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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과학동아 <기후변화의 불씨, 과학이 잡는다. 산불의 시대>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08-29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팀은 기후변화와 국내 산불 발생의 인과관계, 이에 대한 대응 등을 심도 있게 취재·보도했다. 기후 재난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전달한 취재기를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과학동아» 2025년 3월호 표지 ⓒ과학동아

 

월간지 «과학동아»의 시간은 두 달 빠르게 흐른다. «과학동아» 2025년 3월호 특집 주제는 1월에 정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산불이 발생해 2만 3,324헥타르의 땅이 불타고, 사망자 29명과 최대 361조 원에 달하는 큰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한국의 산림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 산불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냈다. 캘리포니아 산불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멀리 퍼진 이유 중에는 산맥에서 바다 쪽으로 부는 강하고 건조한 ‘산타 애나 바람(Santa Ana winds)’이 있다. 그런데 산타 애나 바람을 만드는 캘리포니아의 지형과 한국 영동 지역의 지형이 유사하다.

 

당시 국립산림과학원 보도자료에서 권춘근 산불연구과 연구사는 “태백산맥을 지나 동해 방향으로 부는 높새바람은 한국 영동 지역이 특히 산불에 취약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면서 “캘리포니아와 지형·기상적 요건이 비슷한 한국에선 기후변화로 인해 시기를 가리지 않고 산불이 나는 연중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할리우드의 영광을 잿더미로 바꿔 놓은 재난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과학은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에 강한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을 경고했다. 익숙한 패턴이다. «과학동아»는 지난해 여름 <한반도 극한 호우 대책 총정리> 기획을 통해 기후변화가 불러온 극한호우의 양상과, 이에 대한 과학적 대응책을 보도했다.

 

기후변화는 큰비와 큰불을 부를 것이고,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산불 위험 기간이 시작되는 지난 3월 <기후변화의 불씨, 과학이 잡는다. 산불의 시대> 특집을 통해 재난이 일어나기 전, 재난과 어떻게 맞서 싸울 수 있을지 살펴보기로 했다.

 

다양한 조건의 산불을 직접 실험을 통해 검증

 

기후 재난에 대해 보도할 때마다 고민이 많다.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산불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은 자명했다. 그런데 독자들에게는 이런 경고가 피곤하다. 실제로 기후 이슈를 보도할 때면 ‘피로하다’라는 독자 반응이 돌아오곤 한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기사가 워낙 많다 보니 느껴지는 피로감일 수 있다. 한편으로 기후 재난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이거나, 대책 없는 문제를 접할 때 느끼는 갑갑함일 수도 있다.

 

이럴 때 «과학동아»는 과학적 검증을 통해 독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대책을 전하는 전략을 택한다. 산불에 대해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희 기자는 주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며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이 앞으로 얼마나 자주, 또 크게 일어날지 시각화된 데이터로 보여줬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는 어떤 양상으로 산불을 부르는지 다양한 사례를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는 국립산림과학원 국가산불실험센터에서 연구자와 함께 불을 질러 봤다. 산불 대응과 관련해 이야기가 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캘리포니아 산불을 진화하는 데 사용된 분홍색 산불 지연제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물질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편, 산불 대책을 세우는 부분과 관련해서도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많다. 한반도 영동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소나무 숲이 산불을 키우는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부분을 다각적으로 팩트체크하기 위해선 실제로 실험을 진행해, 상황을 눈으로 보고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지난 2월 7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연구자들과 함께 다양한 조건의 산불을 실증 실험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산불을 진압하는 데 사용한 산불지연제 ‘포스첵(Phos check)’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물질이다. 취재를 통해 미국에서 포스첵을 뿌릴 때는 하천이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지역 근처를 피한다는 조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한국에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산불지연제가 있다. 토양·물 생태계에 영향이 없는데, 포스첵보다 산불을 지연하는 성능이 더 높다고 했다. 실제로 바싹 마른 침엽수 잎을 넓게 깐 다음, 일부분에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산불지연제를 뿌렸다. 불은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산불지연제를 뿌려둔 곳까지 번졌지만, 불이 아무리 커져도 산불지연제가 묻은 낙엽은 끄떡없었다. 이 산불지연제는 2022년 개발이 완료돼 국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에서 큰 활약을 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국가산불실험센터에서 만난 산불연구과 연구원 ⓒ과학동아

 

 

전문가들이 왜 침엽수림이 산불을 키운다고 경고하는지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같은 양의 활엽수 낙엽과 침엽수 낙엽을 깐 다음, 동시에 불을 붙여 봤다. 활엽수 낙엽은 불을 붙인 지 2분 30초 만에 다 타 버렸다. 잔불도 많이 남지 않았다. 반면, 침엽수 낙엽은 7분이 지난 시점까지 불탔다. 불이 꺼졌는가 싶어 남은 재를 뒤적거렸더니 남아있던 불씨에 다시 불이 붙었다. 침엽수 잎은 가연성 물질인 송진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었다.

 

추가 취재를 통해선 전문가들의 보다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임주훈 해밀산림생태입지연구소 소장은 “애초에 한국에서 소나무가 잘 자라는 백두대간 동쪽 경북 울진, 영덕, 경남 고성 등 지역은 기후가 건조한 지역”이라면서 “소나무는 그런 건조하고 강풍이 잘 부는 환경을 잘 견디는 나무”라고 말했다. 소나무가 많아서 그 지역에 산불이 크게 번지는 것인지, 그 지역이 그러잖아도 산불이 잘 나는 환경인 데다가, 소나무도 잘 자라는 지역인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가산불실험센터에서 만난 권춘근 연구사는 더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 원래는 강원도 동해안에서 산불 피해가 잦았다. 푄 현상에 따라 영동지방에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며 산불을 퍼뜨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건조한 경남 내륙이나 충남 내륙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까. 눈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2022~2024년 발생한 산불 44건의 위치를 한반도 지도 위에 일일이 표시해 봤다. 그리고 이를 주요 임상 분포도 위에 겹쳤다. 소나무가 많은 영동 지역에서 산불이 많이 발생한 것은 참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었다. 최근 발생하는 산불에 대해서 ‘산불=소나무 숲’이라는 공식을 만들기에는 연관성이 부족했다.

 

실험이 끝날 때쯤 국가산불실험센터를 가득 메웠던 연기 냄새가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권 연구사는 연기 속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1년 365일 중 200일이 산불 위험 기간이 된, 산불의 연중화 현상이 관찰된다”며 “체계적인 산불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작은 불씨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등산객이 무심코 남긴 담뱃불, 송전탑에서 발생한 스파크, 마을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잘못 튄 불티일 수도 있다. 기후변화는 이 불씨가 거대한 산불로 번질 확률을 높였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고민해야 할 것은 이렇게 발생한 산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현장의 목소리를 기사에 고스란히 담았다.

 

 

김소연 동아사이언스 과학동아팀 기자가 지난 2월 7일 국립산림과학원의 국가산불실험센터에서 산불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동아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다시 살기 위한 과학

 

같은 시기 김미래 기자는 강원 강릉과 고성의 잿더미 위에 섰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인간은 어떻게 다시 회복하고 살아가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강릉 산불은 2019년 동해안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로 1,260헥타르의 산림을 집어삼켰다. 산불이 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푸른 산 사이 누런 민둥산이 멀리서도 선명히 보였다.

 

산불이 난 자리에 나무를 그냥 심는 건 아니다. 지난 2월 4일 현장에서 만난 정유경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연구사는 “피해 정도와 숲의 다양한 목적을 고려해 침엽수와 활엽수를 함께 심는 ‘혼합 복원’ 방식이 사용된다”라고 설명했다.

 

산불로 인한 물질적 피해를 보상받을 화재 보험에 대해서도 다뤘다. 과학 잡지에서 보험 이야기라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화재가 잦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기후변화로 산불이 잦아지면서 화재 보험 가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2월 7일 여의도 화재보험협회에서 만난 정광민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자연재해 중에서도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많아지면서, 기후 위기에 따른 재난 위험 평가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요구가 많아진다”라고 설명했다.

 

«과학동아» 3월호 <기후변화의 불씨, 과학이 잡는다. 산불의 시대> 특집에서 세 명의 기자는 큰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란 이야기를 다각도에서 전했다. 수많은 논문을 뒤졌다. 국가산불실험센터에서 족히 5m는 넘어 보이는 불기둥 앞에 섰다. 강원 강릉, 산불이 난 자리는 지금도 언제든 다시 불이 날 위험이 큰 곳이라고 했다. 산불의 무서움을 현장에서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재난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기사를 썼다.

 

그런데 «과학동아» 3월호가 발행되던 달, 영남 지역에는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났다. 기사는 좋은 반응을 받았지만, 웃을 수 없었다. 취재를 통해 현장에서 만난 산불 연구자들은 산불의 심장부를 따라다니며, 쉼 없이 화마와 싸울 게 뻔했다. “차를 타고 산불이 난 곳으로 향하면 차 안까지 후끈한 열기가 전해진다”라며 낡은 차를 바라보던 연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동료들과 가족, 친지 중에선 직접적인 산불 피해를 입은 이들도 많았다. 기후 위기의 무서움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카산드라를 떠올렸다. 예언 능력을 가졌지만, 아폴론과 입을 맞춘 뒤 그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는 저주를 받아버린 트로이의 왕녀다. 혹시나 하며 뱉은 예언이 들어맞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그 심경을 알 것도 같았다. 입사 초, 한 선배가 “기자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났다. 뉴스를 잘 전하는 것까지가 기자의 역할이고, 실제 세상을 바꾸는 건 뉴스를 만들고 전해 듣는 이들이라는 뜻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가 부디 미래에 벌어질 재난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기후변화의 불씨, 과학이 잡는다. 산불의 시대> 특집은 2025년 7월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수여하는 ‘2025년 상반기 과학취재상’을 받았다. «과학동아» 2024년 6월호 <한반도 극한호우 대책 총정리> 기획 시리즈로 2024년 상반기 과학취재상에 선정된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한 과학취재상이다.

 

과학자 등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연구자와의 실증 실험과 산불 피해 복원 현장 취재 등을 기반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도 산불 연중화가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진단하고 전문가 의견이 갈리는 산불 대책의 쟁점에 대한 팩트체크로 국민의 삶과 연계한 다각적인 산불 대책을 제안했다”는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취재가 한창이던 지난 2월, 김미래 기자는 임신 7개월이었다. 김미래 기자는 “몸은 무거웠지만,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아이를 생각하며 기사가 조금이나마 더 나은 미래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현장을 다녔다”라고 했다. 과학 기사가 미래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보도를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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