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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 연합뉴스 2025 APEC 정상회의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11-28

2025 APEC 정상회의가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이 모인 이번 행사를 우리나라 주관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어떻게 취재했을까?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데 공감을 표하면서 후속 협의를 해나가자고 했습니다.”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10월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고, 내외신 기자들이 모인 국제미디어센터는 깜짝 소식에 잠시 술렁거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 추진 잠수함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달라”라는 요청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답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내 건조’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고 공식화했다.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한 핵 추진 잠수함 확보가 30여 년 만에 가시권에 접어든 순간이었다.


20년 만의 정상회의 주최

국내외 기자 4,000여 명 찾아

 

우리나라가 2005년 부산에 이어 20년 만에 주최한 APEC 정상회의는 시작 전부터 굵직굵직한 이슈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월 27일 최종고위관리회의(CSOM)로 문을 연 APEC 정상회의 주간은 28~31일 최고경영자(CEO) 서밋, 29~30일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에 이어 31일부터 이틀간 정상회의 등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이 기간 21개 회원과 국제기구의 주요 내빈 130여 명과 1,700여 명의 글로벌 CEO 등이 인구 25만의 중소도시 경주를 찾았다. 5월 착공 후 5개월여 만에 완공한 국제미디어센터에는 4,00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몰렸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이란 주제로 인공지능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이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였지만, 한미 통상 협상, 미중 정상회담, 북미 정상 회동 가능성 등 오히려 다른 현안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았다.

 

주관뉴스통신사를 맡은 연합뉴스는 APEC 정상회의 소식은 물론 각종 양자회담과 CEO 서밋 등 부대 일정까지도 신속하고 세밀하게 보도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가 APEC 정상회의를 마지막으로 개최한 지 20년이 지난 만큼, 당시 송고한 기사와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부서 간 역할 분담과 사전 조율 등 준비 작업에 더욱 공을 들였다.

 

특히 대구·경북 취재본부는 경주가 개최지로 선정된 2024년 6월부터 APEC 관련 취재가 주요 업무의 하나가 됐다. 올해 경북 산불과 수해 등 대형 재해가 빈발해 업무 부담이 커진 가운데서도 수시로 경주를 찾아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기사들을 주기적으로 쏟아냈다.

 

 

2025 APEC 정상회의 공식 기념 촬영 ⓒ연합뉴스

 

 

연합뉴스는 정상회의를 30여 일 앞두고 110여 명의 특별취재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APEC 준비 체제에 돌입했고, 정상회담 주간에는 대규모 취재단을 경주에 파견해 저인망식 취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정상회의 개막 5일 전 사진부와 지원팀 4명을 시작으로 파견 인력을 늘려 정점인 30일과 31일에는 경주 출장자만 각각 45명에 달했다. 대선이나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 때마다 특별취재단을 꾸려 왔지만 특정 지역에 이 정도 규모의 인력을 보낸 것은 창사 이래 최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한미 통상 협상 극적 타결

미중 회담에선 무역 전쟁 봉합

 

굵직굵직한 일정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정상회의 주간은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주최자로서 정상회의를 안정적으로 주관하는 동시에 주변국과 쌓여 있는 외교와 안보, 통상 등 숙제를 풀어야 했다.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던 한미 정상회담에선 핵 추진 잠수함 확보는 물론 또 다른 숙원이던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의 길을 여는 결과가 도출됐다. 막판까지 불투명했던 한미 통상 협상도 극적으로 타결됐다. 비록 10년간 2,000억 달러(약 294조 6,200억 원)의 막대한 현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았지만, 일본에 비해 나름 선방했고 관세와 무역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건 성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11년 만에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이전 정권 때 불편했던 관계를 개선하고 양국의 안정적 발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뤘다.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신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는 교류·협력과 셔틀 외교를 지속하는 데 합의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쉽게도 북미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전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하고 “김정은을 만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계속 러브콜을 보냈지만 북한의 무반응 속에 결국 무위에 그쳤다. 연합뉴스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주시하며 긴장감 속에 나름 대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제 가동까지 가진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빅 이벤트’는 뭐니뭐니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아니었을까 싶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대중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고 중국이 보복 관세 등으로 맞대응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태에서 열린 회담이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만난 것도 6년 만의 일이었다.

 

결과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와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 협력에 동의하는 대신 미국은 중국에 부과해 온 관세를 10%p 인하하는 합의였다. ‘세기의 담판’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부족한 감이 드는 결론이었지만, 무역 전쟁의 확전 자제, 관세 갈등의 봉합 등 파국을 피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걷어낸 것은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천마총 금관 모형과 한미 정상 ⓒ연합뉴스

 

트럼프·시진핑 호텔서 ‘뻗치기’ 

007 작전 같았던 젠슨 황 취재

 

연합뉴스는 몇 개 부서를 합친 규모의 취재단을 파견했지만 워낙 많은 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현장은 쉴 틈이 없었다. 40명이 넘는 기자가 있으니 현장 취재에는 문제가 없겠구나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동료 얼굴을 보기 쉽지 않고 식사 때 한자리에 모이기도 힘들 정도로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정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의 ‘풀(pool) 취재’로 대응할 수 있었지만,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동선 취재는 무척이나 힘들고 까다로웠다. 이에 이들이 머문 숙소에 현장 기자를 배치해 종일 ‘뻗치기(취재 대상이 있는 곳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을 뜻하는 은어)’를 하는 날이 빈번했고, 이런 수고 끝에 이들의 한국 도착과 경주 이동 상황, 투숙 뒷얘기 등을 어느 매체보다 빨리 그리고 풍부하게 보도할 수 있었다.

 

가장 애를 먹은 부분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동선이었다. 개략적 일정이나마 파악된 다른 VIP들과 달리 젠슨 황은 입국 시간과 장소 자체가 오리무중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나마 가장 유력한 입국 장소였던 김포공항에서 지난 10월 30일 새벽 5시부터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 시간의 기다림에도 젠슨 황은 나타나지 않았고, 오후 들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는 정보를 입수, 긴급히 장소를 옮긴 끝에 입국 장면을 단독으로 취재할 수 있었다.

 

같은 날 젠슨 황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저녁 ‘치맥 회동’을 한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은 낮부터 북새통이었다. 수백 명의 취재진과 시민이 몰려들어 경찰이 질서유지선을 치고 관리해야 할 정도였다. 현장을 어떻게 취재할까 궁리 끝에 연합뉴스 기자 3명은 수 시간 전부터 가게에 미리 들어가 아예 자리를 잡아두는 방법을 택했다. 그 덕분에 현장에서 오간 대화와 분위기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고, 당시 상황을 기사와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정상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경주 보문단지에 수시로 교통 통제가 이뤄진 것도 어려움 중 하나였다. 밤늦은 퇴근길에 교통 통제로 택시가 잡히지 않아 망설임 끝에 현지에 와 있던 회사 차량을 미안함 가득한 마음으로 호출하거나, 아예 통제 범위 밖까지 걸어가 택시를 부르는 일도 적지 않았다.

 

 

'러브샷’하는 이재용과 젠슨 황 ⓒ연합뉴스

 

 

기사 쏟아진 일주일, ‘인포넷’ 서비스 이번에도 가동

 

최종고위관리회의가 시작된 2025년 10월 27일부터 마지막 일정인 한중 정상회담이 있던 11월 1일까지 연합뉴스가 쏟아낸 APEC 관련 글 기사는 700건이 훌쩍 넘는다. 하루 평균 120건의 기사를 쏟아낸 셈이다. 같은 기간 영문 기사 약 300건을 포함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베트남어 등 7개 외국어로 전송한 APEC 기사는 600건이 넘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는 APEC 배너를 단 특별 코너를 만들어 주요 기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타임테이블 형태의 실시간 뉴스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주관뉴스통신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사진 서비스였다. 회의장과 만찬장 등 정상들이 대거 모이는 장소는 취재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만큼 연합뉴스가 ‘풀 언론사’로서 사진을 찍고 전송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위해 사진부 부원만으로는 모자라 지역 주재 사진기자까지 모두 11명의 인원을 투입했다.

 

연합뉴스가 생산한 콘텐츠는 ‘인포넷’이라는 서비스를 통해서도 전파됐다. 인포넷은 기사와 사진, 영상은 물론 보도자료, 브리핑 자료, 연설문, 각종 안내와 공지 등을 국내외 기자들이 한데 모아 볼 수 있도록 한 시스템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으면 이들 자료에 접근해 취재와 기사 작성에 활용할 수 있다. 인포넷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때 국내 취재단의 평양발 사진을 터미널 방식으로 전송받아 서울 프레스센터에 있던 언론에 제공한 것이 시초였다. 이후 서비스 유형을 늘려 2007년 남북정상회담, 2010년 G20 정상회의, 2018년 동계올림픽 등 굵직한 행사 때마다 주관뉴스통신사로 참여한 연합뉴스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행사를 취재하면서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없을 수 없지만 주관뉴스통신사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언론의 관심을 덜 받는 일정이나 사안일지라도 역사에 기록을 남긴다는 마음가짐으로 빠짐없이, 세세하게 보도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만큼 업무 부담이 늘어났다는 말이기도 한데, 이면엔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고 가장 늦게까지 남아야 한다’는 혹독함을 미덕(?)으로 삼는 연합뉴스라는 회사의 후배들이 보여준 성실과 희생이 깔려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가 한국이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국익을 증진하는 계기가 됐길 기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단 연합뉴스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부대끼며 노고를 같이 한 모든 언론사와 기자들의 땀과 정성이 역할을 했다면 더 바랄 바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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