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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취재권 보호 위한 방안은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5-03-28

지난 1월 19일 발생한 일명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 당시 취재 중이던 기자 상당수가 시민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은 기자들에게 가해지는 취재 위협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저해하는 취재 위협의 실질적 해결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오늘날 기자의 취재를 향한 위협의 근저에는 세 가지 동인이 숨어 있다. 하나는 보도로 이어지는 취재 활동이 본디 가지고 있는 속성과 관련이 있다. 취재 활동의 핵심은 정보 수집이다. 대개 파급력 있는 정보는 권력으로부터 나온다. 권력은 어떤 정보가 공공에 유통되는 건 반기지만 다른 어떤 정보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그러니 취재 활동이 불편할 수밖에 없고 자주 직간접적인 제한을 받는다. 이 위협은 인류 역사에서 취재·보도 활동이 나타난 때부터 따라붙은 것이다. 고대 로마제국엔 ‘신문의 조상’이라 불리는 악타 디우르나(Acta Diurna)가 있었는데, 역사가들은 당대 권력자들이 여기 실리는 정보를 취사선택했을 거라 보고 있다.

 

위협을 촉발하는 또 다른 동인은 비교적 최근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기자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다. 기자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국가 자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신문·방송 등 매체를 소유한 사업체에 ‘기자’란 직군으로 채용되면 기자로서의 자격을 얻었다. 미디어 환경 변화는 그 관념을 뒤흔들고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유튜브 등 다매체 환경이 도래하면서 기자란 직업의 경계가 흐릿해졌고 취재 활동 또한 기자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이로 인해 기자와 그들의 취재가 대중의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마지막 동인인 정치 양극화가 덮치면서 상황이 더욱 고약해졌다. 언론사와 기자도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딱지’가 붙기 시작했다. 일부 매체와 기자들은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며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취재가 불편한 권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의 곤궁을 벗어나는 데 ‘내 편 아닌 기자’에 대한 지지자의 적대를 동원했다. 

 

그 결과 거리에선 취재 기자에 대한 물리적 폭력이,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특정 매체를 겨냥한 취재 배제가 나타났다. 이는 권력과 충돌하는 취재 활동의 본질적 속성에서 비롯됐으며, 미디어 산업의 급변과 정치 양극화의 심화라는 복합적 배경이 작용한 결과다. 이 복합적 성격을 부러 짚는 건, 현재 우리가 목도 중인 위협이 원천적으로 해소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자의 취재는 최소한이라도 보호받아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데 기자의 취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몇 가지 대책을 촉구하거나 제시하기 위해 대증요법(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질병의 증상에 대응하는 치료법)을 차용하고자 한다. 실제 기자의 취재 위협 사례를 소개하고 그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 조치를 설명하는 

식이다. 


폭행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기자들

 

“경찰들이 다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무런 제지를 안 하더라고요.”

 

지난 1월 19일 낮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 부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로부터 취재를 제지 당하고 물리적 폭행을 당한 A기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그날 오전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법원을 습격·점거해 시설을 파괴하고 경찰과 민간인, 기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일명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가 발생한 터였다. 경찰의 폭동 진압,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현장 점검과 브리핑 등 관련 상황이 잇따라 기자들의 취재가 한창인 상황이었다. 경찰은 법원 주위에 차벽을 쳤고 취재진의 경우 신분을 확인하고 통행을 허락했다고 한다.

 

충돌은 천 처장의 브리핑 종료 후 경찰이 취재진을 차벽 바깥으로 퇴장시키면서 발생했다. A기자는 “차벽 밖에 모여 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미 오가는 취재진에 욕설을 하는 등 공격적 태도를 보였던 터라 브리핑 현장에서 작업을 마무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데 경찰이 어떤 이유에선지 기자들에게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A기자 등 기자 10여 명이 차벽을 지나 서부지법 옆 공덕소공원으로 이동하는데 윤 대통령 지지자 수십 명이 이들을 따라붙었다고 했다.

 

이들은 욕설과 함께 기자 한 명, 한 명에게 “너 중국인이냐”고 따져 물었고 카메라 기자에게는 “왜 찍냐”며 렌즈를 손으로 막는 등 몸싸움이 한동안 오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A기자는 한 40대 여성으로부터 등과 팔 부위를 수차례 가격당했다. 당시 경찰 쪽에선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는 게 A기자의 설명이었다. 그는 “현장 근처에 경찰 기동대원 10여 명이 있었고 충분히 상황을 확인했을 만한 여건이었는데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현장에서 왜 기자들을 보호해 주는 장치가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통령 탄핵 정국이 아니더라도 정치적 성격이 강한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참석자들이 대개 취재진에 공격적 태도를 표출하는 게 기본값이 됐다.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찰이 기자의 취재 활동을 보호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자 개개인에 대한 개별 경호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사실상 집회·시위의 성격에 따라 참석자와 기자 간 충돌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만큼 경찰의 직무인 질서 유지 범위 내에서 실질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부근에서 취재중이던 기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로부터 취재를 제지 당하고 물리적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나아가 취재 중인 기자에 대한 폭행이 발생한 경우 엄정 수사는 물론 가중처벌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만하다. 현행법에는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특정범죄가중법),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의료법) 등을 대상으로 한 폭행·협박과 관련해 가중처벌하고 있다. 단순히 당사자만이 아니라 동승자나 환자의 생명에도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우에 처벌을 무겁게 하는 경우다. 취재 중인 기자에 대한 폭행이 다른 이들에 대한 물리적 위해로 직접 이어지진 않지만, 헌법적 권리인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처벌 수위를 달리하는 데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볼 일이다.


‘경종’ 필요한 ‘권력’의 취재 제한

 

 기자의 취재를 겨냥한 정치 제도 내 위협은 거리의 폭력보다 복잡다단하다. 단순하게는 정치 지도자의 인터뷰 거부가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3월 5일 국회에서 질문하는 MBC 기자에게 “내가 MBC와 이야기할 맛 나겠냐”며 답을 거부했다. 6년여 전 경기지사 당선 직후 잇따라 진행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불편한 질문’이 나오자 “인터뷰하다 딴 얘기하면 끊어버리겠다”고 경고하고 실제 생방송 중 인터뷰를 중단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례도 있다.

 

이는 해프닝으로 치부하더라도, 취재 제한을 시도하는 정치 지도자가 국가 권력을 거머쥔 경우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2022년 11월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직전 대통령실이 MBC 출입기자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한 건 그 대표적 사례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발언 논란 보도를 가리킨 것이었다. 언론단체는 일제히 성명을 내고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MBC는 그해 12월 기자의 취재·보도 자유와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헌법소원 심판을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2023년 1월 재판부에 회부한 이후 2년 넘게 심리를 이어오는 중이다.

 

이는 특정 언론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노골화하는 정부·정치권의 취재 제한 시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 관련 헌재의 본안판단과 종국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연주 성신여대 법대 교수는 논문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이 사건에 대해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침해 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 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긴요한 사항”이라며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기에 헌법재판소는 심판 절차를 종료시킬 게 아니라 본안 판단을 해 종국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국가 권력이 침해할 수 없는 기자 취재의 ‘헌법적 범위’를 규정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민주주의 체제 내 엄연한 구성 요소로서 기자 취재의 지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헌법재판소는 정 교수의 지적을 새겨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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