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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지역 언론의 위기 진단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6-02-27

지역 언론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역 뉴스가 줄어들수록 지역의 목소리 또한 함께 사라진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로 그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 시대, 지역 언론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그 해법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지역 언론(local media)은 국가보다 작은 지리적 공동체를 주된 서비스 대상으로 하면서 그 지역에서 사는 시민들에게 특별한 관심사가 되는 정보와 공공 사안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뉴스 조직이다. 지역 언론이 만드는 지역 저널리즘은 지역 공동체 내의 정보 순환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토대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PC가 종이신문과 텔레비전 수상기를 잠식하는 디지털 전환 이후 지역 언론사의 뉴스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 언론의 위기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지역 언론에서는 구독자·시청률 감소, 광고 수익 감소, 뉴스 품질 저하가 일부 발견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역 언론의 뉴스 수준을 그 지역 독자와 시청자의 눈높이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어렵게 한다. 몇몇 지역 매체는 지역 내에서 영향력 감소를 체감하고 있으며 지역 현안을 심층적으로 드러내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도 한계를 보인다. 게다가 비수도권 인구 급감과 지방 소멸 같은 국가적 위험 또한 빠르게 다가오고 있어 지역 언론의 역할은 더 무거워졌다.

 

만일 지역 언론이 대량으로 뉴스를 생산해 그 뉴스가 대량으로 소비되고, 품질 또한 대체로 뛰어나다면 지역 언론의 문제 대부분은 해결된다. 그러나 그 반대 방향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따라서 지역 언론의 문제는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으로 검토될 수 있다. 이런 점을 반영해, 뉴스량, 뉴스 품질, 기자 교육 차원에서 지역 언론의 상황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지역 소식이 부족하다는 미국 지역 기자들의 각성 이후 미국 로컬 보도에서 관(官)급 기사의 비중은 줄었고 지역민의 삶의 현장을 찾는 기사가 늘었다. 미국 지역신문 포스트앤큐리어(The Post and Courier)의 인터랙티브 기사 <출처 – 포스트앤큐리어 홈페이지(https://www.postandcourier.com/app/till-death/title.html)>

 

 

관(官)에 쏠린 뉴스, 지역민과 거리 키워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의 키워드 트렌드를 활용해 강원, 광주, 대구, 대전, 부산을 대표하는 지역신문의 그 지역 광역자치단체(시청·도청) 관련 보도량을 살펴봤다. 지역신문의 가장 중요한 취재원이자 기삿감은 그 지역 광역단체이기에 광역단체 관련 기사량은 지역신문의 해당 지역 기사량의 추이를 가늠해 볼 잣대가 된다. 2021년 대비 2024년 대구를 대표하는 지역신문의 대구시 보도량은 24.6%p, 광주를 대표하는 지역신문의 광주시 보도량은 18.9%p 감소했다. 이는 디지털 전환 외에도 지역 인구의 정체·감소·고령화, 지역 경제 위축 같은 환경적 요인에 지역신문이 영향을 받은 결과일 수 있다. 지방 소멸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대구·경북, 광주·전남 지역의 뉴스량이 뚜렷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이 결과는 지역신문사가 당면한 외형 축소와 인력·예산 축소, 편집국 노령화, 전반적 활력 저하를 반영한다.

 

한편 뉴스의 품질과 관련해, 지역 매체 간 수준은 다를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지역 언론사의 취재·보도 관행은 출입처와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중앙언론사의 관행과 유사한 편이다. 특히 지역 언론사의 특성상, 뉴스 의제는 시청·도청과 그 유관 출입처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좁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미국의 지역 언론사 기자들도 뉴스거리의 상당 부분을 지역 시청 출입처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미국 지역 TV 기자들을 중심으로 ‘시청발 보도에는 지역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각성이 일어났다. 이후 미국 로컬 보도에서 관(官)급 기사의 비중은 줄었고 지역민의 삶의 현장을 찾는 기사가 늘었다. 반면 국내 지역 언론계에서 이러한 자기성찰과 실천을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적지 않은 연구에 따르면, 지역 언론은 직간접적으로 지방정부의 홍보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 취재원’을 적극적으로 채택하지 못하는 편이다.1) ‘뉴스의 관(官) 쏠림과 지역 사회 상당수 권역의 뉴스 사막화’는 국내 지역 뉴스 품질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축적된 조사들은 지역 언론의 지방정부·보도자료 의존 → 뉴스 흥미·품질 저하 → 지역민과의 괴리 → 뉴스 소비 감소 → 지역 언론의 재정 악화 → 취재 인력·예산 축소 → 지방정부·보도자료 의존이라는 악순환을 시사한다. 이러한 고리에서 벗어나려면 시청 기자실로 매일 ‘출근’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고, 지역 뉴스를 생산하는 지역 기자의 역량을 올려야 한다.

 

지역 언론 문제의 해법, 결국 사람이다

 

지리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석면 위험을 전한 데이터 저널리즘 보도(부산일보), 젊은 기자가 시골 마을의 청년 이장이 돼 고령화·인구 소멸 현실을 전한 체험형 보도(전북일보) 같은 고품질 뉴스로 지역 언론은 지역 저널리즘 창달에 노력해 왔다. 또 지방 권력 감시, 지역 공론장 형성, 지역 공동체 결속, 문화적 다양성 구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현재 지역 언론이 큰 위기에 처한 건 사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하며, 이 변화는 결국 사람, 즉 지역 기자에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역 기자 역량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패널 발표를 맡으면서 지역 기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내용을 종합하면, 국내 대다수 대학 미디어 전공 학과는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역량과 윤리로서의 저널리즘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다. 이는 학계도 유념할 부분이다. 다수 지역 기자가 받는 제작 실무 교육은 수습 기간의 언론사 자체 교육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수 교육이 거의 전부다. 이후론 현업에 투입돼 가끔 선배 기자에게서 도제식으로 노하우를 체득하거나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간다.

 

이러한 관행 탓인지, 많은 지역 기자는 ‘기사를 쓰는 법’부터 배우고 싶어 했다. 현업 기자들에게 제대로 된 저널리즘 교육을 비롯해 언론법, 윤리, 철학의 습득이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국내 지역 언론의 디지털 전환은 부진한 편이다. 미국 지역신문의 모바일·PC·종이판 컴퓨터 그래픽과 편집 수준은 한국 지역신문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앞선다. 공공 데이터의 수집·분석·시각화는 환경 감시 및 뉴스 상품성 제고 차원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지역 기자와 지역 뉴스룸은 빅데이터, SNS,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다. 이 때문에 AI 데이터·디지털전환 교육에 대한 지역 기자의 수요는 매우 높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 기자는 지면과 방송 시간을 메우는 일상의 업무에 치여 지금까지 해오던 루틴을 반복한다.

 

원칙상 지역 언론사 같은 사기업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자생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정부도 알아서 생존하라고 중소기업을 방치하진 않는다. 중소기업 전담 부처도 만들고 많은 예산을 들여 지원한다. 이젠 국내 지역 언론사를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산업이자 생존을 도와야 할 기업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유럽, 영국, 미국에서는 정부나 지방정부, 공영방송사가 지역 언론에 인센티브 등의 재정적 지원과 법적 보호를 수행한 사례가 있다. 국내 지역 언론이 사실상 기능을 잃으면 지역 소멸은 더 빨라지고 심각해진다. 지역 기자 교육은 그 효과가 지역 언론사와 지역사회에 즉각 환류될 수 있다. 이젠 지역 기자 교육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1) 이효성·최영준·이성준(2014), <지역언론의 취재원 활용양상과 시민저널리즘 실천에 대한 고찰 : 청주·청원 행정구역통합 보도를 중심으로>, 언론과학연구,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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