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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tbn충북교통방송 <안고산다>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04-25

2023년 14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다친 오송 참사. 해당 지역 언론사인 tbn충북교통방송은 이 참사 피해자들이 겪는 삶의 변화를 추적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1년 넘는 현장 취재와 추적 조사 결과를 통해 제작진이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트라우마 보고서-안고산다>(이하 <안고산다>)는 2023년 7월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30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를 다룬 라디오 다큐멘터리입니다.

 

오송 참사는 관계 기관의 안일하고 부실한 대응이 낳은 인재, 사회적 참사입니다. 참사에 앞서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의 범람 위험을 알리는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궁평2지하차도는 별다른 조처 없이 방치됐습니다.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하게 쌓아놓은 미호강 임시제방은 맥없이 무너졌습니다. 삽시간에 강물이 들어찬 궁평2지하차도에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안고산다>의 시작이었습니다. 문득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흔한 위로입니다.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에게도 시간이 약이 되어줄지 궁금했습니다. 제작진은 오송 참사 피해자들의 심리적 후유증 등 삶의 변화를 직접 추적 조사하고, 사회적 참사의 아픔과 고통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당장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습니다. 머릿속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추적 조사를 설계·구성하고 분석할 전문성, 그리고 오송 참사 피해자들의 참여가 있어야 했습니다.

 

먼저, 지역 대학 심리학과 교수들을 찾아 무작정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고, 며칠 뒤 한 분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충북대 심리학과 최현정 교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들이 참여하는 추적 조사 연구팀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산 하나를 넘었지만, 더 큰 산이 남아있었습니다. 오송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참여입니다. 곧바로 조사를 시작한다 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한 장기 계획이었기에 조사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고, 오송 참사 피해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장담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이번 조사가 오송 참사 피해자분들께 당장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일을 겪는 분들이 있다면 그때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긴 고민 끝에 오송 참사 피해자들을 만나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습니다. 추적 조사에 참여가 아닌 도움을 부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피해자들은 선뜻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했고, 2023년 11월 첫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참사 보도와 피해자 회복 사이의 균형

 

<안고산다> 제작은 추적 조사와 현장 취재,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됐습니다. 분명한 원칙은 다큐멘터리 제작과 피해자 회복 사이의 균형이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들의 직접 인터뷰를 최소화해 보기로 했습니다.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들춰내기보다 가장 가까이서 자연스럽고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취재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직접 피해자들을 인터뷰하는 대신 참사 이후 1년여 동안 이들이 참여하는 기자회견과 토론회, 추모식 등 거의 모든 일정을 동행하며 기록했습니다.

 

오송 참사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들은 진상규명과 최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막막했습니다. 최고 책임자들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고, 진상규명은 깜깜무소식이었습니다. ‘심리 지원이 가능하니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심리 지원 기관의 수동적인 안내 메시지는 피해자들에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관심을 호소하며 하루하루 지쳐가고 극심한 후유증으로 상태가 악화되는 피해자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이 피해자들이 극도로 불안정한 심리 상태로 급히 입원했다거나 반복된 돌발행동으로 직장에서 해고될 상황에 내몰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런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추적 조사 연구팀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을 받도록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 외부 활동에 빠지는 법이 없던 피해자가 보이지 않는 날이면 불안과 걱정이 앞섰습니다.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다른 피해자의 안부를 묻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사회적 참사의 고통

 

그렇게 1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추적 조사 결과는 사회적 참사로 망가진 피해자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오송 참사 이전 보통수준을 웃돌았던 피해자들의 주관적 건강 상태는 참사 이후 보통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나빠져 있었습니다. 조사마다 적게는 30%, 많게는 40% 이상이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심리적 후유증은 더욱 심각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13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의 절반 이상은 불면과 불안, 우울 증상 위험군으로 분류됐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는 피해자는 63%에 달했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참사 이후 자살을 생각하고, 나아가 계획, 시도한 피해자들이었습니다. 조사마다 적게는 5명, 많게는 7명이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했고, 한두 명은 자살 계획을 세우고 시도해 봤다고 답했습니다. 괴로운 결과였습니다.

 

참사 이후 수습 과정에 대한 만족도는 턱없이 낮았습니다. 10명 중 9명은 책임자로부터 정식으로 사과를 받지 못했다거나 책임자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알 권리를 충족 받지 못했다거나 원인 규명 절차를 신뢰할 수 없다는 답변도 80%를 넘어섰습니다. 우려했던 문제들이 현실로 나타난 겁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참사의 아픔과 고통이 피해자들을 평생 괴롭힐지 모른다는 걱정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언론사 최초 실증 연구, ‘단독’ 포기한 이유

 

1년 넘는 현장 취재와 추적 조사 결과. 누적된 기록은 방대했습니다. 제작진은 충북대 심리학과 연구팀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며 기록을 선별했습니다.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기획 의도대로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되 자칫 감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말 못 할 고민도 있었습니다. tbn충북교통방송은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매체가 아닙니다. 자체 보도만으로는 영향력과 파급력에서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송 참사 피해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소중한 자료가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보다 널리 알릴 방법이 없을까. 한계를 극복할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고민 끝에 <안고산다> 방송에 앞서, 언론사로서 처음 진행한 실증연구의 결과를 언론에 먼저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브리핑 형식으로 공개한 조사 결과는 언론사 20여 곳에서 보도되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자료를 공개한 뒤, ‘단독’을 달아 직접 방송해도 충분한 내용 아니었냐고 묻는 동료들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결정이었고,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안고산다> 방송 이후 큰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추적 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싶다는 전화가 연이어 걸려 왔습니다. 방송으로 조명한 사회적 참사 이후 피해자 보호와 심리 지원 문제 등을 개선하려는 책임기관의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잠시지만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추적 조사 2년을 더 해보려는 이유는?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키지 못했습니다. 오송 참사가 그랬고 이후에도 사회적 참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송 참사를 취재하고 기록하며 알게 된 분명한 사실은 사회적 참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변화 없이 무작정 흘러가는 시간은 피해자들에게 약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헛되지 않아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라는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안고산다>를 제작하며 오송 참사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아픔과 고통의 정도까지는 담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안고산다>는 미완의 결과물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해서라도 오송 참사의 기록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추적 조사도 2년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작은 노력이지만, 오송 참사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으로, 오송 참사로 희생된 열네 분의 유가족과 생존자 열여섯 분을 비롯해 사회적 참사로 신음하는 모든 분의 빠른 일상 회복을 기원하며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오송 참사 피해자 트라우마 추적 조사·연구 개요>

 

tbn충북교통방송은 2023년 8월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들과 연구팀을 구성하고, 조사에 동의한 오송 참사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주관적 건강 상태 △흡연 및 음주 △수면 △우울‧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참사 이후 고용 불안 △자살 사고·계획 실행 △사별 비애 △심리 지원 및 참사 수습 과정 만족도 등을 2023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3개월 간격, 4차례 추적 조사했다. 조사에 참여한 오송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생존자 가족 등 피해자는 1차 조사 39명, 2차 조사 34명, 3차 조사 35명, 4차 조사 30명으로, 모든 참여자에게 개별 분석 의견서를 제공하였다. 또한, 희망자를 대상으로 전문가의 대면 심리 상담을 지원했다.

 

 

오송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충북도청을 찾아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tbn충북교통방송

 

 

 

2023년 9월 4일 오송 참사 피해자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청주시청 임시청사 앞에서 희생자 시민분향소 철거에 대한 사과와 재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tbn충북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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