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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위기의 지역 언론, 해법은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6-02-27

지역신문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다. 인력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재정 상황은 빠듯한 현실, 지역신문의 지속가능성을 논하려면 새로운 가치 정립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오늘날 지역신문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제정된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지역신문의 위기를 해소하고 언론의 저널리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여전히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역신문의 위기는 업계만의 위기가 아니다. 지역 전체의 소멸 위기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2024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5명이다. 전년도 0.72명보다는 약간 늘었지만 의미는 없다. 어차피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 미만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체 5,100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2,609만 명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살고 있고 그 비율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제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은 138곳이다. 서울·경기도 9곳을 제외하면 모두가 비수도권 지역이다. 인구 3만 명이 안 되는 지방자치단체도 23곳이나 된다. 곧 사라질 지역이다. 최근 전남·광주, 충남·대전, 경북·대구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자체가 이러하니 지역신문의 생존은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수도권 쏠림 현상, 신문이라고 다를까

 

사람과 권한과 돈이 모두 수도권에 몰려있으니, 지역신문이 잘 될 리 만무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5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137개 사의 지역 종합일간지 매출액은 4,979억 원, 532개 사의 지역 종합주간지 매출액은 791억 원으로 전체 신문 시장의 10.9%에 불과했다. 12개 사의 전국 종합일간지Ⅰ 매출액이 1조 4,004억 원(26.4%), 58개 사의 전국 종합주간지 매출액이 1,196억 원(2.3%)이라는 점을 보면 지역신문의 열악한 경영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4년 지역 종합일간지의 1개 사당 평균 매출액은 36억 3,000만 원이고, 지역 종합주간지는 1억 5,000만 원으로 이는 전국 종합일간지Ⅰ 1개 사당 평균 매출액 1,167억 원, 경제일간지 627억 원과 비교해 매우 영세한 규모다. 2024년 영업이익을 보면 더욱 처참하다. 전국 종합일간지Ⅰ의 영업이익액 합계가 591억 8,900만 원인 반면, 지역 종합일간지는 –259억 4,600만 원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안 망하고 있는 게 이상한 일이다. 

 

지역 종합일간지 종사자는 지난 2004년 1개 사당 평균 103명에 이르렀으나 20년 만인 2024년에는 40명으로 뚝 떨어져, 60% 넘게 줄었다. 이는 신문 제작과 판매, 유통뿐만 아니라 보도 품질의 질적인 저하를 수반한다. 보도 품질의 질적 저하는 독자의 외면을 불러온다. 2002년 82.1%에 달하던 종이신문 열독률은 해마다 급격하게 줄었다. 2023년 일간지와 주간지를 합한 지역신문의 열독 점유율은 18.3%에 머물렀다. 이러한 독자의 감소는 결국 광고 수주의 하락 등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른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역신문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2년 102개였던 일간지는 137개 사로 늘었고, 주간지는 469개에서 532개로 늘었다. 경영은 점점 어려워지고, 저널리즘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음에도 신문사가 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일부에서는 지역신문이 지역사회 내 영향력 확보나 기업 활동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사회에서 자치단체와 언론 간 관계가 건강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역 언론사 대표가 지방보조금을 부정 수령해 실형을 선고받기도 하고, 자치단체가 언론사에 주는 홍보·광고비를 미끼로 홍보 기사를 쓰도록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자치단체가 지역신문의 대형 광고주이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 필요해

 

이렇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신문사들을 시장에서 걸러내고, 저널리즘 기능을 충실하게 하는 신문사의 경쟁력을 키워줘야 할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역신문은 지역의 공론장으로 풀뿌리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2025년 5월, 이건혁 국립창원대 교수는 전라북도의 지역신문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지역신문을 ‘공공재’를 뛰어넘어 ‘가치재’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공공재’는 여러 사람이 사용하더라도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고 특정 사람의 사용을 막을 수 없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지역의 뉴스를 다루는 ‘공공재’라는 인식의 결과물로 지역신문 지원 제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공공재’라 하더라도 민간 기업이 생산할 유인이 사라지게 되면 결국 시장의 실패로 귀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가치재’는 시장에서 적정 수준만큼 소비되지 않더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돼 정부가 개입해 생산과 소비를 장려하는 재화다. 지역사회의 공론장을 형성해야 하는 지역신문은 이제 ‘가치재’로 재평가할 때가 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은 지나치게 형편없다. 한 해에 200억 원에 달했던 초창기 예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때 70억 원까지 줄었다. 그나마 2026년 들어 118억 원으로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지역을, 그것도 지역 언론의 문제를 재원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지역신문의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가 여전히 재원이라는 점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지역신문의 개혁을 추동해 내고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로부터 우선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신문사가 감수해야 할 개혁 과제가 있다. 이러한 개혁 과제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대폭적인 지원이다. 이는 신문사가 저널리즘의 기본 활동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본 장치다. 신문사의 규모와 관계없이 지역의 공론장 역할을 제대로 할 능력 있는 신문에 대폭 지원함으로써 해당 신문은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경쟁력을 갖춰 풀뿌리민주주의의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다. 향후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예산은 계속해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 기금으로 하는 사업들은 대부분 지면의 경쟁력을 키우는 분야다. 보도 품질을 높임으로써 구독자를 늘려 경영이 좋아지도록 하는 간접 지원 형태다. 기획취재 지원, 지역민 참여 보도 지원, 인턴 프로그램 지원, 디지털 취재 장비 임대 사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바람직한 지원 방향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지원 사업은 효과가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경영에 직접 효과를 낼 수 있는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 사업의 예산을 좀 더 늘려 직접적 효과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구독료 지원 사업의 문제는 구독료 지원 대상이 소외계층에 한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혜택의 범위를 좀 더 넓혀야 한다. 특히 신문법에 의거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청소년 및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 독자인 청소년에게 투자하는 방안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지역신문의 자생력만큼 중요한 건

 

미디어 환경 변화는 지역신문에게 또 다른 위기이자 기회다. 모든 분야가 디지털과 모바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고 최근에는 AI까지 우리 실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신문에 대한 공적 지원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들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고, AI·빅데이터 기반 공동 인공지능 활용 시스템 개발 등에도 지원을 확장해야 한다. 종이신문 독자뿐만 아니라 디지털 구독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한 인적 자원 지원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지역별 특수성을 감안해 지역신문 스스로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발적 혁신 사업에 대한 지원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역신문의 자생력 강화와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신문 지원 사업을 펴고는 있지만 일회성 지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신문사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 향후 디지털 환경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속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신문이 지역사회에서 자생력을 갖고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선 지원 대상사로 선정된 신문사에 대해 정부의 광고 집행이 우선 되어야 한다. 2024년 기준 전체 정부 광고비는 무려 1조 3,000억 원이 넘는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집행하는 광고는 주로 방송사나 전국 종합일간지에 집중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광고도 관행적으로 분산되거나, 일부 매체에 편중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폐해를 끊어내고 여러 심사를 거쳐 우선 지원 대상사로 선정된 신문사에 광고 혜택이 돌아가도록 함으로써 지원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보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충분히 보장하되, 그에 대한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 언론 윤리를 뛰어넘는 각종 위법한 행위는 물론이고 언론의 신뢰를 허물어트리는 의도적인 허위·조작·왜곡 보도의 경우에도 법과 제도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신문사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지원받는 피동적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개혁하고 언론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기금의 지원은 능동적 역할자에게 주어지는 부수적인 보상일 뿐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가 안에서 껍질을 쪼고, 동시에 어미 닭이 이에 호응해 밖에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신문사 스스로 안에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밖에서 도와야만 지역신문이 건강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신문이 지방자치단체 등 정치권력이나 토착 기업 등 경제 권력에 재정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공적인 지원 강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공적 지원이 지역 언론의 저널리즘 기능 강화로 이어졌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금까지 나온 지역신문의 생존 방안은 법과 제도를 통해 공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법과 함께 지역사회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신문사가 되는 것뿐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방법은 신문사들이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드러낼 때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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