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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트렌드]딥페이크, 기자들도 위협받고 있다
미디어 트렌드 | 등록일 : 2024-10-25

지난 8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이 보도되며 대중에게 충격을 주었다. 가해자들은 지역, 대학별로 모여 실존 여성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제작·공유했고, 그 대상은 기자까지 확대됐다. 대책이 부재한 가운데 언론계까지 위협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현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24년 8월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불법 합성 성범죄가 전국적,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음이 알려졌다. 여성의 사진을 업로드하면 단 몇 초 만에 성적인 이미지로 합성해주는 인공지능(AI) 봇이 활용됐다. 약 5년 전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채널 가입자는 26만 명, 이번 불법 합성봇 채널에는 22만 7,000여 명이 있었다. N번방 때 검거된 소수의 제작자 몇 명을 제외한 나머지 가해자들이 그대로 텔레그램에 남아 더 대담하고 악랄한 범행의 공모자가 된 격이다. N번방에서 단순 시청자이던 이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저마다 1인 제작자로 성장했다.

 

주변에 실존하는 여성을 모욕하겠다는 의지로 뭉친 디지털 성폭력 가해 남성들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대형 채널 아래 전국 각지 학교명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하위 방이 생겨났다. N번방을 파헤친 ‘추적단 불꽃(박지현, 원은지)’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더 많은 여성이 자진해서 뛰어들었다. 이들은 성범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현장에 잠입해서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돕고 가해자 검거를 위한 채증에 나섰다.

 

활동가 일부와 함께 사태를 관찰하던 중 한 채널에 ‘기자방’이 막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1) 기자들의 사진을 올려 딥페이크 불법 합성을 시도하고, 보도에 대해 협박하는 곳이었다. 기자를 건드리지는 않던 그동안의 불문율이 깨지며, 가해자들은 한 번의 선을 더 넘었다.

 

보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기자를 위협하는 데까지 나아간 폭력 행위에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 기자들은 물론 언론을 통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려던 시민들은 자신들이 어떤 이들을 상대하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며 긴장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를 기자들에게도 똑같이 저지른다는 사실은 쉽게 믿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채팅방에서 조짐은 포착됐기에 아주 놀라운 전개는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언론의 위상을 방증하는 것이고, 보도 확산에 따른 위기감 증폭으로도 읽혔다. 이번 사태에 가담한 핵심 연령대가 10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가해자들의 일탈력과 반사회성이 어느 때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들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데서 비롯됐고, 기자방의 탄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규모 딥페이크 성범죄가 공론화된 이후에도 아랑곳없이 범행을 이어가다 못해 언론까지 위협한다는 건 ‘잡히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발현이기도 하지만, 깊은 생각이나 분별력 없이 충동적으로 일탈을 일삼는 행태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사에 캡처된 자신의 흔적을 올리며 “우리가 뉴스에 나왔다”고 일부러 더 센 척을 하거나 과시하는 모습이 전형적으로 그렇다. 

 

여성 겨누는 전방위적 공격

 

기자방의 등장은 언론의 위상 추락만으로 해석할 수 없다. 여성에 대한 적개심 및 폭력성 발현의 증가와도 맞닿아 있다.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멸칭)가 심지어 여성이기까지 할 때 훨씬 더 만만하고 공격하기 좋은 대상이 된다. 기자방에 앞서 밝혀진 군인방, 교사방 사례에서 보듯 디지털 성폭력 가해 남성들의 연대에서 여성의 직업은 아무 의미가 없다. 편의상 다른 폴더명으로 여성들을 구분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곳에서는 이들의 다양한 배경이 모두 지워지고, 남성에 품평 당하고 성적으로 소비되는 존재로서의 여성만이 남는다.

 

디지털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하게 성별화되는 범죄다. 글로벌 사이버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에 따르면 지난해 만들어진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자 99%는 여성이며, 딥페이크에 등장하는 이들 중에는 한국인이 53%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2) 경찰청은 올해 검거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 피의자 98%가 남성이라고 밝혔다.3)

 

딥페이크 기자방의 주요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여성 기자 상당수는 “(기자방이) 새로운 위협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여성 언론인을 향한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자방에서 나온 발화를 보면 지금껏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해 오던 성적 조롱이나 품평 문화의 연장임을 알 수 있다. 딥페이크 보도와 무관한 기자도 언급하며 성희롱하기, 채널 가입자들에게 평소 눈여겨 본 여성 기자 사진을 올려보라고 부추기는 행태 등이 나타난 이유다.

 

잠입한 여성 기자들 들으라는 듯 가하는 언어 성폭력과 딥페이크 협박에는 보도 주체에 대한 공격과 여성에 대한 위협이 중첩돼 있다. 여성이라면 언론인이더라도 전에 없는 수위의 디지털 성폭력에 노출된 실상을 직면하는 것이다. 기자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이 상황은 전국적으로 발생한 일반인 여성들의 피해가 얼마나 더 심각할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딥페이크 성폭력의 온상이 된 텔레그램 ‘기자 합성방’에 대해 보도한 기사 지면 ⓒ세계일보

 

 

언론인 보호할 울타리 더 튼튼해져야

 

기자방을 비롯해 언론에 보도된 딥페이크방 상당수가 폭파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이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다. 가해자들은 관련 보도가 잠잠해지고, 사회적 관심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방을 개설하면 된다는 인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 N번방 이후 5년에 걸쳐 진화한 것이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 시점에 공론화됐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을 먹잇감 삼는 디지털 성폭력·성착취 생태계는 굳건했다.

 

통제 불능 상태인 문제를 가시화하며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데 앞장서야 할 주체는 언론이다. 점점 더 조직화되고 치밀해진 끝에 언론까지 우습게 알기 시작한 디지털 성착취 생태계는 어쩌면 위기에 빠진 저널리즘 입장에선 기회일지도 모른다. 각 언론사가 사태를 얼마나 제대로 바라보고 해결에 진정성을 보이는지 구별 가능한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딥페이크방 가해자들의 협박에 위축되지 않고, 다 같이 보도를 확대함으로써 부당한 공격을 함께 무력화해야 마땅하다. 보도하는 기자들이 소수가 아닌 다수가 될 때, 공격의 화력이 분산됨은 물론 사회 의식적 변화도 가속화된다. 내용적으로는 이 사태의 핵심을 피하지 않고 짚느냐에 달려있다. ‘최신 기술을 등에 업고 공권력의 제지를 받지 않은 채 날개를 단, 한층 더 노골화된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를 끄집어내는 용기와 책임감이 요구된다.

 

잠입 수사에 대한 경찰력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활동가-언론-수사기관’ 간의 공조를 보다 체계화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텔레그램 같은 요주의 플랫폼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보를 받는 언론이나 잠입 노하우가 있는 민간 활동가가 수사기관과 더 쉽게 연결되는 창구를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순탄히 진행하려면 온라인 등에서의 신종 위협으로부터 언론인을 보호할 울타리가 더 튼튼해져야 한다. 해외 유수 언론은 디지털 플랫폼화하는 과정에서 “자사 기자에 대한 공격을 엄중히 인식하며, 필요한 조치를 강력하게 취한다”는 매뉴얼을 독자들에게 명시했다.4) 이에 비해 국내 언론계는 기자들이 경험하는 디지털 괴롭힘의 실상에 여전히 너무나 무지하고 무심하다. 공격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보호 조치가 미흡해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기자들로서는 결국 사소한 위협에도 예민해지거나 보도에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언론의 존재감 및 영향력 약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1) 정지혜·이규희, <[단독]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기자방’도 등장… “예쁜 분들 위주로 부탁>, 세계일보, 2024.8.30,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829510835

2) <2023 STATE OF DEEPFAKES>, Security Hero, https://www.securityhero.io/state-of-deepfakes/

3) 신다인, <[단독]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98% 남성... 경찰, 성별 구분 통계 첫 공개>, 여성신문, 2024.10.14,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980

4) 정지혜,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 개마고원, p.2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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