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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동아일보 <미용성형 공화국의 그림자>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02-28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발표 후 1년이 넘었지만, 의정 갈등과 필수의료 공백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의사들은 필수의료 분야를 떠나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그 답을 미용의료에서 찾아 구체적인 데이터와 수치로 풀어낸 <미용성형 공화국의 그림자> 취재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재작년 결혼을 앞두고 피부과와 성형외과 몇 곳에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평일 오전에도 병원 안은 2030 여성, 70대 할머니, 중년 남성 등 다양한 환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들은 적게는 몇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을 아름다워지기 위한 값으로 기꺼이 지불했습니다. 미용의료가 예상보다 훨씬 더 우리 삶에 파고들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미용성형 공화국의 그림자> 시리즈는 이런 익숙한 광경에서 시작했습니다.

 

뒤집어서 생각하기

 

정부는 지난 2월 6일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며 필수의료 강화, 지역의료 인력 확보, 고령화 대응 등의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지금도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없는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언론은 대부분 ‘왜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하지 않으려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고충이나 필수의료나 지역의료에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 주로 다뤄졌습니다.

 

그러나 앞면이 있으면 뒷면이 있듯이 필수의료라는 버려진 폐허가 있다면 어딘가는 도망친 낙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의사들도 필수의료를 떠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의사들이 필수의료 대신 선택한 곳은 어디일까’를 고민했습니다. 그곳은 미용의료로 대표되는 비급여 시장이었습니다.

 

미용의료가 호황이라는 기사는 기존에도 왕왕 나왔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호황인지, 왜 돈벌이가 잘 되는지, 왜 의사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구조적으로 다룬 보도는 없었습니다. 기존 보도들은 미용의료 시장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조명했고, 필수의료에 미치는 부작용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죠. 미용의료로 의사들이 쏠리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조명한다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동시에 의사들을 필수의료로 유인할 대안까지 함께 제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양’으로 돌파하기

 

첫 번째 고민은 ‘미용의료로 인한 문제점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습니다. 뻔한 환자 멘트나 병원 내 스케치로는 독자들에게 임팩트를 줄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상이 독자들에게 피부로 느껴지게 하는 데는 실제 숫자만큼 강력한 게 없습니다. 저희 팀은 다소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우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통해 강남구 내 의원급 의료기관의 목록을 받았습니다. 목록에는 의원명과 심평원에 신고한 진료과목, 주소가 나오도록 했죠. 이후 목록 중에 진료과목을 피부과로 신고한 의원, 즉 피부과 전문의 의원 163곳과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의원 및 일반의로 신고한 의원 671곳을 추려냈습니다. 다시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의원과 일반의 의원 중 네이버 지도에 진료과목을 피부과로 등록한 의원 294곳을 골라냈습니다.

 

 

<미용성형 공화국의 그림자> 인터랙티브 페이지 ⓒ동아일보

 

 

취재기자 세 명은 이렇게 추려낸 강남구 내 ‘피부과’ 457곳에 모두 전화를 돌려서 소아 피부 질환 진료를 보는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은 곳과 휴가 기간이 겹쳐 연결이 안 된 곳을 제외하고 445곳의 통화를 완료했고, 이 중 256곳이 “소아 두드러기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피부과 간판 걸고 피부 질환 진료를 안 본다’는 기존 보도들은 많았기에 양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기시감이 강한 보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숫자만큼 깔끔한 건 없다

 

두 번째 고민은 ‘미용의료로 몰리는 이유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습니다. 의사들이 미용의료로 몰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소득 차이가 결정적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진료과 별 소득 격차를 보여주면 건강보험 수가(진료행위가 발생하면 국가에서 의료인에게 지급하는 수당) 격차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미용성형 공화국의 그림자는 인터랙티브 기사를 함께 제작했습니다. 인터랙티브 기사는 우리가 매일 쓰는 지면 기사와는 작법이 다릅니다. 지면 기사가 오로지 줄글로만 내용을 전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면, 인터랙티브는 사진이나 그림, 소리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사용할 수 있어 전달 방식이 더 자유롭습니다.

 

소득은 숫자로 표현되기에, 숫자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했습니다. 내가 병원의 사무처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일일 수입 장부’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장부 형식으로 두 진료과의 수익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필수과 의사든 피부과 의사든 평범한 시민보다는 수입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수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독자들을 설득하는 데 오히려 방해물이 되지 않나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1시간에 환자를 몇 명이나 보는지, 시간당 소득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줄 수 있다면 노동 강도의 차이까지 보여줄 수 있고, 의사 집단 내부에서의 미용의료 쏠림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취재팀은 서너 번씩 네트워크 미용의원에 방문해 실제로 상담과 시술을 받기도 했다. ⓒ동아일보


취재원 찾아 삼만리

 

취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딱 맞는’ 취재원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섭외하는 것이었습니다. 2회차인 <미용의료 몰리는 필수 의사>에서는 하루 진료 기록을 모두 공개해 줄 의사 두 명을 섭외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초기에는 미용의료와 필수의료를 동시에 진료하는 개원의를 찾았는데, 겸업하는 개원의들은 미용의료로 인한 수입을 공개하는 데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취재팀이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와 미용의원에서 봉직의로 일하는 일반의의 하루를 비교해 본 결과, 미용의원 일반의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보다 환자 한 명당 5배 이상을 버는 것으 로나타났다. ⓒ동아일보

 

 

이에 방향을 살짝 틀어 필수과인 소아청소년과 개원의와 미용의원에서 봉직의로 일하는 일반의를 섭외했습니다. 봉직의는 하루 진료 내역이 직접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직접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보다는 부담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주인공’을 찾는 데만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3회차 ‘공장식 네트워크 미용의원 확산’ 편에서는 취재원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의사 사회는 외부에서의 유입이나 유출 없이 거의 동일한 집단이 대학 입학 때부터 사회 진출 이후까지 함께하다 보니 생각보다 폐쇄적인 편입니다. 미용의료 의사들은 네트워크 미용의원이 ‘무천도사(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이면서 월 1,000만 원의 소득을 올린다는 뜻의 속어)’를 만들어내면서 미용의료 시장을 교란하고,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 시킨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시장 구조에 대해 증언해 주는 것은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기존에 신뢰 관계에 있던 취재원을 통해 새로운 취재원을 연결받는 방식으로 문제를 타개했습니다. 취재원에게 ‘우리가 어느 정도 네트워크 미용의원의 운영 방식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취재팀은 각자 서너 번씩 네트워크 미용의원에 방문해 실제로 상담과 시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의정 갈등은 여전하고, 필수의료 공백이라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미용의료 자격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준비 중이긴 합니다만, 미용의료 시장의 팽창과 왜곡도 여전합니다. 미용성형 공화국의 그림자는 아직 드리워 있는 셈입니다. 취재팀은 일회성 시리즈에 그치지 않고, 정부 대책과 그로 인한 영향까지 앞으로도 꼼꼼히 살피고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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