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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강원도민일보 <일손부족 강원,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01-24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 사회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으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강원도민일보가 집중적으로 보도한 이들의 현황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일손부족 강원, 이들이 있어 다행입니다>는 제조업, 건설업, 농업 등 이제는 국내 대부분 산업 분야의 필수 인력이자, 고령화가 심각해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강원도에서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다룬 기획 시리즈입니다.

 

사실 이 기획취재의 처음 방향성은 ‘밤이면 불법체류자들의 무법천지로 변하는 시골 마을들’이었습니다. 일부 행정기관 종사자들로부터 밤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다니며 불법행위를 저지른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농어촌에서는 직접적으로 미등록 외국인들과 생활하는 사람들과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로부터 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농어촌은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생업을 접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사업자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 오히려 깊은 연민을 품고 있었습니다. ‘범법자’를 향한 두려움이나 혐오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는 보호 범위를 벗어난 ‘미등록 체류자’들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거주 환경, 임금이나 노동 범위 등 근로 환경보다 본질적인 ‘생명’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미등록 외국인의 삶에 대해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미등록 외국인의 인권을 고민하다

 

이역만리 타국에 꿈을 안고 도착했으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비자가 만료된 미등록 외국인들은 ‘불법체류자’라는 명사로 불립니다. 한국 사회는 이들에게 범죄집단인 듯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기도 하고 비자가 없으니 ‘쉽게 부려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인권의 사각지대로 몰아넣었습니다.

 

강원도민일보 디지털뉴스부 부원 4명은 강원도 내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 외국인 근로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밝은 표정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가감 없이 들려주었습니다. 또 외국인 근로자 보호가 잘 이뤄지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찾아 강원도에 없어서는 안 될 인력인 외국인 근로자에게 필요한 지원·보호책 등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파악했습니다.

 

한편 십여 년 전 발표된 논문부터 최신 논문까지, 특히 강원 지역 대학에서 발제된 연구 자료를 찾아 인권 사각지대에서 미등록 외국인들을 꺼낼 묘책을 찾아보았습니다. 국회의 정책 진행 상황을 취재하고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구했습니다.

 

특히 최철영 원주 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과의 사전 인터뷰는 시리즈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 외국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사실과 단어 선택부터 잘해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미등록·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만큼 다양한 과거 사례도 들을 수 있어 기사 방향을 재정립하는 데 수월했습니다. 처음부터 미등록 외국인을 무작정 확인할 수도 만날 수도 없으니 이렇게 간접적으로 이들의 상황과 실태를 파악하고 접근할 수 있었고, 분명 쉽지 않는 취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해보자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체류 기간 초과자 수와 비율 ⓒ강원도민일보, 그래픽 제작-한규빛

 

 

보도가 위협이 될지라도

 

외국인 근로자들은, 특히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일하는 A씨’ 정도로 거론되는 것조차도 “동네에서 분명히 내 얘기인지 알 것”이라며 꺼렸습니다. 이에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를 이름과 나이 없이 보도했습니다. 장소의 경우 세부 지역을 표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우려에 공감했고 그들의 인권을 위한 보도가 오히려 그들을 위협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해서입니다. 지금 되돌아보니 보도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지역에서 알음알음 이들을 지원해 주시는 교회 목사님, 지인의 아버지가 아는 농어민, 생산 공장의 한국인들과 접촉해 근로 중인 미등록 외국인과의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사업주와 관계된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두렵기만 한 미등록 외국인들이 이를 거부해 취재 약속도 없이 직접 현장을 찾아 한두 마디 건네는 것으로 인터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 몇몇 분들이 생각납니다. 한여름에도 새벽 바다는 서늘했습니다. 귀항하는 어선에서 미등록 외국인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불법이고 위법이지만 이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선주들은 저희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대부분 몰아붙였습니다. “선원 비자는 다 있고 임금도 잘 주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누구라고 어디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이라며 사례들을 슬쩍 얘기해 주었습니다. 취재진은 이들에게 어딘지 밝히지 않겠다고, 그저 현실을 알리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강릉시 외국인 근로자센터 인근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들을 취재하기 위해 인력시장을 찾았습니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본인에게 껄끄러운 인터뷰였음에도 불구하고 서툰 한국어로 최대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 주던 근로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7년간 한국에서 일하면서 고향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는 외국인도 생각이 납니다. 몸이 아파도 일하지 못할까 걱정돼 말도 꺼내지 못하고 참고 일한다는 그의 병은 외로움과 쓸쓸함, 고단함에서 온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 영상통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몇 년 동안 한 어선에서 한국인 선주 일가와 동고동락했다는 분. 처음 한국인 선주가 소개할 때도 묵묵하게 그물을 정리하고 있던 모습 뒤로 낯선 기자를 잔뜩 경계하던 모습이 다시 떠오릅니다.

 

외국인 근로자 인권 보호 벤치마킹을 위해 찾았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공보실을 통해 연락했고 전문가들의 경우 논문을 통해 알게 되거나 지역의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며 오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위주로 만나 취재했습니다.

 

이주민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취재진은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공감하고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없앨 수 있을지 고심했습니다. 통계나 수치 데이터를 제공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이렇게 한다’며 훨씬 나은 상황의 외국인 근로자들의 삶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보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일로 힘들어하는지 직접 보여주는 데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본지가 해당 기획물을 연재하기 전에도 미등록 이주민들의 인권에 관한 기사들은 간간이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봤지만, 손에 꼽을 정도의 기사만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미 곪을 만큼 곪은 미등록 이주민들에 대한 문제가 한 번에 터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본지의 보도가 적지 않은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중 알게 된 안산시 외국인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특별반’의 한 과정은 외국인을 신청 대상으로 받되 ‘비자 제한 없음’이라는 조건을 덧붙여 모든 외국인에게 열려 있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지원도 부족한데, 특히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관심이 전무한 강원도의 상황에서 부러울 따름이었습니다.

 

강원도 내 외국인지원센터는 영동 지역에 한 곳, 영서 지역 한 곳으로 단 2곳뿐입니다. 농어촌지역이 대부분인 강원도에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안산처럼 지자체 차원의 획기적인 해결책 마련을 기대해 봅니다. 또 현재 계류 중인 미등록 이주 아동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그보다 먼저 ‘외국인=노동력’으로만 보고 있는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안산시 외국인 주민지원과 관계자의 “이주민을 바라보는 인식 제고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안산시는 문화 다양성 이해 교육을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해 상호이해와 존중의 사회로 나아가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말을 우리 모두가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힘들다는 어업 현장에는 이미 상당수 외국인들이 일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앞으로도 외국인 유학생, 미등록 외국인, 다문화가정 등 인권의 사각에 있는 이들에 대해 계속 관심 갖겠습니다. 지역소멸의 위기 속 이들이 강원도의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작지만 힘을 보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뉴스부라고 하면 흔히들 깊이 있는 기사, 호흡이 긴 기사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저희 부서는 이런 편견을 극복하고 부서 특성에 맞게 웹 보도에 집중,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 읽힐 수 있게 했으며, 종이신문의 물리적 공간 부족을 웹 보도로 확장한 점을 보도 과정의 장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어렵게 입을 떼 준 외국인 근로자들과 안산, 전북 외국인지원센터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도 기사를 꼭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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