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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언론인이 평가한 2025년 언론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5-11-28

올 한 해 뉴스를 생산하느라 바삐 달려온 언론인들은 우리 언론을 어떻게 보았을까. 여섯 명의 젊은 기자들이 나눈 2025년 기억에 남는 보도와 아쉬웠던 보도, 취재 후일담을 들어보며 언론계의 한 해를 정리해 본다. 편집자 주

 

박혜원 헤럴드경제에 2022년 입사해 사회부를 거쳐 산업부를 1년째 출입하고 있다. 다른 분들도 각자 소속 매체와 부서, 연차를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설상미 2019년 더팩트에 입사해 정치부를 거쳐 사회부에서 서울시를 출입하고, 행정안전부를 함께 담당하고 있다.

조승진 2021년 입사해 뉴스핌에서 일하고 있다. 사건, 법조, 교육 등을 거쳐 다시 사건팀에 속해있다.

방보경 2022년 입사해 이데일리 사건팀을 출입하고 있다.

박이삭 2022년 입사해 아시아투데이에서 증권과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취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박재령 2022년 입사해 미디어오늘 미디어팀에서 뉴미디어 및 방송 정책, 저널리즘 등을 취재하고 있다.

 

격동의 한 해, 언론은 어떻게 다뤘나

 

박혜원 각자 올해 출입처에서 있었던 가장 큰 이슈, 그리고 그것을 언론이 어떻게 다뤘는지부터 이야기해 보자. 먼저 말하자면 산업부에서 가장 컸던 이슈는 아무래도 ‘마스가(MASGA)’였다. 조선업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떻게, 어떤 회사와 이뤄질지가 큰 관심사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협력의 리스크를 제대로 조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성상 변수가 많았지만, 이런 부분을 취재·조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기업과 언론의 관계, 또 기사의 영향력까지 생각했을 때, 특히 미래 전망에 있어 공격적인 보도는 불가능하다. 국가적·산업적 경사인 것은 맞지만 또 그게 다는 아니지 않나. 한쪽 측면으로만 보도 방향이 쏠리는 것이 아쉬웠다.

박재령 미디어 업계에선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하 방심위원장),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 등 주요 기구 수장들이 물러나는 과정이 가장 이슈였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미디어가 그리 대중성 있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이런 이슈들도 대부분 정치권 공세와 발맞춰 보도가 나온다는 점이다. 각 언론사에도 미디어 기구를 출입하는 기자들이 있긴 하지만, 이 기구들이 자신의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두 인물이 실제로 각 기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보다는 정치권에서 나온 발언을 인용하는 ‘따옴표’ 기사가 훨씬 많이 생산된다. 언론이 방심위원장, 방통위원장의 전문성이 적격한지를 더 파고들었다면 미디어 기구들도 더 빨리 정상화됐을 것이다. 방심위나 방통위를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선 진영을 막론하고 이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데 일찍이 공감이 모였다.

방보경 사건팀에서는 계엄 사태가 가장 컸고, 이후로는 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 배후로 지목받은 전광훈 목사 수사, 백해룡 경정의 세관 마약 연루 의혹 수사 관련 신빙성 논쟁 등이 있었다. 백 경정 수사에 대해선 최근, 이 사람의 주장이 사실상 거의 근거가 없었다는 쪽으로 다시 여론이 모이고 있다. 재작년만 하더라도 영웅으로 떠올랐던 인물인데 당시에 언론이 신빙성 검증을 제대로 했더라면 지금 이렇게까지 추락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혜원 백 경정의 주장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2024년 처음 제기됐을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방보경 대통령실이 인천 세관 공무원의 마약 밀수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게 주장의 요지인데, 이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단독 보도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올 초부터 유일하게 다른 취지로 나온 보도가 있었다. 경향신문에서 이 주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연속 보도를 해왔다.1) 전현진 경향신문 기자가 <뽕의 계보> 시리즈 등 마약 관련 수사를 계속해 왔는데, 보통 사건팀에서는 단발적인 사건이 많다 보니 전문성을 가지기 쉽지 않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전문성을 가지고 특정 이슈에서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가져갈 수 있던 사례라고 봤다.

박이삭 증권 시장은 올해 계속 자금이 모이고 있기 때문에 장이 좋고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 같다. 전반적인 보도 역시 주가가 얼마나 뛰고 코스피가 얼마나 올랐는지 등 성장 프레임 속 많은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 국민 중 개인 투자자는 1,400만 명이고 나머지 3,800만 명은 투자를 안 하고 있다. 물론 예금 같은 안정형 투자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투자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 안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지점에 대해선 나부터도 주목을 많이 못 했다는 생각이다.

 

‘진짜 현실’ 못 보여준 언론

 

설상미 이 지점에서 연합뉴스의 팩트체크 기사2)가 특히 인상 깊었다. NH투자증권과 협업해 개인 투자자 계좌를 분석했더니, 시장에서는 ‘불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음에도 실제 수익을 내는 투자자는 절반에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보도는 최근 ‘증시 활황’이 개인 투자자의 실질적 성과와 괴리돼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증시 호황 국면에서도 상당수 개인 투자자가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언론 역시 ‘상승장 프레임’에서 벗어나 투자자의 실제 경험과 구조적 리스크를 함께 짚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여론의 큰 반향을 일으킨 한강버스 관련 보도로는 한겨레 칼럼3)을 꼽고 싶다. 취항식 현장에서 ‘비’라는 날씨 변수로 대중교통의 역할을 하지 못한 한강버스를 향한 비판이 날카롭게 담겨 인상적이었다. 네이버에서 댓글만 700여 개가 달릴 만큼 여론의 반향도 컸다. 

해당 칼럼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한강버스 탑승식 당일 나왔다. 운항이 여러 차례 연기된 끝이라 그런지, 비 예보가 있었음에도 서울시는 취항식과 탑승식을 강행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쏟아진 폭우로 취항식만 진행됐고 탑승식은 무산됐다. 칼럼은 서울시가 “한강 시계가 1㎞ 미만으로 떨어졌다”라는 이유로 탑승식을 허가하지 않은 입장을 전하며, 기상 변화로 운항이 좌우되는 교통수단을 ‘대중교통’으로 볼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여러 차례 운항 일정이 연기된 끝에 열린 상징적인 행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탑승식이 결국 ‘비로 무산된 상황은 서울시로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시장의 역점 사업이라는 홍보와는 달리 교통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을 짚어낸 보도로, 행정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박혜원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이라는 것은 서울시에서 직접 강조해 온 부분이었나?

설상미 그렇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수단이라는 점을 홍보해 왔다.

 

박혜원 산업부에선 아까 말했듯 조선업 분위기가 특히 좋다. 사실 여기에서 쓸 수 있는 기사가 대동소이하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나온 중앙일보 기획 기사가 있었다.4) 조선업이 호황이지만 대부분의 생산 인력이 소득의 상당 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져 정작 지역 경제는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주제다. 경제 이슈인 동시에 사회, 지역 이슈를 담고 있다. 그런데 경험상 사회부 출입을 하면서 쓰기엔 시야가 여기까지 뻗치진 않고, 산업부 출입이 다루기에는 기업 경영 이야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조승진 기자들이 연차를 쌓고 여러 취재 부서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각 부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역량과 감각이 축적된다. 그 경험을 다른 부서에서 활용하고자 할 때 부서 간 칸막이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있어 아쉬울 때가 있다. 기자 개인의 역량을 더 넓게 펼칠 기회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고 느낀 적도 있다. 조직 차원에서 이런 부분은 좀 유연해지면 좋겠다.

방보경 사회부 기사에서 색다른 관점을 봤던 다른 기사 하나가 있다. 얼마 전 이태원 참사 3주기였다. 동아일보에서 안전보건 분야 전공 교수들과 지하철 밀집도 위험성 관련해 분석한 기사가 나왔다.5) 이 기사를 읽고 생각해 보니 3년 전, 압사 사고 트라우마로 지하철에서도 무섭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다. 3년 동안 우리가 이 지점을 많이 잊어버렸고,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렇게 위험한 상황들이 있으며 누구나 참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다.

설상미 부동산 정책을 다루면서도 현실을 제대로 짚는 기사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했다. 부동산 이슈에 대해 언론이 조성하는 공포는 과도하게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패닉바잉(panic buying, 공포 매수)’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시장 심리를 자극하고, 정책 변화가 있을 때마다 단기적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다. 또 거래량이 적은 시기에도 일부 사례를 확대해 해석하거나, 특정 이해관계자의 시각이 부각된 분석이 ‘객관적 전망’인 것처럼 소비되는 관행도 존재한다. 부동산 정책 보도일수록 단기 공포를 부풀리기보다, 시민들이 정책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맥락을 제공하는 언론’이 필요하다.

 

언론이 저격한 언론

 

박재령 올해 미디어 분야에서 인상 깊었던 기사론 주간경향에서 나온 <공장장 가라사대-팬덤권력> 기획을 언급하고 싶다. 수익 구조 문제로 내부 비판에 소극적인 한계를 뚫고 나온 기사다. 경향신문 입장에선 전 정권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는 게 수익적으로는 더 도움이 됐을 것이다. 경향신문도 현재 시사라디오 유튜브를 하는데, <뉴스공장> 시청자들과 타깃층이 겹친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구도의 한계를 깬 것이 이달의 기자상 등을 수상하고 영향력을 발휘했다.

해당 기획 기사 중 하나에 “레거시 미디어의 열등감이 폭발했다”라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이주영 주간경향 편집장이 세미나에 참석해 “이미 시장이 그렇게 가고 있고 어쩔 수 없는 흐름이란 걸 안다. (…) 레거시 미디어가 아직 역할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역설적으로 생각했다”라고 발언한 것이 인상깊었다.

박이삭 올해 인상 깊었던 기사는 KBS에서 보도된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 개 뒤진다>다. 언론사에서 쉬쉬하던 문제인데 제재가 확실히 더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란법 이후 언론계 문화가 많이 달라졌듯이, ‘언론계 현실에 걸맞은’ 처벌 근거나 수위에 대해 더 명문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혜원 보도 초반엔 기자들 사이에서 조금 무시하는 듯한 반응도 있었다.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기자들 사이에서 찌라시로 일찍이 떠돌던 내용을 취재한 게 의미가 있느냐는 식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보도 이후에 기사 파급력이 커지자 아무도 딴지를 걸지 못했다. 기자 업계가 특히 말이 빨리 돌다보니 실제 뉴스 소비자가 아닌 기자 사회에서의 반응을 더 신경 쓰게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이런 태도에 대해 저를 비롯한 많은 기자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기사였다.

 

대통령실 브리핑 생중계, 기자가 느끼는 명과 암은

 

박혜원 올해 언론 소비자들의 수용 방식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하는데, 관련해 가장 큰 이슈로는 대통령실 언론 브리핑 생중계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건 정부가 명백히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다 생중계를 한다지만, 한국과 미국의 언론 수용 환경이 분명 다르다. 또한 언론에 대한 반감이 심한 상황에서 너무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방식이었다고 본다. 

설상미 저도 처음에는 외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라면 도입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 제도가 국내에서 실제로 소비되는 방식은 예상과 달랐다. 특정 기자가 질문을 한 직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른바 ‘좌표 찍기’를 통해 기자의 신상 정보가 공유되고, 각종 커뮤니티에 ‘박제’가 이뤄지는 일이 반복됐다. 유튜브에는 기자의 질문 장면을 잘라 올린 뒤, 이를 조롱하거나 부정적 여론을 유도하는 방식의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조승진 브리핑 생중계 영상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이 기자가 어떤 질문을 하자 “윤석열 정부 때는 왜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느냐”라고 하더라. 강 비서실장의 발언이 유튜브 댓글 등에서 종종 보이던 ‘기자 공격형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랐다. 발언이 그대로 송출되면서 기자 공격의 빌미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브리핑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현재 시스템은 투명성 강화라는 순기능이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정부와 언론 관계를 불필요한 대립 구도로 비춰질 수 있게 하는 역기능 역시 작용한다고 본다. 기자의 질문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국민을 대변한다는 점을 양측 모두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박재령 저 역시 정부가 언론에 대한 지지층의 반응을 알고 생중계를 시작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대통령실 생중계라는 방향 자체는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전 정부에서 기자실이 워낙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터라 이런 생중계는 기자들뿐 아니라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도 부담일 것이다. 이와 별개로 기성 언론의 문제도 있다. 기성 언론이 유튜브 채널에서 나서서 기자를 공격할 빌미를 주는 영상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대변인이 잘못된 대답을 한 경우더라도 기자가 잘못한 것처럼 영상이 구성돼 있다. 언론 수익 구조가 아무리 취약하다고 해도 선을 넘은 사례다. 

 

 

 

 

 

 

1) 전현진, <[단독]밀수조직원 입에서 출발한 ‘세관 연루 의혹’···증거가 관건>, 경향신문, 2025.5.14, https://www.khan.co.kr/article/202408080600031

2) 권혜진, <코스피 불장이라는데… 개인 54%는 평균 931만 원 손실 중>, 연합뉴스, 2025.11.10, https://www.yna.co.kr/view/AKR20251107167100518?input=1195m

3) 장수경, <한강버스 첫날, 비 온다고 못 탔습니다[현장에서]>, 한겨레, 2025.9.17,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219199.html

4) 안대훈·김민주·김윤호·위성욱, <“다이소에만 40m 줄섰다”…조선은 호황, 도시는 불황 왜>, 중앙일보, 2025.6.1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4004

5) 이수현, <[단독]강남역 계단 밀집도, ‘마비상태’의 2배… “매일 압사위험 느껴”>, 동아일보, 2025.10.29,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1029/1326557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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