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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폴란드 크라쿠프 ICE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제76회 세계신문협회(WAN-IFRA) 총회는 생성형 AI의 확산이 뉴스 산업에 미친 영향을 진단하고, 각국 언론의 전략적 대응 사례를 공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오픈AI, 구글 등 주요 IT 기술 기업들은 “AI는 언론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강조했지만, 현장에서는 “콘텐츠 학습의 대가는 어떻게 지급할 것인가”, “무단 수집과 공정 이용의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쏟아졌고, 한 참석자는 “도둑에게 집 열쇠를 넘기고 5달러(약 6,800원)를 받는 격”이라며 씁쓸해하기도 했다.
총회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된 “AI는 이미 뉴스룸 안에 들어와 있다. 진짜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이다”라는 문장은 선언이 아니라, 전 세계 언론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요약하고 있었다.
AI가 바꾼 뉴스룸, 같은 기술 다른 조직
기조 세션 ‘AI 로드맵’에서는 가넷,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십스테드(Schibsted) 등 주요 언론사의 AI 조직 전환 사례가 공유됐다. 미국 최대 신문그룹 가넷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Microsoft Copilot)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가넷의 뉴스 자동화 및 AI 제품 담당 부사장 제시카 데이비스(Jessica Davis)는 모든 직원에게 AI 도구를 배포하고, 자체 윤리 가이드라인과 교육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인 학습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평균 코파일럿 사용률은 84%, 일부 부서는 94%에 이른다고 했다.
산하 매체인 USA투데이는 여행·머니 섹션에 AI 요약 기능을 적용했다. AI가 자동으로 요약한 뒤 기자가 검토해 게시하는 방식이다. 도입 초기에는 “요약이 본문 읽기를 방해할 수 있다”라는 내부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 기사당 체류 시간이 40% 증가했고 기능 사용률은 초기 대비 30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 뉴스룸에서는 공지사항 초안을 AI가 작성하고 기자가 검수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체 직원의 90%가 AI를 일상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캐서린 소(Catherine So) CEO는 슬랙(Slack)과 싱크톡(ThinkTalk)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서 매일 50건 이상의 AI 관련 논의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번역, 요약, 태깅, 서브에디팅 등 편집 업무는 물론, 중국 민간 기업법 초안과 최종안을 AI로 비교·분석해 기자가 해설을 덧붙이는 기사 사례도 소개하며 월 300시간 이상의 반복 업무가 AI로 수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의 십스테드는 AI를 CMS에 통합해 자동 요약, Q&A 생성, 영상 변환 기능 등을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비디오에프아이(VideoFi)’라는 자체 도구는 텍스트 기사를 자동으로 60초 영상으로 전환해 오슬로 공항철도 내 디지털 스크린에 송출 중이다. 로그인 이후 24시간 주요 뉴스를 요약·제공하는 개인화 기능은 클릭률을 20% 향상시켰고 사용자 중 85%가 긍정적 평가를 남겼다. 스포츠 부문에서는 야간 경기 후 AI가 초안을 작성하고 기자가 아침에 감수해 출고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AI 기술이 실제 뉴스룸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반응을 낳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세션도 마련됐다. ‘뉴스룸의 AI, 저널리즘을 지원하다’ 세션의 사회를 맡은 제인 바렛(Jane Barrett) 로이터 글로벌 편집 리더는 “AI는 뉴스룸을 무너뜨릴까, 아니면 진화시킬까?”라는 질문으로 토론을 시작하며 기술의 가능성보다 도입 이후의 조직 내 수용과 저항에 주목했다.
로이터 도쿄 지국을 방문한 바렛이 소개한 사례는 상반된 반응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입사 6주 차 신입 기자는 파이선과 프롬프트를 독학해 반복 업무를 자동화했고 팀 전체의 워크플로우를 개선했다. 동료들은 이를 환영했고, AI에 대한 조직의 분위기 역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반면 또 다른 기자는 상사의 “AI를 써볼 생각이 있냐”라는 질문에 부담을 느끼고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바렛은 “같은 기술이라도 개인의 태도, 조직 문화, 상사의 접근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잭 수어드(Zach Seward) 기자는 생성형 AI가 탐사보도에 실질적으로 활용된 사례로 뉴욕타임스가 자체 개발한 분석 도구 ‘CheX’를 중심으로 의미 기반 검색 기술이 탐사 취재의 방식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설명했다.‘CheX’는 임베딩 기반의 의미 검색(semantic search) 기술을 적용한 도구로 특정 단어가 명시되지 않아도 의미상 유사한 내용을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지 않아도 그 개념과 관련된 문맥을 포착할 수 있어 기존 키워드 검색의 한계를 넘어선다.
수어드 기자는 또 다른 사례로 500시간 분량의 줌 회의 녹음을 AI가 자동으로 전사하고 요약해 선거 개입 정황을 추적했던 정치 보도를 소개했다. 그는 “기자는 키워드를 검색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어야 한다”라며 AI는 ‘탐색의 깊이’를 확장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CheX’는 스프레드시트 기반의 인터페이스를 갖춘 분석 도구로 기자들이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세트를 AI와 함께 구조화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가 자동으로 추출한 정보는 원자료와 직접 연결되며 기자는 이를 바탕으로 인용 여부, 주제 연관성, 맥락 등을 직접 판단한다. 이 도구는 특히 탐사보도와 정책 추적 취재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되며, 수작업 검증과 AI 분석을 결합해 보도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이처럼 주요 언론사들은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닌, 뉴스룸의 구조와 문화 전체를 재구성하는 기반 기술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익 다변화와 조직 정렬의 실험
기술 수용과 함께 조직이 직면한 또 하나의 질문은 “어떻게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 것인가”였다. AI가 뉴스 생산을 바꿨다면 그 뉴스가 살아남기 위한 수익 모델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향후 2년간의 주요 전략적 우선순위’ 세션에서는 폴란드, 캐나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언론사 경영진이 자국의 미디어 환경에 맞춘 전략을 공유했다. 각자의 출발점과 시장 조건은 달랐지만 디지털 전환, 수익 구조 다변화, 조직 문화의 전략적 정렬은 공통의 과제임이 분명했다.폴란드 아고라(Agora) 그룹의 바르토시 호이카(Bartosz Hojka) 대표는 “편집의 독립은 재정적 독립 없이는 불가능하다”라며 재정적 자립을 위한 세 축으로 디지털 구독, 유료 오디오 콘텐츠, 디지털 옥외광고(DOOH)를 제시했다. 그는 “오디오는 본래 무료라는 인식 탓에 유료화가 쉽지 않지만 스마트폰과 무선 헤드셋의 확산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DOOH 부문은 전년 대비 70% 성장하며 대표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캐나다 글로브앤드메일(The Globe and Mail)의 앤드루 손더스(Andrew Saunders) CEO는 “우리는 광고가 아니라 독자 수익 모델(reader revenue)을 중심에 둔다”라며 월 32달러(약 4만 4,000원)의 고가 디지털 구독제와 AI 개인화 엔진 ‘소피(Sophie)’, 동적 페이월(dynamic paywall)을 결합한 정밀 수익 모델을 소개했다. 또한 행사, 교육, 여행 등 프리미엄 브랜드 사업군과 글로벌 미디어 제휴를 통해 수익 기반을 확장 중이며 내부적으로는 저널리즘과 상업 부문의 전략적 통합 문화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말라얄라마노라마(Malayala Manorama)의마리암 맘먼 마튜(Mariam Mammen Mathew) CEO는 “우리는 인도의 가장 작은 주에서 출발했지만, 지역 중심성과 실용주의를 통해 전국적 영향력을 가진 하이퍼 로컬 뉴스 조직으로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분류 광고, 지역 축제 및 교육 콘텐츠, 플랫폼 연계 수익을 하나의 생태계로 엮는 전략을 소개하며 “기술은 허세가 아니라 실용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어-말라얄람어 이중 콘텐츠 제작, 커뮤니티 기반 활동, 경쟁사와의 연합 판매 모델 등도 말라얄라마노라마의 차별화 전략의 일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데일리매버릭(Daily Maverick)의CEO 스틸리 하랄람부스(Styli Charalambous)는“저널리즘은 공공재이지만 공공재로서의 자금 지원은 없다”라고 지적하며 세금 감면, 기부 유도, 간접 보조 등 ‘공공재로서의 저널리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18가지 정책 제안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발적 멤버십을 지역 도시로 확장하는 전략을 통해 독자 기반을 넓히고 있으며 “현장의 사회문제를 다루는 지역 저널리즘이야말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뉴스 소비자 트렌드와 뉴스 가치 제안’ 세션에서 구글 글로벌 리서치 및 인사이트 총괄 아룬 벤카타라만(Arun Venkataraman)은 젊은 세대의 뉴스 회피 현상에 대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바탕으로 뉴스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35세 이하 세대에서 뉴스 회피가 뚜렷하다고 했다.
뉴스 회피 이유로는 ‘정보 과잉’, ‘정서적 부담’, ‘무력감’을 들었고 회피층이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압도됨(overwhelmed)’과 ‘단절(disconnectedness)’이었다며 일부는 “정보를 봐도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는 뉴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반응이라고 했다. 회피자를 다시 뉴스에 참여시키기 위해 설명 저널리즘(Explanatory Journalism), 해결 중심 저널리즘(Solutions Journalism), 긍정적 저널리즘(Constructive Journalism)을 효과적인 접근 방식으로 제시했다. 이는 독자가 정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뉴스 유형으로, “왜 중요한지”,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포맷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는 전통적인 텍스트 기반 뉴스보다 영상, 오디오 등 몰입형 형식을 선호하며 숏폼 콘텐츠, 팟캐스트, 라이브 스트리밍이 일상적인 뉴스 소비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트렌드는 신흥 시장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도 관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카타라만은 뉴스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자체가 재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는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닌, 실행 가능한 정보,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의 연결, 자신의 삶과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뉴스에서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세대에서 지역 뉴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역 뉴스가 공동체 연결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뉴스는 ‘사실 전달’이 아니라 ‘실천과 연결의 촉매’가 돼야 한다”라고 정리하며 뉴스 조직이 독자와 다시 연결되기 위해 가치의 본질을 재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로 클릭 시대, 뉴스 도달의 해법은?
글로벌 미디어 업계는 지금 뉴스 트래픽 유입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검색 기반 유입은 빠르게 줄고, AI 기반 추천과 요약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는 한국 언론이 직면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 ‘AI 기반 플랫폼은 어떻게 추천 트래픽과 SEO(검색엔진 최적화) 전략을 재편하는가’ 세션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진단하고, 각국 전문가들이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SEO 전문가 배리 애덤스(Barry Adams)는 “AI 오버뷰가 상단에 노출되면 기존 검색 1위 기사도 트래픽의 3분의 1 이상을 잃는다”라고 밝혔다. AI 오버뷰는 평균 5~6개의 출처를 인용하지만, 대부분 사용자는 개별 기사로 이동하지 않고 구글 검색 결과 페이지 안에서 정보를 소비한다. 특히 뉴스 쿼리에서는 기존 ‘Top Stories’ 박스와 AI 오버뷰가 동시에 노출되지 않으며, “AI 오버뷰가 등장하면 뉴스 박스는 사라진다”라고 경고했다. 검색 결과에 노출되더라도 실제 언론사로 유입되지 않는 구조가 이미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인 로컬 퍼블리셔 협회 소속 전략가 클라라 소테라스(Clara Soteras)도 유사한 진단을 내놨다. “현재 검색 트래픽의 58%가 클릭 없이 소비되고 있다”며, “구글은 더 이상 최고의 링크를 보여주는 플랫폼이 아니라, 최고의 ‘답’을 직접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었다”고 말했다.검색 유입이 줄어드는 대신, 구글 ‘디스커버(Discover)’가새로운 유입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 소테라스는 “폴란드, 스페인, 독일 등지에서는 일부 퍼블리셔가 전체 트래픽의 60% 이상을 디스커버에서 얻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디스커버는 알고리즘 변화에 따라 하루 만에 트래픽이 사라질 수 있는 불안정한 채널”이라며, 이를 ‘보너스’로 간주하고 수익 모델의 핵심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AI 검색 시대에 맞춘 대응 전략도 제시됐다. 애덤스는 기사 구조 자체를 바꾸는 ‘콘텐츠 청킹(contentchunking)’을 제안했다. 질문형 소제목, 명확한 단락 구성 등을 통해 AI가 인용하기 쉬운 형태로 콘텐츠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디스커버에는 또 다른 최적화 전략이 필요하다. 소테라스는 “콘텐츠의 완성도, 클릭 이후 체류 시간, 이미지 품질, 메타데이터 관리까지 모두 디스커버 노출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조언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디스커버 의존도를 낮추고 브랜드 검색과 직접 유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오버뷰는 새로운 검색 인터페이스입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사용자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애덤스의 이 말은 뉴스 유입 전략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총회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같은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조직은 혁신을 만들어내고 어떤 조직은 혼란에 머무른다. 기술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조직의 구조다. 뉴스룸은 더 이상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게 만들 것인가’를 묻는 단계에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