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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광주일보 <멀고도 험한 ‘학교 가는 길’>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07-25

전라남도 특수학교 재학생들은 등하교에만 하루 4시간이 넘게 걸린다. 통학 버스는 저상버스, 리프트 시설을 갖추기는커녕 노후 차량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실태를 보도해 장애 학생 이동권 보장의 필요성을 알린 광주일보의 취재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학교 가는 데만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지난 3월, 전남의 특수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데만 2시간 30분이 넘게 걸린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학교를 오가기 위해 하루에 통학 버스에서만 4~5시간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사실일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도대체 왜? 놀라움과 많은 물음표가 생겼습니다. 평소 관심 가졌던 장애인의 인권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특수학교에 다니는 중증‧최중증 장애 학생들에게는 ‘등굣길’이 ‘고통길’과 다름없다는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단순 보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얼마나 변화가 있는가도 확인했습니다. 특수학교 학생들은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스러운 등교를 하고 있었고, 그동안 숱한 학부모들의 지적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연속 보도 이후 한 달여 시간 간격을 두고 통학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환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시간 10분 등굣길 따라가 보니

 

취재를 시작하며 전남 9개 특수학교 현황을 확인했습니다. ‘통학 노선 현황’, ‘통학 차량 현황’, ‘통학버스 호차별 노선표’를 모두 살폈습니다. 시에 있는 학교들은 통학에 최소 1시간가량이 걸렸고, 군 단위 학교는 2시간~2시간 30분 동안 버스를 타야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통학버스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등교하는 학생들과 동행하는 방법을 제안했지만, 학교 측에서 완강히 반대했습니다. 학부모들의 허락을 받았음에도 학교와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철벽을 쳤습니다. 대신 승용차로 통학버스를 뒤따라가며 특수학교 학생들의 등굣길을 간접 체험했습니다.

 

전남 영광군에서 함평군에 있는 특수학교로 통학하는 A(지적장애·중학교 3년)군은 오전 6시에 일어납니다. 6시 40분 마을 입구에서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A군의 부모님께서 협조해 주셔서 A군이 아침에 기상해 등교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어머니는 A군을 여러 번 깨우고, 다독이고, 화장실에 보내며 등교 준비를 시켰습니다. 아침 식사를 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버스에서 2시간 넘게 있어야 하니까 일어나자마자 꼭 화장실에 가게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통학버스에서 화장실이 급해질까 봐 물도 마음껏 마시지 못할 정도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상황이었습니다.

 

A군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자, 저는 제 차를 타고 곧바로 따라갔습니다. 버스를 뒤따라가면서 정거장마다 어떤 학생들이 버스에 타는지 영상으로 남겼습니다.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마을을 돌고 돌아 30여 명의 학생들을 태운 버스는 2시간 10분 만에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성인이 2시간 넘게 운전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교도 같은 방식이니 A군은 매일 학교를 오가는 데만 4시간 넘게 버스를 타야 합니다. 매일 왕복 4시간을 오가야 하는 아이들의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학교를 오가는 데만 체력을 다 소모할 텐데 학교에서 교육은 잘 받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승용차로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를 A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9년간 장거리 통학해 왔습니다. A군뿐만이 아닙니다. 며칠 동안 3개 학교의 등굣길을 따라가봤습니다. 전남 9개 특수학교를 다니는 수백 명의 학생들은 매일 2시간 넘는 장거리 등하교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42만km 탄 버스로 편도 120km 이동

 

공립학교 4곳과 사립학교 5곳 등 전남지역 특수학교 9곳에서는 학교별로 1대에서 4대의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 학생들은 꾸준히 느는 반면, 특수학교는 부족해 4~5곳의 시군을 묶어 노선을 정했습니다. 여러 시군의 학생들을 태우는 탓에 최소 1시간에서 최대 2시간 30분까지 버스 운행 시간이 길 수밖에 없고, 하루에 왕복 240km 거리를 등하교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수학교 학생들은 특수 전문학교를 다니는 만큼 저상버스, 리프트 시설을 갖춘 버스를 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상버스는커녕 리프트 시설도 없어 학부모와 버스 기사는 휠체어를 탄 학생들을 직접 들어올려야 했습니다. 등굣길에 만난 초등학생 B(뇌병변 장애)군도 버스 기사가 들어 올려줘야 버스에 탈 수 있었습니다. 학부모와 통학버스 기사들은 눈비를 맞으며 학생을 태우는 일을 매일, 10년 가까이 하고 있었습니다.

 

특수학교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통학버스라기에는 생소한 모습이었습니다. 비장애인 학생보다 훨씬 세심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인데도 최소한의 장비조차 지원받지 못하고 불편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전남 9개 특수학교에서 운행 중인 통학 버스는 총 29대. 16대는 차량 연한(9년)을 넘어선 노후 버스입니다. 18대는 주행거리 12만km를 넘겼고, 주행거리 30만km를 넘긴 차량도 10대가량 됐습니다. 당장 교육청의 차량 교체 조건을 충족한 버스도 16대나 되지만, 올해 교체 계획은 2대뿐이었습니다. ‘예산 문제’ 때문입니다. 다른 차량은 교체 계획조차 불투명했습니다. 총 29대 버스 중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버스는 8대에 불과했습니다.

 

학교로부터 리프트 시설을 갖춘 버스는 탑승 인원이 줄어 많은 학생을 태우지 못하기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한두 명이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장애인의 날’ 되짚어본 현실 <멀고도 험한 학교 가는 길> 시리즈 첫 회 지면. 매일 왕복 4시간이 걸리는 특수학교 학생들의 전쟁 같은 등하굣길을 담았다. ⓒ광주일보

 

 

전쟁 같은 등하교, 십수 년 외쳐도 제자리 

 

많은 학부모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늘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었습니다. 언제쯤 휠체어를 들지 않아도 되는지, 언제쯤이면 노선이 늘어나 1시간 안에 등교할 수 있을지 온통 걱정뿐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십수 년째 통학 노선 다변화와 노후 차량 개선을 요구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에 잘못 보일까 봐 불편함을 속 시원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학부모들도 있었습니다.

 

학부모들의 민원 제기에 그동안 학교에서는 어떤 방안을 준비했는지, 학교 측의 입장을 좀 더 듣고 싶었습니다. 교장‧교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취재에 흔쾌히 응한 이는 없었습니다. 학생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등교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알리고 싶다고 설득했지만, 당장 학교에 피해가 갈까 봐 대부분은 “우리 학교는 문제없다”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교육청의 눈치를 보며 말을 아끼기도 했습니다.

 

교육청은 예산이 없어 버스 노선을 늘릴 수 없다는 상황이고,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구하고 노선을 조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미 학기 중이라 당장 조정하기 어려우니 장기적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노후화된 통학 버스도 바꿔줄 예산이 없어 당분간 참고 버텨야 하는, 장거리 운행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현실과 문제점을 짚은 후에는 개별·소규모 분산 통학, 교통비 지원 등이 필요하고, 타 시도보다 부족한 전남교육청의 특수학교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당장 변화가 쉽지 않겠지만, 불편함을 넘어선 그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해결되길 바랐습니다.

 

 

노선 다변화와 노후 버스 개선이 되지 않은 현실을 짚은 <멀고도 험한 학교 가는 길> 2회 ⓒ광주일보

 

 

여전히 힘든 통학, 지속적인 관심 필요해

 

단순히 여러 편의 기사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 달여의 시간 간격을 두고 통학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얼마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 다시 새벽 등굣길을 따라나섰습니다.

 

 초여름, 한 달 전보다는 새벽 등굣길이 조금이나마 밝아졌습니다. A군은 환한 모습으로 저를 반겨줬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장애 학생들의 통학 현실은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통학 시간은 2시간 이상 걸렸고, 버스 탑승 인원, 학교에 도착하는 버스 시간 등 대부분 그대로였습니다. 학생들은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과 고통을 참고 있었습니다. 또 통학 버스 기사가 휠체어를 탄 학생을 들어 올리는 모습도 여전히 볼 수 있었습니다.

 

 

<멀고도 험한 학교 가는 길> 3회. 특수학교 지원이 10년째 제자리인 가운데 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맞춤 정책을 제시했다. ⓒ광주일보

 

 

학교는 예산이 없으니 도 교육청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도 교육청은 우선순위에 밀려 예산 확보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서 뾰족한 수가 없다는 식으로 외면했습니다. 통학 차량은 운영 효율화 방안에 따라 순차적으로 바꾸겠다는 것과, 학교와 도 교육청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는 입장만 확인했습니다.

 

특수학교 학생들의 열악한 통학 여건 개선의 필요성을 보도한 이후 기대되는 뉴스도 들렸습니다. 전남 서부권 공립특수학교 신설 계획이 중앙투자심사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특수학교 시설을 확충하고 열악한 통학 여건을 개선할 움직임이 가시화된 겁니다. 전라남도교육청은 통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무안군 옛 일로초 죽산분교장 부지에 2029년 개교를 목표로 전남 서부권 공립특수학교 ‘온미래학교’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최근 5년간 전남 지역 특수교육 대상자는 16.2% 증가했고, 목포와 무안 등 전남 서부 지역은 2020년 대비 26.8%나 늘어 교육 사각지대가 발생한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보도가 된 지 한 달이 지난 후 다시 찾아간 특수학교 학생들의 등굣길. 여전히 통학은 힘들기만 하다. ⓒ광주일보

 

 

당장 학생들의 등하교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하지만 장애 학생들의 통학 현황과 학습권을 침해받는 실태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특수학교 학생들이 안전하게 통학하며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기획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아무리 요구해도 학교에서 아무 반응이 없으니 힘들어도 참고 다니는 게 당연한 건가 생각할 정도였다. 관심 갖고 취재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잠도 조금 더 자고, 밥도 더 먹고, 물도 마시게 한 뒤 등교할 수는 없을까. 휠체어를 들어 올리지 않고 태워 보낼 수는 없을까. 좀 더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는 없을까.”

 

십수 년째 같은, 학부모들의 바람입니다. 그 소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려 합니다. 학생들의 등굣길이 더 이상 고통길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라며 취재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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