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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 한겨레21 <쿠팡 지옥도 체험기>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6-02-27

2025년 가을, 쿠팡의 ‘새벽배송’ 논쟁이 불거졌다.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규제해야 한다는 측과 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섰다. 2주 동안 현장에 직접 몸을 던져 새벽배송 논쟁의 핵심을 들여다본 기자의 취재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25년 11월 4일, 한겨레신문사 6층 작은 회의실에 세 사람이 모였다. 한겨레21 취재 1팀 기자 두 명과 편집장이다. 기자들이 각자 진행 중인 취재 내용을 이야기하고 회의가 끝나갈 때쯤, 편집장이 이른바 ‘새벽배송’ 논쟁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SNS를 중심으로 이에 관한 논쟁이 뜨거웠는데, 한겨레21이 시사주간지로서 이 사안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새벽배송’ 논쟁 속 언론의 역할

 

‘새벽배송’은 쿠팡이 붙인 이름이다. 밤 12시 전까지만 물건을 주문하면 심야배송을 통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마켓컬리 등 일부 기업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배송 시스템인데, 이 글에선 ‘심야배송’으로 통칭해 부르고자 한다. 이 논쟁이 시작된 건 작년 10월 말 한 경제지가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논의되고 있는 안을 보도하면서다. 당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택배 노동자의 과로 방지 방안으로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심야배송을 금지하는 안을 사회적 대화 기구 테이블에 올려놨다. 이 합의되지 않은 안이 보도되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논쟁 초기엔 소비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2,000만 명이나 된다거나, 소비자들이 원하는데 서비스를 없애는 것이 맞느냐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그러다 심야배송을 하는 당사자도 반대한다는 이야기로 흘러갔고, 과로사를 막기 위한 취지라는 주장엔 ‘당사자들이 원하는데 왜 정부와 노조가 막느냐’는 반박이 이어졌다. 심야배송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는 뒤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어떤 취재를 하고 어떤 내용을 보도해야 할까. 편집장은 직접 심야배송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때마침 나도 당시의 논쟁을 보면서 직접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회의 끝에 나는 2주 동안 주간 배송과 심야배송을 번갈아 하고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기록하기로 했다. 그냥 일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25년 여름 한겨레21이 ‘폭염 기획’을 할 때 썼던 반지형 바이탈링을 이용해 신체 데이터도 측정하기로 했다. 취재는 이렇게 시작했다. 현장에 투입되기에 앞서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취재할 것을 정하고, 건강과 관련된 어떤 신호를 어떻게 측정할지 사전에 설계하는 것이었다. 즉, 이번 기획에 조언과 자문을 제공해 줄 전문가들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온도·맥박·혈압·수면… 체험의 기준을 세우다

 

4명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기로 하고, 가장 먼저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교수(직업환경의학)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생을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관해 연구해 온 그는 택배 노동에 관한 연구 경험도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대뜸 기획 취지를 설명했을 때 김 교수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이랬다. “잠시만, (반지형 바이탈링) 그건 어떤 기기인가요, 혈압도 측정이 되나요?”

 

우리가 보유한 반지형 바이탈링으로는 피부 온도와 맥박, 운동량 정도만 측정이 가능하다는 말에 그는 ‘혈압’과 ‘수면’ 측정이 중요하다고 한참을 설명했다. 의도는 좋지만 우리 기기만으로는 심야배송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혈압과 수면을 측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택배 노동에 관한 연구 경험이 있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의 조언은 체험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그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한 이유이기도 했다. 김 교수가 본인에게 24시간 활동혈압계와 수면을 기록하는 액티그래프 장비가 있다고 했을 때, 취재가 벌써 절반은 진행된 것만 같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선뜻 기획에 참여하길 망설였다. 체험 기간만 2주였고, 이후엔 데이터 분석에 추가 인터뷰까지 더하면 최소 한 달이 넘는 프로젝트였던 터라, 쉽게 승낙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그저 계속 이 기획이 지금 시점에 왜 필요한지를 설명했다. 당시 새벽배송 논쟁의 초점이 점차 흐려지면서, 시민들이 밤에 일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인간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밤에 일하는 것 자체가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잘 모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나중에 이번 기획이 보도된 뒤에야 “류 기자가 끈질기게 부탁하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이왕 하는 김에 자신에게 체험 관련 조언을 구했던 다른 방송사도 함께 실험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한겨레21은 지면으로 기사가 나가니, 영상으로도 함께 나가면 파급력이 클 것 같다는 이유였다. 언론사들의 협업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바로 알겠다고 했다. 이 기획이 한겨레21만 보도한다고 해서 특별한 명예를 얻을 보도도 아닐뿐더러, 김 교수의 말대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지금은 언론사의 경쟁 상대가 타 언론사도 아닌 시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방송사와의 협업은 불발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 교수에게 사전에 조언을 구했던 기자는 그 방송사의 인턴이었다. 그 인턴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이 기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는데, 회사에서 밤새워 일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쿠팡 물류 창고에서 배송 담당 구역의 상품을 골라내고 있는 필자 Ⓒ한겨레21

 

 

일주일 만에 쿠팡 택배기사가 되는 것은 불가능


기획을 도와줄 전문가 섭외(김 교수 외에도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 참여했다.)를 마친 뒤, 곧바로 시작했던 건 직접 2주간 일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이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섭외이기도 했다. 한겨레21 내부적으로 정한 기한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화요일에 체험에 관한 회의를 마쳤는데, 그다음 주 월요일부터 체험을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작정 일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쿠팡 택배기사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쿠팡의 배송 물량 대부분은 쿠팡이 배송 업무를 위탁한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퀵플렉서’가 담당한다. 그런데 퀵플렉서가 되려면 화물운송자격증과 1톤 트럭과 같은 화물운송이 가능한 차량이 있어야 했다. 또 일명 ‘배 번호판’이라는 번호판을 발급받고, 개인사업자 등록도 마쳐야 했다. 이 모든 조건을 며칠 안에 충족하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동행 가능한 택배기사를 찾았다. 일부 물량이 많은 배송 지역의 경우 두 명이 함께 배송하는 사례가 흔했기 때문에, 물량이 많은 지역의 퀵플렉서를 구했다. 돈은 따로 받지 않기로 했다. 기자가 같이한다고 해서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하던 물량 안에서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돈을 받으면 함께 일하는 택배기사의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동행한 택배기사(심야 택배기사 1명, 주간 택배기사 2명)에게는 신체 측정기기 착용을 부탁했다. 조금이라도 많은 신체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기사에도 밝혔지만, 동행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었다. 기자가 체험한 강도는 실제 쿠팡의 퀵플렉서들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였다. 혼자 일하던 물량의 일부를 맡는 방식으로 같이 일했기 때문이다. 보통 쿠팡의 퀵플렉서들은 하루 평균 350개를 배송하는데, 나는 2주 동안 150개~200개를 배송했다. 이 정도 물량에도 몸은 여러 가지 유형의 아픔이라는 갖가지 신호를 줬다.

 

육체적 고통보다 어려웠던 취재

 

“다른 건 필요 없고, 정말 힘드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이게 정말, 정말 힘들어요.” 심야배송을 시작하기 전날, 함께 일하기로 한 택배기사에게 준비할 것은 없는지 물어보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말투에선 과장이나 장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 배송하러 가기 직전 만난 김현주 교수도 “끝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며 “힘들면 꼭 버티지 말고 나오라”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평소에 운동을 하는 편이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깨진 건 체험 첫날부터였다.

 

배송보다 어려운 건 동시에 취재를 하는 일이었다. 처음 며칠은 일을 배우고 적응하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취재 메모를 할 틈도 거의 없었다. 특히 심야배송은 배송 내내 뛰어다니면서 배송 앱과 택배 주소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벅찼다. 더 어려운 건 인터뷰였다. 쿠팡 택배기사들은 보통 식사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따로 인터뷰할 시간이 없었다. 동행한 택배기사는 물건을 싣는 캠프에서 배송지를 오갈 때 트럭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캠프 안에서 만나는 다른 택배기사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캠프 안에서 배송할 물건을 싣고 나르며 다른 지역 택배기사들을 마주했지만, 처음엔 이들의 눈빛에 경계심이 가득했다. 2주 동안 한 캠프에서 일하면서 15명 정도의 택배기사들과 인터뷰할 수 있었던 건 초반부터 취재로 접근하지 않고 일 자체에 집중했던 덕이었다. 나는 처음 며칠 동안은 인터뷰 요청이나 아는 체를 하지 않고 묵묵히 일만 했다. 며칠이 지나자 주변에 다른 택배기사들이 먼저 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간식이나 음료수도 하나씩 건넸다. 그렇게 배송할 물건을 실으면서 말을 주고받았다. 캠프 안에서 일할 때 유일한 쉬는 시간은 배송 물품이 들어오는 간선 트럭이 늦어질 때였는데, 이 시간을 활용해 흡연장에 따라가 간간이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친해진 택배기사들은 잠시 짬이 날 때면 직접 찾아와 먼저 취재할 만한 내용을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진행한 인터뷰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다만 이때 쌓아둔 인연을 토대로 2주간의 체험 이후에 추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취재를 위해 필자는 2주 동안 주간 배송과 심야배송을 번갈아 하며 신체 변화를 기록했다. Ⓒ한겨레21

 

 

현장에서 만난 심야배송 기사들은 대부분 일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정확히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몰랐다. 막연하게 좋지 않다는 것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을 알면서도 일을 멈추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은 심야배송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주간 배송‘보다’ 좋다는 의미였다. 많은 심야배송 택배기사들이 코로나 대유행 때 쿠팡으로 유입됐다. 낮은 문턱으로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점과, 주차나 교통체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이 심야배송을 선택한 이유다. 그러나 이들도 쿠팡의 다회전 구조나 마감 시간, 프레시백 회수 등 택배기사들을 옥죄는 시스템의 개선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기획을 관통하는 두 가지 질문

 

돌이켜보면, 2주간 체험을 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을 주문한 소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심야배송 일주일 중 3일은 배송 물품 중 포장을 뜯지 않고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물품 전체를 확인했다. 대부분 신선식품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식탁이나 의자, 서랍장 등 공산품도 많았다. 서랍장 같은 물건을 꼭 당일 받아야 하느냐는 비판은 하지 않았다.

 

어떤 물품이라도 어떤 소비자에겐 급하게 필요한 물품일 수 있다. 대신 직접 확인한 물건을 기사에 제시했다. 다만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으로 주문한 물품을 주문한 소비자들을 최대한 많이 접촉해 실제 빠르게 배송받을 필요가 있었는지를 확인해 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도가 나가기 시작하자 기사는 화제가 되었지만, 동시에 많은 비판 댓글도 달렸다. ‘새벽배송’을 없애겠다는 결론을 내고 쓴 기사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이 기획은 ‘심야배송이 구체적으로 인간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심야배송을 금지할 것이냐, 말 것이냐만 놓고 격한 논쟁이 오가는 와중에 빠진 핵심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것을 취재하고 검증하여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직접 체험하고 취재하며 생긴 또 하나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무엇이 택배 기사를 옥죄나.’ 그 답은 쿠팡이 만든 시스템에 있었다. 그것은 밤새워 일하는 심야배송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이 논쟁의 층위가 더 깊어지길 바랐다. 그것이 이번 기획의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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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류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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