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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광주 화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아파트 붕괴 사고는 빈번히 발생하고 매번 관계자들의 책임 회피도 반복된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7개월에 걸친 취재를 통해 파헤친 아파트 부실시공의 원인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민간 아파트 427곳 중 부실시공은 0건.”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9기팀의 민간 아파트 부실 공사 취재는 2023년 10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보도자료의 이 한 줄에서 시작됐습니다. 보도자료에는 총 427곳(시공 중 139곳, 준공 288곳)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국토부의 ‘문제 0건’ 발표 이후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달리 민간 아파트는 문제없다”라는 보도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민간 아파트는 국토부에 의해 ‘안전한 아파트’로 검증받았고, 불안의 목소리도 잠잠해졌습니다.
하지만 국토부 보도자료를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직전 국토부가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로 LH 아파트를 조사했을 때는 91곳 중 15곳에서 부실시공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민간과 LH라는 시행 주체가 다를 뿐 같은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가 많음에도 너무나 상반된 결과였습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가 필요했습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 “검증이 어려울 뿐 민간 아파트에만 부실 공사가 0건인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법적 기준이 미비한 민간 아파트가 LH보다 철근 누락은 더 많을 수 있다”라는 공통된 증언이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집’의 개념을 넘어 재산 대부분이자 정체성과도 같습니다. 한국인 절반(52%) 이상이 아파트에 삽니다. 국토부는 이런 아파트의 안전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총책임 기관입니다. 만약 국토부 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면 이는 일상의 안전이 위협받고,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히어로팀이 아파트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에 대한 깊이 있는 탐사 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였습니다.
콘크리트 속 감춰진 ‘진실’ 찾아
문제는 검증 방법이었습니다. 콘크리트 속에 파묻힌 철근을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 단계마다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국토부는 “문제없다”라는 결과만 보도자료로 배포했을 뿐 조사 아파트 명단과 아파트별 안전진단 보고서 모두 ‘영업상 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취재 결과 조사 대상 아파트 입주민조차 본인 아파트 보고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국토부가 조사한 아파트가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만약 국토부가 조사한 아파트 명단을 확보하더라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파트별 구조설계 도면을 구해야 하고, 국토부가 사용한 철근 검사 장비도 확보해야 했습니다. 모든 과정이 불가능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실적으로 검증이 어렵다면 포기하고 주제를 바꿀지도 여러 차례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꼭 알아야 하지만, 알기 어려운 진실을 깊이 취재해 알리는 것’이라는 탐사보도의 기본 원칙을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철근 원정대’가 꾸려졌습니다.

취재 시작 한 달여 뒤인 지난해 8월. 아파트 입주민과 정부 및 국회 취재원, 정보공개 사이트 등 여러 경로로 국토부가 조사한 3곳 아파트의 안전진단 보고서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전문가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곳에서 보고서상 철근 누락 의심 사례가 발견됐습니다. 직접 현장 철근 탐사를 통한 정확한 검증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계기였습니다.
이후 추가로 288개 아파트 명단(준공 기준) 전체를 입수한 뒤, 이를 토대로 아파트별 설계도면 확보에 나섰습니다. 현장 조사에는 국토부가 전수조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힐티’사의 최신 철근 검사 장비인 ‘PS300’ 모델을 사용했습니다. 철근 탐사 전 힐티코리아 본사에서 히어로팀 취재기자 4명 전원이 사용법 교육 및 실습을 받았습니다.
히어로팀은 대부분의 시간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보냈습니다. 설계도면을 확보한 21곳 주차장에서 5개월간 검사 장비를 들고 기둥을 훑었습니다. 한 단지당 3시간 이상 기둥들을 조사하면 팔,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21곳 단지 중 9곳(42%) 단지에서 최소 1개 이상의 주철근 누락이 확인됐습니다. 총 9개 단지, 25개 기둥, 60개 철근 누락을 찾아냈습니다. 콘크리트 속 보이지 않던 진실이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현장 조사뿐 아니라 지난해 12월에는 국토부가 비공개로 일관한 1,102쪽 분량의 288개 아파트 조사 보고서를 모두 입수해 전문가와 함께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서도 최소 11곳에서 철근 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미달이 확인됐습니다. 히어로팀의 현장 철근 탐사 및 국토부 안전진단 보고서 분석 결과, 두 방식 모두에서 국토부 발표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제 기둥 30번 넘게 반복 검사해
히어로팀은 어떤 취재보다 정확한 검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가 발견된 기둥은 상부·하부·중부로 나눠 총 30번 넘게 반복 검사했습니다.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와 동행해 문제 기둥에 대한 재검증을 받았습니다. 누락이 많았던 아파트는 네 번 이상 찾아가며 재검사했고, 조사 결과 이미지도 구조기술사와 안전진단업체 대표 등 전문가에게 철근 누락 유무를 확인받았습니다.
나아가 철근이 빠진 것으로 조사된 기둥이 건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 검증에 힘을 쏟았습니다. 단순히 불안감만 조성하는 보도가 아닌 실증적 데이터로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보도 취지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락 기둥이 발견된 아파트 설계도면을 구조설계 전문 업체에 제공해 기둥 내력(하중을 버티는 힘) 감소분과 실제 붕괴 위험 정도를 객관적인 수치로 분석했습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으로 뛰어들다
기사 1, 2화에서는 주로 국토부 보고서의 검증과 현장 철근 탐사에 집중했다면 3, 4화에서는 왜 건설 현장에서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가 반복되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지금껏 드러나지 않던 대한민국 아파트 현장의 가장 생생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철근 누락은 왜 반복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팀원들이 직접 건설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불경기와 무경력 탓인지 취재 초기에는 인력 사무소와 건설 구인 앱으로 100곳 넘게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첫 취업에 성공했고 이후 철근공 보조, 잡부, 신호수 등으로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와 관리자의 소통 문제, 공사 기한 압박에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일하는 요령이 없다 보니 매일 온몸에 알이 배고 ‘죽을 맛’이었지만 그만큼 기사 내용도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3회에 등장하는 4차 불법 하도급 피해 업체 정민호(가명) 소장은 “불법 하도급으로 적자에 허덕인 탓에 부실 기둥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주말 아침 지방의 한 식당에서 철근 소장 야유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듣고 찾아간 덕분에 처음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 소장이 대기업 건설사부터 1·2·3차 하도급사와 나눈 320건, 총 18시간 44분의 통화 녹음을 모두 살펴봤고, 불법 하도급이 어떻게 부실 공사를 유발하는지 구체적인 실체를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182명을 통해 들은 부실 공사의 이유
마지막회인 4화에서는 부실을 막는 최후 보루인 감리가 왜 ‘부실 감리’를 할 수밖에 없는지 이면을 파헤쳤습니다. 보통 부실 공사가 드러나면 감리가 표적이 돼 처벌받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감리들이 제대로 맡은 일을 할 수 없었는지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리 1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감리 교체 사유가 담긴 공문들을 입수해 취재한 결과, 부실 문제를 제기하면 일자리를 잃는 역설적인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감리와 철근공 등 현장 근로자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업계가 좁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라며 인터뷰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일일이 찾아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기획 취지와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일요일만 쉬는 건설직 특성상 주중에는 교수와 구조기술사, 안전관리자, 입주민 등을 인터뷰하고, 주말에는 전국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결과 7개월 동안 총 182명을 인터뷰했습니다. 1년 넘게 국가 기관에 맞서 홀로 철근 누락을 찾아내야만 했던 입주민, 철근을 제대로 묶을 시간이 없어 넘어갈 수밖에 없던 철근공, 문제를 제기하니 직장에서 잘려 자살까지 생각한 감리, 떼먹힌 돈으로 인해 사비로 공사하다 부실 기둥을 박을 수밖에 없던 철근 소장…. 현장의 공기 압박과 비용 절감이라는 구조 속에서 도움받지 못한 채 소외된 목소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전보다 ‘공사비 절감’, ‘빠른 입주’, ‘집값 걱정’ 등이 우선시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객관적 자료들을 기반으로 보도했습니다. 또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 직후 국토부가 내놓은 19개 안전 대책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추적 분석한 결과, 실제 시행 대책은 7개에 그친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원인으로 ‘국토부 전관’ 등의 문제를 짚었고, 법원의 철근 누락 관련 판결도 부실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예방하는 기사를 써보고 싶다”
이번 히어로콘텐츠 기획은 지면 기사뿐만 아니라 디지털랩 등 동아일보의 다양한 부서가 협업한 결과물입니다. 온라인에서 26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시뮬레이션 실험 내용은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지면뿐 아니라 인터랙티브 기사로도 제작해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철근 탐사 과정은 4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동아일보 유튜브를 통해 내보냈습니다.
‘누락’ 탐사 취재를 돌아보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취재에 실패할 때마다 팀원들은 함께 ‘그오가’를 외쳤습니다. ‘그럴 수 있지,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의 앞 글자를 딴 히어로팀만의 ‘비밀 구호’였습니다. 앞서 히어로팀을 거쳐 간 선후배 경험자들의 “포기하지만 않으면 잘 해낼 수 있다”라는 조언과 격려도 7개월간 취재를 이어나간 큰 힘이었습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 여러 건설 현장 붕괴 사고를 취재했었습니다. 늘 건물이 무너지고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나서야 ‘땜질 대책’을 내놓은 뒤, 또다시 사고가 반복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기자로서 기회가 된다면 ‘이 같은 부실 공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사를 꼭 써보고 싶다’라는 마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해준 중요한 동력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어디선가 아파트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 한 번 무너지고 나서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큽니다.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 기획 시리즈가 어디선가 벌어질지 모르는 부실 사고를 예방하는 데 작게나마 이바지하는 계기가 되었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