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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전후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이틀 휴무는 한국 사회의 당연한 기본권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24시간 뉴스를 전해야 하는 언론계 근무 환경의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노동 정책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언론계 노동 환경의 변화와 과제를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일·가정 양립은 우리 사회에서 오랜 기간 화두였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주 6일 근무와 만연한 야근으로 가정생활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시되곤 했다. 그러나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고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서, 한국의 노동 문화와 가정생활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론 산업의 경우 항상 뉴스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특성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지 못했다. 이 글에서는 주 5일제 도입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대표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고, 이 정책이 언론계 노동 환경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주 5일제의 도입: 주말이 돌아오다
2002년 4월부터 행정기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험적으로 시작해, 2004년 7월 1일, 정부와 공기업에 주 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로써 직장인들은 ‘월화수목금’만 일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쉬는 새로운 생활을 맞게 됐다. 법적으로 주 40시간 근무가 정착되면서 이전 세대에 당연시되던 토요 근무가 사라지고, 주말을 온전히 가족과 보내거나 자기 계발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제도 도입 당시 재계는 생산성 감소와 경제 침체를 우려했지만, 노동계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고 맞섰다. 수년간의 논쟁 끝에 주 5일제가 단계적으로 실시됐고, 2011년 20명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되면서 주말 이틀 휴무는 한국 사회의 당연한 기본권으로 자리 잡았다. 주 5일제 도입 이후 국민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행·문화 산업이 성장하는 등 긍정적인 경제 효과도 나타났고, 초기의 우려와 달리 주 5일제는 우리 사회에 정착하게 됐다.
주 5일제가 정착된 이후에도 장시간 노동 문화는 쉽게 줄지 않았다.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연장·야간 근무가 누적돼 주당 40시간 이상의 근무가 드물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2018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주당 법정 최대 근로시간을 이전의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른바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으로, 많은 직장인이 퇴근 후 가족과 저녁을 보내는 이른바 ‘저녁 있는 삶’을 기대하게 됐다. 개정된 법은 2018년 7월 우선 대기업과 공공기관부터 적용돼 점진적으로 확대됐고, 2021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됐다. 이는 주 5일제 이후 약 15년 만에 근로시간을 추가로 단축한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의 안착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부 업종에서는 업무 특성상 일률 적용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일각에선 연구개발 인력 등에 한해 탄력적으로 52시간을 초과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정부는 예측이 어렵거나 이례적인 상황 등 특별한 사정이 발생해 임시적으로 근로시간 총량을 늘려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노동부의 인가 절차를 걸쳐 법정 연장근로시간(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예외적으로 특별연장근로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노동계 및 시민사회단체와 사측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 연구 인력을 대상으로 6달 동안 주 52주 상한제를 넘어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인가를 내주었다.1)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가 적용되면 노동자의 건강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며 노동자의 기본권이 희생된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2) 그만큼 일·가정 양립과 생산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주 52시간제로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꾸준히 감소해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 임금근로자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2001년 2,458시간에서 2022년 1,900시간 내외로 크게 줄어들며, 과거보다 여가와 가정생활에 할애할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3) 법제도의 변화가 국민 삶의 변화를 이끌어낸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가정 양립의 목표가 완전히 달성된 것은 아니다. 많은 직장인은 여전히 많은 업무량과 인력 부족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 초기에는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다거나 시간 제한 없이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과로 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이 피로 누적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저출산 문제 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주 52시간제를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유연근무제 도입,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 등의 보완책을 병행하고 있다.
쉼 없이 뛰는 기자들, 뉴스에는 휴일이 없다
그렇다면 언론 산업과 언론인들의 노동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언론계는 특성상 24시간 뉴스 공급 체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일·가정 양립 정책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다른 업종과는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주 5일제 도입의 영향을 보면, 일반 기업처럼 주말 이틀을 모두 쉬기는 어렵지만 기자들도 교대 근무나 당직 제도를 통해 일주일에 최소 이틀은 휴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과거에는 토요일마다 조간 마감을 위해 편집국 불이 꺼지지 않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신문·방송사가 토요일에는 필수 인력만 당직을 서고 평일에 대체 휴무를 부여하는 형태로 변모했다. 다만 뉴스는 공휴일에도 멈출 수 없기에 언론인은 주말을 온전히 쉬지 못하거나, 휴일에도 사건·사고 발생 시 긴급 투입되는 등 불규칙한 근무가 여전히 많다. 주 5일제가 가져온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적용 역시 언론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개정법상 언론사도 다른 산업과 동일하게 주당 52시간 제한을 지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취재 현장에서는 정해진 시간을 넘겨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나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밤 늦게까지 회의 결과를 기다려 기사를 송고해야 하고, 사건·재난 담당 기자들은 주말이나 한밤중이라도 호출을 받는다. 이러한 업무 특성 때문에 언론사에 주 52시간제를 제대로 적용하면 위반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2018년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한 달 뒤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기자의 66.2%는 근무시간 단축을 거의 체감하지 못했고 85.6%는 제도가 정착되려면 추가 인력 충원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4)
이는 곧 언론사들이 기존 인력과 업무 구조로는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많은 언론사가 포괄임금제(일한 만큼 추가 수당을 주지 않고 일정 급여에 초과근무 수당을 포함시키는 임금체계)에 기대 장시간 노동을 관행적으로 유지했던 터라, 근본적인 뉴스 생산 시스템의 개편 없이는 기자들의 일·가정 양립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1년여 지난 시점에 실시된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발행하는 <방송문화연구>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5) 지난 2019년 10월 기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연령과 부서에 따라 제도 이행 및 직무 만족도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우선 나이가 많고 경력이 길수록 주 52시간제가 잘 운영된다는 인식을 보였다. 부서별 평가를 보면, 제도 이행에 대한 평가의 경우 편집부와 스포츠부, 국제부 등이 그리고 만족도는 스포츠부와 편집부, 경제부 등이 높은 평가를 보여주었다. 반면 주요 부서인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구성원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이 제도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적게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방송 업계의 경우 주 52시간제가 도입될 당시 법 개정으로 그동안 적용되던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이전까지 방송 제작 현장은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아 스태프들의 밤샘 촬영이 잦았는데, 2019년부터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도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6) 이로 인해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과 초과근무 관행 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다만 뉴스 보도 부문은 여전히 긴급 속보 대응 등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아 추가 근무를 하는 사례가 있으며, 완벽히 52시간 상한을 지키긴 어려운 경우가 존재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들은 언론인들의 근무 여건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큰 것이 사실이다. 기자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명감으로 뛰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가정과 삶도 돌봐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밤낮없이 일하는 언론인 이미지 뒤에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잃고 번아웃을 호소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언론계 내부에서도 확산되며, 일·가정 양립을 실천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요구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언론 노동을 위해
일·가정 양립 정책의 역사를 돌아보면, 제도가 문화에 앞서 변화를 이끌어온 측면이 컸다. 주 5일제가 그랬고, 주 52시간제가 그러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제도들이 현실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그리고 언론계를 포함한 산업별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언론 산업에서는 아래와 같은 개선 방향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인력 충원과 업무 재조정이다. 장시간 노동의 가장 큰 원인은 만성적 인력 부족이다. 언론사들이 적정한 취재·편집 인력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중복 취재나 야근을 줄일 수 있도록 업무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이는 기사 품질과도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둘째, 조직 문화의 개선이다. 좋은 제도가 도입돼도 현장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많이 뛰는 기자가 훌륭하다는 인식이 아직 남아있는 언론계에서 문화가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전체 조직 문화를 바꾸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다.
셋째, 정책적 지원과 감시다. 정부는 언론사를 포함한 모든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도록 감독과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언론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면 언론계와 논의해 추가 지침을 마련해야 하며, 제도를 잘 지키는 모범 사업장에는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일·가정 양립은 노동자 개인의 행복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언론인들의 삶의 질이 보장돼야만 그들이 전하는 뉴스도 더욱 풍부한 공감과 통찰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주 5일제와 주 52시간제가 일터와 가정에 가져온 긍정적 변화는 분명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도 남아있다. 이제는 제도의 틀을 넘어 현실에서 실질적인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일·가정 양립이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서 본인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정책 방향이 될 수 있음을 언론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1) 전종휘, <삼성전자, 6개월 동안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인가났다>, 한겨레, 2025,4.10, https://www.hani.co.kr/arti/society/
labor/1191853.html
2) 김은경, <노동계 “주52시간 상한 무력화”··· 반도체 특별연장근로 특례 반대>, 연합뉴스, 2025.3.12, https://www.yna.co.kr/view/AKR20250312098800530
3) 노해철, <“한국, 이젠 일 많이 하는 나라 아냐”··· 주당 일하는 시간 보니>, 서울경제, 2023,9.11, https://www.sedaily.com/NewsView/29UN5WJXS0
4) 김성후, <기자 85% “주 52시간 정착하려면 인력 충원 필수”>, 한국기자협회보, 2018,8.15,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4650
5) 노지민, <기자들에게 주52시간 이행 잘 되나 물었더니 부서별 평가 엇갈렸다>, 미디어오늘, 2022,7.6, https://www.mediatoday.co.kr/
news/articleView.html?idxno=304795
6) 성상민, <주52시간제 보도하는 방송국, 정작 그 안의 노동자들은?>, 오마이뉴스, 2021.1.13,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101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