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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문 산업이 하향 중이고, AI 활용은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 속에 40대 중반 기자로서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가진 기술은 기사 쓰는 것뿐이고, 최근에는 기업 홍보직군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어졌다고 하는데요. 기자를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실제로 기자를 그만둔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익명의 기자
A1.
고민 글을 읽으면서 잠시 상념에 사로잡혔습니다. 언론사에서 기업으로 옮겨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직 당시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습니다. 그만큼 고민 글을 쓰신 분이 현재 어떤 마음일지 상상이 가고, 그런 고민을 하는 상황에 공감합니다.
저는 누구보다 언론인의 삶에 자부심을 느끼며 평생 언론인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던 20년 가까운 경력의 기자였습니다. 사회의 최약자부터 최고 권력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만나서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 들을 수 있는 직업, 사회적 부조리를 파헤치고 고발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직업, 사건의 중심에서 역사적 순간을 전할 수 있는 직업,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 대중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직업. 언론인이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과 장점은 전부 거론하기 힘들 만큼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불변의 신념일 것이라 여겼던 언론인의 삶에 대한 믿음과 의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전달하는 기자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무언가 만들어내고 성과를 도출하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기업에서 일하면서 그 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지인들의 삶에 일종의 동경심을 갖게 됐습니다. 언론사와 비교해 충분하고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휴일, 시간이 갈수록 더 나아지는 급여와 복지 등 현실적인 부분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생 기자’를 인생 모토로 내걸고 살던 제 삶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습니다. 기업에서 일하던 지인에게서 걸려 온 이직 제의 전화였습니다. “와서 홍보인으로 일해 볼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에 너무 놀라서 “네? 제가요?”라고 외치던 순간이, 그리고 그 직후부터 무언가 제 마음속에서 저도 몰래 ‘도전해 볼까?’하는 생각이 꿈틀대던 순간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전화 한 통에 심리적 동요가 일었다는 것은, 그토록 소중하게 여겨왔던 언론계를 떠날 마음이 의외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느꼈습니다. 그 마음을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고, 기업 홍보인으로서 새로운 삶의 여정에 나서게 됐습니다.
좁은 출구 넘어, 언론인에서 홍보인으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젠 고민 글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언론인들의 이직이 일반 기업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다수임을 고려해, 기업 이직을 전제로 언론인 출신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언론인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맡을 수 있는 업무 가운데 대표 분야는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홍보’입니다. 언론인과 홍보인의 관계가 ‘칼’과 ‘방패’와 같은 상황에서, 언론인 경험을 가진 홍보인은 ‘지피지기’, ‘역지사지’의 자세를 통해 미디어 관련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 유리합니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쌓은 신속한 판단력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는 이러한 대응에 속도감과 효율성, 밀도를 더해주는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언론인 출신으로서 홍보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가졌던 자존심은 내려놔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홍보인으로서 각종 언론 현안에 대응하는 과정에 ‘나도 기자였는데’라는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 스트레스로 적응에 실패하고 거듭 이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홍보인으로의 이직을 생각하는 언론인이라면, 스스로 이런 부분부터 잘 검토해 봐야 합니다. 자존심을 내려놓는 만큼 얻게 될 다른 가치와 장점들을 비교 평가해 보면서 말입니다.
최근에는 기업 홍보 직군 이직도 적어졌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 연차와 경륜이 쌓인 언론인일수록 기업으로 옮기는 문이 좁아진 것이 현실입니다. 기업들로서는 그간의 이력을 토대로 더 큰 역할과 처우를 원하는 중·고참급보다는, 실무급 저연차 언론인을 채용해 조직의 일원으로 적응시킨 뒤 키우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저연차 언론인들의 경우에는 기업 이직이 오히려 더 활성화되는 분위기입니다.
대관에서 전략까지, 홍보 외 업무도 열려 있어
홍보 외에도 언론인 출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관’입니다. 관(官)을 상대한다는 의미 그대로 입법·사법·행정기관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업무입니다. 국회, 법조, 경찰, 정부 부처 등 다양한 기관을 출입해 본 경험이 있는 언론인들이 관련 이슈들을 다루고 판단해 본 경험과 이 과정에서 형성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다만, 홍보인으로의 이직과 마찬가지로 전제가 있습니다. 이른바 ‘갑을 관계’가 바뀐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보’ 파트도 언론인 출신들이 기업에서 맡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대관과 마찬가지로 여러 기관과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정보를 수집해 정리·보고하는 업무입니다. 역시 언론인의 네트워크가 장점으로 작용하는 영역입니다. 업무 범위가 정보의 취합과 보고라는 점에서, 기관을 상대로 기업의 이해관계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까지 수행해야 하는 대관과는 차별됩니다.
홍보와 대관, 정보 분야보다는 사례가 적기는 하지만, ‘전략’ 파트 역시 언론인 출신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한 언론인의 경우 평소 산업 분야와 관련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깊이 있는 기사와 저서를 작성해 오다, 이를 감명 깊게 탐독해 오던 한 대기업 총수에게 발탁돼 해당 기업의 전략을 조언하는 파트로 이직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동시에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하나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쌓을 수 있는 언론인이란 직업의 장점이 발현된 케이스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인이 기업으로 이직할 경우 할 수 있는 업무 분야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직할 당시의 업무가 향후 맡게 될 업무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업 내에서 자신이 맡은 것과 다른 업무 분야와도 협업하고 소통할 일이 많으며, 이 과정에서 보여준 역량을 통해 새로운 직무에 도전할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는 결국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달린 것입니다.
기자라는 이름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고민 글을 쓴 분이 언론인으로서 계속 일할 것인지, 아니면 이직을 선택할지 여부입니다. 일단 ‘기자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마음의 목소리에 아주 깊이 귀 기울여 볼 것을 제안합니다. 질문의 순간, 곧바로 주저하는 기분이나 거부 반응이 느껴진다면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언론인이란 직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거나 홍보인이란 직업에 대한 익숙지 않은 감정이 커서 이직을 선택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이직할 경우 새로운 자리에서 적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질문을 던진 뒤 마음속에서 ‘한번 해 볼까’하는 생각이 공명을 일으키고 파장이 계속된다면, 언론계를 떠날 의사가 강한 심리 상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단 새로운 길에 도전할 마음의 준비는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본격적인 이직 활동에 나서볼 만합니다. 그 첫 단계로, 이직 의사가 있다는 것을 잠재적 채용처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직 의사가 있는지부터 파악되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제의가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 사람들까지 이직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부담을 지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온 믿을 만한 기업 관계자나 전문 헤드헌터와 상의하는 방법, 리멤버·링크드인과 같은 구직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론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이번에 ‘언론상담소’에 글을 보내주신 분의 이직 고민은 어느 정도 기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볼 수 있는 고민이란 것, 다만 언론인이 가진 사명감과 특수성 등 다른 직업과 차별화되는 매력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직업을 내려놓고 다른 길로 나설 지 여부는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목소리’입니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서 최선의 결정을 하시기를, 그래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시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