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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 트렌드] MTV의 송출 종료
미디어&AI 트렌드 | 등록일 : 2026-02-27

MTV가 2025년 12월 31일로 ‘24시간 음악 채널’의 시대의 마침표를 찍었다. ‘보는 음악’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던 대중문화의 제국이 급변하는 미디어 소비 환경에 따라 세계 주요 채널의 송출을 중단한 것이다. MTV의 역사적 상징성과 이번 결정이 갖는 의미, 더불어 음악·영상 미디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음악을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확장한 케이블 채널 MTV. 세계 대중문화의 제국이 조용히, 그리고 예정된 수순대로 문을 닫았다.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호주, 브라질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MTV 뮤직, MTV 80s, TV 90s, 클럽 MTV, MTV 라이브 등 5개 음악 전문 채널이 송출을 중단한 것이다. 물론 MTV라는 브랜드는 문 닫지 않았다. 음악 산업에서 여전히 ‘빅 이벤트’인 MTV비디오뮤직어워드(VMA)도 계속된다. 미국 내 MTV 채널은 리얼리티 예능 중심으로 여전히 방송 중이다. 종료된 것은 24시간 음악 전문 채널이라는 기능과 정체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큰 충격이다. 음악 채널이 더는 음악 채널이 아니게 된 것이다.

 

45년 전 MTV 개국을 선언한 노래는 버글스(The Buggles)의 ‘비디오킬더라디오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라디오 스타를 살해하며 화려하게 링 위로 등장한 비디오 스타. 그 비디오 스타의 죽음을 알리는 2025년 12월 31일의 마지막 선곡 역시 버글스의 같은 노래였다.

 

이제 자신보다 더 강력하고 파편화된 디지털 스타들이 잽싸게 세상을 휘젓는 가운데, 브라운관의 주인공들도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사라져갔다. 이제 이마저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MTV가 음악 송출을 포기한 이유다. 이 치밀한 작별 인사를 생중계로 지켜본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겠는가.

 

사실 MTV의 종말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 MTV를 소유하고 있는 파라마운트 미디어 네트워크는 몇 년 전부터 이 역사적인 방송국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3년 전에는 ‘광범위한 경제적 역풍’이라는 이유로 36년을 이어온 MTV 뉴스가 사라졌고, 이듬해에는 MTV의 인터넷 아카이브에 저장된 40년 치 기사와 인터뷰, 자료를 모조리 없애버렸다. 시상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향력 있는 미국 시상식을 제외하고 유럽 등 주요 시상식은 막을 내렸다. 채널 종료 공식 발표는 10월이었고 실제 송출 중단은 12월 31일이었다.

 

파라마운트의 결정은 냉철한 산업적 관점을 바탕으로 내려졌다. 스카이댄스와의 80억 달러(약 11조 4,270억 원) 규모 합병을 2025년 8월 완료하는 과정에서 진 약 150억 달러(약 21조 4,260억 원)의 순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MTV의 해체였다. 오늘날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은 소수점 대에 머무르며, 해당 브랜드가 대단히 매혹적이지도 않다. 파라마운트가 관심을 쏟는 영역은 여타 미디어 그룹들이 그러하듯이 자사 OTT 플랫폼 파라마운트플러스(Paramount+)를 통한 체질 개선이다. 굳이 유지 비용을 써가면서 뮤직비디오를 송출하는 채널을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

 

VJ의 자리 차지한 개인화 알고리즘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도 MTV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MTV는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라는 호기로운 선언과 함께 등장했지만, 작동하는 방식은 라디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요! MTV 랩스(Yo! MTV Raps)>, <스프링 브레이크(Spring Break)>와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서 뮤직비디오를 소개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음악 관련 뉴스와 엔터테인먼트를 전달하는 DJ, 아니, VJ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MTV 시대를 대표하는 마사 퀸(Martha Quinn), 팹 파이브 프레디(Fab 5 Freddy) 같은 VJ들은 당대 대중음악의 흐름에서 ‘무엇이 쿨(Cool)한 음악인가’를 정의하는 큐레이터였다. MTV의 문법에 신속하게 적응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마돈나(Madonna), 프린스(Prince)와 같은 1980년대의 슈퍼스타들과 듀란듀란(Duran Duran), 아하(A-Ha), 신디 로퍼(Cyndi Lauper)같은 신세대, 그리고 런-디엠씨(Run-DMC) 등 힙합 그룹들이 방송의 수혜를 입어 세계 음악 시장을 선도했다.

 

오늘날의 시청자는 기다리지 않는다. 오늘날 VJ의 자리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당신 옆의 알고리즘이 차지했다. 스마트폰을 쥔 대중은 원하는 음악을 직접 찾아내거나, AI가 분석한 개인화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는다. MTV 시대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던 ‘보편적 유행을 만드는 중앙집권적 큐레이션’이 이제는 ‘개인의 취향’을 파고드는 초개인화의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취향의 파편화 시대에 음악을 다루는 모든 미디어가 생존의 위기를 겪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000년대 유튜브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비디오 서비스 비보(Vevo)는 현재 뮤직비디오 독점 송출 권리를 잃어버리고 과거의 기록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비보가 그럴진대 MTV가 살아남기란 불가능했다.

 

‘보는 음악’은 끝나지 않았다

 

미디어 호사가들은 MTV의 송출 중단을 두고 ‘보는 음악 시대의 종말’이나 ‘레거시 미디어의 패배’를 섣부르게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MTV가 남긴 ‘보는 음악’의 가치는 디지털 시대에 보편의 향유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오히려 오늘날 음악은 그 어느 때보다 시각적이다. 문법이 바뀌었을 뿐이다.

 

MTV의 몰락과 함께 짚어야 하는 오늘날 흐름이 바로 뮤직비디오의 변화다. 팬데믹 이후부터 3~4분가량 긴 호흡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제기됐던 위기론이 현실로 다가왔다. 오늘날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뮤직비디오는 대부분 K-POP과 라틴 음악가들의 차지다. 비욘세(Beyoncé), 드레이크(Drake), 두아 리파(Dua Lipa),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등 팝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슈퍼스타들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뮤직비디오에 거액의 비용을 투자하는 때도 드물어졌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다른 뮤직비디오와 경쟁하지 않는다. 임시 이미지로 반복 재생 클립을 만드는 ‘비주얼라이저(Visualizer)’, 스틸 컷 이미지, 소셜미디어를 수놓는 10초에서 60초 사이의 짧은 영상, 그리고 마치 누군가가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것 같은 짧은 클립과 대결해야 한다. 

 

특히 짧은 클립의 전성시대가 음악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2016년 틱톡의 대유행과 플랫폼의 슈퍼스타 릴 나스 엑스(Lil Nas X)가 ‘Old Town Road’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기록을 갈아치운 후, 음악은 4:3 비율의 가로가 아니라 9:16 세로 화면에서 가지고 노는 미디어 콘텐츠가 됐다. 15초 내외 숏폼이 시대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틱톡,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가 MTV의 권위를 빼앗았다. 오늘날 음악가들과 음악 콘텐츠 제작자들은 세로 화면에서 짧은 호흡으로 찰나의 관심을 빼앗는 방법을 골몰한다. 영상 감독들은 가로보다 세로 화면에서의 피사체 점유율을 고민하고, 곡의 하이라이트 구간에 맞춰 따라 하기 쉬운 동작이나 감정적으로 동요할 수 있는 자극을 추가한다. ‘유저’들은 음악을 자르고, 토막 내고, 뒤틀고, 부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음악 마케팅의 중심은 방송국에서 크리에이터의 손가락 끝으로 이동했다.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역시 생존을 위해 ‘보는 음악’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2D 및 3D 그래픽, 동영상, 이미지를 통해 앨범 아트를 꾸밀 수 있는 ‘캔버스’ 기능으로 SNS 세대의 지지를 확보했다. 캔버스가 적용된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은 최대 145% 이상의 공유 수 차이가 난다. 경쟁사 애플뮤직 역시 ‘모션 아트’라는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히 iOS 기기에서의 음악 감상 및 공유 경험을 차별화된 그래픽으로 제공해 음악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뮤직비디오의 시대가 저물고 있지만, 음악을 보는 행위 자체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MTV의 종말도 그래서 ‘종말’이 아니다.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 파라마운트 CEO는 인터뷰를 통해 MTV에 음악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유니버설, 워너와 같은 메이저 레이블과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공조를 통해 MTV, 니켈로디언(Nickelodeon), 코미디 센트럴(Comedy Central) 같은 레거시 케이블 브랜드를 디지털 브랜드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MTV의 문화적 권위와 유산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기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과연 성공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MTV가 만든 방송 중심의 음악 산업 질서가 허물어진 가운데, 이제 레거시 미디어가 시간, 장소, 형식의 구애 없이 확장되고 있는 오늘날 음악 플랫폼에 적응해야 할 때가 됐다. ‘비디오킬더라디오스타’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당신은 처음이기도 했고, 마지막이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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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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