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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스]확산되는 미성년자 미디어 이용 규제
아이디어스 | 등록일 : 2024-11-29

최근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학교 내 디지털 기기 소지 및 소셜미디어 접근을 규제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는 15세 이하 학생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며(Willsher, 2024.8.27), 네덜란드는 중등학교 등교 시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 등 일체의 스마트기기 사용 금지법을 초등학교로 확대했다(DW, 2024.9.2). 이탈리아와 그리스는 이미 유사한 규제를 시행 중이며, 독일 역시 관련 법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조치의 목적은 수업 중 스마트폰 소지가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와 성적 악화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다.

 

호주에서는 소셜미디어 이용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세계 최초의 법안이 제출됐다(Mcguirk, 2024.11.21). 16세 미만 청소년의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의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한 기업은 최대 5,000만 호주달러(약 456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러한 법안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한편, 영국은 호주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유사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Booth, 2024.11.22). 이 법안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속 제한 및 온라인 유해 요소 방지를 위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으로, 기업에 대한 막대한 벌금이나 징역형 부과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호주인권위원회(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에서는 이 법안이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디지털 세계에 대한 참여 권리를 크게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하는 논평을 즉각 발표했다(Proposed Social Media Ban for Under-16s in Australia, 2024.11.21).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위험과 소셜미디어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복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려는 목적 자체는 아동권리협약 제17조, 즉 “아동은 인터넷라디오, 텔레비전, 신문, 책 등으로부터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 어른은 아동이 얻는 정보가 해롭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에 부합하지만, “아동을 온라인상의 해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덜 제한적인 선택지들이 있다면, 전면적 금지(blanket ban)보다 그것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호주 디지털 아동기 중점 연구소(ARC Centre of Excellence for the Digital Child)에서도 정부의 규제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더 위험한 디지털 환경으로 몰아갈 수 있음을 경고하며, 부모와 보호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며 이 법안에 반대했다. 이에 이 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더 나은 어린이 인터넷을 위한 선언(Manifesto for a Better Children’s Internet)>(Dezuanni, Rodriguez, SeftonGreenet al, 2023)에서 제시한 17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부모와 보호자가 충분한 정보를 기반으로 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을 지도할 수 있도록 소비자 정보 제공과 무료 디지털 경험 개발에 투자할 것을 제안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대해 소셜미디어 출시 이전에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하도록 책임을 강화하는 보다 생산적인 입법을 주문했다(Response to the Online Safety Amendment (Social Media Minimum Age) Bill 2024 [Provisions], 2024.11.22).

 

한국에서도 학교 내 디지털 기기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초·중등교육법 부분 개정을 통해 교내에서 학생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교육 목적이나 긴급 상황에 한해 예외를 허용하려는 것이다(의안번호: 2202777, 회부일: 2024.8.14). 그러나 이미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장 재량으로 다양한 방식의 휴대전화 사용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등교 시 휴대전화를 걷었다가 하교 직전에 돌려주는 방식, 기숙사 등 특정 장소에서만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 수업 시작 전 지정된 곳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종료 후 찾아가는 방식 등 학교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신하영, 2024.11.9).

 

지난 2023년 8월 16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서는, 교원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함께 보장하기 위해 수업 방해 물품 분리 보관, 물리적 제지, 수업 방해 학생 분리(교실 안·밖 등)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바 있다(2023년 2학기부터 적용). 그러나 학칙을 근거로 한 휴대전화 일괄 수거 등의 규제가 인권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는 논란도 존재한다.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고등학생의 관련 진정에 대해 이런 조치를 인권침해로 보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이는 2014~2023년까지 관련 진정 307건에서 이를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본 기존의 일관된 판단과 배치되어 논란을 일으켰다(전지현, 2024.10.7).

 

최근 해외 및 국내의 관련 입법 시도와 논쟁을 살펴보면서, 한국 정부의 정책과 입법의 역사를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한국 정부의 입법은 지능정보화 관련 정책의 수립 및 추진에 있어 금지와 규제보다는 보호와 예방을 강조하는 법률인 <지능정보화 기본법>을 지속적으로 보완·시행해왔다. 이 법률에 명시된 “정보문화” 진흥, “지능정보사회윤리” 강조, “정보격차” 해소,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 예방, “정보보호” 시스템 마련 등 역기능 방지와 개인정보의 보호,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 보장 및 관련 시책의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과의 협력 강화 및 국민 개인과 민간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원칙을 추진해 왔다. 이 법률 제44조 ‘정보문화의 창달과 확산’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정보문화 창달 및 확산을 강조하면서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의 예방과 해소”, “지능정보기술 및 지능정보서비스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제51조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의 예방 및 해소 계획 수립”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3년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의 예방 및 해소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기본계획에 따른 추진계획을 수립·시행하며,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 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지능정보서비스 과의존 관련 교육을 시행해 왔다. 이와 같은 법률과 정책에 대해 미디어 교육을 ‘과의존 예방’ 일변도의 디지털 기기 및 서비스 이용 통제와 조절 중심으로 지나치게 오도해왔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해외 국가들의 ‘전면 금지’ 입법 시도와 비교하면 ‘예방과 교육’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개인의 자율성을 보다 존중하는 법률과 정책을 오랫동안 시행해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일상적인 가족 생활에서 미디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콜롬비아, 중국, 한국 등 7개국 연구자들이 만 4~11세 자녀를 둔 총 130명의 부모와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 경험을 분석한 결과인 <어린이, 미디어, 팬데믹 기간의 육아: 불확실성 시대 가족의 삶(Children, Media and Pandemic Parenting: Family life in uncertain times)>(Willett & Zhao, ed., Routledge, 2024)이라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팬데믹은 지나갔지만 그 기간에 일어났던 어린이들과 가족들의 경험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을 가족의 삶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성찰을 제공한다.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급증했다. 약 15억 명의 학생이 학교 폐쇄 기간에 디지털 기기와 원격 교육에 의존했으며, 이는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사용 방식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어린이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 가족과 소통하며 시간을 보냈고, 교육, 사회적 관계, 오락 및 가족과의 시간을 위한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이용에 더욱 익숙해졌다. 최근 해외 여러 나라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 규제 시도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학습과 집중력 보호, 디지털 과의존 방지 등을 목표로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아직까지 일관성을 보여주지 않는다(정현선, 2017).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 행위를 보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들 및 부모와 보호자들의 경험과 관점을 이해하면 그것으로부터 많은 의미와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다. 

 

필자가 참여한 연구는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단순히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학습, 놀이, 사회적 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보여주었다. 팬데믹은 기존에 권장되던 미디어 사용 시간 제한이 비현실적임을 깨닫게 했으며, 이용 시간 규제보다는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또한 디지털 환경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행위 주체임을 인정하고, 이들의 미디어 이용 방식과 선택권을 존중하며,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성인의 역할도 중요함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 이용 규제보다는 이들의 미디어 이용 방식과 경험 이해가 더 중요하며, 성인들이 어린이·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을 감시하고 통제하기보다는 디지털 미디어의 긍정적 이용 방식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자녀의 미디어 이용 방식과 경험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다양한 가정의 사례들도 보여주었다. 

 

보다 안전하고 긍정적인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은 디지털 기술 기업의 책임 강화와 함께 어린이·청소년의 실제 경험과 요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교육의 설계를 필요로 한다. 어린이·청소년을 단순한 규제 대상이 아닌 능동적 행위 주체로 바라보고, 일괄적인 규제가 아니라 각 가정의 상황과 요구를 고려한 디지털 미디어 이용과 지도를 존중하며, ‘안전 중심 설계(safety-by-design)’를 통한 디지털 서비스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 디지털 환경을 아동 친화적으로 개선하는 입법과 정책이 필요하다. 어린이와 청소년, 부모와 보호자 및 교육자들의 실제적인 경험, 감정, 요구,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과정을 통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보다 나은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고 지도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시각의 연구, 정책, 교육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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