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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이른바 방송3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그동안 논란이 됐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개정된 방송3법의 주요 내용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가결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고, 이어서 국회에서 통과된 방송3법은 한국 언론사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의 운영 기반이 되는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통칭하는 말이다.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나 정권이 임의로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자는 취지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1)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방송사 이사·사장이 무리하게 교체돼 방송의 독립성이 의심되고 뉴스 편집 방향까지 흔들리는 악순환을 더 이상 용납하지 말자는 의미에서다.
헌법에 따르면, 방송 자유의 기본권은 주관적 공권으로서 개인의 방송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목적은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한 특정한 규율 상태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자유 방송’을 위한 제도를 확립하는 데 있다. 따라서 방송이 자유롭고 광범위한 국민의 의사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객관적 제도 보장이 인정되고 있다.2)
공영방송과 관련해, 방송의 자유는 입법자에게 다음의 사항을 고려해 입법을 형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영방송에서 의사의 다양성 보장은 법적으로 규율되는 방송 프로그램 원칙에 의한 내용적 구속과 다원적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의해 확보된다. 따라서 이사회 구성은 내적 다원주의를 따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입법 형성은 방송 프로그램의 정치적·세계관적 균형성과 주제의 균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공영방송을 정당화하는 기초가 된다.3)
방송 자유에 대한 이와 같은 객관적 제도 보장은 공영방송이 국가의 지배와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을 요청하고 있다. 내적 다원주의에 의한 이사회 구성과 국가로부터의 자유는 견해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가 공영방송 조직 내부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공영방송에 대한 지도·감독 기능도 국가가 아니라 이사회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공영방송의 기능에 대한 해석은 헌법재판소의 텔레비전 방송수신료 결정에서 잘 드러난다.4) 따라서 공영방송은 그 사회적 책무를 위해 모든 사회 세력이 방송 조직과 프로그램 편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적 균형성·객관성·다양성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 방송3법의 내용에는 거버넌스 개편과 함께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구체적 장치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 구조나 누가 집권하느냐와 관계없이 국민의 대중적인 공감대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송법」이 필요하다”라면서 “방송3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며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이사회 구성을 다원화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며, 편성·보도의 독립성을 제도화함으로써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방송 제작의 자율성 보장을 통해 올바른 국민의 의사 형성이라는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는 방송3법의 성공을 가늠하는 평가 기준이 된다고 본다. 다음에서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이를 분석·평가하고자 한다.
방송3법 주요 내용 기대와 과제는
「방송법」은 첫째, 공영방송 이사 추천의 주체를 다양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KBS 이사회의 이사는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MBC와 EBS 이사회는 9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회 추천은 KBS 6명, MBC 5명, EBS 5명이 되고, 나머지 이사는 시청자위원회, 언론·미디어 관련 학계, 방송사 내부 임직원, 법조계, 교육계 등 외부 기관에서 추천하도록 한다.
기존의 정부 추천이 국회 교섭단체 추천으로 변경되면서 과거 정부가 이사회를 통해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에 대해 공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대통령 인사권이 배제되고 이사 추천 권한이 정당에 배분되면서, 진보·보수의 대립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감시의 대상인 한편 관리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음을 고려해보면, 정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한다는 애초의 법 개정 취지가 올바로 반영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내적 다원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독일의 방송평의회가 30~6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정부와 의회의 지분을 3분의 1 이하로 한 것에 비하면 정부·여당의 영향력을 온전히 배제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법적 근거 없이 여당이 다수, 야당이 소수의 이사를 추천하면서 정부 여당 중심의 이사회 구성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 논란이 있던 시기를 벗어난 점은 긍정적이다. 정치권 추천을 40% 이하로 줄이고, 시청자위원회, 공사의 임직원,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변호사 단체로 다양화해 특정 정파의 이사회 독식을 불가능하게 한 부분 또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적 다원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면 현행 이사 15명은 절대적으로 그 수가 부족하고, 영국 BBC와 같이 다양하고 독립적인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이사를 임명하는 제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에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외부 세력에 의한 방송의 자유 침해를 주장하면서, 그러한 외부 세력에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을 무작위로 포함해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오늘날 방송 자유의 침해와 공영방송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상업 자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공영성이 약화된 점이 지적되기 때문이다.
둘째, 사장 추천 과정에 국민 참여를 보장하고, 이사회의 임명 제청에 특별다수제를 도입하고 있다. 국민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에서 면접과 숙의 과정을 거쳐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를 복수로 추천하고 그중 1명에 대해 이사회가 사장으로 제청한다. 사장 후보 복수 추천의 경우 이사회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최종 1인을 결정하도록 한다. 사장 임명 제청에 관한 사항이 추천일부터 14일 이내에 의결되지 않을 경우, 마지막 투표일부터 14일 이내에 절차가 진행된다. 이때 마지막 투표의 최고 득표자와 차점자를 대상으로 다시 의결하며, 최고 득표자가 2명 이상이면 최고 득표자 결선투표를 하되 다수 득표자를 임명 제청하도록 한다. 이로써 정치적 갈등으로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전 과정에 대통령과 국회 관여를 배제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특별다수제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는 데 제도적 효과가 있다고 본다.

자의적·편파적인 추천위원회 구성 및 운영과 사장 인사의 위험성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추천위원의 선출 방식과 결격 사유, 사장 후보자에 대한 평가 방식과 평가 기준 등 구성·운영·절차에 관한 부분이 법에 구체화돼 있고, 집단 지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도 작동에 대한 기대도 있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그간의 사회적 갈등이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방송편성규약’에서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와 ‘편성위원회 설치’에 대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방송사 임원이나 국가 권력에 의한 방송 자유 침해 논란이 제기된 경험에 비춰 볼 때 입법자가 지상파나 종합편성 방송사업자 그리고 보도 전문 방송사업자 등 방송 주체로 하여금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사회적 책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방송 자유의 핵심적 내용인 방송 프로그램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방송법」제4조 제1항 및 제2항의 입법 목적이 경영 및 편성에 대해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업자에게 편성위원회의 설치와 방송편성규약의 준수 의무를 부과하면서 위반 시 벌칙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강화 및 공익성 보장에 실효적이라 본다.
이에 대해 방송사업자의 인사권 및 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관여라는 비판과 함께, 보도 책임자 임명 시 직원 과반수의 동의와 노사 동수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것은 의회유보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비판이 제기된 이유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을 구분하지 않는 현행 「방송법」이 가진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물론 입법자는 방송 자유의 기본권 실현을 위해 광범위한 입법 형성 재량권을 가지고 민영방송에 대해서도 방송편성규약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에 대한 방송 자유의 기본권은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한 이익을 보장할 뿐 방송사업자의 이익을 위한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민영방송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언론 기업 내부의 경영과 편성을 분리해 편성권자를 기본권적으로 보호할 당위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을 동일시해 같은 공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헌법적 요청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독일에서 방송 프로그램 공급과 관련해 공영방송에는 기본 공급 의무를, 민영방송에는 최소 공급 의무를 부과하고 있듯 방송 편성에서도 해당 방송사업자를 공적 책임의 정도로 구분해 편성규약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5) 또한 편성규약 위반에 대한 벌칙 규정과, 재허가 시 법령 위반 여부를 심사 항목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복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불어 방송사업자의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나 편성위원회 설치 대상의 불명확성 문제 역시 존재한다. 이러한 쟁점들은 입법 정책적으로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다만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의 경우, 언론 보도의 자율성과 객관성이 정치권력과 자본의 힘 앞에 무너지는 현실에서 단순히 노조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현업에 종사하는 방송인들이 외부는 물론 내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보호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 부칙 조항을 통해 법 시행 전 임명된 이사들은 법 시행 3개월 이내에 강제 퇴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석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2000년 통합 「방송법」 시행 당시 법령 변경에 따라 새로 이사회가 구성된 전례가 있다. 과거 공영방송 지배구조 논란과 YTN 민영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헌법상의 방송 자유 기능 보장에 필요한 입법적 조치라고 본다.
여야 합의 부재는 아쉬워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특정 제도는 그 국가만이 가진 역사적·문화적 배경 속에서 잉태해 온 온갖 제약 요소를 담아내면서 변화에 둔감한 경우가 많다. 개정 방송3법의 내용을 보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그간 방송계와 학계에서 요구해 온 내용들을 상당수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디어 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공영방송이 자생력을 갖추며 존속·발전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2000년 「방송법」(일명 통합방송법)의 경우 여야 합의로 제정됐지만 이후의 법률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6) 아무리 정교하게 법과 제도를 설계·시행하더라도 허점은 있기 마련이며, 그 성공 여부는 결국 이를 실행하는 사람의 의지의 영역에 속한다. 12·3 비상계엄 이후 여전히 이에 동조하거나 반성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의 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야당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야 합의에 의한 방송3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함이 아쉬운 이유다.
특히 법체계 전반에 대한 조율 없이 개별법만을 개정하는 경우에는 상호 충돌하는 가치와 규범의 균형 및 조화가 한꺼번에 무너질 위험성도 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함께 여야 합의 과정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 관련 개혁 입법은 디지털 시대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미디어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서 단계별로 공적 임무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체계적인 법적 규범의 형태로 완성돼야 한다.7) 그러한 과정 속에서 공영방송은 다양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여전히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등대’로 남아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1) 권형둔(2008), <방송법 개정 논의의 헌법적 문제에 대한 소고-공영방송의 민영화 방안과 관련하여>, 공법연구, 37(1-2), 1-27쪽
2) 권형둔(2014), <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헌법이론과 법제도 개선방안>, 공법학연구, 15(2), 32-35쪽
3) 한수웅(2025), 《헌법학》, 법문사, 784-786쪽
4) 헌재 1999.5.27. 98헌바70, 판례집 11-1, 633, 645쪽
5) 권형둔(2014), <공영방송의 기본공급이론과 인터넷>, 공법연구, 33(1), 1-25쪽
6) 권형둔(2024), <한국언론법제의 역사와 전망>, 법제연구, 67, 1-33쪽
7) 권형둔(2025), <소셜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부상으로 인한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의 확대 가능성-유튜브 저널리즘을 중심으로>, 미디어와인격권, 11(2), 31-3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