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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다양한 권력과 마주한다. 출입기자는 공적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최대한의 취재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이론일뿐, 출입처들은 지금껏 제한된 취재 시스템을 고수해 왔다. 출입처 보도 관행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다른 기자들은 무비판적이고 우리(대통령실)가 시키는 대로 하는 기자들인가요? 다 이유가 있어서 조율해서 하는 거예요.”
언론이 권력을 마주하고 질문하는 현장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주목받는 현장으로 정치권력의 정점으로 꼽히는 대통령실을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2023년 5월, 자신도 기자 출신인 대통령실 직원이 ‘신년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 대통령이 갑자기 기자실을 찾아 악수만 하다 갔다’라는 취지의 기사에 보인 반응을 떠올리게 됐다. 2년도 넘은 일을 되새기는 건 이 한마디가 대통령실 취재 관행의 구조적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생각에서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기자실 방문 소식은 일정이 임박해서야 알려졌고, 대통령실은 “짧은 인사를 하러 온 것”이라며 질의응답은 없을 것이라고 자리의 성격을 규정했다. 많은 기자가 직접 보고 들은 현장의 이야기들을 미뤄둔 채 ‘배포 자료’에 적힌 내용에 한해서만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기자들의 대화 상당수가 빠진 자료를 배포하면서 “금일 대통령 기자실 방문은 ‘풀 최종본’ 내용에 한해 보도 가능하다. 그 외 다른 내용은 보도 불가”라고 공지했다. 그리고 이를 지적한 기사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되레 ‘다른 기자들을 폄하하느냐’며 항의한 것이다.

대통령실과 언론, 과거와 현재
해프닝처럼 보이는 이 일화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언론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사소한 것도 합리적 이유 없이 ‘비보도’를 요구하고,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자율적으로 보도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불이익이 있을 거라 경고하는 한편, 이런 ‘체제’에 대한 비판이나 불응은 다른 기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 편을 가르며, 무엇보다 책임의 주체에서 대통령실은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태도로 요약된다.
당시 대통령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일상적으로 다수 언론의 취재에 협조하지 않았고, 불편한 언론을 대상으로는 출입기자 등록이나 교체 같은 행정적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며,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보도나 질문을 공개적으로 한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서는 취재 기회 자체를 차단하기까지 했다. 언론 매체의 출입 등록이나 퇴출도 불투명하게 이뤄졌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보도에 대해선 법적 조치가 잇따랐다.
이는 곧 불안정하고 정보 불균형이 극심한 환경에 놓인 기자들이 ‘권위 있는 관계자’에 의존하게 되며, 이런 관계자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입을 닫음으로써 권력을 지키고 언론을 선별해 길들이는 대응이 극단화된 형태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차원의 언론 대응 단속이 강해진 가운데 자신과 연락이 닿았던 내부 취재원들이 불이익을 겪은 경험을 한 기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몇 번 없었던 기자회견에선 질문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을 거란 불신이 있었고 이는 일부 현실로 드러났다. 대변인이 질문자를 지목한 기자회견이 끝날 때마다 보수 성향 언론사 기자에 질문 기회가 편중됐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기자들 질문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비난은 전체 기자 집단에게 향하는 악순환 또한 반복됐다. 이처럼 극도로 통제된 환경의 기자회견에서 일부 대통령실 인사들이 개별 기자들에게 특정 질문을 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고, 질문의 정교함이나 교차검증이 이뤄진 경우는 소수 사례에 한정됐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암흑기’에서 벗어났다고 보이는 이재명 정부에서도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 수준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자회견 당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나온 몇몇 아쉬움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은 극도로 통제된 분위기의 전임 대통령 기자회견과 대비를 꾀하고자 기자들의 명함을 추첨하는 형식으로 질문자를 선정하거나, 대변인에 비해 기자들과 접점이 적은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선정했다. 기자회견 질문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이해됐다.
다만 이런 방식은 의도와 달리 유사한 성격의 매체들에 질문 기회가 중복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개별 기자들이 사전에 준비한 질문들이 조각조각 이어지면서 국민의 공통된 관심사와는 다소 동떨어진 질문이 많았다는 평가로도 이어졌다. 다른 출입처에 비해 규모가 많은 편이 아님에도, 수백 명의 기자들이 출입하는 대통령실에서 어느 정도 합의된 선이 없는 수준의 산만한 기자회견이었다는 아쉬움이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나왔던 이유다.
한 번의 질문 뒤에 꼬리 질문은 허용되지 않는 형식, 영역별 시간이나 비중을 정해두고 질문자를 추첨하면서 나온 부작용도 어느 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자리였다. 자유로운 질의응답이라는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하면 기자들의 질문도 더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을 일이다.
언론 통제할 수 있는 출입처, 검찰
대통령실과 함께 권력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법조, 그중에서도 검찰 취재 현장의 경우 공개된 질의응답 자체가 많지 않다. 평소 국민이 볼 수는 없지만 소위 ‘티타임’이라고 불리는 비공개 질의응답이 진행될 때면 현안이나 검찰 수사의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응답도 이뤄졌다는 것이 출입기자들의 이야기다.
검찰이라는 출입처 특성상 취재원과의 관계 맺기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검찰은 다른 출입처에 비해서도 취재원과 기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심하고, 주요 취재원들이 ‘입을 열지 않음’으로써 언론을 통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출입처로도 꼽힌다. 대형 사건이 있을 때면 공개 브리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미 있는 답변을 기대할 수 없다는 한계도 거론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간혹 진행되는 공개 브리핑보다는 평소 취재원을 다변화하고 더 많은 사실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조 취재 경험이 있는 10년차 이상의 일간지 기자는 “검찰 출입처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시되는 것은 맞다. 다만 그렇다고 권력을 의식해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거나, 써야 할 기사를 쓰지 않은 적은 없다”며 “일부 기자회견에서의 기자 질문들이 모든 기자에 대한 질문을 일반화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권력기관들의 언론사나 기자 선별이 가속화되는 것이 점차 권력과의 긴장 관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관점도 있다. 다양한 출입처를 경험한 10년 차 이상의 방송사 기자는 “출입처와의 관계에서 기자로서 취재할 걸 못 하거나, 눈치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몇몇 의원실은 기자 개인의 이념 성향을 확인하려는 듯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매체가 많아지면서 점점 이런 경향은 더 분명해질 것 같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기자들 입장에서 말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결과적으로는 변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출입처에서의 관계를 유지하기 이전에 공적 이익과 국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권력을 최일선에서 접하고 있다는 순서가 뒤바뀌어서도 안 될 것이다. 정권 교체기가 올 때마다 일선 기자들이 ‘나도 이런 일을 알았는데 쓰지 않았다’며 뒤늦게 경험담을 늘어놓는 것 또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다만 기자라는 존재 자체가 쉬운 조롱의 대상이 된 현실에서, 실제 문제적인 보도가 질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보도를 압도하는 현실에서,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한 ‘기레기 때리기’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