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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행사: ‘U.S 뉴스룸 스터디 투어’ 참가기
미디어 리뷰 | 등록일 : 2025-11-28

지난 10월 13일부터 17일까지 세계신문협회는 전 세계 언론인을 위한 ‘미국 뉴스룸 스터디 투어’를 진행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KPF디플로마AI와뉴스룸의 미래’ 과정의 일환으로, 미국 주요 언론의 뉴스룸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이 행사의 참가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미국 언론들의 AI 활용 실태를 돌아보고 왔다 하니, 툭툭 질문이 들어온다. “미국은 어때?”, “우리보다 훨씬 더 낫지?”, “특징이 뭐야?”라는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힌다. 숨 한번 돌리고 내놓는 답은 이렇다. “한마디로 말하기가 어려운 게, 각 매체의 특성에 따라 AI를 활용하는 방식과 적극성이 다르더라고요.”

 

실제로 그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KPF디플로마-AI와 뉴스룸의 미래’ 과정에 참여하게 된 국내 저널리스트 6명은, 지난 10월 13일부터 18일까지 미국 뉴욕과 워싱턴 D.C. 주요 매체들의 뉴스룸에 들어가 십인십색(十人十色)의 AI 활용 실태를 살펴봤다. 세계신문협회(WAN-IFRA)의 ‘미국 뉴스룸 스터디 투어(U.S Newsrooms Study Tour)’에 참여하는 형식을 띠었는데, 투어에 함께 참여한 세계 각국 저널리스트들과 수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즐거움은 덤이다.

 

AI 활용에 신중한 뉴욕타임스, 적극적인 워싱턴포스트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저널리즘 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뉴욕타임스. 맨해튼의 랜드마크가 된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로 들어서자 상큼한 귤색 로비를 지난 뒤 회의실로 안내됐고, 보도와 AI 분야 책임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 뉴스룸의 AI 활용 사례를 탐방하러 온 우리에게 그들은 몇 차례나 이 말을 강조했다. “콘텐츠를 제작할 때 AI를 사용하지 않고, 콘텐츠 양을 늘리기 위해서도 AI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혁신은 어디 갔단 말인가?’ 하는 의아함 속에, 뉴욕타임스는 이미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정도로 AI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방어적인 태도가 묻어났다. 뒤늦게 깨달은 점이지만, 이는 AI 업체와의 계약을 염두에 두고 몸값을 높이려고 일부러 콧대를 높이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뉴욕타임스는 이미 뉴스룸 안에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등이 망라된 ‘AI 이니셔티브팀(A.I. Initiative team)’을 배치했으며, 이들은 취재 보도의 방식과 독자 경험을 고도화하기 위한 각종 AI 도구를 내놓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가 자랑하는 치트 시트(Cheat Sheet)는 스프레드시트 기반의 데이터 세트 탐색·정리 도구로, 이를 통해 50편 이상의 데이터 저널리즘 보도를 할 수 있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과거 한때 주목받던 데이터 저널리즘은 투입 대비 산출이 적다는 이유로 최근 주춤해졌지만, AI와 함께라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뉴욕타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워싱턴포스트는 더욱 적극적이다. 우리는 한국계인 샘 한(Sam Han) AI 최고책임자, 그리고 뉴스룸 편집 책임자들로부터 “AI를 활용해 혁신과 수익 최적화를 주도하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사명”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워싱턴포스트는 자체 CMS 모델인 ‘아크 XP(Arc XP)’에 AI 기능을 탑재한 것은 물론 AI 챗봇 기반의 검색 인터페이스를 마련했고, 기사 댓글의 1차 선별 과정도 AI에 맡겼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Jeffrey Preston Bezos)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뒤 디지털 전략에 박차를 가했던 흐름이 AI에 대한 적극적 수용으로 이어진 듯하다.

 

AI로 인한 변화는 여전히 시작 단계라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생각이다. 우리 사회와 저널리즘의 근본적 변화는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AI 업체와의 협업도 대개 단기 계약으로 이뤄진다. 당장 1~2년 후를 예상하기 어려운 탓이다. 또 콘텐츠 제공자와 AI 업체 사이의 관계는 이미 후자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어서, 워싱턴포스트 관계자는 “콘텐츠들의 최상단에는 빅테크가 자리잡고, 유력 언론사들마저 그저 ‘콘텐츠 팜(contents farm)’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토로했다.

 

 

뉴욕타임스 로비에서 함께 선 ‘미국 뉴스룸 스터디 투어’ 전체 참가자 모습. 가운데 흰색 재킷을 입은 이가 필자 <출처 - WAN-IFRA 제공>

 

 

“모든 기자가 프롬프트 엔지니어 될 수 있어”

 

뉴스 통신사들의 경우 위의 신문들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 “모든 기자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한 로이터(Reuters)는 기자들이 자유롭게 AI를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 ‘오픈 아레나(Open Arena)’를 마련했고, 기업들의 실적 발표 자료를 구조화해 콘텐츠로 내보낼 수 있는 AI 서비스 ‘슈퍼 서머리즈(Super Summaries)’와 보도자료를 수초 내에 스캔해 유의미한 뉴스로 추출해 내는 AI 도구 ‘팩트 지니(Fact Genie)’도 선보였다. 

 

AP(Associated Press)에서 눈길을 끈 건 ‘AP 검증 프로그램(Verify Program)’이다. 텍스트는 물론 사진이나 영상으로 된 파일을 업로드하거나 인터넷 링크를 입력하면 AI가 자료의 진위를 재빨리 분석해낸다.

 

뉴스 통신사들이 다른 레거시 매체들보다 AI 활용에 더 절박하게 나서는 이유는 갈수록 규모를 키우는 방대한 정보를 처리해 고객사들에 빠르게 전달해야 할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사와의 관계를 유지·확장해가기 위해서는 기술 변화의 흐름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피력하는 것도 중요한 탓인데, “이처럼 빠른 환경 변화는 보지 못했다”라는 한 로이터 관계자의 고백에는 AI 진화에 숨 가쁘게 발맞춰야 하는 그들의 고단함이 녹아있었다.

 

뉴스 통신사들 못지않게 AI 활용을 발등의 불로 여기는 것은 소규모 매체들이다. 몸집이 큰 매체들이 기민함 속에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면, 소규모 매체들은 AI 물결 속으로 앞다퉈 뛰어드는 모습이다. 미국 내 수십여 개 로컬 신문사와 잡지사를 보유한 허스트(Hearst)는 5명의 전담 인력이 내부 AI 인프라를 구축해 각 사가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했고, 특히 지역별 공공기관 회의 영상들을 자동 분석해 텍스트로 정리해 주는 AI 도구도 내놓았다. ‘미팅 모니터(Meeting Monitor)’라는 이 도구는 관심 있는 키워드와 인물, 주제 등을 설정케 한 뒤, 해당 내용이 언급되면 자동으로 알림을 줘 취재 편의를 돕는다. 말하자면 질문에 답을 주는 AI 활용을 넘어, 스스로 판별해 행동하는 AI 에이전트(AI Agent)의 단계로 뉴스 서비스가 나아가는 형국이다.

 

 

AP,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좌측부터) 관계자 설명 모습 ⓒWAN-IFRA

 

 

지역 뉴스에 승부를 거는 또 다른 매체 악시오스(Axios)도 유사하다. 지역별 제한된 인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콘텐츠 생산과 뉴스레터 배포에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해 워크플로우의 효율성을 높인다. 허스트와 마찬가지로 시의회 회의 요약 작업도 AI가 맡고, 소규모 도시를 타깃으로 하는 뉴스 서비스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소규모 지역 언론들이 있다면, 악시오스의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제로 클릭’ 공포로 AI 챗봇에 승부 거는 전문지

 

전문지에서는 또 다른 양상이 엿보인다. 이용자 맞춤형 정보 제공에 AI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매체가 월스트리트저널로, 여기서는 ‘라스(Lars)’라고 하는 세금 관련 AI 서비스를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자사의 과거 기사 아카이브와 국세청 등에서 확보한 세금 자료를 기반으로 RAG 방식을 활용해 만든 유료 Q&A 챗봇인데, ‘이러이러한 세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물어보면 세금 양식의 해석과 공제 가능성 등을 답으로 제시한다. 세무사나 변호사의 자문 상담 업무를 언론사가 AI를 활용해 대신하는 셈이다.

 

이러한 챗봇 활성화의 배경에는 ‘제로 클릭(zero click)’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AI 시대에는 사람들이 더 이상 뉴스를 직접 소비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AI를 통해 습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평범한 뉴스 사이트의 페이지뷰는 급감할 것이나, AI와 상호작용 하듯 챗봇 방식으로 언론사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면 이는 생존력 있는 새로운 유형의 저널리즘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 이와 같은 ‘서비스 저널리즘’이 AI 붐을 타고 다시금 주목받고 있지만, 그렇다면 뉴스의 공공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떠올랐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 전제에 대한 회의(懷疑)도 없지 않다. 과연 사람들은 더 이상 편집된 뉴스를 이용하지 않고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뉴스만 확인하려 할까? 또 그러한 습성은 문화적 차이를 가리지 않을까? 가령 땅덩이만큼이나 방대한 뉴스 속에 필요한 정보를 추려내야 하는 미국인과, ‘오늘 무슨 일들이 일어난 거야?’에 아직 관심을 놓을 수 없는 한국인의 뉴스 소비 방식은 같은 양태로 수렴될까? 검색에만 초점을 맞췄던 구글 사이트가 한국에서는 인터넷 포털로서의 입지를 다지지 못한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컬럼비아저널리즘스쿨 관계자의 설명 <출처 – 필자 제공>

 

 

빅테크와 3차전 앞둔 언론, 승산은?

 

사실 더욱 두려운 것은 제로 클릭의 암울한 전망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고품질 뉴스’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가 찾은 컬럼비아저널리즘스쿨(Columbia Journalism School)은 강력한 AI 도구들로 인해 소수 몇 명에 의해서도 다양한 데이터 저널리즘 구현이 가능해졌다고 자랑했지만, 정작 AI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미래엔 모든 무료 메시지가 상업적이거나 정치적이고, 독립된 출처의 메시지를 바란다면 돈을 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는데, 그 미래상이 훨씬 가까워진 듯하다”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언급이다.제로 클릭 예측의 최종 결과를 떠나, 이미 전 세계 모든 언론은 AI의 광폭 행보에 당혹스런 두려움을 느낀다. 뉴스 사이트로 향하는 발걸음은 줄어들고 있고, 제멋대로 생성된 AI 콘텐츠들은 그 양과 주목도에서 기존 콘텐츠들을 압도할 기세니 말이다. 그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AI 업체들은 다시 언론사들의 굴복을 요구할 성싶다. 인터넷과 SNS 시대를 각자도생하며 연이어 휘청했던 언론들은 이제 빅테크와의 3차전을 앞두고 있지만, 승산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독자에게 이어지지 않을 수 없어서, 여윳돈이 없다면 진실을 알 수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경고등까지 켜진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벤저민 프랭클린이 각주 연합을 촉구하며 그린 그림. 1754년 5월 9일 펜실베니아가제트에 실렸으며, 미국 최초의 신문 만평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 필자 제공>

 

 

마침 이번 투어가 끝날 무렵 한 참석자로부터 받은 마그넷 기념품이 우리의 처지를 상징하는 듯했다. “Join, or Die.” 사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AI 조류에 올라타지 않는다면, 언론은 당장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 반면 책임감을 가진 언론들이 한데 뭉쳐 힘을 모으지 못한다면, AI 광풍으로부터 올바른 저널리즘을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AI를 자양분 삼아 저널리즘을 다시 꽃피울 수 있는 지혜를, 한국의 언론과 기자들은 품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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