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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트렌드]딥시크로 촉발된 AI 경쟁 본격화
미디어&AI트렌드 | 등록일 : 2025-03-28

지난 1월 말. 중국이 선보인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가 세계적으로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폐쇄적인 국가에서 내놓은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 딥시크가 AI 업계에 몰고 온 논란과 파장, 전망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말 딥시크(DeepSeek)-R1 모델이 공개되자 전 세계 언론은 즉각적이고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오픈AI 대비 저렴한 개발비와 우수한 성능에 긍정적인 시선과 함께, 중국의 지배 체제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 제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또한 딥시크를 이끄는 량원펑(Liang Wenfeng)을 비롯한 중국의 젊은이들을 언급하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각계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는 정부로 하여금 고성능 GPU 1.8만 장을 조기에 확보하고 추격조를 편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어진 이 사건을 차분히 돌아보며 딥시크 관련 보도에서 자주 사용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딥시크가 AI의 방향타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단돈 80억’으로 고성능 AI 개발을?

 

“딥시크의 위력은 뛰어난 성능보다 저렴한 비용에 있다. 오픈AI나 메타가 개발한 생성형 AI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내면서 생성형 AI 개발의 판도를 바꿨다. (중략) 딥시크 R1 출시 전 개발한 훈련 모델인 ‘V1’에 GPU 2,048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GPU의 총 구매 비용은 약 80억 원에 불과하다. (중략) H800 칩은 최신 제품인 H100 칩에 비해 성능이 절반 수준이고 그만큼 가격도 낮다. (중략) 저렴하고 성능이 낮은 칩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1)

 

초기 딥시크 관련 보도를 뒤덮었던 표현은 ‘저렴한 비용’과 ‘80억 원’이었다. 더 이상 대규모의 GPU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사이 17% 떨어지면서 딥시크는 더 유명해졌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서야 애초에 딥시크가 논문에 공개된 H800 2,048장을 훌쩍 넘어서는 H100 1만 장을 조기에 확보했다는 점, 학습비용으로 알려진 80억 원은 최종 학습 비용일 뿐 이전 학습비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는 인재들 다수의 인건비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알려졌지만, 대중의 뇌리에 ‘딥시크=저비용’으로 새겨진 뒤였다. 세미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 투자 비용은 약 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 원을 상회할 것이며 5만장 이상의 GPU를 운영하는 비용만 10억 달러, 즉 약 1.4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이지만 오픈AI나 구글, 메타가 투자한 수십억, 수천억 달러의 금액에 비해서는 매우 저렴한 비용인 셈이다.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모델?

 

“중국 정부와 관련된 질문에는 일관되게 답을 거부하거나 편향된 답변을 내놓았다. ‘대만이 독립 국가냐’라는 질문에는 “대만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이며 대만 독립의 음모는 결국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중략) 딥시크 모델은 중국에 대한 질문을 답변하기 전 추론 과정에서는 “사용자가 균형 잡힌 시각을 원하는 학생이나 연구원일 수 있지만, 저는 중국인 관점에 부합하는 답변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띄웠다.”2)

 

 

AI 챗봇이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 <출처 - https://surfshark.com/research/chart/ai-chatbots-privacy>;

 

 

딥시크가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는 중국에서 나온 만큼 많은 이들이 처음부터 우려했고, 실제로 미국산 AI들보다 제한된 답변을 해 그 우려가 실제로 확인되기도 했다. 한편으로 한국 이용자들의 정보가 틱톡이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로 전달된 것이 확인돼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딥시크 앱의 한국 내 다운로드가 중단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딥시크 본사에 공개 질의서를 보내는 동시에 자체 분석을 시행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는 챗GPT를 비롯한 기존 AI 서비스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사건으로 AI 주권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AI 규제가 민감한 유럽에서 더 크게 불거져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청은 딥시크 서비스 접근을 전면 차단했으며 프랑스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 Commission nationale informatique et liberté), 스위스 ETH취리히(ETH Zürich) 등도 사이버보안, 편향성, 견고성 측면에서 현행 규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서프샤크(Surfshark)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막상 딥시크가 수집하는 개인 정보 항목은 11개로 중간 수준이었다. 제미나이가 22개로 가장 많고 클로드도 13개, 챗GPT도 10개 항목을 수집하는 데 비해 딥시크만 유달리 제재를 받았으니 딥시크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할 만한 노릇이다.3)

 

그러나 동시에 딥시크는 최고 성능의 추론 모델을 오픈 모델로 공개함으로써 원하는 사람 누구나 자사의 모델을 내려받아 인터넷 연결이 없는, 즉 보안 이슈가 해소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증류 기법을 사용해 거대언어모델을 다양한 크기로 제공한 점은 일반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GPU의 사양에 따라 적합한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성을 크게 높였다. 여러 기관과 기업이 보안 때문에 상용 AI 모델에 입력할 수 없는 데이터로 인해 발을 구르고 있지만 아직 쓸만한 언어모델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추론 능력까지 우수한 고성능 오픈 모델의 등장은 모두에게 환영받았다.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순간’ 

 

1993년 웹브라우저 모자이크(Mosaic)를 개발하고 넷스케이프(Netscape)를 창업해 인터넷 시대를 여는 데 크게 기여한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딥시크-R1에 대해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순간(Sputnik moment)’이라고 정의했다. 구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쏘아 올려 미국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음을 천명했듯 딥시크-R1의 공개는 미국의 인공지능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을 흔들고 수출 통제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산된 움직임이라고 해석한 것이다.4)

 

딥시크 공개 이후 미국의 언론은 긍정, 중립, 부정이 뒤섞여 나타났다. 과학 저널 네이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중국발 혁신이 글로벌 AI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음을 시사한 한편5) CNBC는 ‘게임 시작(game on)’이라는 표현으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면서도 “오픈AI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했다.6)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R1에 대해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정의했다. <출처 - 마크 앤드리슨의 엑스 @pmarca>

 

 

그러나 딥시크의 진정한 ‘스푸트니크 순간’은 따로 있었다. 지난 3월 초 자사의 기술을 5일간 하나씩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이 기간 공개된 기술들은 제한된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분산 학습을 최적화하는 등 경쟁업체를 비롯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AI 산업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폐쇄적인 방식에서 협력과 공유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때마침 공개된 량원펑의 과거의 인터뷰에 담긴 “AI의 혜택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비전은 전 세계의 AI 연구자들로부터 공감과 존경을 불러일으켰다. 이 행보는 오픈AI의 샘 올트먼(Sam Altman)과 대조돼 더 유명해졌는데 오픈AI도 지난해 12월 ‘12일의 오픈AI’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나씩 공개하며 찬사를 받았으나 소스 코드 등 핵심 기술을 공개하지 않아 ‘Closed AI(닫힌 AI)’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 <출처 - 제미나이 이마젠3(Gemini Imagen3)로 필자 그림>

 


함께 만드는 더 나은 AI

 

인공지능의 종착점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이라면, 여기에 이르는 길에 강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있으며 이 여정은 제한된 기능밖에 할 수 없는 약인공지능(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과 전기, 철도와 기계에 이르는 인간의 모든 문명이 그러했듯 한 명의 초인이 등장해 모든 일을 이뤄내지 않는다. 문명 발달사는 다양한 장점과 약점, 개성을 가진 참여자들이 판에 올라 각자의 재주를 모아 예상할 수 없는 결과들을 만들어내 온 과정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오픈소스라는 열린 무대에 많은 배우가 올라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나 거대언어모델이라는 커다란 무대장치가 들어오면서 이를 조종하는 소수에게 지난 수년간 다수가 밀려나 있던 셈이다.

 

2년 전 메타의 라마 모델이 중소 규모 참여자들에게 길을 열었다면, 딥시크는 한 발 더 나아가 누구나 무대 위로 올라설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았다. 요새 흔한 표현을 쓰자면 ‘AI 개발의 민주화’를 어느 정도 이뤄낸 셈이다. 물론 무대에 올라가는 것과 주도권을 잡는 것은 다른 이야기지만 다양한 연기를 펼쳐 주목을 끌 수 있는 여지가 생겼고, 이건 연기자 본인의 몫이다. 미국 일색에서 미·중 2강 체제로 진입하는 모습도 흥미로운 볼거리이자, 우리에겐 한편으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서 더 많은 참여자가 더 나은 기술을 발휘해 더 나은 세상을 열어주는 모습을 기대해 보면 어떨까. 우리 또한 이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개성을 살려 도약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 이병철, <학습 과정 줄이고 저렴한 칩으로 비용 낮춰…“AI 개발 판도 바꾼 딥시크, 韓도 배워야”>, 조선일보, 2025.1.31,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5/01/31/2W335PGITU3WXUKXPHE5QZ4HOM

2) 장은지·이상헌, <딥시크 써보니… 詩-e메일 척척, 中인권 질문 답변 회피>, 동아일보, 2025.1.31,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50131/130943445/2

3) https://surfshark.com/research/chart/ai-chatbots-privacy

4) Hetzner, C., , Fortune, 2025.1.27, https://fortune.com/2025/01/27/marc-andreessen-deepseek-sputnik-aimarkets/

5) Gibney, E., , Nature, 2025.1.2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5-00229-6#:~:text=Nature%20www.nature.com%20%20DeepSeek,open%20for%20researchers%20to%20examine

6) Browne, R., <’Game on’: Tech execs say DeepSeek ramps up China-U.S. competition but won’t hurt OpenAI>, CNBC, 2025.2.17, https://www.cnbc.com/2025/02/17/deepseek-ramps-up-china-uscompetition-but-wont-hurt-opena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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