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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 중앙일보 <아이들의 다잉메시지>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12-26

아동 사망 사건은 사회의 관심이 주목된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되는 소수의 아동 학대 사건 외에, 부모의 부주의로 세상을 떠나거나 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다수의 사건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 회색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죽음에 주목해 최근 아동학대예방 우수보도상을 수상한 중앙일보의 취재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정인이법, 민식이법…. 어떤 아이들의 이름은 법이 됩니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아이의 비극에 온 사회가 공분해 일사천리로 없던 법도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이름이 법이 되려면 공식처럼 조건이 붙습니다. ① 이목이 집중된 대도시에서 ② 극적이고 잔혹한 죽음을 맞이하거나 ③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부모가 아이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정부·국회·언론에 호소하는 경우입니다.

 

주목받지 못한 아이는 어떨까요. 연간 아동 사망은 1,500명 안팎. 이 중 공식 통계로만 학대로 40여 명, 사고로 200여 명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나 아이가 왜, 어떻게 죽었는지,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는지는 검토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남긴 ‘다잉메시지’는 대부분 무관심 속에 묻힙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찰서를 출입하면서 아동 사망 사건을 접할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 20대 미혼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영아의 얼굴에 수건이 덮여 질식한 채로 발견됐는데, CCTV 확인 결과 혐의가 마땅치 않아 내사 종결했다는 식의 사건입니다. 범죄와 학대 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대수롭지 않게 넘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2024년 초 아동사망검토제(CDR, Child Death Review)라는 제도를 알게 됐습니다. CDR은 처벌과 범죄 규명이 아니라 예방을 목적으로 아동 사망을 전수 조사하는 제도입니다. 1978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돼 영국, 호주, 일본 등은 이미 시행 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법의관, 심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팀이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논문과 단신을 통해 접했습니다.

 

국과수 원주 본원을 찾아가 연구진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동 부검 자료를 토대로 7년 동안 아동 사망 사건을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2024년 10월 기준 3,048건의 아동 사망 자료를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킨 ‘국과수 아동사망검토시스템(NFS-CDRS)’도 개발한 상태였습니다. 분석 결과, 매년 100~150건의 숨은 학대 사망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 캐비닛 속 아이들의 죽음에 관한 자료를 살아 있는 아이를 위해 사용할 순 없을까. 주목받지 못한 아이들의 죽음이 이대로 묻히는 게 타당한가. 이런 질문을 갖고 취재에 착수한 중앙일보 사회부는 모든 아동의 사망을 국가 차원에서 예방 목적으로 살피는 제도인 아동사망검토제 도입을 제안하는 기사를 2024년 11월부터 총 8편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아동사망검토제는 국내 전문가에게조차 생소한 제도입니다. 사례 중심 보도와 완결성 있는 구성으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아동사망검토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습니다. 아동 사망과 연관된 다양한 주체의 이야기를 기사에 담고, 일찍이 아동사망검토제를 도입한 국가의 입법(일본)과 운영(미국) 경험을 취재한 이유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촬영한 사망한 영아의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특정 사건과 관련이 없음) <출처 – 필자 제공>

 

 

아동학대 언론 보도 

권고 기준을 길잡이로

 

저희는 법적 판단이 애매한 ‘회색지대’의 아동 사망을 추적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끔찍한 아동 고문 사건이 아니라 방임·부주의 등으로 소리 없이 묻히는 아동 사망이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추석 생후 83일 만에 사망한 구찬민(가명) 군 사건도 그런 사례였습니다. 전방위 취재를 통해 찬민 군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그중에는 찬민 군의 사망 당시 사진도 있었습니다. 사진을 사용하면 기사에 훨씬 힘이 실리고 파급력도 더 클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사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칫 찬민 군 사건 자체에 관심이 집중돼 아동사망검토제 도입이라는 기사의 취지가 흐려질까 우려됐습니다. 대신 비슷한 느낌의 삽화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피의자인 부모도 한 달간 수소문 끝에 찾아내 반론도 충실히 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을 참고했습니다. 권고 기준은 ‘학대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영상·사진 등은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의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모방범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할 때, 단일 사건의 내용뿐 아니라 해결 방법,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저의 욕심이 아니라 아동의 이익이 무엇인지 살피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중앙일보 <아이들의 다잉메시지> 지면 보도 ⓒ중앙일보

 

 

학대 행위자의 이야기를 듣다

 

가장 큰 난관은 국과수 아동 학대 프로파일링 의견서를 입수하는 일이었습니다. 프로파일링 의견서는 아동사망검토제의 가능성과 효용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판단해 입수에 공을 들였습니다. 국과수는 개인정보보호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언론에 프로파일링 의견서를 제공할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방법은 딱 하나였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사례관리를 받는 아동 학대 행위자가 직접 국과수에 프로파일 분석을 요청하고 그의 동의 아래 보고서를 확보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취지를 설명하고 학대 행위자 연결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긁어 부스럼이 될까 우려하는 기관 관계자 선에서 거절당하기 일쑤였습니다. 학대 행위자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치부(恥部)를 공개하기를 꺼렸습니다. 오랜 설득 끝에 서울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방임 학대 혐의로 딸과 분리 조치됐던 윤인욱(가명) 씨와 그의 가정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윤 씨는 “치부이지만 학대가 줄었으면 하는 마음은 똑같다”라며 취재에 동의했습니다.

 

윤 씨는 딸을 방임 학대한 혐의로 사례관리를 받고 있었습니다. 윤 씨의 아내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그 역시 경제적·심리적으로 벼랑에 내몰린 전형적인 위기가정이었습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NFS-CDRS에 코딩 변수 380개를 입력했습니다. 22페이지 분량의 의견서를 통해 윤 씨 가정이 3,048명의 아동 사망 사례와 비교했을 때 어떤 위험 요인이 겹치는지 드러났습니다. 실제 국과수 아동 학대 프로파일링을 현장에서 활용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의 인터뷰도 담았습니다. 보고서를 찬찬히 읽은 윤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든다”라며 울먹였습니다.

 

가해자의 이야기를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학대 행위자를 특정할 수 있는 직업, 거주지 등 노출을 최소화했습니다. 대신 학대 행위자의 동의를 거쳐 뒷모습을 촬영하는 등 기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인터뷰에는 오랜 기간 해당 가정과 신뢰를 쌓은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도 동석했습니다. 학대 행위자의 심리를 점검하고, 인터뷰 내용도 교차 검증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아동 학대 행위만을 기사에 싣지 않고 회복을 위한 학대 행위자의 노력과 의지도 담고자 했습니다.

 

우연한 아동 사고사는 없다

 

아동 사망 원인 중 질병을 제외한 가장 비율이 높은 사인은 각종 사고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각종 안전사고로 사망한 아동은 1,041명. 한해 200명이 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교통사고(396명)가 가장 많았고 추락(145명), 익사(131명), 화재(43명), 중독(13명) 순이었습니다. 국내외 전문가는 사고사야말로 아동사망검토제의 효과가 잘 발휘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합니다. 아동 학대나 질병보다 사고사는 분석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제도적·기술적 대안이 또렷하기 때문입니다.

 

사고로 아이를 잃은 유족과 접촉했습니다. 그중에는 2023년 2월 부산의 아파트 커뮤니티 수영장에서 익수 사고로 5살 심결 군을 잃은 부모님도 계셨습니다. 처음 연락할 때만 해도 참척의 고통을 다시 들춰내는 건 싫다면서 거절하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부모님께선 담담하게 취재에 응해 주셨습니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진 이동원(당시 9세) 군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고로 아이를 잃은 두 가정이 취재에 응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 것, 그래서 당신들께서 겪은 아픔을 또 다른 부모가 겪지 않게끔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것이었습니다. 동원 군의 아버지는 “유족인 부모 힘만으론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아동 사망을 사례·유형별로 조사해 예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정책보다 더 중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도쿄·가마쿠라 현지 취재를 통해 일본 CDR 도입 과정도 다뤘습니다. 일본 아동사망검토제 도입 주역인 유족과 국회의원 2명을 만났습니다. 12년 전 외아들을 익수 사고로 잃은 요시카와 유코 씨와 지미 하나코 의원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요시카와 씨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만 갇히지 않고 오랫동안 익수 사고 예방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아동사망검토제 도입을 위해 힘썼습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인 지미 하나코 의원은 요시카와 씨의 이야기를 듣고 7년 동안 아동사망검토제 입법을 위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등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일본 의원들은 ‘아동이 다치거나 죽으면 부모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아동은 사회가 지켜야 하는 존재라고 설득하는 게 아주 어려웠다”라는 지미 하나코 의원의 후일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이가 사고로 죽으면 부모를 비난하는 댓글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부모의 잘못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설령 부모가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가 치명적인 단계까지 이르지 않도록 고민하는 사회가 더 건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 요시카와 신노스케 군을 유치원 수학여행 물놀이 도중 잃은 어머니 요시카와 유코 씨는 이후 아들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전국을 돌며 아이들의 수상 안전을 강조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출처 – 필자 제공>

 

 

죽은 아이들의 자료를, 살아 있는 아이를 위해

 

다행히 반향이 있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야당 간사였던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024년 12월 18일 대통령 소속 국가아동사망검토위 설치를 핵심으로 한 「아동사망의 사례검토 및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복지위 여당 간사였던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중앙일보에 “아동사망검토제가 필요하다는 뜻에 공감한다”라며 제도 도입에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아동학대사망검토제를 우선 도입하고 아동사망검토제로 나아가는 단계적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동 사망 사건의 대안으로 아동사망검토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에 작은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갈 길은 멉니다. 법무부, 법원행정처 등은 구체적인 형사사건 기록을 아동사망검토위에 넘겼을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타당한 우려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수사와 재판이 끝난 뒤 아동 사망 검토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동 사망 검토위원의 비밀 준수 의무도 엄격하게 두고 있습니다.

 

지금도 갖가지 이유로 아이들이 짧은 숨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저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어른들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아마도 국내에서 아동의 죽음을 가장 많이 마주했을 양경무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언젠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은 아이들의 자료는 살아 있는 아이를 위해서 사용돼야 합니다.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요. 아이 많이 낳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있는 아이를 잘 지켜야 해요.”

 

정말로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남긴 다잉메시지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자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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