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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 트렌드]대선 보도 분석 진단
미디어&AI 트렌드 | 등록일 : 2025-05-30

대통령 탄핵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갑작스럽게 선거를 치르게 됐다. 언론은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비슷한 배경과 맥락에서 치러진 제19대 대선과 이번 선거의 언론 보도를 비교해 보고, 선거 보도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이 글에서는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지는 이번 대선이 가진 특수성을 초점으로 언론의 선거 보도에 관해 재차 숙고해야 할 지점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지지난 대선, 즉 2017년 제19대 대선으로 시계를 돌려 본다.

 

제19대 대선과 제21대 대선의 공통점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선거라는 것이다. 정해진 순서와 일정에 따라 선거 운동과 유권자들의 결심이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진행되는 선거가 되기보다는 아무래도 정상적이라 할 수 없는 조건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권 교체를 둘러싼 강한 주목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거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제19대 대선의 경우,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인해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 요구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이는 당시 문재인 후보가 다른 후보자들과 상대적으로 큰 격차를 유지하며 돋보일 수밖에 없는 선거 분위기가 형성된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이번 대선 또한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서둘러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제19대 대선과 유사성이 크다. 차이가 있다면, 제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매우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반면, 제21대 대선은 현재 진보,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주요 후보자 간 격차가 제19대 대선 때만큼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후보 검증 아쉬웠지만 팩트체킹 도약한 제19대 대선 보도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선거라는 조건은 불가피하게 대선 보도의 성격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19대 대선의 경우, 선거가 급박하게 치러지다 보니 언론으로서는 선거 보도를 준비하기 충분한 물리적 여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안 그래도 말 많고 탈 많은 저품질 선거 보도에 대한 우려가 반복되어 온 한국 언론에 이러한 조건이 긍정적으로 작동했을 리 없다. 실제로, 제19대 대선에 대한 언론계 안팎의 평가들도 기존 선거 보도와 비교할 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책과 공약 보도의 부족, 인물 중심의 보도, 유권자 관점의 결핍, 경마식 저널리즘에 대한 의존 등. 특히 후보자 검증과 감시에 충실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지적은 제19대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선거 여론조사 보도의 과열 및 저품질 문제 또한 빼놓지 않고 재현됐다.

 

제19대 대선에서 언론의 선거 보도 측면에서 그나마 되새겨 볼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팩트체킹 저널리즘의 부상이었다. ‘가짜뉴스’, 즉 허위 조작 정보의 범람으로 선거 공간에서도 팩트체킹 선거 저널리즘의 중요성이 커졌고, 방송 등 주류 언론들은 선거와 관련한 팩트체킹 저널리즘에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제19대 대선 시기 언론이 내놓은 팩트체킹 저널리즘이 후보자 검증과 감시에 충분한 효과를 거뒀는지는 별도의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고, 사실 확인은 언론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며, 실제로 제19대 대선 시기 언론의 팩트체킹 저널리즘의 몇몇 사례들은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거나 특정 진영에 유불리한 편파적 효과를 일으켰다는 지적들도 있지만, 어쨌든 언론이 이러한 노력 자체를 선거 보도에 집중적으로 적용하려고 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양당 보도 중심의 제21대 대선 보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 필요

 

이번 제21대 대선과 한국 언론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가 가능하고 필요할까? 우선,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대선이 갖는 특성은 일정 부분 제19대 대선과 겹치는 것처럼 보인다. 제19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보수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피로감이라는 요인은 제19대 대선 때와 비슷하다. 대통령 탄핵, 그로 인해 치러지는 대선, 집권 세력의 반대 진영의 정당성이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밖에 없는 풍경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주목해 보아야 할 다른 점이 있다. 제19대 대선 당시에는 국정 농단 사태를 심판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의 압도적 무게감이 선거를 지배했던 반면, 이번 대선에서는 계엄 사태 후유증과 더불어 국민이 특정 진영에 대한 불신이나 피로감을 넘어 여야, 진보·보수 그 어떤 세력을 막론하고 정치 전반에 대해 실망과 불신이 중첩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계엄이라는 엄청난 사태로부터 촉발된 조기 대선임에도 불구하고, 여야 후보자 간 격차나 여론의 무게추가 제19대 대선만큼 뚜렷하지 않은 상황은 정치·국가·사회에 대한 국민적 효능감이 심각할 정도로 낮아졌음을 방증한다.

 

정치권력에 대해 총체적인 불신을 보내고 있는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진행되는 선거 레이스에서 주요 후보들은 계엄 사태에 대한 입장과 책임 공방을 조심스럽게 벌이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 행보는 구체적인 공약을 놓고 다투는 정책 경쟁에 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더 나은 정책을 위한 정치에 몰두해 온 것처럼 말이다. 

 

제19대 대선에서 ‘국정 농단 심판’, ‘적폐 청산’ 같은 그 당시의 시대적인 기조가 화두로 작동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 양상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그 이유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왜 민주주의의 근간이 큰 위기에 처한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에 이런 ‘실사구시적인 선거전’이 펼쳐지는 것일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합리적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째, 극단적인 진영 정치로 비판받는 기성 정치 세력들이 중도층과 무당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둘째, 여야 간 네거티브 전쟁에 지친 국민의 피로감이 중요하게 고려되는 선거 환경이다. 셋째, 양극화된 정치권력에 대한 국민의 높아진 비판 의식과 정치 리터러시다. 이러한 조건에서 추상적이고 거대한 담론과 비전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정치에 대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책 및 공약 사안을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할까? 진영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으로 먹고사는 양극단에 충실하기보다,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숙고하며 생각과 견해의 차이를 존중하는 유권자들을 누가 얼마만큼 바라보는가, 진영에 봉사하는 것이 아닌 전체와 모두를 생각하는 정치, ‘우리 편은 선, 상대편은 악’이라는 진영 논리에 호소하면서 네거티브 전쟁을 반복하는 일을 정치의 본질로 착각하고 있는 정치가들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언론의 노력에 국민의 높아진 비판 의식과 정치 리터러시를 적극 관여시킴으로써, 정치와 유권자를 다시금 매개하는 일이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우리 언론은 유권자들에게 피상적 여론조사 결과를 퍼 나르고,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근거 없는 의혹, 막말과 비방, 허위 정보를 옮기느라 바빴다. 매개돼선 안 될 것들은 매개하고, 정작 적극적이고 활발히 매개해야 할 것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새로운 이슈들은 기본적인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이번 대선의 양당 정치 틈바구니에서 다시금 얼굴을 비춘 진보 정치 세력도 있지만, 소위 ‘이재명 보도’ 아니면 ‘김문수 보도’, 그도 아니면 ‘이준석 보도’에 밀려, 심도 있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은 아직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이다. 이미 한국 언론의 제21대 대선 보도는 적지 않은 페이지가 쓰였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더라도 이번 대선 보도 또한 기존의 선거 보도와 큰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똑같은 문제들이 비슷한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인상만 크다. 거대 양당 중심의 보도가 되풀이되는 경향을 경계하면서 누가 이기고 지느냐를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중심에 놓는 선거 보도가 필요하다는 언론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거대 양당에 대한 보도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 양당에 비중이 쏠릴 수밖에 없는 보도가 설령 불가피하더라도, 어떤 양당 보도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빚어진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은 올바른 정치권력을 제대로 세워야 할 필요성을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에 숙제로 던졌다. 우리 사회가 선거를 통해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는 데 제21대 대선 보도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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