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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G1방송 <400억 전투원용 무전기 '먹통' 추적보도>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4-12-27

G1방송은 군 간부 출신의 제보로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새로 도입한 무전기의 성능 문제와 입찰 특혜 의혹, 방위산업의 고질적인 문제까지 낱낱이 파헤쳐 지역방송의 저력을 드러낸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야전에서 통신은 생명줄입니다.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받을 수 없듯 교신에 실패한 무전기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재작년 개전 초기 통신 장애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상부에 포격 지원을 요청하거나 인근 부대와 교신할 때 난항을 겪었고 간혹 아군을 겨냥하는 끔찍한 일도 일어났습니다. 먼 나라 이야기 같았던 군 통신 문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강원 지역의 전방 부대에서 복무한 군 간부 출신의 제보를 받은 건 지난해 5월이었습니다. 우리 군이 구형 무전기 P-96K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무전기가 걸핏하면 ‘먹통’이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취재진은 신변 보호를 약속했지만, 군 간부 출신은 막상 인터뷰를 진행하려고 하니 주저했습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상, 방위산업 내부 고발의 부담감을 이해했기에 취재진은 제보자의 결심이 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대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무전기, ‘전투원용 무전기’에 대한 자체 취재에 착수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추진한 400억대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은 깊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각종 문제가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왔습니다. 입찰에 참여했다 떨어진 경쟁업체들은 특혜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 전반에 대한 취재를 이어가던 중, 군 간부 출신과의 인터뷰가 넉 달 만에 성사됐습니다.


전투원용 무전기, ‘먹통’에 ‘호환 불가’

 

지난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육군 전방 사단과 해병대에 전투원용 무전기 1만 6,000여 대가 보급됐습니다. 기존 아날로그 무전기와 달리 분대원 2명당 1대씩 지급되는 전투원용 무전기는 야전에서 분대원 간 원활한 상황 공유를 위해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폭로를 결심한 군 간부 출신은 우리 군이 새로 도입한 전투원용 무전기가 걸핏하면 먹통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무전기 출력이 낮고 자동중계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훈련 중 통신이 안 된 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또 비가 내리면 먹통이 됐고 무전기 전원을 끄지 않고 배터리를 빼면 채널 정보가 삭제됐다고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1차 사업 무전기와 2차 사업 무전기 간 호환이 안 돼 교신이 불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신의 기본은 양방향 소통인데, 왜 호환조차 되지 않는 무전기를 납품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업을 추진한 방사청은 전투원용 무전기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1, 2차 사업의 무전기 간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시인했습니다.

 

현역 군인의 통신 문제 고백을 취재하다


방사청은 전투원용 무전기 배치 이후 야전 운용 시험과 전력화 평가를 실시했을 때도 성능에 문제가 없었다고 확언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전투원용 무전기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강원 지역 군 간부 출신의 말은 달랐습니다. 장거리 기동이나 침투 훈련을 할 때 무전기 간 통신이 끊겨 애를 먹었다는 겁니다. 또 고지대에 올라갈수록 무전이 안 터졌고 차량에 탑승하면 바깥에 있는 부대원과 통신이 두절됐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특히 통신 문제로 훈련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취재진은 일부 군 간부의 주장인 만큼 현역에 있는 군 장병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봐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군 장병의 외출과 외박이 많은 주말 강원 지역 군부대 인근 상권을 찾았습니다. 전투원용 무전기가 보급된 부대 소속 군 장병들에게 무전기 사용 후기를 물었습니다. 거리가 조금만 멀어지면 통신이 끊기고 밀폐된 공간에선 외부와 교신이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한 통신병은 무전기 배터리의 고정 부품이 쉽게 망가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방사청은 공식 제기된 성능상 결함이나 불만 사항은 없었다며 거듭 부인했습니다.

 

 

<400억 전투원용 무전기 ‘먹통’ 추적보도> 방송 화면 ⓒSBS

 

 

최저가 낙찰의 속삭임, 혼선과 파행 거듭한 무전기 사업

 

 방위사업청은 전투원용 무전기 1차 구매 사업을 2019년 공고했습니다. A 업체는 단독 응찰해 13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습니다. 그 후 A 업체는 2021년에 1차 사업보다 10배 큰 규모의 2차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이때 방사청이 2차 사업비로 편성한 예산은 127억 원. A 업체는 3분의 1 수준인 41억 9,000만 원을 써내 최저가로 낙찰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경쟁업체들은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방사청이 2차 사업에서 무전기 출력 기준을 5W로 제시했는데, A 업체는 4W 무전기를 납품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상 무전기는 출력이 높을수록 제조 비용도 커지는 만큼 A 업체가 가격 경쟁에서 유리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방사청 옴부즈만도 2023년 8월 입찰의 공정성이 침해됐다고 판단해 방사청에 2차 사업 감사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의 자체 감사 결과는 황당했습니다. 2차 사업에서 제시한 무전기 출력 기준인 ‘5W’는 사실 ‘5W 이하’를 의미했기 때문에 4W 무전기를 납품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방사청은 취재가 시작되자 사업 부서에 경각심 고취 차원으로 ‘부서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결국 A 업체는 ‘호환 불가’와 ‘먹통 논란’을 일으킨 무전기를 2차 사업을 통해 전방 군부대에 납품했습니다.취재 결과,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3차 사업도 파행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38억 원 규모의 3차 사업은 지난 2022년 8월 계획이 수립됐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에서 입찰 참여 업체의 필수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뒤늦게 입찰 절차가 중단되는가 하면, 특정 업체에만 입찰에 유리한 정보를 알려줬다는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3차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또 무전기 출력 기준을 ‘5W’에서 ‘5W 이하’로 수정 공고문을 올리면서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은 혼선과 파행을 거듭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업체가 감사원과 국무조정실 등에 방사청의 졸속 행정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사실도 취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긴급 사업이라더니… 10년째 ‘표류’


취재진은 전투원용 무전기 성능 부실 주장과 입찰 특혜 의혹, 방사청의 졸속 행정을 고발했지만, 이 사업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 역시 중대한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군은 국가안보상 시급하다며 지난 2014년 긴급 소요로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아날로그 무전기 P-96K를 대체하기 위한 소부대 무전기 사업이 파행을 겪으면서 차세대 무전기 도입 전까지 통신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긴급 소요 사업은 2년 내 전력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정밀 검증 절차도 생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이 추진한 400억 원대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은 10년째 지지부진합니다. 지난해 전체 물량 5만 6,000여 대 중 30% 수준인 1만 6,000여 대만 군부대에 보급된 상황입니다. 그 사이 최첨단 개인전투체계 ‘워리어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차세대 군용 무전기 ‘TMMR(Tactical Multiband Multirole Radio)’은 2차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성능 부실과 특혜 의혹까지 휩싸인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은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도 제때 전방 부대에 배치되지도 못한 채 후방으로 밀려날 처지에 몰려 있습니다.

 

지역 언론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방산 문제를 심층 보도한 전투원용 무전기 추적 보도는 SBS를 통해 전국으로 보도됐고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전방 부대 내부에서도 군에서 쉬쉬하는 고질적인 통신 장비 문제를 이번 보도가 날카롭게 고발했다는 현역 군 간부들의 호평도 있었습니다.

 

 방사청은 G1방송 보도에서 고발한 1, 2차 전투원 무전기 호환 불가 문제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2024년 10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방사청 국정감사에선 400억 원 규모의 전투원용 무전기의 총체적 사업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허영 의원은 G1방송 보도 이후 방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그간 방사청은 전투원 무전기 성능 결함이나 사용자 불만 사항은 없었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이 자료에 따르면, AS 접수 건수만 250건이었고 교환도 80여 대 이뤄졌습니다. 방사청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400억 규모 전투원용 무전기 ‘먹통’ 추적보도> 방송 화면 ⓒSBS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석종건 방사청장은 전투원용 무전기 사업에 대해 “총체적으로 사업관리가 잘 안됐다”며 사업 추진 과정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전장 상황에서 통신 장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사업 관리를 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보도 이후 방사청 산하기관은 ‘전투원용 무전기 전투 효율성 개선 사업’의 입찰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00억 전투원 무전기 ‘먹통’ 추적보도>는 내부 고발과 현장 취재, 심층 보도, 후속 조치 4박자를 갖춘 보도였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지역방송이 방위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발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사업을 추진한 방사청은 자료 요청에 침묵했고 반론을 물어도 문자 메시지로 짤막한 입장을 남길 뿐이었습니다. 무전기 납품 업체의 반론을 듣기 위해 1박 2일 출장 일정으로 몇 시간을 달려 업체 관계자를 만났지만 매몰차게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그래도 취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군 간부 출신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창피하죠. 나는 떠났지만, 남아있는 후배들은 그 말도 안 되는 장비를 쓰면서 불편을 겪어야 하니까. 어디 하소연도 못 할 거예요.”

 

엄중한 안보 상황, 강원 지역과 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전방 부대가 빼곡한 강원, 지역방송도 꾸준히 군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기자가 해야 할 일은 간명합니다. 앞으로도 방산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견제하고 감시하겠습니다. 

 

 

 이 기사와 관련해 G1방송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정정 및 반론보도가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세부 내용은 원 보도 기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국감 군 무전기 질타..방사청장 '부실' 인정(https://www.g1tv.co.kr/news/?mid=1_207_5&newsid=316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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