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취재기 제작기]머니투데이 <2024 실종리포트>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4-12-27

하루에도 휴대전화로 몇 번씩 받게 되는 실종 알림 문자. 무심코 넘겨버리기 일쑤지만 만약 그 문자를 보낸 당사자가 나라면 어떨까. 머니투데이는 ‘텍스트’에 머물던 실종 알림 문자를 타인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이야기로 환원해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편집자 주

 

“[안전안내문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실종된 OOO씨(여, 79세)를 찾습니다”

 

지난 4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주변에서 휴대폰 알림 소리가 ‘삐삐’ 울렸습니다. 70대 실종 여성을 찾는다는 실종 알림 문자였습니다. 시민들은 휴대폰을 꺼내 슬쩍 보더니 이내 확인 버튼을 누르고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날 저녁,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한 통 왔습니다. 그는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을 잃어버려 급하게 경찰서에 다녀왔다고 했습니다. 딱딱한 텍스트로 마주했던 ‘실종’이라는 단어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지인은 다행히 하루 만에 동생을 찾았지만 당시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일련의 사건들은 우연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그 무렵 사건팀 회의에서 캡은 실종 가족의 이야기를 깊게 다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 가치인 가족과 공동체에 집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아이템은 우리 주변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때 발굴할 수 있는 듯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실종 문자 속에는 평소 가족과 공동체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사건팀의 <2024 실종리포트> 10편은 그렇게 4개월 동안 진행됐습니다.

 

취재팀에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전달하는 일이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개씩 전송되는 실종 문자에는 사실 기구하고 슬픈 사연이 넘쳐납니다. 제한된 글자 수와 설명 안에서 우리는 그 모든 사연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독자들이 실종 가족의 사연을 듣고 코끝이 찡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슴 저릿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감정만으로도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가 전달되고 실종 가족의 애타는 심정 또한 공유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캡과 바이스는 매일 같이 발품을 팔고 서울경찰청 실종수사팀을 만나 협조를 구했습니다. 수십 년째 가족을 찾는 사람들부터 극적으로 가족을 발견한 사연까지 찾아다녔습니다. 오랜 설득 끝에 취재팀은 총 다섯 명의 실종 가족을 만났습니다. 19년째 할머니를 기다리는 손녀, 30년 전 10살 딸을 잃은 아버지, 알츠하이머 아내를 찾아다니는 남편, 61년 만에 상봉한 남매, 2년 만에 다시 만난 형제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하며

 

기획 초기 단계부터 주목한 것이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을 단순 취재원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신뢰를 쌓고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정말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쩌면 가슴 깊이 묻고 싶었던 지극히 아픈 상처를 생면부지의 기자에게 고백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취재팀은 인터뷰 전 자신이 맡은 취재원과 수차례 연락하며 정서적 네트워크를 쌓았습니다. 1시간 넘게 통화하며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실종 가족이 살고 있는 수원까지 달려가 티타임을 갖고 가족들의 따뜻한 점심을 대접하며 경계심을 풀고 편안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관계를 이어가는 것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 입장에서 감정에만 치우칠 수 없었습니다. 기억에 왜곡이 없는지, 구체적인 사진과 자료는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했습니다.

 

슬픔에 젖은 눈과 일그러진 표정을 보며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취재팀은 그때마다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기사의 목적을 상기시키고 어떤 취지에서 질문을 하고 사진을 찍는지 설명했습니다.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직접 만난 실종 가족들의 모습 ⓒ머니투데이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게

 

취재팀은 외로움과 상실감, 그리움과 죄책감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민했습니다.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그들의 사연을 담아내기에는 형식상 제약이 많았습니다. 팀 내에서는 내러티브 형식으로 소설을 읽는 것처럼 구성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아울러 디자인팀과 협의해 주요 장면을 웹툰 형식으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구구절절한 감정의 서술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종 가족이 겪는 무수한 감정을 단어 하나로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가장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소중했던 것들에 주목했습니다.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가족이 사라지는 순간 당연해지지 않은 것들에 집중했습니다.

 

19년째 할머니를 찾아다니는 수연 씨는 두유를 먹지 못했습니다. 두유는 평소 할머니가 손녀를 위해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이었습니다. 30년 전 10살 딸 희영이를 잃은 아버지 서기원 씨는 차 안에서 홀로 몰래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남은 가족들까지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가장의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올해 86세인 남편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 손을 항상 꼭 잡고 다녔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였습니다. 1962년 가난 때문에 오빠, 동생과 헤어져야 했던 종순 씨는 추석만 되면 가슴이 쓰리다고 했습니다. 아직 찾지 못한 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려오기 때문입니다.

 

 

취재팀은 실종 가족의 이야기를 웹툰 형식으로 제작했다. ⓒ머니투데이

 


실종,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실종 리포트 상(上)편에서는 각기 다른 5개 사연에 집중했다면 하(下)편에서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실종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실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남아있는 과제와 해결책은 어떤 게 있을지 다뤘습니다. 실종 경찰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일선에서 실종이라는 문제를 가장 먼저 마주하고 해결하는 주체였습니다.

 

취재팀은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실종 담당 경찰 5명을 만나 일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지난해 실종 신고 접수 건수는 12만 3,592건. 전국 실종수사팀 경찰은 780명으로, 실종 수사관들은 휴일 없이 이틀에 한 사건을 다뤄야 했습니다.

 

정우재 방배경찰서 경장은 사실상 1인 실종팀이었습니다. CCTV 탐문부터 압수영장 신청까지 혼자 진행했습니다. 서울경찰청 실종수사팀 소속 함명호 팀장과 전세희 경사는 1960년대 헤어진 동생을 찾아달라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3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불편한 현실도 함께 녹였습니다. 실종 문자를 두고 이어지는 항의 문자들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취재 결과 경찰청 민원 접수번호 182나 지방경찰청 민원에는 ‘실종 문자를 너무 많이 보낸다’, ‘수시로 와서 불편하다’, ‘갑자기 울리는 소리 때문에 자꾸 깬다’ 등의 내용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기획 취재를 통해 실종 문자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실종 문자는 오전 7시~오후 9시까지 전송 가능합니다. 실종자 주거지나 마지막 발견 장소, 최근 발견 장소 중 최대 2곳에만 발송할 수 있습니다. 익숙하지만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실종 문자에 대해 안다면 그만큼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입니다.

 

치매 노인과 아동들 위한 대책 모색해

 

실종 신고 중에서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치매 노인과 아이들입니다. 고령화 사회와 맞물려 치매 실종 노인 비율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의 노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치매 가족을 또다시 잃을까 전전긍긍해야 한다면 우리 사회 전체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치매 어르신을 위한 사전지문등록제를 비롯해 유명무실한 배회인식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대안책을 내놨습니다. 요양보호사 인력을 여유롭게 배치해 치매 실종 노인에 대해 주의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종 범죄 ‘헬퍼’도 중요한 사회 문제입니다. 헬퍼는 가출 청소년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접근한 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합니다. 현행법상 아동 유인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미성년자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 온라인 글만으로는 처벌이 어려웠습니다.

 

타 국가들은 우리와 조금 달랐습니다. 영국은 장기적으로 성적 목적을 갖고 접근했을 경우 ‘밥을 먹자’ 등의 대화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미국 역시 상대가 15세 미만임을 알고도 온라인 만남을 제안한다면 형사처벌을 하도록 했습니다.

 

4개월의 실종 리포트, 어떤 변화 이끌었나


<2024 실종리포트>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였습니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가치는 가족과 공동체라는 점입니다. 기사를 접한 독자들이 ‘나에게 가족은 무엇일까’ 고민했다면 그 자체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종 가족들에게 ‘가족’은 혈연 그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첫 손녀 수연 씨에게 할머니는 ‘언제나 내 편’이었습니다. 아버지 서기원 씨에게 외동딸 희영이는 아무리 자랐어도 자신이 영원히 ‘책임질 아기’였습니다. 남편 김화선 씨는 치매에 걸린 부인에게 ‘사랑을 주는 아빠’가 되기로 했습니다. 오빠 종석 씨와 동생 종순 씨에게 가족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습니다. 윤수 씨는 2살 터울 남동생 연수 씨의 ‘보호자’를 자처했습니다.

 

추석 연휴에 맞춰 기사 10편을 보도한 덕분에 많은 관심도 받았습니다. 보도 이후 여러 매체에서 연락이 왔고 섭외 문의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실종 문자를 더 주의 깊게 보게 됐다는 이야기가 가장 뿌듯했습니다. 가족과 공동체가 존재할 때 우리 삶도 평안하고 사회 전체도 발전할 수 있다는 기본적 진리를, 많은 이들도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김지은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4-12-27
  • 조회수 : 16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