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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비슷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단순히 베껴 쓴 기사만이 아닌, 같은 주제를 비슷한 구성과 형식, 내용으로 다루는 기사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가 의제와 내용, 두 차원에서 서로 유사해지는 ‘뉴스 동질화 현상’ 연구를 통해 답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OO은 이걸 다뤘는데, 왜 우리는 저걸 발제했지?”
“OO은 이렇게 썼는데, 왜 우리는 저렇게 썼지?”
기자로 일할 당시 아이템을 발제하거나 기사를 써낼 때마다 데스크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오늘 어떤 의제를 뉴스로 다룰지, 어떤 정보나 사실들을 엮어내어 뉴스를 구성할지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언론사는 무엇을, 어떻게 썼는가?’인 듯하다. 물론 중요한 기준이다. 언론이라면 응당 자신들의 뉴스가 공적 관심사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사회적 타당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언론사들이 써내는 기사를 참고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기자로 일하는 동안 우리 언론이 그 기준에 과도하게 얽매여있다고 느꼈다.
지금 인터넷에는 동질적인(homogeneous) 기사들이 범람하고 있다. 여기서 동질적인 기사란 다른 기사를 이른바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하듯 노골적으로 베껴 쓴 기사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다른 기사와 똑같은 주제를, 비슷한 구성과 형식으로, 비슷한 내용과 정보를 담아 다루는 기사들을 가리킨다. 예컨대 사용된 단어나 표현, 문장 구성은 다르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다른 기사들과 하나도 차별화되는 세부 의제나 내용, 정보가 담겨 있지 않은 기사들 말이다. 이 연구1)는 이러한 지점을 포착하기 위해 표절, 처널리즘(churnalism)2) 등 기존 개념 대신 ‘뉴스 동질화(news homogenization)’라는 개념을 활용했다.
동질적 뉴스 생산의 재료가 된 연합뉴스
언론이 다른 미디어를 모니터링하고 모방하는 것은 예전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포털 등을 통해 수시로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살피고, 그 기사에 담긴 정보를 쉽게 옮겨올 수 있게 됐다. 현대 저널리즘에서 이러한 탐지(monitoring)와 모방(imitation) 관행이 강화된 탓에 기사들이 서로 유사해지는 뉴스 동질화 현상도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3) 특히 국내에선 연합뉴스와 같은 뉴스 통신사의 기사가 동질적 뉴스 생산의 재료가 되는 경우가 잦다.4)
물론 뉴스들이 서로 영향을 받고 유사해지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다. 앞서 말했듯 저널리스트들은 자신이 쓰는 기사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진실에 부합하는지 그 타당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5) 하지만 뉴스 동질화가 무분별하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면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특정 언론사가 기사에 잘못된 정보를 담았을 때, 이를 다른 언론사들이 그대로 답습해 오보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 또한 기사의 소재와 내용, 관점이 획일화되면서 공론장의 다양성 자체가 줄어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특정 언론사의 기사가 다른 언론사의 의제 선택, 취재, 기사 작성, 데스킹, 편집 등 기사 제작 과정 전반에 강한 영향을 끼치는 기반 자료로 기능한다면? 현장 기자들이 다른 기사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이에 의존하게 돼 독자적인 기획이나 정보 발굴 동기가 저하될 수 있다. 비슷한 기사를 경쟁적으로 써내는 뉴스 생산의 중복 구조는 전체 뉴스 산업을 비효율적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6)
뉴스 동질화 현상의 관찰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뉴스 동질화 현상을 탐구했다. 먼저 여러 선행 연구를 종합해 뉴스 동질화를 ‘뉴스가 의제와 내용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서로 유사해지는 현상’이라고 개념화했다. 표절, 처널리즘 등 기존에 제시된 개념들이 주로 내용 차원에서 나타나는 좁은 의미의 유사성을 의미한다면, 뉴스 동질화는 의제나 관점의 유사성 등 더 넓은 범위를 함께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다. 또한 뉴스 동질화는 뉴스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 그 자체를 포착할 수 있는 동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언론 현장에서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뉴스 동질화를 어떻게 관찰할 수 있을까? 이 연구는 텍스트 마이닝을 활용해 뉴스 동질화 현상을 분석하고자 한 주요 선행 연구들을 토대로 이론적 분석 틀을 고안했다. 먼저 2024년 7월 7~12일 10개 주요 언론사7)에서 작성한 경제 기사 3,291건을 모으고, 이를 날짜별 5개 묶음(분석 단위)으로 나눴다. 그 후 문장과 단어의 맥락을 고려하는 Doc2Vec 분석 방식을 활용해 기사 간 코사인 유사성을 계산했다. 그 결과 일정 기준(유사도 0.80) 이상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기사들을 서로 연결해 ‘유사 기사 쌍’으로 묶었다.[그림 1]
이렇게 하면 유사한 두 기사 중 어떤 기사가 먼저 쓰였고(선행 기사), 어떤 기사가 이후에 쓰였는지(후행 기사) 파악할 수 있다. 특정 기사가 다른 기사를 참고했기 때문에 두 기사가 유사해진 것이라면, 논리적으로 후행 기사가 선행 기사를 참고했을 수밖에 없다. 뉴스 동질화가 일어났다면 선행 기사에서 후행 기사로의 동질화가 나타난 것이며 논리적으로 그 반대의 인과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기사들을 단순히 ‘먼저 쓴 기사(선행 기사)’와 ‘나중에 쓴 기사(후행 기사)’로 구분하면 문제가 생긴다. 어떤 기사는 앞선 기사를 참고해 쓰였으면서, 동시에 또 다른 후행 기사에 영향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그림 2]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선행 기사이면서 동시에 후행 기사인 기사’가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연구는 ‘기점 기사(original article)’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기점 기사는 쉽게 말해 ‘후행 기사가 아닌 선행 기사’다. 앞선 기사를 참고하지 않고 다른 기사들에 영향을 주는 출발점 같은 기사로, 순수하고 엄격한 의미의 선행 기사인 셈이다. 기점 기사 개념을 도입하면 앞서 제시한 [그림 2]의 도식이 [그림 3]처럼 바뀐다.
기점 기사 개념을 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기점 기사를 기준으로 유사 기사들의 영향 관계 네트워크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림 4]는 실제 수집한 샘플 데이터에서 기점 기사 중 하나(DOC_3)를 시작점으로 삼아, 이와 연결된 연쇄적인 선행-후행 기사 관계들을 표현한 네트워크다. 기점 기사를 맨 왼쪽에 정렬되게끔 하고 선행 기사-후행 기사 관계는 화살표로 연결되도록 했다. 이처럼 기점 기사 개념을 활용하면 뉴스 의제나 정보의 확산 경로(network trajectory)를 시각화할 수 있다. 특히 연속적인 전파 과정을 거쳐 다단계로 뉴스 동질화가 일어나는 모습이 잘 드러난다.

아울러 언론사 간 영향 관계를 정량화하기 위한 영향력(influence) 및 생산성(productivity) 지표도 개발했다. 먼저 영향력 지표는 선행 연구가 제시한 진출차수(out-degree) 기준 연결 중심성(degree centrality) 지표를 변형해, 특정 언론사가 다른 언론사의 기사들에 끼치는 영향을 비율 형태로 나타낸 지표다. 영향력 지표는 0~100 사이의 값을 가진다. 100에 가까울수록 끼친 영향력이 크고, 0에 가까울수록 영향력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생산성 지표는 기사들이 끼친 영향의 정도(영향력)만큼이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사 자체를 얼마나 많이 생산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개발됐다. 각 언론사가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사(기점 기사)를 그렇지 않은 기사보다 얼마나 더 많이 생산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지표다. 생산성 지표는 -1과 1 사이의 값을 가진다. 이 값이 양수라면, 해당 언론사가 생산한 기점 기사 수가 기점 기사가 아닌 선행 기사보다 많다는 의미다. 반대로 이 값이 음수라면, 해당 언론사가 생산한 기점 기사의 수가 기점 기사가 아닌 선행 기사보다 적다는 의미다.

통신사 뉴스의 영향력과 생산성 크게 나타나
이러한 분석 틀에 따라 수집한 샘플 데이터를 탐색적으로 분석한 결과, 연합뉴스의 영향력과 생산성은 다른 언론사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컸다. 먼저 기점 기사 영향력을 살펴보면 연합뉴스는 모든 기사 묶음에서 가장 높은 기점 기사 영향력(57.0~84.8)을 보였으며 영향력 수치 자체도 모두 50을 넘겼다. A 묶음에서는 특히 84.8이라는 높은 영향력을 보였는데, 이는 A 묶음에서 생산된 전체 후행 기사의 84.8%가 연합뉴스의 기점 기사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의미다. 반대로 대다수 일간신문은 10 이하의 낮은 기점 기사 영향력을 보였다.
기점 기사 생산성에서도 영향력 지표의 경우와 비슷한 결과가 관찰됐다. 모든 기사 묶음을 통틀어 양의 기점 기사 생산성을 보인 언론사는 연합뉴스(5개 묶음 모두)뿐이었다. 연합뉴스만이 유일하게 기점 기사를 기점 기사가 아닌 선행 기사보다 더 많이 생산한 언론사였다는 의미다. 반대로 나머지 언론사들은 모든 기사 묶음에서 음의 기점 기사 생산성을 보이며 단 한 번도 기점 기사를 기점 기사가 아닌 선행 기사보다 더 많이 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영향력과 생산성 지표에서 모두 연합뉴스는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으며, 나머지 일간신문들의 영향력과 생산성은 예상보다 더 낮은 수준이었다. 결국 연합뉴스는 다른 언론사들에 새로운 의제와 정보를 제공하는 말 그대로의 ‘기점’ 역할을 담당한 반면, 대다수 일간신문은 이러한 의제와 정보를 받아들여 수동적으로 확산하는 ‘후행 매체’의 역할을 주로 수행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뉴스 동질화 현상이 생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는 그동안 어렴풋하게만 느껴왔던 연합뉴스의 영향이 실제 저널리즘 현장에선 생각보다 더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경고로 읽히기도 한다. 뉴스 통신사의 기사는 도매 뉴스 기능이 있어 기자 입장에서 “마음껏 참고해도 된다”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기자들에게 뉴스 통신사의 기사는 “쉽고, 빠르게, 죄책감 없이” 참고할 수 있는 기사인 셈이다. 실제 언론 현장에서도 “연합뉴스 없이는 기사를 못 쓴다”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자주 오가곤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오늘날 뉴스 통신사는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어떤 이슈를 보도할지 선택하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본 연구가 제안한 개념과 지표는 시안적인 분석 틀이라는 점에서 완전하지 않으며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사점과 우려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동질적 뉴스가 생산될 때 연합뉴스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탐색적 고찰은 후속 연구를 기획할 때 중요한 참고 사항이 될 것이다. 뉴스 통신사에 대한 언론사들의 의존도가 과도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1) 신지환·윤석민(2025), <뉴스 동질화 현상의 이론적 분석 틀: 기점 기사 개념과 영향력·생산성 지표의 제안>, 한국언론학보, 69(3), 5-40쪽
2) 기자가 취재하지 않고 보도 자료나 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적당히 수정해 기사화하는 것. 편집자 주
3) Boczkowski, P. J.(2009), <Technology, monitoring, and imitation in contemporary news work>, Communication, Culture & Critique, 2(1), pp.39-59
4) 이종혁(2021), <매체 간 뉴스 동질화 현상에 대한 탐색적 연구: Doc2Vec을 통한 문서유사도 측정의 활용>, 언론정보연구, 58(4),
5-48쪽
5) Donsbach, W.(2004), <Psychology of news decisions: Factors behind journalists’ professional behavior>, Journalism, 5(2),
pp.131-157
6) 남재일·최영재(2013), <디지털 미디어 환경 하에서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의 역할>, 언론과학연구, 13(1), 92-124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