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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부산일보 <부산On나> 제작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08-29

부산일보 웹페이지를 열면 독특한 이름의 배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역색이 진하게 묻어나는 <부산온나>라는 이 배너를 클릭하면 부산에 대한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알차게 자리 잡고 있다. 지역 특화 플랫폼으로, 지역신문의 디지털 혁신을 보여준 <부산온나> 제작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19일 부산일보 웹페이지 부산닷컴(www.busan.com) 가운데 사투리 향기(?) 그윽한 배너가 올라갔다. 이름하여 <부산On나(onna.busan.com)>(이하 <부산온나>). ‘부산의 즐길 거리, 먹을거리 볼거리는 여기 다 있다’라는 당찬 포부로 출발한 부산닷컴이 품은 또 하나의 플랫폼이다.

 

포털에 입점한 언론사 간 경쟁과 수익 배분은 나날이 치열해진다. 이용자들에게 읽히는 콘텐츠로 간택되는 기회조차 쉽게 얻을 수 없는 이때. 인공지능(AI)에 밀려, 언론사 사이트는 검색조차도 안 할 거라는 ‘제로 클릭’이 곧 도래한다는 이때. 부산일보와 디지털국 기자들은 무슨 배짱으로 이런 플랫폼을 띄웠을까?

 

절박함에서 시작된 ‘부산온나 프리퀄’

 

2022년 12월 26일 부산일보 7층 모바일전략국(현 디지털국) 회의실에서 ‘콘텐츠 기획 TF’ 첫 회의가 열렸다. 부산닷컴이 포털 CP사에 진입한 뒤로 구독자는 늘었지만,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지속·성장 가능한 부산닷컴?’ 어찌 만들 것이냐가 화두였다.

 

특히 ‘탈 포털’ 이후를 대비해 부산닷컴 충성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양질의 생산물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회의실을 채웠다. 구성원들은 잊지 않았다. 2019년 포털이 CP사에서 지역 언론을 일방적으로, 아무런 설명도 이유도 없이 ‘덜어냈던 사건’을. 노사와 지역 시민사회, 정계가 움직여 ‘포털 지역 언론 배제 사태’는 정리됐지만, 우리는 그때 알았다. 언제든 지역 언론은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을….

 

머리 터지는 논의 끝에 우리는 ‘부산닷컴·모바일 프로덕트·콘텐츠 대원칙’을 설정했다. △작은 콘텐츠가 모이다 보면, 콘텐츠가 다양하게 채워진다. △새롭게 멋진 신세계는 없다. 발 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부터 출발하자. △답이 없는 레드오션은 과감히 버리자. △곰표 맥주같은 부산일보만의 대표 캐릭터(프로덕트)를 만들자.

 

1990년대 시작한 <펀부산>을 ‘우찌 할꼬?’

 

해가 바뀐 2023년. 대원칙에 따른 구체적 투쟁(?) 방침을 정했다. ‘콘텐츠 방향성은 독보적이어야 한다. 비린내가 물씬 풍기면 좋다. 부산 바라기를 유도해야 한다. 부산의 향수를 간직해야 한다. 부산을 우러러보게 만들어야 한다. 조회수보다 완독률을 높이는 결과물을 만들자.’

 

이 기조로 정통적인(?) 정치·경제·사회·문화 기사보다는 △여행, 맛, 생활, 의료 기사 △등산 낚시 마리나 레저 △반려동물 따위를 소재로 한 콘텐츠 활성화 방안이 나왔다. 부산닷컴 회원 가입 이벤트 할인 행사 등 회원 확장 전략도 덧붙여졌다.

 

여기에 온라인 트래픽이 대형 포털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압도된 한국에서는 지역민들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삶과 생활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기가 어렵다는 고민도 보태졌다. 오라! 결론은 중앙집권화한 대형 플랫폼에 지역 정보까지 종속된 현실을 타파하자. 우리는 지역민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공유 플랫폼’을 꿈꿨다.

 

돌이켜보면 부산일보는 부산닷컴 내 <펀부산> 메뉴에서 지역민 커뮤니티 형식으로 생활, 경제, 문화 정보를 생산 공유하는 서비스를 1990년대에 지역신문사 최초로 시작했다. 하지만 포털과 SNS 급성장, 모바일 확충 등 플랫폼 환경이 급변하면서 2023년 당시 <펀부산>은 더는 ‘fun’하지 않은 ‘뻔’한 ‘퍼진 부산’으로 홀대받고 있었다.

 

TF는 <펀부산>에 있는 맛집, 등산, 낚시, 문화 공연, 관광 등 부산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양방향 커뮤니티 형식으로 생성되는데, 이를 잘 활용한다면 <펀부산>이 부활할 것으로 기대했다. TF는 <펀부산>을 ‘부산 라이프 플랫폼’으로 재정의한 다음 반려동물 등 메뉴를 추가했다. 구독자·이용자의 친밀감과 유대감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체제를 갖춘 모바일 페이지 제작에 돌입했다.

 

<펀부산> 업그레이드판 ‘로컬 라이프 플랫폼’

 

리뉴얼 <펀부산>은 닻을 올렸지만, 지역신문은 물론 국내 신문 업계가 골머리를 앓는 ‘뉴스 소비 절벽’은 또 하나의 난관이었다. 애써 만든 수준 높은 콘텐츠가 많은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증발·사장’되는 현상을 매일 보던 터였다. 우리는 자체 콘텐츠 플랫폼 강화를 통해 ‘지역 독자 밀착도’를 높이는 데 고민했다.

 

서울 소재 언론사들은 자본·기술과 인력을 앞세워 수년 전부터 브랜드화된 콘텐츠를 내세운 구독 모델 전략을 실행 중이다. 자본과 인력마저 부족한 우리로서는 지역신문이 확보해야 할 1차 독자는 결국 지역민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스에 점점 관심을 덜 두는, 거기다 지역민이라는 제한된 수요층에 걸맞은 콘텐츠를 어떻게 생산하고, 보기 좋게 가공해 유통할 수 있을까? 우선 뉴스 콘텐츠의 정의를 다시 해보기로 했다. 스트레이트, 박스, 칼럼 등 전형적 기사 스타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출입처에 따른 분류 등 전통적인 구분을 벗어나 보기로 했다.

 

부산일보가 연간 치르는 이벤트에도 주목했다. 1만 명 가까운 시민이 참여하는 ‘부산 바다 하프 마라톤’, 한국 최초 영화상인 부일영화상, 외국인들이 더 좋아하는 겨울 북극곰수영대회…. 2024년엔 맨발 걷기, 파크골프, 청소년 독서 캠페인, 반려동물 콘테스트 등 새로운 이벤트도 열었다.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행사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 가입과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참가자들은 이벤트 관련 건강·레저 정보나 문화 활동 관련 콘텐츠에도 관심이 높았다. 불명확한 독자를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이벤트에 관심 있는 이용자를 향해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유통할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이벤트가 곧 콘텐츠다. 우리는 ‘로컬 라이프 플랫폼’을 기획했다. 지역신문의 디지털 혁신 사례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도 받았다. 맨발 걷기, 파크골프, 청소년 독서 캠페인 등의 기존 웹페이지를 통일성 있게 ‘로컬 라이프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로컬 라이프 플랫폼’과 부산닷컴을 연결했고, ‘로컬 라이프 플랫폼’의 PC 페이지, 모바일 반응형 페이지도 개발했다.

 

지역 특화 플랫폼 <부산온나>의 탄생

 

로컬 라이프 플랫폼 내 회원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에서 ‘롯데자이언츠 우승 기원’, ‘부일시네마 영화 관람’ 이벤트를 했다. 부산문화회관, 영화의전당 등 지역 문화단체와도 협력했다. 그 결과 뉴스 외에도 지역 이벤트·레저·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회원 2만여 명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회원·방문자·조회수 증가는 바람직했지만 로컬 라이프 플랫폼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구색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내 안팎의 평가가 제기됐다. 이벤트 위주의 전략은 시간이 지나 약발이 사라지면 수익 모델과 회원 확보 모두 한계에 달할 거라는 우려도 뒤따랐다.

 

모바일전략국에서 디지털국으로 간판을 바꾼 우리는 콘텐츠 품질 강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부산닷컴 회원만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부산 지역 문화·레저·전시 등 열린 정보를 제공하자는 방향이었다.

 

뜻은 확고했으니, 플랫폼 명칭부터 정해야 했다. 사내 구성원에게 명칭을 공모했다. ‘부산이데이’, ‘커넥트부산’, ‘부산누리’, ‘위드부산’, ‘비플레스’, ‘오늘부산’, ‘부산잇다’ 등 응모작 수십 편을 제치고 ‘부산On나’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부산온나’는 ‘부산에 오세요’라는 뜻의 부산 사투리다. ‘부산에 온 나’, ‘부산에 연결된(on-off) 나(부산on나)’, ‘부산에서 무엇을 즐길까를 모색하는 공간’의 뜻도 품었다. 부산의 온(全)갖 것과 ‘나’란 풀이도 가능했다.

 

작명이 끝났다. 메뉴와 얼개를 짰다. <부산온나>에는 그간 부산일보 지면과 부산닷컴, 부산일보 유튜브에 소개된 부산의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 따위가 모여 있다. ‘부산 무봤나’에는 돼지국밥, 부산 밀면, 부산 토박이들이 찾는 부산 노포, MZ세대가 즐겨 찾는 맛집(‘부슐랭’)이 소개된다. 지난 4월부터 디지털국 디지털콘텐츠부 기자 세 명이 부산일보 지면 기사와 부산닷컴 온라인 기사를 검색, 선별해 <부산온나>에 적합한 ‘주옥같은’ 기사를 올렸다.

 

부산 주변의 산(‘이산저산’), 핫플, 역사·문화 공간(‘부산요어때’)은 ‘부산 가봤나’로 선별해 축적했다. 오는 10월 국립공원 지정을 기다리는 부산의 진산 금정산 관련 산행·둘레길 콘텐츠는 ‘금정산’ 메뉴로 구분했다. 부산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전시(‘펀부산’), 영화(‘부일시네마’), 여행·등산·낚시 가이드는 ‘라이프플러스’에 모았다. <부산온나>의 백미는 ‘해피존 플러스’다. BNK부산은행, 부산문화회관, 영화의전당 등 지역 금융기관 문화예술단체와 협력해 부산닷컴 회원들에게 각종 행사 초대권, 영화관람권을 제공하는 이벤트 공간이다.

 

<부산온나>에 남겨진 과제들

 

플랫폼 출범 뒤 반응은 다양하다. ‘부산 거 다 모여 좋다’, ‘유튜브 쇼츠가 대세인 지금 귀중한 콘텐츠다’, 부산 밖 지인들은 ‘부산 가면 꼭 활용하겠다’, ‘포털에서 검색하면 홍보성 상업 광고 탓에 정보를 의심했는데 지역신문이 엄선한 곳이라 믿을 수 있다’ 등등….

 

알다시피 우리 신문을 비롯해 전국 신문사 대부분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에 뉴스 트래픽을 전적으로 의존한다. 지역신문은 로컬이라는 구조적 한계와 포털의 지역지 홀대 정책 탓에 그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앞으로 구글을 비롯해 네이버와 카카오가 생성형 AI 검색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고강도 의존 정책’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디어 업계 전문가와 사내 안팎에서 지역신문 생존을 위해 ‘새로운 고객 맞춤형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대책 없는 질문의 답이 <부산온나>다.

 

 

<부산온나> 콘텐츠 기획회의 ⓒ부산일보

 

 

<펀부산>에서 시작해 로컬 라이프 플랫폼을 거쳐 몇 년간 오디세이 끝에 <부산온나>가 출항했다. 첫걸음을 겨우 뗐다. 그다음 행보? 잘 되길 바라지만 여러 과제가 있다. <부산온나> 콘텐츠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연동되지 않아 알리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부산일보 기사를 아카이브로 구축하는 걸 넘어 양질의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하여 청컨대 <부산온나>를 주변에 널리 알려 주시고,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언제든 부산일보 디지털국에 말해주시라.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부산의 즐길 거리·먹을거리·볼거리와 관련한 문의나 제보도 환영한다. 이 글을 읽고 <부산온나>를 보고 연락해 준 독자와 이용자에게 꼭 후의를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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