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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과학 기사는 대중의 삶과 점점 더 밀접해지고 있다. 믿을 수 있고 검증된 과학 정보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하지만 국내 과학 전문기자는 줄어들고 취재할 과학 이슈는 늘어간다. 과학 기자들에게 증거에 기반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더욱 절실하다.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는 기자들과 정보를 제공하는 과학자들 사이의 교량 구실을 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출범을 앞둔 SMCK의 미래를 전망한다. 편집자 주
우리는 매일 새로운 상황을 마주한다. 신종 감염병의 확산,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을 비롯한 첨단 기술의 등장과 같은 변화는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 기술은 더 이상 특정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적 갈등, 경제적 이해관계, 윤리적 딜레마 등 다양한 문제와 얽히며 우리 모두가 판단하고 이해해야 할 주제가 됐다.
하지만 급변하는 이슈에 비해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그 신뢰성과 전문성 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 정보의 유통 속도는 빨라졌지만, 정보의 질과 해석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과학 기술 기반 이슈는 그 특성상 복잡하고 맥락적이다. 단순한 사실 전달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의미와 영향력을 해석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이 역할의 중심에는 여전히 언론이 있다.
코로나19가 남긴 교훈: 과학 정보와 신뢰의 위기
2020년대 들어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감염병 관련 정보 속에서, 대중은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졌다. 백신의 안전성, 치료제의 효과, 방역 지침의 타당성 등은 전문가의 목소리보다 자극적인 뉴스나 개인 경험담,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더 쉽게 소비됐다.
결과적으로, 비전문적 주장과 과학적 오보가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켰다. 언론 역시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출처 확인의 한계, 과도한 속보 경쟁 등으로 인해 일부 왜곡된 정보 유통에 일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과학 정보의 신뢰성’이 단순한 학술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안전과 직결된 문제임을 명확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시사나 사회 이슈 관련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경로는 유튜브(54.4%)와 포털 뉴스(51.8%)였다. 반면 ‘신뢰하는 매체’로는 여전히 지상파 방송과 종이신문 같은 전통 미디어가 상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중이 정보 접근은 디지털에 의존하지만, 여전히 신뢰는 레거시 미디어에 기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보 획득과 신뢰의 불일치’는 언론에 이중 부담을 지운다. 접근성 높은 콘텐츠를 빠르게 제공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정보의 정확성과 공공성까지 담보해야 한다. 특히 과학 기술 이슈는 이런 딜레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전문가의 해석 없이는 전달 자체가 어려우며, 자칫하면 오해나 왜곡의 가능성도 높다.
‘혼자 쓰는 기사’의 한계
이러한 상황에서 기자들은 점점 더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과학 전문기자 수가 현저히 줄었고, 사회가 더욱 복잡다기화하면서 출입처 순환 근무 방식에 따라 경험이 부족한 사회부나 산업부 기자가 과학 기사를 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제는 과학 기술이 단일 분야가 아니라는 점이다. 생명과학, 의공학, 우주, AI, 반도체, 기후 과학 등등 다양한 분야별로 언어도 다르고 해석의 틀도 다르다. 이런 복잡한 영역을 짧은 마감 시간 안에 해석하고, 기사로 풀어내는 일은 어느 한 기자의 능력만으로 감당하기엔 벅차다.
<대중매체의 과학기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고빈도로 사용되는 과학용어에 대한 이해도 조사>(윤은정 외, 2019)에서도 대중은 과학 기사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실제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자가 아무리 성실하게 취재하더라도,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그 가치는 반감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과학 보도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구체적이다.
“이 사안이 과학적으로 맞는지 확인할 시간이 없다.”
“전문가를 연결해 줄 경로가 없다.”
“논문을 받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반론이 필요한데, 대안적 시각을 가진 과학자를 찾기 어렵다.”
결국 이런 현실은 과학 기술 보도의 품질을 저하할 뿐 아니라, 과학계와 언론 간의 오해와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양측 모두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길 원하지만,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접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사이언스미디어센터의 존재 이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2년 영국에서 처음 설립된 조직이 사이언스미디어센터(SMC, Science Media Centre)다. 당시 유전자조작식품(GMO)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면서, 과학자의 의견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SMC는 언론과 과학기술계 사이의 ‘신뢰의 허브’로 출범했다. 현재 영국을 포함해 호주, 뉴질랜드, 독일, 대만, 스페인 등 6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SMC는 기자들이 과학 기술을 보도할 때, 다음과 같은 실질적 지원을 제공한다.
△ 이슈 발생 시 전문가 코멘트 종합 제공 (수 시간 내)
△ 기자 요청에 따라 특정 이슈 관련 전문가 정보 제공
△ 사전 출판 연구보고서 내용 요약 및 전문가 견해 공유
△ 주요 이슈에 대한 미디어 브리핑 및 세미나 운영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SMC의 편집 독립성과 중립성이다. 특정 기관의 이해관계나 정책적 목적에 얽히지 않으며, 기자가 스스로 편집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지원 플랫폼’일 뿐, 미디어가 아니다. 이 점은 정부 기관이나 기업 PR 조직과 가장 크게 구분되는 지점이다.
과학 기술 이슈 앞에서 기자가 혼자 싸우지 않도록
과학 기술의 사회적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SMC와 같은 역할을 맡을 기관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1년 국내 언론에서 영국 SMC를 소개한 기획기사를 통해 그 기능이 알려졌고, 2022년 한국과학기자협회의 이슈 토론회를 기점으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후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해외 운영 사례를 조사하고, 과학계·언론계·정책 전문가와 함께 설립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해 왔다. 그 결과, 2025년 9월을 목표로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가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출범할 예정이다.
센터는 과학계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언론 현장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계, 언론계,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이사회와 자문단이 구성될 예정이며, 운영 초기에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인큐베이팅 기관으로서 설립을 지원받는다.
기자는 매일 새로운 이슈를 마주한다. 하지만 복잡한 과학 기술 이슈 앞에서는 누구든지 막막함을 느낀다. 전문가를 찾고, 사실을 검증하고, 배경을 파악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도 마감 시간은 다가온다.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는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혼자 싸우지 않도록’ 돕는 조직이다. 과학 홍보가 아닌, 언론이 과학 기술을 더욱 깊이 있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이자, 공공의 지식 기반을 만들어가는 동반자다.
과학 기술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는, 신뢰할 수 있는 근거 기반의 과학 정보 전달이 필수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기자와 과학자의 협력에서 시작된다.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는 그 신뢰의 다리가 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