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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人사이드]언론상담소: 40대 기자, 이직의 현실은?
미디어 人사이드 | 등록일 : 2024-10-25

Q.

신문 산업이 하향 중이고, AI 활용은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 속에 40대 중반 기자로서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가진 기술은 기사 쓰는 것뿐이고, 최근에는 기업 홍보직군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어졌다고 하는데요. 기자를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실제로 기자를 그만둔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익명의 기자

 

A2.

40대 중반이면 정말 고민이 많을 시기입니다. 저는 20대 후반에 기자 생활을 시작해 40대 중반에 한 차례 홍보쟁이로 4년간 외도(?) 후 다시 언론계로 돌아와 50대 초반까지 언론사에서 관리자(데스크, 편집국장)로 일했습니다.


홍보맨 생활, 기대와 달랐던 현실

 

저도 40대에 들어서자, ‘현타’가 찾아왔습니다. ‘이 나이에 현장을 지켜야 하나?’, ‘매번 허탕 치는 뻗치기를 계속 해야 하나?’, ‘누구처럼 과거 기사를 적당히 우라까이(베껴쓰기) 하면 안 될까’ 등등. 40대에 그런 현상이 나타났던 것은 역시 출중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그런 가운데 언제나 찾아오는 ‘야마(기사 리드) 잡기’ 스트레스가 겹치면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홍보맨(홍보실 직원들)은 일도 편하고, 연봉과 처우가 좋다는데…. 부러움을 느끼면서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기자 출신 홍보맨 생활은 어땠을까요. 기자 출신 이직 희망자들에게는 좋은 케이스 스터디가 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안팎으로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내부에서는 비전문가 취급에 어려움이 컸습니다. ‘네가 실무를 얼마나 아느냐?’란 지적이 많았죠. 팀장 보직을 맡았는데 언론이야 ‘빠꾸미(전문가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지만 제가 속한 산업의 실상은 현장을 십 년 넘게 지킨 사람보다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도자료 기획 과정에서부터 임직원들과 충돌했습니다. 기사는 제 바이라인을 걸고 쓰는 것이지만 보도자료는 회사명으로 나가기 때문에 분명히 달랐죠.

 

외부 언론 상대는 어땠을까요?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존에 친하게 지내던 선후배 기자들을 자주 만났죠. 그런데 이번에는 ‘협찬’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친한 선후배일수록 오히려 협찬 요청이 많았죠. 난처한 경험이 적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형 동생 하던 후배 기자가 사소한 오해로 제가 속한 회사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일도 있었죠. 

 

장점도 있었습니다. 칼퇴근에 비교적 널널한 근무 여건, 그리고 여러 가지 수당 등 처우도 좋았습니다. 다만 업무량과 관련해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언론사와 비교해 업무량은 분명히 적었습니다. 일례로 보도자료 하나를 만드는 데 3~4일, 길게는 1주일 정도 기간을 잡았습니다. 일각을 다투던 기자 시절에 비해 자연스럽게 여유시간이 많이 생겼죠. 그런데 이 시간이 적응이 안 됐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며 대개 헛되게 시간을 소비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보도자료 배포일이나 제가 속한 회사에 관한 취재 기사가 뜬 날에는 바쁘기도 했습니다. 지나고 나니 좋은 기억이 많지 않네요. 여하간 늘어난 연봉보다 기자의 삶이 그리워, 다시 언론에 복귀했습니다.


새로운 길, 성공의 열쇠는 마음가짐

 

이번에는 제 주변을 보겠습니다. 이직하는 경우에는 언론에서 비(非)언론으로 갈아타는 비중이 대략 절반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홍보인도 있고, 사업체를 꾸린 사람도 있고, 연구원도 있습니다. 잘 풀려서 대학교수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잘 갈아탄 것이고 무엇이 아닐까요. 기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우선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첫 직장생활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 보시죠. 어떠셨나요? 입사만 하게 되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나요? 이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명확한 목표가 필요합니다. 안일하게 접근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업종을 바꾸는 데에는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를 사실상 대부분 내려놓는 결단입니다. 새로운 직종의 동년배들과 비교하면 전문성에서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 기자를 알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뛰어다녔습니까. 마찬가지로, 어느 직종으로 갈아타든지 처음에는 부단히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 자리를 빠르게 꿰찰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 물을 빼야 한다’는 말이 있죠. 괜한 말이 아닙니다. 특히 언론사 재직시절 팀장·차장처럼 중간 간부까지 올라갔다면 이 과정은 더욱 필요합니다.

 

기자 물을 빼기가 왜 힘든지 사례를 하나 들게요. 기자 시절 어떤 고위급과의 인터뷰도 서서 하지는 않습니다. 기업에서는 어떨까요?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원 보고에서 한 시간 넘게 스탠딩 자세로 보고하며 업무에 대해 신랄하게 지적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임원은 기자 시절 알고 있던 분이었습니다. 저의 기자 물을 빼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혹자는 ‘한 시간 서서 보고하는 게 대수냐’고 하겠지만 막상 처하고 나니 정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임원 보고는 대개 앉아서 합니다.


이직 vs 잔류, 성공의 조건은

 

그렇습니다. 이직은 어렵고 힘든 과정입니다. 잘 적응해서 롱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적응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적응이 힘든 만큼 저처럼 몇 년 근무하다가 뛰쳐나온 사례도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직 후 연봉이 많이 오른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주변을 봐도 확실히 연봉이 좋은 곳을 가면 더 잘 버티는 것 같습니다. 20~30대 기자가 홍보맨으로 변신 후 잘 버티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입니다. 저도 언론사 가운데는 연봉이 나쁘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기업체로 이직 후 여러 수당에 인센티브를 더하니 연봉이 꽤 많이 올랐습니다. 하지만 연봉이 올라도 그렇게 체감이 되지는 않았죠.

 

홍보실이 아닌 자기가 갖고 있던 꿈을 키운다면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좋은 사례도 많습니다.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보고서 제작업체를 만들거나, 1인 출판사를 세운 사례도 있습니다. 친화력을 바탕으로 단체의 사무국장을 오랫동안 하는 분도 있습니다. 기자 생활하면서 박사 학위를 받아, 대학이나 연구소에 들어간 분들도 있습니다. 이분들은 20년 안팎 기자 생활을 했지만 전문 분야여서 쉽게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떠올랐는데 농사 가업을 이은 언론사 동기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네요.

 

정리하겠습니다. 이직을 결심했다면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이직하고자 하는 곳의 좋은 면만 보고 기대하며 가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곳에서 잘 해낼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잘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그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질과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저 언론을 잘 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에서 인정을 해주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이직 이전에 그런 자질을 갖추는 것을 제안합니다. 석·박사 학위 또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고, 관련 지식을 쌓을 수도 있겠죠.

 

기자의 커리어를 계속 이어가는 것에 대한 의견도 드립니다. 언급한 AI가 언론을 대체하는 날은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전문직입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버거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속된 말로 ‘머리가 안 돌아간다’고 하죠. 주니어 시절 ‘기자는 빠릿빠릿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40대 중반이 되면 내근직을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주변을 보면 50대에도 현장을 누비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해외에서는 더 많은 연륜 있는 전문기자들이 활동하고 있죠. 순발력은 떨어지겠지만 경륜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인맥은 큰 자산입니다. 이슈가 생겼을 때 한 다리만 건너면 안 닿는 사람이 없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죠. 그 커다란 자산은 명함이 바뀌는 순간 날아갈 수 있습니다. 속된 말로 ‘지인 찬스’를 더 이상 쓸 수 없죠. 밖에 나와 보면 느끼겠지만 취재하며 만났던 사람들 대부분은 업무적으로 협조를 해줬다고 보면 됩니다. 아무리 친한 취재원도 개인이 아닌 그 언론사를 보고 협조를 해준 것이죠.

 

상담자께서 속한 회사의 처우가 궁금하네요. 선임기자나 전문기자가 될 수 있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비취재 부서로 빠져 퇴직 절차를 밟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비편집국으로 나가더라도 편집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거나 임원 승진 기회가 있다면 도전할 값어치는 있지 않을까요.

 

저에게 만약 언론사를 떠난 것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와 ‘아니다’ 모두 답변을 드릴 것 같네요. 언론만의 메리트를 누릴 수 없게 된 점, 그리고 멋진 기사를 쓸 수 없게 된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니다’고 말한 이유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에게 새로운 도전과 시련을 준 것도 지금 보니 긍정적으로 다가오네요.

 

분명한 것은 기자 생활을 이어갈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택할지는 본인이 판단해야 합니다. 주변의 말을 듣고 결정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어떤 판단을 하든 만족과 후회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때마다 자신을 다 잡아야 합니다. 어차피 내가 결정한 것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글이 미진하나마 상담자가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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