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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넷플릭스와 한국 방송 산업의 어두운 이면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6-03-27

넷플릭스를 통해 ‘K-콘텐츠’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비영어권 콘텐츠의 주역으로 부상했지만, 국내 미디어 산업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창작 생태계와 방송 산업에 남긴 변화와 한계를 함께 짚어본다. 편집자 주

 

K-콘텐츠는 이제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비영어권 주역이 됐다. 넷플릭스가 2023년부터 공개하고 있는 리포트 <우리가 본 콘텐츠(What We Watched)>와 암페어애널리시스(Ampere Analysis),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데이터를 종합하면, 2024~2025년 한국어 콘텐츠는 넷플릭스 전체 시청 시간의 8~9%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1) 이는 미국 콘텐츠(56~60%)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며, 영국(7~8%), 일본(4~5%), 프랑스(3~4%), 스페인(약 4~5%)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을 모두 앞선다.2)

 

2025년 상반기만 봐도 한국 콘텐츠는 전체 시청 시간의 8.4%를 기록했고, <오징어 게임>시리즈 전체가 2억 3,100만 뷰를 돌파하며 글로벌 시청 시간을 견인했다.3) 2026년 초까지 누적 한국어 타이틀 스트림은 45억 뷰를 넘어섰고, 이는 넷플릭스 역사상 비영어권 콘텐츠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다.4) <오징어 게임 시즌3>, <폭싹 속았수다>, <흑백요리사> 같은 작품들이 연이어 글로벌 톱10에 오르는 모습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한국 창작 생태계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증명한다.

 

그런데 정작 넷플릭스 코리아의 투자 비중은 전체 예산의 4~5%에 불과하다. 2024년 넷플릭스 코리아 매출은 약 9,000억 원(약 6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지만,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실제 투입되는 금액은 그중 극히 일부다.5) 투자 대비 시청 시간 효율은 극단적으로 높다. 한국 콘텐츠는 전체 시청 시간의 8~9%를 차지하면서도 투자 비중은 4~5%에 머문다.6)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 창작 생태계에서 막대한 가치를 뽑아내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의 대부분이 본사로 환수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넷플릭스는 2025년 6월 기준 국내 OTT 시장에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약 1,393만 명으로 4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7) 2025년 1월에는 사용 시간 점유율이 61.1%에 달해 토종 OTT인 티빙(16.5%)과 큰 격차를 보이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8) 이러한 쏠림과 불균형은 콘텐츠 투자와 유통 구조를 넷플릭스 중심으로 재편시키며, 국내 제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플릭스 확산은 방송사·국내 OTT·전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한편, 중소 규모 작품의 제작 기회를 축소시키고 있다. 화려한 글로벌 성공 뒤에 숨겨진 현실은 제작 기회 감소, 제작비 수준 동결, 넷플릭스의 편당 제작비 관리 강화로 이어져, 대부분의 프리랜서 인력과 제작사 고용 인력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넷플릭스 독주, 붕괴하는 국내 미디어 산업

 

최근에는 지상파의 플랫폼화(하청업체화) 우려가 고조되는 일이 벌어졌다. SBS는 2024년 12월 넷플릭스와 6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25년 1월부터 신작 콘텐츠를 국내 공급하고, 하반기부터 국제 공급을 시작하는 계약이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6년간 총 1조 원 이상 규모로, 연간 영업이익 증분만 400~500억 원에 달한다.9) 실제 2025년 SBS 예상 매출은 7,220억 원, 영업이익 437억 원(흑자 전환)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넷플릭스 구명줄’에 불과하다. 실제 SBS의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7,1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5% 감소했고, 방송광고 매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SBS조차 광고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넷플릭스 공급 계약에 매달리는 모습은 국내 지상파·종편의 몰락을 상징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방송산업 전체 매출은 18조 8,3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특히 방송광고 매출은 지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상파와 종편 사업자들은 편성 비용 절감을 위해 드라마·다큐멘터리 편수를 급격히 줄였다.10)

 

국내 OTT도 만성 적자에 허덕인다. 티빙·웨이브·왓챠 등 주요 사업자의 누적 적자(2024년 12월 기준)는 1조 원, 영업손실은 1,000억 원을 넘었고, 이중 티빙의 영업손실만 710억 원이었다.11)

 

이들 사업자는 넷플릭스에 대항해 통합 구독 상품을 내놓았지만, 시장 점유율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다. 웨이브는 CJ ENM과의 합병을 추진하며 생존을 모색 중이지만,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지배력(프리미엄 VOD 점유율 48% 추정)은 국내 OTT의 제작 투자 여력을 완전히 갉아먹고 있다.

 

전체 미디어 산업 쇠퇴는 더 심각하다. 광고 매출 감소와 시청자 이탈로 지상파 중심의 미디어 지형은 이미 무너졌다. 넷플릭스는 제작·유통 영역까지 잠식하며 국내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2025년 방송영상 산업 수출 전망은 비관적이다. 전문가 조사에서 방송 분야는 단기·중기 모두 최악으로 평가됐다. 제작비 상승과 글로벌 OTT 쏠림, 국내 사업자 투자 여력 감소가 원인이다.12) 영화 산업도 침체 중이다. 2024년 한국 영화 총 관객수는 1억 2,313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2억 2,668만 명)의 54% 수준에 그쳤고, 1인당 관람 횟수는 2.4회로 2000년대 초반으로 후퇴했다.13)


이 쇠퇴는 제작 기회 감소로 직결된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OTT·TV 편성 드라마 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0편으로 30% 이상 증발했다.14) 2025년은 80편 남짓(예상치) 더 줄어들었다.15) 방송사·국내 OTT가 제작비 절감을 위해 드라마 편성을 줄이는 동안,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커졌다. 중소 규모 작품은 소멸 위기에 처했다. 예능 프로그램 편중과 해외 대작·재개봉작 의존으로 한국 콘텐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관객·시청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작비는 늘고, 제작사는 가난해진다

 

제작비 수준 동결과 넷플릭스의 편당 제작비 관리 강화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국내 드라마 평균 제작비는 2019년부터 급증해 2024년 회당 31억 원에 달하지만,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100% 부담하는 대신 최근 마진율을 5~7%로 낮추며 제작사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편당 제작비 관리를 강화하면서 인도·태국 등 저비용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편 제작비 상승은 스타 출연료 집중으로 이어져, 톱스타 회당 출연료가 2~3억 원을 웃돈다.16) 이는 중소 제작사의 부담을 키우고, 신인 기용을 막아 창작 다양성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SBS처럼 넷플릭스 공급 계약을 맺은 방송사조차 제작비 관리 압박으로 콘텐츠 다양성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다. 계약 규모가 6년간 1조 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대형 콘텐츠 중심으로 한정되어 중소 제작 기회를 더욱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프리랜서 인력과 제작사 고용 인력의 생존 위기다. 방송 미디어 콘텐츠 산업은 주로 프리랜서 중심으로, PD·작가·스태프 대부분이 계약직이다. AI 도입으로 후반 작업·스크립트 작성 일자리가 줄어들며, 프리랜서 시장은 “데드존(일 없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17)

 

제작사 고용 인력도 감원 위협에 시달린다.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대형 회사조차 해외 매출 감소로 인력 축소를 검토 중이다. 프리랜서들의 소득 불안정은 이미 불공정 계약·임금 체불·장시간 노동으로 악화되고 있다.18) AI가 방송 일자리를 삼키며, 2025년 프리랜서 생존 위기는 ‘극한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방송사의 신규 제작 물량은 줄어들고, 투자 여력은 감소했다. 기존의 방송사가 제공하던 제작 기회, 일자리 제공의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OTT 취향의 자극적인 콘텐츠와 형식을 제외한 방송 미디어 콘텐츠 제작은 갈수록 소멸할 것이다. 이는 방송 산업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재앙이다. 지금은 한국 콘텐츠가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높아 협상력이 있는 시기다. 우리도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와 같이 콘텐츠 창작자를 보호하고 방송 미디어 산업을 육성할 지원과 규제가 필요하다. 이 시간을 놓치면 방송 미디어 산업은 크게 위축되고 창작 생태계는 붕괴할 것이다. 

 

 

1) Phillips, T., , IGN, 2026.1.21, https//sea.ign.com/kpop-demon-hunters/237698/news/netflix-reveals-what-wewatched-most-over-2025s-second-half-as-stranger-things-5-almost-beat-wednesd

2) , Ampere Analysis, 2025.4.15, https://www.ampereanalysis.com/insight/south-koreanshows-are-the-most-popular-non-us-content-on-netflix

3) Surette, T., , TV Guide, 2026.1.27, https://www.tvguide.com/galleries/the-most-watchednetflix-shows-in-the-second-half-of-2025/13/

4) 플릭스패트롤·넷플릭스 투둠(FlixPatrol·Netflix Tudum) 누적 데이터 집계, 2026년 2월 기준

5) Seongeun Lee, , THe Diplomat, 2025.7.2, 

https://thediplomat.com/2025/07/how-netflix-bothsupercharges-and-risks-derailing-south-koreas-contentindustry/#:~:text=Since%20entering%20the%20Korean%20market,only%20one%20generating%20reliable%20profits.

6) Patel, R., , Ampere Analysis, 2026.2.19,

https://www.ampereanalysis.com/insight/a-first-for-netflixnon-english-content-takes-the-lead-in-tv-originals

7) https://www.wiseapp.co.kr/insight/detail/807/ott-marketshare-user-rankings

8) 이정현, <넷플릭스 앱 사용자 1월 1천416만명…역대 최대>, 2025.2.18, https://www.yna.co.kr/view/AKR20250218024100017

9) <The Big List 2025 Country Profile: Korea>, ContentAsia, 2025.11.3, https://www.contentasia.tv/features/big-list-2025-country profile-korea

10) <SBS (034120) 시가총액 1조원의 향기가 나는 역대급 넷플릭스 계약>, 하나증권, 2024.12.23, https://www.hanaw.com/download/research/FileServer/WEB/industry/enterprise/2024/12/22/sbs_241223.pdf

11)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2025), <2025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 https://www.kmcc.go.kr/download.do?fileSeq=62367

12) 박예진, <티빙, 웨이브와 손잡았지만…넷플릭스 격차 더 벌어져>, IB토마토, 2026.2.27, https://blog.naver.com/ibtomato/22419

7670659?trackingCode=rss

13) <넷플릭스 10년! 국내 영상산업의 변화와 방송사의 과제>, 방송문화, 2025년 여름호, https://brunch.co.kr/@jhwhjn/117

14) <위기의 영화산업...정부지원 늘려 ‘K-영화’ 영광 되찾자>, 한겨레, 2025.5.5,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95810.html

15) 고승희, <회당 제작비 수십억인데…제작비 상승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헤럴드경제, 2025.4.22, https://mbiz.heraldcorp.com/article/10470549

16) 이태훈, <회당 제작비 9억→30억→70억...‘K콘텐츠 공룡’도 두손 들었다>, 한국경제, 2025.5.1, https://www.hankyung.com/

article/2025050186911계약>, 하나증권, 2024.12.23, https://www.hanaw.com/

download/research/FileServer/WEB/industry/enterprise/2024/12/22/sbs_241223.pdf

17) 김수정, , 방송작가, 2026년 3월호, http://www.ktrwawebzine.kr/page/vol240/12.html

18) 강금봉, <프리랜서의 소득 불안정에 대한 동태적 실증 연구>, 보건사회연구, 2022.3.31, 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829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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