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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논문: <누가 가짜뉴스에 속는가?: 정파성과 인지 성찰 능력을 중심으로>
미디어 리뷰 | 등록일 : 2025-12-26

최근 뉴스를 통해 이른바 ‘배운 사람들’의 정파적 극단화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정파적 가짜뉴스에 누가, 왜 속을까? 혹시 학력·인지 능력과 상관이 있을까? 정파적 가짜뉴스에 대한 사고 태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통해 그 연관성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인지 과정의 이중 체계 이론(dual process theory)은 인간의 사고를 직관적으로 작동하는 1차 체계와 심사숙고에 기반한 2차 체계로 구분한다.1) 1차 체계가 경험을 통해 형성된 직관적 판단이라면, 2차 체계는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한 분석적 사고다. 다시 말해, 1차 체계가 즉각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태도라면, 2차 체계는 숙고와 성찰을 거쳐 판단에 이르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가짜뉴스에 속는 이유는 정보 처리자가 보이는 ‘인지적 구두쇠’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심사숙고적 2차 체계 사고를 회피하고, 보다 쉽고 빠르게 결론에 이르기 위해 1차 체계 사고인 어림짐작에 의존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러한 직관적 판단은 시간과 인지 자원을 아끼는 데는 유용하지만, 때로는 심각하고 체계적인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마다 어림짐작에 기대어 판단·결정하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시간을 들여 심사숙고하려는 수준은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2차 체계 사고, 즉 숙고를 통해 정답에 이르려는 사고 태도를 측정하는 대표적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인지 성찰 시험(CRT, Cognitive Reflection Test)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두 가지 사고

 

그런데 심사숙고 자체도 어떤 동기로 사고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이는 지바 쿤다(Ziva Kunda)가 제시한 동기적 추론(motivated reasoning)2) 개념이다. 즉, 사람이 정보를 처리할 때 어떤 목적에 맞춰 심사숙고를 수행하는가에 따라 사고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동기적 추론에는 두 유형이 있다. 하나는 정확한 답을 찾으려는 ‘정확성 추론(accuracy reasoning)’, 다른 하나는 특정 방향의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는 ‘방향성 추론(directionality reasoning)’이다. 특히 방향성 추론은 자신이 원하거나 믿고 싶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가용한 정보 자원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동반한다.

 

지바 쿤다의 동기적 추론과 조나단 에반스(Jonathan Evans)의 이중 체계 사고 이론을 결합하면, 사람이 가짜뉴스를 판별할 때 나타나는 사고 유형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동기적 추론 없이 1차 체계 사고인 직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어림짐작 사고다. 이 경우 사람들은 가짜뉴스의 구체적 내용을 검토하기보다, 형식이나 분위기만 보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둘째, 2차 체계 사고를 사용하되 방향성 추론을 하는 유형이다. 특히 자신의 정파적 입장을 정당화하고 상대 정파를 비판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짜뉴스를 사실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즉, 정파적 동기에 의해 심사숙고 과정 자체가 특정 결론을 향해 편향된다.

 

셋째, 2차 체계 사고를 사용하되 정확성을 목표로 심사숙고하는 유형이다. 정파적 정체성이 강하지 않거나, 있어도 그것과 무관하게 논리적·분석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들로서, 이러한 사고방식은 정파적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 데 유효하다.

 

정파적 가짜뉴스에 대한 사고 태도를 분석하기 위해,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의 ‘탈진실 사회의 공동체와 스마트 시티즌’ 연구팀은 2021년 3월 대한민국 유권자 1,0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인지적 성찰 수준은 CRT 7개 문항으로 측정했다. CRT 7문항은 수학적 추론이 필요한 3개 문항과 언어적 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4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정파적 가짜뉴스 판별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가짜뉴스 1건과 국민의힘에 유리한 가짜뉴스 1건, 총 2개의 사례를 사용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가짜뉴스는 2019년 10월 한겨레가 보도한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3)다. 국민의힘에 유리한 가짜뉴스는 조선일보가 2020년 8월 보도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에 인턴을 요청했다”라는 내용의 기사다. 두 기사 모두 이후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각각 정정 및 사과 보도를 게재한 대표적인 오보 사례다.

 

응답자의 정파성은 정당에 대한 감정적 태도로 측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명과 로고를 제시한 뒤, 응답자가 해당 정당에 대해 얼마나 호감 또는 비호감을 느끼는지 7점 척도(1점=비호감, 7점=호감)로 평가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측정했다. 통제 변수로는 인구학적 요인(성별, 연령, 학력, 월 소득)과 정치적 요인(정치 이념, 정치 지식 수준, 정치 관심도, 투표 참여 경험)을 포함했다.

 

정파성 강할수록 정파적 가짜뉴스에 잘 속아

 

회귀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4) 첫째, 응답자의 정파성이 강할수록 정파적 가짜뉴스를 사실로 판단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고 국민의힘에 불리한 가짜뉴스인 ‘윤석열 별장 접대’ 보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호감도가 한 단계 높아질수록 이 기사를 사실로 판단할 가능성은 22.4% 증가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호감도가 한 단계 높아질수록 사실로 판단할 가능성은 8.7% 감소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하고 국민의힘에 유리한 ‘조민 세브란스 인턴’ 가짜뉴스에서는 정반대의 패턴이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호감도가 한 단계 높아질수록 이 뉴스를 사실로 판단할 가능성은 12.2% 감소했고, 국민의힘 호감도가 한 단계 높아질수록 사실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은 16.5% 증가했다. 이 결과는 정파성이 정파적 가짜뉴스를 사실로 수용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둘째, 인지 능력이 정파적 가짜뉴스 판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가짜뉴스인 ‘윤석열 별장 접대’ 보도의 경우, 판별 수준과 인지 능력(CRT 7문항 정답 수)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즉, 인지 성찰 능력이 높든 낮든 이 뉴스의 진위 판단에는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에 유리한 ‘조민 세브란스 인턴’ 뉴스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CRT 정답 수가 0개, 1개, 2개인 집단 사이에는 판별 능력의 차이가 없었고, 정답 수가 3개 이상인 집단에서만 일부 진위 판별 능력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그러나 인지 성찰 능력과 정당 호감도를 결합한 상호작용 변수를 모델에 추가하자, 해당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됐다. 즉, 인지 능력의 높고 낮음이 정파적 가짜뉴스 판별 능력의 차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경향이 경험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셋째, ‘조민 세브란스 인턴’ 가짜뉴스에서는 흥미로운 상호작용 효과가 관찰됐다. 국민의힘 호감도가 높고, 동시에 인지 성찰 능력도 높은 경우, 이 가짜뉴스를 사실로 판단할 확률이 오히려 더 높아지는 현상이다. 구체적으로, CRT 정답 수가 0개인 집단에 비해 정답을 3개 맞춘 집단에서는, 국민의힘 호감도가 한 단계 증가할 때 ‘조민 세브란스 인턴’ 뉴스를 사실로 판단할 가능성이 33.3%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높은 인지 성찰 능력이 정파적 동기와 결합할 때, 오히려 특정 정파에 유리한 가짜뉴스를 더 강하게 사실로 받아들이는 역설적인 효과가 발견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정파적 가짜뉴스에 대한 정책적 대응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과 미국의 여러 가짜뉴스 대응 연구들은 주로 인지 능력 향상, 즉 분석적 사고력과 비판적 문해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해법을 모색해 왔다. 이러한 접근은 정파성이 개입되지 않은 일반적 가짜뉴스의 경우에는 유효한 대안임에 이견이 없다. 그러나 본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 정파적 가짜뉴스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디지털 문해력 향상이나 비판적 사고력 증진이 정파적 가짜뉴스 판별에 전혀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매우 미미하거나, 심지어 역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파적 동기가 강하게 작동하는 현실에서, 단순히 인지 능력을 높인다고 해서 정파적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파적 가짜뉴스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정파적 동기화된 추론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단순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아니라, 정파적 동기가 사고 과정에 미치는 편향적 작용을 완화하고, 공정한 판단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

 

똑똑할수록 더 잘 속는다는 역설

 

대응 방안의 우선적 대상은 이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인지 능력이 높으면서 동시에 정파성이 강한 집단에 둘 필요가 있다. 학력 수준과 인지 성찰 점수의 평균을 비교한 결과, 대학원 이상 학력을 가진 응답자들의 인지 성찰 점수가 다른 학력 집단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는 대학원 졸업 이상 학력자들이 일반적으로 높은 인지 성찰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고인지 집단이 강한 정파성을 지닐 경우, 정파적 가짜뉴스에 대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정파적 동기 추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높은 인지 능력과 강한 정파성이 결합할 때, 분석적 사고력은 객관적 판단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에 유리한 결론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이 점에서 고학력·고인지·정파성이 강한 집단이 정파적 가짜뉴스 대응 정책의 핵심 타깃이 돼야 한다.

 

요즘 법정을 보면, 변호사들과 최고 학력을 지닌 정치인들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핑계를 대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는 물론, 언론과 방송 미디어에서도 이른바 ‘배운 사람들’의 정파적 극단화를 자주 접한다. 법률가, 박사, 전문가들마저 ‘부정선거’나 각종 음모론을 앞다퉈 주장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이들이 정말 몰라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기보다, 정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보와 사고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다시 말해, 똑똑한 사람·많이 배운 사람들이 정파성에 깊이 빠져들 경우, 그들의 높은 인지 능력은 객관적 판단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그 결과, 이들은 우리 사회를 더욱 갈등으로 몰아넣고, 정치적 탈진실화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1) Jonathan St. B. T. Evans(2008), <Dual-Processing Accounts of Reasoning, Judgment, and Social Cognition>,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9, pp.255-278

2) Kunda, Ziva(1990), <The Case for Motivated Reasoning>, Psychological Bulletin, 108(3), pp.480-498

3) 하어영, <“‘윤석열도 접대’ 진술 덮었다 부정확한 보도 사과드립니다”>, 한겨레, 2020.5.22,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2813.html

4) 김범수·조화순·이병재(2024), <누가 가짜뉴스에 속는가?: 정파성과 인지 성찰 능력을 중심으로>, 한국정당학회보, 23(1), 39-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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