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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미디어 시장이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은 약 2억 1,000만 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전통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이 공존하며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브라질 미디어 산업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 2024년에는 브라질 경제가 3.4% 성장하며 안정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미디어 광고 시장 역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디지털 광고 비중이 크게 증가해 전체 광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추세다.
브라질 최대 미디어 그룹 글로보(Globo)는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한 전통 미디어에서 벗어나 스트리밍 서비스 글로보플레이(GloboPlay)로 사업을 다변화했다. 이 플랫폼은 현재 브라질 내 약 2,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수입부터 직접 제작까지, 브라질에 부는 K-드라마 열풍
글로보는 K-드라마를 전면에 내세워 자사 OTT인 글로보플레이의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와 동시에 브라질 고유 드라마 장르인 텔레노벨라(Telenovela)를 디지털에 최적화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글로보는 최근 지상파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 <세상다 타르지(Sessão da Tarde)> 시간대에 K-드라마 <이로운 사기(Doce Engano)>를 편성해 큰 성공을 거둔 데 이어, 후속작으로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타임(Questão de Tempo)>(이하 <어바웃타임>)의 방영을 시작했다. 지난 5월 21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어바웃타임>은 신비로운 로맨스 판타지로, 방영 직후 현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해당 드라마는 글로보플레이를 통해 전 회차를 더빙 또는 원어 자막 버전으로 시청할 수 있다.
글로보의 K-드라마 사랑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단순히 K-드라마를 수급하는 것을 넘어, 자사 텔레노벨라에 K-드라마의 성공 공식을 접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작년 방영된 텔레노벨라 <볼타 포르 시마(Volta por Cima)>는 K-드라마 특유의 감성적이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서사를 도입해 현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K-드라마 편성은 글로보 콘텐츠 전략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보는 한편으로 자사가 보유한 방대한 텔레노벨라 라이브러리를 디지털 플랫폼에 맞게 재편집해 포르투갈어권 국가는 물론 비(非)포르투갈어권 시장까지 진출을 모색 중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보의 이러한 행보가 남미 시장 내 K-콘텐츠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동시에, 글로벌 OTT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글로보플레이가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보 측 관계자는 “현재의 K-드라마 편성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많은 양질의 한국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열풍에 브라질 유력 민영방송사 중 하나인 SBT도 가세했다. SBT는 지난 6월 9일부터 한국의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나의 별에서 온 사랑(Meu Amor das Estrelas)>이라는 현지 제목으로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4시 45분이라는 주요 시간대에 편성돼 브라질 전역의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움직임에 앞서 글로벌 OTT의 시도도 있었다. 2023년 HBO맥스는 브라질 최초의 K-POP 드라마를 표방한 <옷장 너머로(Além do Guarda-Roupa)>를 제작해 주목받았다. 이 시리즈는 평범한 10대 브라질 소녀의 옷장이 K-POP 아이돌 그룹의 숙소로 연결되는 마법의 통로가 된다는 설정의 로맨틱 판타지로, K-콘텐츠와 현지 감성을 결합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한편, 현지 언론은 K-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비교적 짧은 회차 △감동적인 스토리 △섬세한 감정선을 지닌 캐릭터를 꼽으며 “새로운 볼거리를 찾던 브라질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우울증을 앓았다는 한류 팬 에드나(Adna) 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아픔을 겪던 시기, 한국 드라마를 통해 큰 위로와 치유를 얻었다”며 “일상, 꿈, 로맨스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존중과 교육에 대한 교훈을 준다”고 K-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새로운 미디어 권력 부상… 부작용과 해결 과제도
브라질에서는 소셜미디어 시장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이 브라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또한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브라질 내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1억 4,000만 명에 달하며, 전체 인구 대비 약 67%에 이른다.
이러한 지형 변화 속에서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들이 새로운 미디어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들은 전통 언론사를 뛰어넘는 파급력과 영향력으로 미디어 소비 패턴은 물론 광고 시장 판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려는 전략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도 촉진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브라질 내에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주요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회적 의제 설정에도 점점 더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은 가짜뉴스 및 정보 오남용이라는 심각한 부작용도 낳고 있다. 극심한 정치 양극화와 맞물려, 소셜미디어는 허위 정보와 조작된 뉴스의 유통 통로로 기능하며, 이는 브라질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브라질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미디어 교육, 팩트체크 캠페인, 플랫폼 규제 강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정보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다.
브라질 정부는 미디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5G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콘텐츠 제작 지원금 확대, 브라질개발은행(BNDES)을 통한 저금리 융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품질 미디어 서비스 환경 조성과 중소 미디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포르투갈어권 콘텐츠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브라질과 포르투갈, 앙골라, 모잠비크 등 주요 포르투갈어권 국가 간 문화산업 협력이 확대되면서 브라질 드라마와 음악 프로그램 등이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브라질 콘텐츠의 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편, 브라질 미디어 산업은 여전히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언론 독립성 보장, 가짜뉴스 확산 방지, 지역 간 접근성 격차 해소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아마존과 같은 원격 지역의 정보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간 브라질 미디어 시장이 연평균 8~1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 소비는 모바일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 인터랙티브 미디어가 주류가 될 전망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 도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브라질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에 달려 있다. 콘텐츠 품질 향상과 기술 혁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브라질의 위상을 높일 핵심 전략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