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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우리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만들지 못한 이유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5-08-29

지난 6월 넷플릭스가 선보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K-POP과 한국 문화가 녹아든 이 애니메이션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제작 배경과 인기 요인, 그리고 한국 콘텐츠 산업이 주목해야 할 함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6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여전히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개 후 연속 2주 동안 1위를 하고 내려갔다 다시 오르는 등 8주 이상 1위를 차지했고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41개국에서 1위를 기록한 <케데헌>은 지난 8월 27일 기준 누적 조회수 2억 3,600만 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에서 가장 스트리밍이 많이 된 영화 1위에 올랐다. 공개 7주 차에 주간 2,000만 회 이상의 시청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는 이례적인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케데헌>의 OST는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 등에서 1위를 기록했고,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2위를 기록했다. 메인 주제곡인 ‘골든(Golden)’은 81위로 차트에 진입한 후 7주 연속 순위를 끌어올리는 ‘차트 역주행’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K-POP 여성 보컬이 부른 노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영화 속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곡 ‘유어아이돌(Your Idol)’은 핫 100에서 8위를 기록했다. ‘골든’과 ‘소다팝(Soda Pop)’은 유튜브 공개 10여 일 만에 1,000만 뷰와 600만 뷰 이상이 나왔다.

 

K-POP 아이돌과 서울의 밤, 한국적 판타지의 탄생 

 

영화 속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멤버 루미, 미라, 조이는 평범한 아이돌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영혼을 노리는 ‘귀마’를 퇴치하는 숨겨진 임무가 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무대 뒤에서는 악귀와 싸우며 인류를 지키는 이중생활을 한다. 그런데 헌트릭스에 대항하고, 인간의 영혼을 훔치기 위해 귀마의 하수인인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나타난다. 사자보이즈는 헌트릭스와 마찬가지로 뛰어난 실력과 매력으로 팬들을 사로잡는다. 헌트릭스도 사자보이즈의 매력에 끌리지만, 그들은 서로 싸워야만 하는 운명이다.

 

<케데헌>은 서양의 어반 판타지에 흔히 등장하는 헌터, 슬레이어1)의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악마와 싸운다는 설정에 K-POP과 아이돌 세계의 미묘한 불안과 열정, 희망을 더하고 한국 문화와 민속 그리고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을 탁월하게 녹여낸 애니메이션이다. 화려하고 열정적인 K-POP 아이돌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이면에 존재하는 경쟁, 불안 그리고 숙명을 짊어진 인물들의 고뇌를 깊이 있게 다뤘다. 아이돌의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귀마를 물리치고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하는 과정에 절묘하게 녹여낸 점도 높이 평가받는다.

 

<케데헌>이 K-POP을 넘어 한국의 전통적인 민속 문화와 정서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도 대단히 중요하다. 기존 K-POP 팬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팬, 일반 대중에게 K-POP과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귀마를 물리치는 도구로 부적이나 한자를 활용하고, 저승사자와 호랑이, 까치 같은 존재를 등장시키는 등 서구권의 ‘악마’ 개념에 한국적인 요소를 더했다. 남산타워, 성곽길, 대중목욕탕, 김밥, 국밥, 라면 등 한국의 풍경과 일상적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케데헌>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즈니에 견줄만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어린아이부터 중년 남성까지 다양한 연령층과 문화권으로 K-컬처의 팬층을 확장하는 데 이바지했다. 특정 팬층에 국한됐던 K-POP의 인기가, 이제는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과 결합해 더 많은 대중에게 어필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삽입곡의 인기는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인기로 확장됐다.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는 가상의 K-POP 그룹이지만 단순히 캐릭터를 넘어 실제 K-POP 아이돌처럼 빌보드 차트를 휩쓸고 팬덤을 형성하는 놀라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팬들은 이들을 실제 아이돌처럼 여기며 OST를 소비하고, 댄스 커버, 굿즈 제작 등 자발적으로 2차 창작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K-POP 팬덤이 ‘콘텐츠’ 자체를 향유하고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POP과 애니메이션, 판타지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크로스오버 콘텐츠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K-컬처 요소가 결합해 새로운 장르와 포맷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 열광하는 K-컬처, 한국 콘텐츠 산업의 과제는

 

그리고 반드시 유념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케데헌>은 K-POP과 한국 문화를 수려하게 활용한 작품이지만, 한국에서 만들지 않았다. 제작사는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으면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제작사로 평가받는 곳이다. 소니픽처스애니메이션에 소속된 한국계 매기 강(Maggie Kang) 감독, 김다혜 아트디렉터 등이 초기 기획했지만, 내부 검토 결과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K-POP이 인기였지만 몇 년의 제작 기간을 거친 후에도 유지될지 회의적이었고,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기획진은 다시 넷플릭스에 제안했고, 넷플릭스의 투자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K-컬처는 이제 한국만의 소유가 아니다. <케데헌>은 한국계 감독과 스태프가 참여해 한국에서 제작한 작품 이상으로 ‘한국적’인 요소와 정서를 듬뿍 담아냈다. 이제는 한국인만이 아니라 한국계와 한국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영역으로 K-컬처가 확장됐음을 증명한 것이다. 매기 강 감독은 “한국의 정서를 창작의 중심에 두고 이를 글로벌 대중문화의 언어로 풀어내는 세계관이 코리아니즘”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의 원작을 각색한 애플TV+의 <파친코>, 한국계 미국인의 슬픔과 분노를 담은 넷플릭스의 <성난 사람들>,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미나리>, 고향을 떠난 이방인의 정서를 그린 <패스트 라이브즈> 등은 한국이라는 공간 바깥에서 만들어진 코리아니즘 작품이며, K-컬처의 걸작이다.

 

근래 한국의 문화예술은 세계 정상급의 찬사를 받고 있다. 칸 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 수상작 <기생충>, 에미상 6개 부문 수상작 <오징어 게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등 6개 부문 수상작 <어쩌면 해피엔딩>, 그리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BTS와 블랙핑크는 물론 조성진과 임윤찬 등 젊은 클래식 음악가들도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고전적인 문화예술과 대중문화 모두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 내 영상을 비롯한 문화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극장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관객의 외면이 이어져 화제를 모으는 대작 한두 편 말고는 수익이 현저히 줄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투자로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무빙> 등 인기작이 탄생했지만, 스타 배우의 출연료가 급등하고 티빙과 웨이브 등 국내 OTT의 부진으로 제작 작품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영화와 드라마 등에 원천 스토리를 제공하는 웹툰과 웹소설 업계도 작년 해외에 진출한 네이버 웹툰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정체기에 들어섰다. 다만 모든 분야는 오르막 내리막을 거듭하며 나아간다는 점에서 암울하기만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폭싹 속았수다>, <미지의 서울> 등 새로운 감각의 수작, 걸작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의 바깥에서 시작된 <케데헌>의 성공은 K-컬처가 특정 장르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보편적인 문화적 감성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K-컬처의 지속적인 글로벌 확장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동시에 한국 콘텐츠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도 명확히 드러냈다. 이제는 한국에서 만들어낸 수준 높은 K-컬처를 세계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시도와 모험에 도전해야 할 때다. 

 

 

 

 

 

1) 헌터(hunter)와 슬레이어(slayre)는 ‘사냥꾼’과 ‘살인자’ 혹은 ‘파괴자’를 의미하며, 주로 게임이나 만화, 소설 등에서 특별한 사명이나 힘을 부여받아 초자연적 존재를 추적하거나 처단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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