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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넥스트 한류를 위한 전략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5-08-29

그간 K-콘텐츠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화를 추진해 왔다.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국내 콘텐츠 산업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제작 사례를 통해 K-콘텐츠가 경쟁력을 유지·확장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6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K-POP과 한국의 음식, 서울의 거리와 전통 설화까지 디테일하게 담아내며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적인 것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시너지를 증명한 셈이다. 다만, 해석은 엇갈린다. 한국의 문화에 전 세계 이용자들이 열광하고 있음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에선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과 넷플릭스라는 할리우드 자본과 글로벌 플랫폼이 주도한 한국 문화의 상업적 소비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논란의 이면에서 K-콘텐츠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케데헌>이 K-콘텐츠가 나가야 할 방향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지속가능성과 확장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단서를 찾아본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메이드 위드 코리아’로

 

그간의 K-콘텐츠는 ‘한국에서, 한국인·한국 기업이 만든, 한국의 이야기’라는 정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고 로제와 부르노 마스(Bruno Mars)가 함께 부른 ‘아파트’, 영화 <미나리> 등을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K-콘텐츠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품었을 것이다.

 

‘K’는 그 자체로 글로벌 시장을 전제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콘텐츠와 글로벌 시장이 만나는 접점과 방식은 콘텐츠 장르, 이용자의 분포와 저변, 콘텐츠를 넘어 문화예술이나 일상 생활과 연관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장돼 왔다.1) 그 흐름은 산업 수치에도 반영돼, 2012년을 기점으로 콘텐츠 수출액이 수입액을 넘어, 현재는 수입 대비 수출액이 10배 수준이다. 2023년 기준으로 매출 규모는 154조 원, 수출은 133억 달러(약 18조 3,500억 원)규모로,2) 최근 15년 동안 콘텐츠 산업 매출은 2.3배, 수출은 5.1배 급격히 성장했다. 특히 수출액은 대표 수출 품목인 이차전지나 가전을 앞서는 규모로 성장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관심을 모은다.

 

최근 콘텐츠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밑거름으로 작용했던 팬데믹이 끝나고, 성장 곡선은 숨 고르기 같은 완만한 정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글로벌 플랫폼 중심의 산업 구조가 강화되면서, 여러 난맥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용률 감소와 제작비 증가에 따른 투자 여력 약화 등이 대표적이다.

 

한정된 작은 내수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향했던 한국 콘텐츠 산업에 또 다른 차원의 글로벌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관건은 K의 경쟁력을 유지·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과의 관계 방식을 다변화하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 K콘텐츠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완성품을 수출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기획·제작·유통의 가치사슬에서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설계하는 ‘메이드 위드 코리아(Made with Korea)’ 전략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메이드 위드’의 핵심, 공감대를 넓히는 ‘색다른 친숙함’

 

‘메이드 위드(Made with)’의 핵심은 글로벌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익숙함 속의 신선함을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런 맥락에서 <케데헌>은 한국의 콘텐츠 자원과 세계관이 외국의 제작 체계, 글로벌 단위의 플랫폼과 결합해 어떻게 신선함과 보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그간의 K-콘텐츠가 한국 특유의 정서와 서사로 글로벌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았다면, <케데헌>은 문화장벽을 최소화해 특정 지역 팬덤에 국한되지 않는 전 세계적인 이용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K-POP과 퇴마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조합하고, 그 속에 서울의 네온사인과 한옥, 김치찌개와 K-POP 문화를 대비해 흥미를 자극했다.3) 음악과 영상을 조합해 K-POP 팬덤을 겨낭하면서도, 전형적인 액션과 성장 스토리를 통해 보편적인 서사를 만들어냄으로써 특정 지역이나 팬덤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이용 흐름을 형성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듯, 글로벌 확장은 초현지화(hyper-localization)와 맞닿아 있다. 초현지화는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문화적 장벽을 최소화하고, 그들의 더 큰 몰입을 이끌기 위한 세밀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의미한다.4)


<케데헌>의 ‘킥’은 K-POP의 이면과 한국 문화의 디테일을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려낸 초현지화에 있다. 이 부분은 특히 매기 강 감독을 비롯한 한국계 제작진과 실제 K-POP 프로듀서·아티스트·안무가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들의 참여가 작품 속에서 다뤄지는 K-POP 음악과 퍼포먼스의 퀄리티와 현장성을 높였고, 제삼자적 시선이 포착한 표현의 디테일은 한국인들에게도 신선함을 주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북미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후 한국에서 개봉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케데헌>이 한국적 스토리가 글로벌 제작 시스템으로 구현된 예라면, <킹 오브 킹스>는 역으로 성서라는 세계적 보편성을 가진 소재를 한국의 제작 역량으로 풀어 낸 사례다. 향후 K-콘텐츠가 글로벌 확장 관점에서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선택지로서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두 사례 모두에서 보여지는 글로벌 협업의 가치를 떠올리면, K-콘텐츠는 글로벌 전략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와 글로컬라이제이션을 보다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 목표 시장과 핵심 전략에 따라 외국 기업과 협업하고, 현지 시장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는 제작진을 참여시키거나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와 출연진을 통해 글로벌 이용자들의 관심도와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5) 완화나 국제 교류라는 차원을 넘어, 더 넓은 시장에 대한 접근성, 리스크를 분산하는 자금의 조달, 기술·노하우 공유, 정책 인센티브 수혜 등 산업 측면에서 유의미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팬덤 기반 콘텐츠 IP 확장, K-콘텐츠의 다음 과제

 

스트리밍뿐 아니라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등 글로벌 음악 차트를 휩쓸고 있는 <케데헌>은 넷플릭스가 제한된 중국,6) 러시아, 아프리카 지역 외 거의 모든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주로 아시아 시장에 집중된 성과를 보이고 있는 K-콘텐츠의 입장에서 가장 부럽고 아쉬운 지점 중 하나다. <케데헌>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열광은 할리우드 제작과 유통 시스템의 파워이며, 앞서 언급한 스토리의 힘에 기인한 바 크지만, 그것으로 인해 창출되는 또 다른 성과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케데헌>은 팬덤과 연결된 IP 확장의 정석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케데헌> 세계관을 기반으로 의류·완구 상표권 출원 등 2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싱어롱 이벤트7)를 위해 극장에서도 상영됐다.8) 스트리밍 오리지널이 극장으로 간 이례적 사례다. 한국에서의 경제 효과도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의 기승 속에서도 남산을 오르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국립중앙박물관의 까치호랑이 배지와 갓 키링 매진 및 오픈런 현상은 <케데헌>의 무대인 까닭으로 벌어진 서울의 풍경이다.9)

 

콘텐츠가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자체를 넘어 그것이 연관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가져오는 경제적·문화적 파급효과가 필요하다.10) 넷플릭스가 팬덤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는 K-POP과 문화적 할인이 상대적으로 낮은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주효했다. <케데헌>은 콘텐츠 자체의 성공뿐 아니라 머천다이징, 라이브 스테이지, 뮤지컬, 실사 영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나아가, 향후 AI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는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영역 중 하나가 디지털 휴먼(가상 아이돌)이라는 점에서, <케데헌> 캐릭터와 세계관은 AI 기반으로 IP를 확대해 갈 수 있는 잠재력도 갖춘 콘텐츠가 됐다.

 

K-콘텐츠의 다음 단계로의 도약 역시 콘텐츠 IP 확장과 직결돼 있다. 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단발적인 히트를 넘어 지속적인 열매를 딸 수 있는 ‘과수원 구조’가 필요하다.11) 이는 콘텐츠가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가치를 확장해 나가고, 그 성과가 다시 콘텐츠 생태계로 환류돼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팬덤이 작동 가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슈퍼 IP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하고, 확장 가능한 세계관과 캐릭터 서사 중심의 기획력이 전제돼야 한다.

 

‘넥스트K’가 가능하려면

 

<케데헌>은 K-콘텐츠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넥스트K’12)의 비전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국경 중심의 창작 주체와 소재, 제작 구조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K-콘텐츠는 글로벌 이용자와의 공감대 강화를 위해 글로벌 협업 기반으로 세계관을 확장해 가는 동시에 연관된 산업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공동제작 등을 통해 글로벌 접점을 강화하고, 다양한 산업을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콘텐츠 IP 확장 전략 모색은 그 출발점이다. 이 과정에 의미 있는 수익 창출과 합리적인 권리 확보의 구조가 전제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넥스트K’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팬덤과 시장을 이끌어가는 다양한 성공 사례가 지속적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콘텐츠의 파급효과를 강화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콘텐츠 산업은 창의적인 기획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본질이고, 이는 당연하게도 엄청난 불확실성의 고위험이 따른다. 새로운 실험에 ‘리스크테이킹’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넥스트K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콘텐츠 분야의 특성을 감안한 과감한 투자 활로를 열고, 불균형한 유통 채널의 병목을 완화해 생태계를 선순환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구조 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공동제작의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IP 확장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전폭적인 정책금융·조세지원 등의 뒷받침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

 

<케데헌>의 주제가인 ‘골든’의 가사처럼 ‘함께 해서 더욱 빛나는’ 협업과 확장 전략으로, 지금까지의 성장을 넘는 K-콘텐츠의 새로운 전진을 기대한다. 

 

 

 

 

 

 

 

 

1) 양수영·이성민(2022), <한류의 발전과정과 향후 전망>, KOCCA 포커스, 138호, 한국콘텐츠진흥원

2)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2025), <2023년 기준 콘텐츠 산업조사 결과보고서>

3) Julie Yoonnyung Lee, <K-Pop Demon Hunters: How the Netflix film became a global sensation>, BBC, 2025.7.16, https://www.bbc.com/culture/article/20250715-the-animated-k-pop-film-that-swept-the-world

4) 한국콘텐츠진흥원(2024), <콘텐츠산업 2024 결산 2025 전망>

5) 특정 문화권에서 만든 상품이나 콘텐츠가 다른 문화권에 진입했을 때 문화적 차이로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 편집자 주

6) 중국은 넷플릭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국가이나, 불법 시청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동순, <’ ‘케데헌’ 뜨자 中 쇼핑몰서 불법 굿즈 기승… 서경덕 “문화 도둑질”>, 한국일보, 2025.8.21)

7)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감상하는 행사. 편집자 주

8) 극장 상영은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김태종, <이틀간 특별 상영만 했는데…’케데헌’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연합뉴스, 2025.8.25).

9) <“케데헌 굿즈 사자” 국립중앙박물관 오픈런>, 조선일보, 2025.8.4,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8/04/

SXANLRC4BVBUZHD3HMIACMYF2E/

10) 이진국(2025), <K-콘텐츠의 비상(飛上): 산업 특성과 성장 요인 분석>, KDI FOCUS, 2025.3.25, https://www.kdi.re.kr/research/

focusView?pub_no=18658

11) 김일중(2023), <100년 가는 K-콘텐츠 슈퍼IP 발굴·육성>, 콘텐츠IP마켓 2023 특별세션 발제문, 한국콘텐츠진흥원

12) 한국콘텐츠진흥원(2024), <콘텐츠산업 2024 결산 2025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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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송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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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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