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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 KBS전주 <사찰과 요양원, 건설업체…연결 고리는 스님>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11-28

KBS전주는 한 요양원의 갑질과 불법 도청 의혹 등 내부 고발과 증언을 바탕으로 전북 군산 은적사 승려와 관련된 국가 보조금 횡령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고발했다. 사찰과 요양원, 건설업체, 지역 종교계로 이어지는 구조적 비리 문제를 짚은 이번 보도의 취재기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북 군산 도심에는 은적사(隱寂寺)라는 절이 있습니다. 은적사에서 100m 정도 걸으면 한 노인전문요양원 주차장과 연결됩니다. 거기서 또 빠른 걸음으로 3분 정도 걸으면 한 건설업체가 나옵니다. 사찰과 요양원, 그리고 건설업체. 세 곳의 연결고리는 ‘스님’입니다. 취재진은 승려 성우가 설립한 노인전문요양원에서 불거진 직원 도청 의혹을 시작으로, 성우가 건설업체를 차명으로 소유하고 사찰 공사를 도맡아 하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그 비자금 중 일부가 은적사의 본사인 금산사 주지에게 흘러갔다는 의혹 등을 추적했습니다.

 

승려 성우는 동국대 이사장과 금산사 주지 등 조계종 요직을 두루 지냈으며,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후원금 유용·횡령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상임이사로 재직했습니다. 나눔의집 의혹은 이후 사실로 드러났고, 성우를 포함한 5명의 승려 이사진이 경기도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관련 취재·보도는 약 5달 동안 이뤄졌으며, 취재진은 해당 보도물로 제203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건설업체 대표가 된 사회복지사

 

“성우 스님이 건설업체를 가지고 있어요”

 

우용호 씨가 망설이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상한 말이었습니다.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본분으로 하는 승려가 영리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를 갖고 있다는 문장은 모순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말이 이어졌습니다.

 

“건설업체 서류상 대표가 저로 돼 있어요”

 

이상했습니다. 우용호 씨는 20년 넘게 사회복지사로 일한 사회복지 전문가입니다. 기자를 처음 만났을 당시, 우 씨는 노인전문요양원 부원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노인전문요양원의 설립자는 건설업체 실소유자로 지목된 승려 성우입니다. 성우는 지난 6월까지 해당 요양원의 원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우 씨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성우 스님과 오래 알고 지냈어요. 지난해, 요양원 업무를 봐 달라는 성우 스님 부탁으로 군산에 오게 됐는데 스님이 운영하는 건설업체 바지 대표까지 맡게 됐어요. 아들이 스님인데, 성우 스님의 상좌(제자)로 있거든요. 아들의 스승이시니까, 문제를 해결하려고 성우 스님께 여러 번 자정을 요구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검증이 필요한 이야기였습니다. 건설업체 현장소장으로 일하던 김 모 씨, 회계 관리를 담당하던 황 모 씨를 추가로 접촉했습니다. 그들 역시 우 씨와 비슷한 진술을 했습니다. 그들이 전해준 USB에는 우 씨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서류와 녹음 파일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취재원을 다양화해 관련 자료와 우 씨 진술에 대한 교차 검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우의 실소유 의혹을 받는 건설업체에 사찰 공사를 맡긴 승려와 건설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 관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시의원, 중앙 정부 공무원, 회계사와 변호사 등을 통해 추가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현장 취재도 여러 차례 진행했습니다.

 

입사한 지 3년 차인 막내급 기자의 부족한 능력치를 고려하더라도, 취재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취재에 응하던 한 인물은 언젠가부터 기자의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모 시의원은 “기자와 인터뷰하지 말라는 말을 여러 명에게 전해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건설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도 시의원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제 금산사 박물관 공사에 지원된 혈세가 얼마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제시 공무원은 “금산사에 확인한 뒤 이야기해 줄 수 있다며 시간이 일주일 정도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역 기자로 3년 동안 일한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어떤 사업에 얼마의 예산이 지원되는지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보통은 길어봤자 하루도 소요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절망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언론이 감시해야 할 권력이 정치나 자본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조계종이라는 벽은 매우 높았습니다. 해당 사안에 관해 어떤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지만 “사건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며 “종헌 종법 위반이 확인된다면 엄중히 조치하겠다”라는 입장만 밝힐 뿐이었습니다.

 

사찰은 공공재 특성이 있습니다. 일부 사찰은 국가유산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지자체는 사찰이 새 건물을 짓거나 보수 공사를 할 때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불교계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사찰 자부담 비율은 점점 낮아졌습니다. 현재는, 사찰이 공사를 진행하면 전체 사업비 중 국가 보조금이 90%를 차지하고 사찰이 부담하는 돈은 10%에 불과합니다. 전북 김제 금산사 성보박물관 공사는 63억 원 중 60억 원이 지방비였고, 군산 상주사 불교문화체험관은 30억 원 중 27억 원이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됐습니다. 하지만 불교계는 매년 종교·문화 시설에 대해서만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으면서도 언론의 감시망에서는 비교적 벗어나 있었습니다.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은적사. 은적사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노인요양원이 있다. 요양원에서 남쪽으로 200미터가량 걸어가면 A 건설업체가 있다. ⓒKBS전주

 

 

성우의 건설업체 실소유 의혹에 대한 첫 보도가 이뤄진 건 지난 8월입니다. 이후,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익산시 등은 자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전북도는 11개월 영업 정지라는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업체는 청산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전북경찰청은 지난 11월 7일에야 건설업체와 은적사, 금산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불교계 시민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압수수색에 대해 “부패에 관해서는 성역이 존재할 수 없다”라며 “불교의 가장 청정해야 할 공간이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는 참담하지만, 부패를 척결하고 자정(自淨)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논평문을 냈습니다.

 

반면, 원론적 입장만 밝히던 조계종은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보도자료를 내고 “사찰은 부처님을 모신 청정한 수행과 신앙의 공간이며, 1700년 한국불교의 정신과 전통이 이어져 온 성역”이라며 “과도한 조치는 자칫 법 집행의 본래 취지를 넘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종교탄압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압수수색에 모멸감을 느낀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요양원에서 발견된 도청 의심 장치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요양원에서 발견된 불법 도청 의심 장치였습니다. 지난 6월 말, “군산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불법 도청 문제가 불거졌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양원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직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쉬는 시간에 나누는 사적인 대화까지 도청되고 있다. 실제로 녹음 파일을 들은 직원도 여럿 있다”라며 이어 “그동안은 무서워서 제보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라고 했습니다. 요양원 직원은 대부분 50~70대, 여성 요양보호사였습니다. 인구 25만 남짓의 중소도시에서, 사내 문제를 밖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낙인이 될 수 있는 일입니다.

 

직원들은 기자를 찾기 전,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요양원 설립자이자 당시 원장이던 성우는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 말에 따르면, 오히려 직원들을 모아 놓고 경찰 고위직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합니다. 특정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의 봐주기 수사 덕에 위기를 모면했다”라는 식의 발언도 했다고 합니다. 직원들은 이를 ‘경찰에 신고해 봤자, 경찰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직원들의 공통된 증언대로, 요양원 천장에서 발견된 작고 네모난 물체가 실제 도청 장치인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CCTV 설치 업체가 어디인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취재진은 사설탐정 사무실과 CCTV 업체를 방문했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외형이 같은 물체를 파는 쇼핑몰을 찾았습니다. 물건을 구매하고 며칠 뒤, 쇼핑몰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해당 제품은 CCTV에 연결해 쓰는 마이크로, 도청이 불법이 된 뒤부터는 판매하지 않는다. 주문을 취소해 달라”라고 말했습니다.

 

 

성우 스님 실소유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체와 하도급계약을 맺고 일하던 업체 관계자와 기자의 대화 모습 ⓒKBS전주

 

 

사측은 문제 제기를 주도했다고 판단한 부원장과 팀장 등에 대해 ‘일반 직원 강등’이라는 인사 조치를 하고 부원장 모집 공고를 새로 냈습니다. 동시에 군산경찰서에 관련 내용에 대해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군산경찰서를 믿을 수 없다며 전주지방검찰청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전주지방검찰청은 해당 사건을 전주 완산경찰서로 넘겼고, 완산경찰서는 다시 이를 군산경찰서로 넘겼습니다. 사건은 병합되지 않았고, 2개의 수사팀에게 각각 배당됐습니다. 사측이 접수한 사건에 대해 수사팀은 ‘수사 중지’ 결정을 최근 내렸고, 직원들이 접수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수사팀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요양원에 관해 조사를 진행한 군산시와 건강보험공단은 요양원 운영과 관련한 여러 부정을 발견하고 79일의 영업 정지 처분을 통지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나눔의집’

 

부족한 능력치에 길을 여러 번 잃고, 늘어지는 경찰 수사에 좌절하면서도 퇴근을 늦추고 주말에도 출근하며 이번 사안을 더욱 끈기 있게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성우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설 나눔의집에서 후원금 유용 의혹이 불거졌던 2020년 상임이사로 재직했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다며 거짓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보조금을 타냈다는 의혹은 대법원이 당시 나눔의집 시설장으로 있던 안 모 씨에 대해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내리며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성우를 포함한 나눔의집 승려 이사 5명에 대해서도 경기도가 해임 명령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이사진에서 경기도를 상대로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수원지법은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법에 따라 이들은 해임된 날로부터 5년 동안 사회복지법인 임원이나 사회복지시설 장으로 일할 수 없지만, 성우는 2023년 3월부터 요양원장으로 일했습니다. 성우를 포함해, 당시 함께 해임된 승려 이사 5명 가운데 3명이 같은 방식으로 법을 어기고 있었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자리에서 물러날 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연락이 닿은 나눔의집 공익제보자, 김대월 학예사는 나눔의집에서 성우와 가까이 지내던 우용호 씨가 이번 사안의 핵심 제보자가 된 것에 놀라워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우가 요양원과 건설업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나눔의집 문제를 해결하던 방식과 똑같다. 일단 문제가 공론화되면, 본인은 뒤로 물러나고 신도 등 주변인을 내세운다. 문제 제기한 사람들을 비난하고, 소송을 남발하고, 책임을 전가하며 결국 지치게 한다.”

 

나눔의집에서 해임 처분을 받은 성우가 전북 군산으로 이동해 요양원장으로 일하는 사이, 나눔의집 공익제보자들은 지금도 끝나지 않은 소송에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요양원 직원들은 현재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요양원이 폐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낸 용기가 실직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는 게 옳은 것인지, 의문이 크게 남습니다. 이 사안과 관련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록하는 것뿐입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함께 고민해 주신 한문현 촬영기자 선배께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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