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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 CBS노컷뉴스 < AI패러독스: 편리함 중독, 빨라진 기후위기 >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6-02-27

인공지능(AI)이 일상에 자리 잡는 한편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막대한 전력 소비, 전자 폐기물 급증 등 AI가 환경에 치명적이라는 ‘불편한 진실’은 눈부신 발전 뒤에 가려져 있다. AI가 주는 편리함에 빠져 외면당하는 기후 위기의 현실을 파헤친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AI는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곧바로 찾아주거나, 복잡하고 해괴한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줍니다. ‘지브리 풍’으로 사진을 예쁘게 만들어 주기도, “너 정말 **핵심**을 찔렀어!” 라며 공감도 해줍니다. ‘AI로 만든 영화’가 개봉하고, ‘AI끼리 만든 커뮤니티’도 화제가 됐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AI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AI는 언론계에서 뜨거운 감자임이 분명합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쏟아진 기사 중 AI 관련 기사 비중이 약 10%에 달할 정도입니다.1)

 

하지만 우리 삶이 AI로 편해지는 만큼 환경은 망가집니다. 은폐된 ‘불편한 진실’입니다. CBS노컷뉴스 기획 취재진(최원철, 장윤우, 강석찬 기자)은 그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기 위해 <AI 패러독스:편리함 중독, 빨라진 기후위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AI가 환경을 망가뜨린다’는 명제를 취재로 입증해 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서북부 지역의 철거 중인 화력발전소(오른쪽). 왼쪽에서는 풍력발전기 프로펠러가 돌아가고 있다. ⓒCBS노컷뉴스

 

 

가장 큰 어려움은 AI와 환경을 두루 섭렵한 전문가를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노력의 범위를 벗어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AI와 환경은 그렇게 동떨어진 분야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AI 전문 기술·과학자’와 ‘기후 전문 환경운동가’가 각각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각 분야의 사정이 눈에 보일 리 만무했습니다. 두 분야를 이어 붙여야 올바른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두 분야를 양다리로 굳게 짚고 일어설 때 치우치지 않고 올바른 기사를 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굳건한 믿음은 기사의 질을 한층 성장시켰습니다.

 

단순 분석 기사가 아니라 해결책까지 찾는 ‘솔루션 저널리즘’까지 나아가야 기획 취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 기사의 기승전결을 완성하기 위해 해외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전 세계 온갖 논문집을 뒤져가며 ‘AI와 환경 교집합’을 연구하는 전문가를 백방으로 찾았습니다. 가장 적확한 전문가와 인터뷰하기 위해 직접 유럽으로 건너가 마이크를 들이밀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기후 악당국’

 

우리나라는 ‘기후 악당국’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악당’이라 불린 선진국들도 많습니다. AI가 만연한 시대에 우리는 하루빨리 악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현지에서 직접 답을 캐물어 봤습니다. 막대한 전력망 부담 등 당면한 문제에서부터 친환경 전환으로 이어지는 해결 방법까지 차근차근 질문했습니다. 특히 디지털과 친환경 전환을 아우르는 ‘쌍둥이 전환’이 안착한 사례를 짚으며, 모범적인 정책 수립 및 안정화를 깊이 들여다보는 기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학계에선 “AI가 환경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당연합니다”와 “이제야 관심을 보이는군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취재 과정에서도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기사를 최종적으로 출고하는 단계에서는 팩트체크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까지 전달력을 높여야 했습니다. 일반적인 기사 형식보다 팩트체크 기획 기사가 더 신뢰감을 주리라 생각했습니다. 다소 엉뚱한 “AI를 쓰면 사람보다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니까 친환경적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AI가 잡아먹는 전력이 검색보다 10배 더 많다’는 기존의 AI 관련 통념까지 훑어보았습니다.

 

긴 글을 다 읽기 힘들어하는 독자들을 위해 영상도 만들었습니다. 기획 기사 전체 내용을 압축·요약한 영상을 자체 제작했습니다. 직접 고프로 카메라를 들고 국내외 전문가와 인터뷰한 내용을 밀도 있게 담았습니다. 독자에게 가닿는 마지막 한 걸음인 ‘라스트 마일’까지 꼼꼼하게 고려한 방식이었습니다.

 

취재를 마무리하고 기사를 쓸 때쯤 잔뜩 뭉뚱그려졌던 생각이 비로소 명확해졌습니다. ‘편리함의 대가는 결국 스스로 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건 어떤 전문가도, 자료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었습니다. AI는 공짜가 아닙니다.

 

못다 한 이야기 담아 책 발간까지

 

AI는 태어날 때부터 버려질 때까지 어마어마한 전기와 냉각수가 필요합니다. ‘AI 엄마’인 데이터센터는 365일, 24시간, 단 1초도 쉬지 않고 전기를 잡아먹습니다. 굳이 그 전력을 환산하자면, ‘5초짜리 AI 영상 1개’와 ‘전자레인지 1시간’이 맞먹는 수준입니다. 즉, 데이터센터 한 곳의 전기 사용량이 한 도시의 사용량과 맞먹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사람들이 쓰는 전기와 큰 데이터센터 하나가 쓰는 전기량이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발열입니다. 전기를 많이 쓰면 자연스레 뜨거워집니다. 열을 식히기 위해 또 전기를 씁니다. 따라서 냉각은 AI 생태계의 핵심입니다. 국내 A 대학 서버실은 1년 내내 에어컨을 18도로 틀어도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는 전체 전력의 최소 30%를 오로지 ‘냉각용’으로만 씁니다. 시원한 바람으로 데이터센터를 식힐 수 없다면, 아예 냉각수를 쓰기도 합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AI에 던지는 질문 1개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 최소 물 한 방울이 필요합니다.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서버를 시각화한 장면 <출처 - 구글 AI 스튜디오 갈무리>

 

 

발열은 내구성도 떨어뜨립니다. 자주 기계를 고치거나 바꿔줘야 합니다. 빨라진 전자제품 생애주기만큼 전자 폐기물은 늘어납니다. 전자 폐기물이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되고 토양과 지하수 오염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킵니다. AI 기술에 현혹돼 그동안 우리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주제들입니다. 더 찬찬히 톺아볼수록 더 깊은 한숨만 나왔습니다.

 

물론 반대 방향에서 취재도 이어갔습니다. AI가 재난을 예측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공공연한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AI를 잘 활용하면 매년 승용차 최대 12억 대가 사라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그 역시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내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즉, AI를 쓰는 편리함의 대가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만한가?’라는 질문으로 물음표의 방향성을 전환해야 합니다. AI를 저울 위에 올려놓고, 심판해야 할 때가 된 겁니다.

 

기사에 다 담지 못한 최종 심판의 결과들은 책에 적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리는 이번 기획 기사를 바탕으로 《편리함의 대가는 누가 치를까?》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AI가 환경에 미치는 위험성을 꼼꼼하게 담았습니다.

 

이 책에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라는 방송인 박명수의 명언이 적혀있습니다. AI를 단순 ‘개인 비서’로 치부하기엔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AI는 이미 비서의 얼굴을 한 괴물에 가깝습니다. 마치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과 같습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창조주여, 저를 흙으로 빚어 인간으로 만들어달라고 제가 요청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내 달라고 제가 애원이라도 했습니까?” AI는 우리가 만들었고, 그 책임도 우리가 져야 합니다.

 

편리해질수록 무거워지는 책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앤드루 파넬(Andrew Parnell) 더블린대 기후·날씨 데이터 과학 교수가 잠시간 머뭇거렸습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보고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제가 기후 과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말을 반복하며 누군가가 관심 가져주길 바라는 것뿐입니다.”

 

그 순간 파넬 교수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AI 대세론에 치우쳐 기후 과학자가 느끼는 절망, 그럼에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 과학자로서의 강단을 담은 의무감 등 복합적인 심경이 표정에서 드러났습니다.

 

한나 데일리(Hannah Daly) 코크대 지속가능 에너지 시스템학과 교수의 말은 더 처절했습니다.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상황은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재생에너지 개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그건 그저 가만히 서 있기 위해 뛰고 있는 겁니다.” 

 

이른바 ‘붉은 여왕의 가설’로도 더 잘 알려진 이 말은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같은 자리에 있으려면 전력을 다해 달려야 한다”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 혁신을 요구할 때 쓰는 격언이지만, 이 말을 환경에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학계에서도 손에 꼽는 학자들의 ‘팩트 폭격’ 발언은 순간마다 심장을 움찔하게 했습니다. 이들은 기후 위기, 환경오염이라는 단어를 수십에서 수백 번도 더 내뱉었을 겁니다. 특히 AI 만능론이 횡행하는 지금 시대에는 더 자주 입에 올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파넬 교수가 말하는 ‘기후 위기’는 상당히 무거웠으리라 짐작합니다. 세계적인 작가 셰익스피어가 썼다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편리함의 대가로 돌아오는 책임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도 AI를 찾는다면, 이제 그 무게를 다르게 느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BIGKINDS)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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