강요. 믿었던 경찰의 ‘혐의없음’ 결론. 그리고 숨진 노동자. 다른 노동자들이 1년여간 받은 부당 징계는 40여 건. 관리 감독은 손 놓은 채 20여 년간 해당 업체에 일감을 준 시청까지. 모두 강원도 동해시에 소재한 한 쓰레기 처리 업체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제는 별이 된 노동자가 남긴 증거들

 

시작은 “쓰레기 처리 업체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월급을 착복 당하다 돌아가셨다”라는 제보였습니다. 고(故) 전용오 씨의 책상 한편에서 ‘가짜’ 월급 명세서와 ‘진짜’ 월급 명세서, 그리고 착복의 정황이 담긴 통장 입출금 내역이 발견됐습니다. 유족이 하나씩 펼쳐 보인 노란색 월급봉투에는 전 씨가 차곡차곡 모아 놓은 월급 명세서가 각각 두 장씩 들어있었습니다. 

 

휴대전화에는 해당 업체 대표가 전 씨에게 경찰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담겨 있었습니다. 전 씨의 입사 초기인 2020년 12월 무렵부터 매달 100만 원 안팎 착복된 월급. 2023년 10월 노조가 경찰에 신고한 뒤,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3년가량 이어져 온 월급 착복은 멈췄습니다. 그러나 고작 8개월가량 온전한 월급을 받을 수 있었던 전 씨는, 지난 6월 갑작스럽게 숨을 거뒀습니다.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많은데 왜 문제가 방치됐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전 씨가 사망한 뒤 발송된 경찰의 수사 결과 통지서를 확보했습니다. 수사 착수 7개월이 흐른 뒤 피해자가 사망한 뒤에야 종결된 수사. 해당 업체 대표와 동해시 모두 혐의가 없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전 씨가 경찰에 출석해 발언한 그대로가 적혀 있는 진술 조서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수록, 마음은 점점 더 답답해졌습니다. 전 씨는 “돈 받았냐고 하면 받았다고 얘기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시켰던 업체 대표의 뜻 그대로 진술했습니다. 전 씨의 통장 최종 입금 내역에는 매달 300만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 적혀 있었지만, 전 씨는 “월 급여 실수령액은 400만 원 정도”라고 진술했습니다. 

 

유족은 전 씨가 경찰 조사 탓에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이 컸다고 회상했습니다. 통장 내역이라는 객관적인 증거와 상반된 피해자 진술. 고용주와 노동자라는 특수성을 고려했다면 추가 수사가 진행됐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피의자인 업체 대표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대로라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왜 업체의 갑질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후속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몰랐으면 괜찮은 겁니까?”

 

동해시는 해당 업체에 20여 년간 입찰을 줬습니다. 착복의 증거들을 가지고 동해시청 환경과를 찾아갔습니다. 담당자는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담당자가 알고 있었다는 입장입니다. 전 씨가 고인이 되기 전, 노조가 동해시에 여러 차례 도움을 구했지만 ‘노조와 업체 간의 분쟁’이라며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동해시청 담당자에게 앞으로 문제점 개선 계획과 내년도 입찰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뜻에서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업체가 동해시 보고용으로 ‘가짜’ 명세서를 만들어 왔으니, 지금까지는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습니다. 담당자는 “시의 개입은 회사의 자율성까지 침해하기 때문에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의 관리 감독에 허점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입찰 방법과 감독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동해시와 업체가 맺은 대행 협약서 조항을 하나씩 살피며 지자체가 이 문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짚었습니다. 그러자 시의회가 이 사안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뻗치기와 꼬리잡기

 

월급 착복 사실을 인정하는지 대표의 입장을 들어야 했습니다. 가짜 월급명세서와 진짜 월급명세서를 들고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왜 매달 명세서가 두 장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걸로 생각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대표를 만나는 일은 더 어려웠습니다. 숨고, 피하고… 2주에 걸친 숨바꼭질 끝에 대표를 만났습니다. 

 

업체 앞마당을 뱅글뱅글 돌며 30분가량 꼬리잡기가 이어졌습니다. “대표님 월급 착복 인정하시나요?”를 수십 번 질문했습니다. 대표는 아니라고 잡아뗐다가,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했다가, 제발 가달라고 타일렀다가, 결국은 화를 내며 자리를 떴습니다. 떠나는 대표의 차를 졸졸 따라가며 다시 물었습니다. “착복한 사실 인정하시는 거예요, 그러면?” 대표는 “안 나가시니까 제가 나갈게요”라며 자리를 떴습니다. 

 

해당 업체에서 1년여간 40건에 이르는 부당 징계가 이어져 왔다는 후속 보도를 했습니다.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는 고인이 근무했던 ‘일반 쓰레기’ 업체와 ‘음식물 쓰레기’ 업체 두 곳이었습니다. 일반 쓰레기 업체 고발로 시작한 보도를 음식물 쓰레기 업체의 문제까지 확장했습니다. 부당 징계는 ‘노조 길들이기’ 수법이었습니다. 고인이 된 전 씨는 노조원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노조에 가입할 수 없도록 대표의 압박을 받아왔다는 게 유족과 동료들의 설명이었습니다. 대표는 노동자가 임금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나 정직 조처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신고가 들어가면 징계를 철회하는 방식을 반복했습니다. 월급을 착복 당하다 숨진 노동자가 당시 왜 노조에 가입할 수 없었는지, 직접 나서지 못하고 노조의 입을 빌려 경찰에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업체 대표는 되려 인터뷰에 응했던 노조 지부장에게 추가 징계를 내렸습니다. 지부장은 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받아들였습니다. 5개월간 4명의 노조원이 조합을 떠나는 과정에서 대표가 노조 탈퇴를 종용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노조를 떠난 노동자들이 써낸 ‘탈퇴 이유서’는 마치 복사본처럼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똑같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십 건의 징계를 남발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고 탈퇴를 종용했다면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고(故) 전용오 씨가 생전에 모아둔 가짜 월급 명세서와 진짜 월급 명세서. 전 씨는 3년치 월급봉투에 두 장의 명세서를 반듯이 접어 모아놨다. <출처 - MBC강원영동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기획 기사 7편 만에 받아낸 입장문

 

업체가 입장문을 보내왔습니다. 연속 기획 기사가 7개 방송되고 나서야 입장을 표명한 겁니다. 대표는 월급 착복과 부당 징계 등 지금까지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시인했습니다. 사망한 고(故) 전용오 씨의 착복 임금을 돌려주고 산재보험 처리를 위해 유족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른 노동자들에게 내렸던 부당 징계도 모두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자들이 썼던 노무사 비용 등도 모두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유족과 노조는 시청 앞에서 열었던 집회를 일단 멈추기로 했습니다. 입장문을 보낸 지 일주일 뒤 업체는 부당 징계를 내렸던 노동자에 대한 복직 통보서를 보내왔습니다. 닷새 뒤 업체 대표와 노조는 노사 합의서와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징계로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 4명의 노조 복귀와 조합 회복을 위한 조합비도 업체에서 지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불명확한 산업재해 범위…남은 과제들

 

착복 임금 보전과 노무사 비용 지불. 노동자들의 잃어버린 권리는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전 씨의 죽음 옆에는 아직도 물음표가 남아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갑자기 속이 답답하다며 약을 찾았던 아버지는 불과 3시간 만에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가 시작된 뒤 대표의 각종 회유와 압박이 심해지면서 전 씨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합니다. 심장마비로 인한 전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겁니다. 반면 업체는 업무 시간이 아닌 휴일에 발생한 노동자의 죽음은 업체의 탓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착복된 임금을 돌려주는 선에서 합의하고 싶어 하는 업체와 유족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착복의 증거를 모으고 경찰 수사와 지자체 입찰 과정을 취재하는 과정은 어렵고 복잡하긴 해도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전 씨의 죽음과 월급 착복과의 상관관계를 밝혀내는 일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100% 확신해 보도할 수 없는, 불가능한 영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복직한 노동자와 노조 위원장은 ‘정의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감사패를 들고 보도국에 찾아왔습니다. 쑥스럽지만 감사히 받겠다며 두 손으로 감사패를 들어 올리면서도 보도를 완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들었습니다. 전 씨의 죽음과 월급 착복과의 상관관계를 직접적으로 밝혀낼 수 없는 거라면 이 문제를 그냥 쭉 덮어도 될까, 전 씨와 비슷한 다른 사례는 없을까, 앞으로 어떻게 취재하고 보도해야 할까, 고민은 계속됩니다.

 

수면 아래 있던 지역 업체들의 불법 노동 문제 제보가 쏟아집니다. 강원 지역 노조 관계자는 “예전엔 규모가 큰 춘천과 원주도 이랬다”며, “지금은 대부분 사정이 나아졌는데, 유독 이 업체만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골치를 썩였던 이 업체도 문제를 고쳐나가고 있으니, 남은 노동자들은 적어도 월급 착복은 당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사례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분명 더 있습니다. 어렵지만 하나씩 문제를 바로잡아 가다 보면 전 씨 유족의 바람대로 우리네 아버지들이 일자리 잃을 걱정 없이 자신 있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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