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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 경기일보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09-26

지방의원들은 선거 때마다 지역을 위해 힘쓰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지만 정작 실행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 경기일보는 전수조사를 통해 경기도의원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이행 실태를 점검했다. 지역 정치의 중요성을 환기한 경기일보의 ‘공약 추적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지난겨울을 지나며 우리는 어느 때보다 ‘정치’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투표로 선출된 자가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 국민이 어떠한 피해를 보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반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은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긍정적인 사례가 됐습니다.

 

올 3월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적 관심은 온통 ‘조기 대선’에 쏠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습니다. 대통령만큼이나 중요한, ‘우리 동네’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지방의원이었습니다. 선거 때마다 색색의 옷을 입은 다양한 ‘예비 의원님’들은 “우리 지역 아들, 딸이 되겠다”라며 거리 가득 현수막을 내걸고, “한 번만 뽑아달라”고 외치지만 당선 이후 이들의 모습은 모두의 관심 밖이라 생각했습니다.

 

경기도 지역 언론인 경기일보는 지역 정치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싶었습니다.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지방의원이 제 소임을 수행하는지 감시·추적하는 것은 지역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민선 자치 3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였지만 여전히 지역 정치는 관심 밖 그늘에 묻혀 있었기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지방의원에 관해 지역민의 관심을 환기하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마침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이자, 내년 6월 3일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에 경기일보 경기알파팀은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베일에 가려진 지방의원의 공약 이행 현실을 추적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3월 중순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경기일보는 경기도 의원 136명의 공약 3,884건을 전수조사했다. 3,884개 가운데 단 1,204개(31%)만이 지역 맞춤형 공약이었고, 이중 23.6%만이 이행됐다. ⓒ경기일보

 

 

우리만의 ‘기준’을 세우다

 

보도의 초점은 지방의원 중 ‘광역의원’에 맞췄습니다. 경기도에는 약 1,400만 명,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광역의원 수도 가장 많습니다. 또 경기도의회는 올 한 해만 약 38조 7,000억여 원의 막대한 예산을 심의·의결하지만 국회의원, 광역 자치·기초자치단체장 등과 달리 이들의 공약 이행 여부는 어떠한 점검도 받지 않는 실정이었습니다.

 

기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우리만의 명확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기준을 세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먼저 조사 대상자는 현 경기도의원 156명 가운데 지역 관련 공약이 없는 비례대표(15명)와 공약을 이행할 상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보궐선거 당선자(5명)를 제외한 136명으로 한정했고, 이들을 정당별·권역별·선수(選數)별로 구분했습니다. ‘지역’을 위한 정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었기에 의원들의 공약을 정당 및 중앙 정치권과 함께 약속하거나 지역구 현안과 거리가 먼 것은 ‘공통 공약’으로, 지역구 현안에 밀접하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을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구분했습니다.

 

지역 맞춤형 공약은 다시 건설·복지·생활·경제·교육 총 5개 항목으로 세분했습니다. △건설(건설·교통·도로·개발·사회간접자본(SOC) 등) △복지(복지·안전·보건·의료·환경·노동·노인·장애 등) △생활(생활·문화·예술·관광·체육 등) △경제(경제·일자리·기업·취창업·금융·소상공 등) △교육(교육·아동·청소년·학교·급식 등)으로 통칭했습니다. 최종 이행률은 △미이행 △진행 중 △이행 완료 총 세 단계로 분류했습니다.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거나 조성 계획조차 전혀 없는 사례는 ‘미이행’으로, 예산 반영·조례 발의 등 일정 부분이 추진되고 있는 경우는 ‘진행 중’으로, 인프라 조성을 마치는 등 공약이 실제로 이행돼 지역민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경우 ‘완료’로 구분했습니다.

 

특정 공약이 실행됐을 때, 기여도도 고민 사항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포 사격장을 폐쇄하겠다는 공약이 실현됐는데 이는 도의원만이 아니라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기초의원 등 또 다른 누군가의 역할이 컸을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기획의 목적을 생각했습니다. 유권자를 향한 약속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인가를 지적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지역민이 실감할 수 있도록 공약이 이행됐다면, 명확한 주체자를 따지기보단 이행됐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변수와 상황을 고려하며 기준을 세우기 위해 고심했음에도 실제 취재에 들어가자, 의원의 당적이 바뀌거나 실시간으로 이행 상황이 변경되는 등 다양한 변수도 발생했습니다.

 

시작부터 벽에 부딪히다

 

야심 차게 기준을 세우고 취재에 들어갔지만,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공약 이행을 점검하는 첫걸음은 공약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것인데, 선거 당시 그들이 내걸었던 공약을 살펴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경기알파팀은 전국 상당수의 광역의회에서 공약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도의회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단 두 곳만이 의회 홈페이지에 ‘공약사항’란을 갖춰놓고 있었습니다. 이마저도 당시 경기도의회는 공약 공개를 ‘선택 사항’으로 해둬, 22명의 의원은 공약 란이 비어 있었고 나머지 의원들은 선거 당시 활용했던 포스터 및 공보물을 그대로 게시해 놓아 무엇이 공약인지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개인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자신의 공약을 공개한 광역의원은 거의 전무했으며 의회에서도 따로 자료집을 마련해 두지 않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에 등록된 ‘후보자 선전물’을 살펴보는 게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3,884개 공약, ‘지역 맞춤형’은 절반도 되지 않아

 

약 일주일간은 후보자 선전물을 모아 그중에서 단순 구호가 아닌, 공약이라 부를 만한 것들을 뽑아냈습니다. 경기도의원 136명의 전체 공약은 3,884개에 달했습니다. 꼼수 공약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미 추진 중이던 사업을 자기 공약처럼 내세우거나, 현실성이 없는 약속을 남발한 때도 있었습니다. 공약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공통 공약이거나 지자체장들이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지역구 현안에 초점을 맞춰, 지역을 위한 공약을 분석한 결과 3,884개 가운데 단 1,204개(31%), 즉 10개 중 3개만이 지역 맞춤형 공약이었습니다.

 

경기일보는 지역 맞춤형 공약을 짚어보면서 경기 남부권에는 ‘재건축·재개발’ 관련 공약이, 경기 북부권에는 ‘관광 활성화’ 관련 공약이 많음을 확인했습니다. 또 경기 남부권에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많았고, 경기 북부권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많았다는 점, 초선(90명)이 다선(46명)보다 지역 맞춤형 공약을 더 적극적으로 냈다는 점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행정안전부는 지방행정 종합정보 공개 시스템인 ‘내고장알리미’를 통해 지방의원의 공약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경기일보

 

 

47일간 1,204개 공약 전수조사

 

공약의 존재를 확인했으니, 이번엔 그 이행 여부를 검증할 차례였습니다. 우리는 경기도 31개 시군의 경로당, 행정복지센터부터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보건복지부 등 중앙기관에 직접 문의하거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47일간 1,204개의 공약을 전수 검사했습니다. 어떤 공무원은 되레 우리에게 “정말 그런 공약이 있냐”, “도의원이 그런 공약을 왜 낸 것인지 우리도 의문이다”, “왜 그런 공약을 낸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공약의 허무맹랑함을 지적하거나, 공약 실천에 있어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었습니다. 40여 일을 꼬박 매달리며 하나하나 확인했지만, 돌아온 수치는 냉혹했습니다.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인터랙티브 기사 일부 ⓒ경기일보

 

 

결과적으로 임기가 약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내건 지역 맞춤형 공약은 단 23.6%만이 실현됐음을 확인했습니다. 지역민을 향한 약속 가운데 절반 이상(53.2%)은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갈 길이 먼 ‘미이행’ 상태였으며, 34명의 의원은 그때까지 단 한 건의 지역 공약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지역민들이 모인 어느 인터넷 카페에선 약 10년간 너나 할 것 없이 선거철만 되면 반복해서 내걸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또 속은 거냐”, “도대체 해결될 것이냐”, “생존이 달렸다. 선거 때만 목소리를 내고선 감감무소식”이라는 가슴 아픈 분노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광역의원의 공약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등 민간단체는 물론 관(官) 차원에서도 점검할 의무가 없기에 이들의 공약은 공개하지 않아도,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었습니다. 경기알파팀은 감시 사각지대의 시스템이 이와 같은 ‘저조한 이행률’로 이어졌다고 해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광역의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공약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각 정당도 광역의원의 공약 실태를 공천 과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경기일보는 해당 보도물을 인터랙티브 기사로도 자체 제작해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에 대한 정당별, 권역별, 선수별 분석과 함께 이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현황, 이행률 등을 시각화해 독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변화의 조짐, 정부도 움직이다

 

지난 5월 8일 첫 보도(온라인 기준) 및 이후 연속 보도에 따른 변화는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경기도의회는 2주 만에 홈페이지를 개편해 공약 공개 창구를 마련했습니다. 유권자가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편의성과 가독성, 접근성을 높여 공약 실천의 첫걸음인 공약 공개에 나섰습니다.

 

여야 도당도 발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5월 26일, 정당 차원에서도 광역의원을 비롯한 지방의원들의 공약 이행률 제고를 위해 공약 점검 및 관리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특히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의원 공천 과정에서 공약 이행 실태를 반영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지난 5월 27일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방의원 공약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라는 성명을 냈고, 행정안전부도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5월 29일, 정부도 반응을 보였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방행정 종합정보 공개 시스템인 ‘내고장알리미’를 통해 지방의원의 공약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나선 것입니다. 지방의회 의정활동 정보를 의무 공개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지방의회 공약’ 항목도 추가할지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보도 취지에 공감하며 “지방의원들의 공약 및 공약 이행률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언론의 문제 제기’와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합쳐질 때 변화는 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우리의 보도를 시작으로 충청권 등에서 지방의원들의 역할을 감시하는 취재가 이뤄졌습니다. 경기도의 불씨가 전국으로 번져 나가도록 충청, 영남, 호남권의 지역 언론들과 함께 각 지역의 의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권자의 알 권리 실현, 남겨진 이야기

 

취재하며 가장 크게 다가온 질문은 “정치인의 약속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삶을 바꾸는 절실한 약속이지만, 누군가에겐 선거용 수단에 그치기 일쑤였습니다. 그 간극을 좁히는 방법은 결국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일으키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시민들의 매서운 눈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인 만큼 지방의원의 역할은 절실합니다. 북부와 남부, 동부와 서부 각 균형 발전을 위해선 기초지자체와 중앙정부를 잇는 광역의원의 중간 다리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감시 사각지대 속 지방의원의 낮은 공약 이행률은 비단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여러 지역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희는 지역 정치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한 지난한 작업은 언론의 사명을 다시금 일깨웠습니다. 지역 정치 활성화, 알 권리 실현을 위해 언론의 역할을 해보자며 동료들과 한 마음, 한 뜻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긴 호흡의 취재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마련해준 회사와 또 다른 동료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취지에 공감하며 목소리를 내준 전문가, 시민사회에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여론의 관심을 환기해 변화의 조짐을 일으킨 이 취재는 오래 남을 경험입니다. 하루하루가 마감과의 싸움인 기자의 삶 속에서, 앞으로도 시민의 눈과 귀가 되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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