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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방송법」으로 주요 국제 스포츠 행사 중계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다. 국내외 보편적 시청권의 정의와 취지를 알아보고, 우리의 현행 제도가 실제 미디어 환경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 한계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26년 2월 개최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한국 올림픽 방송 중계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 중계 없이 진행됐다. 유료 방송인 JTBC가 독점 중계한 개막식 시청률은 직전에 개최된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8%에 그쳤다.1) 아울러 유료 방송을 시청하지 않거나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시청자들 역시 실시간 시청에서 소외됐다. 이번 사태는 오는 6월 개최되는 북중미 월드컵 중계 논란과도 맞물리면서, 중계권과 보편적 시청권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통신 분야에서 유래한 보편적 시청권
우리나라의 「방송법」은 주요 국제 스포츠 행사 중계와 관련해 ‘보편적 시청권’의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다.2) 스포츠 중계권은 잘 알려졌지만,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용어는 그다지 익숙지 않다. ‘보편적’이라는 단어에서 누구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막연히 생각할 수 있지만,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을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와 그 밖의 주요 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로 한정해 정의하고 있다.3)
보편적 시청권과 인접한 개념으로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와 ‘보편적 접근권(Universal Access Right)’이 있다. 이 세 개념 모두 공익적 권리를 지향하지만, 그 범위와 대상에는 차이가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한 보편적 서비스는 1900년대 초 미국의 통신 분야에서 유래했다. 복수 사업자 간 통신망 구축 경쟁에서 AT&T가 ‘하나의 정책, 하나의 시스템, 보편적 서비스’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단일 통합망 중심의 기본적 통신서비스 제공이 효율적임을 주장한 것이 그 시초다.4) 이후 보편적 서비스는 공익 규제의 틀에서 논의되기 시작해 1996년 「미국 통신법(Telecommunications Act)」에서 법률로 제도화됐다.5) 오늘날 전 세계 여러 국가의 통신·에너지·우편 분야에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 서비스의 제공 책무를 강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전기통신사업법」 제4조에서 ‘보편적 역무’라는 용어로 보편적 서비스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보편적 접근권은 1980~1990년대 국가 간 정보 통신 인프라 격차에 관한 논의 과정에서 대두했다. 인프라 자체가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접근 가능성 자체를 확보하는 것, 즉 보편적 접근권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이 그 기원이다.6) 이후 2000년대 초반 유엔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 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에서는 ‘정보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국제 규범으로 확립했다.7) 보편적 접근은 서비스 공급과 함께 경제적·사회적 접근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편적 서비스와 달리 이용자의 ‘권리’ 측면을 강조한다.
보편적 시청권은 이러한 보편적 접근권 담론이 방송에 특화돼 정립된 것이다. 전송되는 메시지 자체에는 관여하지 않는 통신과 달리, 방송에서는 전송되는 콘텐츠의 내용과 질이 핵심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방송망에 대한 접근(access), 즉 방송 수신의 차원을 넘어서 콘텐츠를 시청(viewing)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 시청권의 본질이다. 이때 보편적 시청권의 대상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대형 스포츠 경기나 중요 이벤트로, 이들 콘텐츠는 집단적 경험의 공유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고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띤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는 시청 수요가 많아 광고 가치가 높고 거대한 중계권 시장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공공·공익의 영역인 동시에 상업적 논리가 침투하기 쉬운 국민적 관심 행사의 이중성은 보편적 시청권을 법으로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특정 유형의 콘텐츠에 대한 시청권으로 그 적용 범위가 한정된다는 점에서 보편적 시청권은 보편적 접근권에 비해 구체적이고 좁은 개념이다.8)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사 명문화한 호주와 유럽대형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둘러싼 갈등은 주요 국가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 영국에서는 1992년 위성 유료방송인 BSkyB(British Sky Broadcasting)가 프리미어리그와 크리켓 테스트 매치 등 주요 스포츠 행사의 중계권을 획득하면서 이전까지 무료 지상파 방송으로 누구나 시청 가능했던 이들 행사가 당시 전체 시청자의 15%에 불과한 유료 채널 가입자만의 콘텐츠로 전락했다.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마련된 것이 1996년 「방송법 1996(Broadcasting Act 1996)」의 ‘지정행사(Listed Events)’ 제도다.9) 이 제도는 주요 스포츠 경기나 행사를 국민적 관심 행사(events of national interest)로 지정해 구독 또는 유료 시청 방식만으로 방송되는 것을 금지한다. 또한 행사 목록을 A, B 그룹으로 구분해 전자에 대해서는 인구의 95% 이상이 수신 가능한 무료 지상파 채널에서 중계하도록 하는 등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10)
영국보다 앞서 호주에서는 중계권 독점으로 인한 국민의 시청권 침해를 막기 위해 1992년 「방송서비스법」에 ‘안티-사이포닝 목록(antisiphoninglist)’을 명문화하고 무료 지상파 사업자에게 주요 행사의 우선 협상권을 부여했다. 호주의 안티-사이포닝 목록에는 올림픽, 월드컵 외에도 문화적으로 호주에서 인기가 있는 럭비, 크리켓 경기가 포함되며, 최근에는 여성과 장애인 경기도 추가됐다.11)
EU에서는 1997년 「국경없는 텔레비전 지침(TWF, Television Without Frontiers Directive)」 개정 시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사(events of major importance for society)’ 목록 제도를 도입했다.12) 이후 TWF를 계승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AVMSD, 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도 제14조에 주요 행사(major events) 목록 제도를 명문화했으며, 2018년 개정 지침도 이를 그대로 유지해 주요 행사를 무료 실시간 방송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13) EU 회원국은 이 지침에 따라 각국 역사와 문화에 맞게 대상 행사와 사업자를 지정해야 한다. 국내 「방송법」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 체계 국내에 보편적 시청권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계기 역시 스포츠 마케팅 업체인 IB스포츠가 아시아축구연맹(AFC, Asian Football Confederation) 주관 경기의 국내 중계권을 독점해 2006년 축구 국가대표 경기 일부가 유료 채널에서만 중계된 사례 때문이다.14)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2007년 「방송법」 개정이 이뤄졌고 국내에도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법제화됐다. 개정된 「방송법」은 ‘시청’ 권리라는 점을 강조해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용어를 채택했다.
현행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방송법과 그 시행령 및 고시의 3단계 구조다. 먼저 「방송법」은 제2조에서 보편적 시청권을 정의하고, 제76조에서는 본격적으로 국민관심행사 고시 의무와 중계방송권의 재판매 의무를 규정한다. 이어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의 구성(제76조의 2), 보편적 시청권 관련 금지행위(제76조의 3), 공동계약 권고(제76조의 4), 순차편성 권고(제76조의 5) 등을 규정한다. 어떤 행사가 보편적 시청권 보호의 대상이 되는지는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및 그 밖의 주요행사」 고시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필요로 하는 방송 도달 정도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15) 국민 전체 가구 수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경기는 동·하계 올림픽,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월드컵 중 성인 남녀 국가대표팀 출전 경기이며, 국민 전체 가구 수의 75%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경기는 동·하계 아시아 경기대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중 국가대표팀 출전 경기, 성인 남자 국가대표팀 출전 AFC(아시아축구연맹) 및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주관 경기(월드컵축구 예선포함), 양 축구협회 간 성인 남자 국가대표팀 출전 평가전(친선경기 포함)이다.
공익적 철학 실현과 매체 환경 변화 반영해야
보편적 시청권은 공익적 철학을 담고 있으나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중계의 사례처럼 현실적 운용 면에서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먼저, 현행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국민이 주요 행사를 시청할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시청자의 권리보다는 중계권 독점 방지와 자료화면 제공 등 방송사업자 간 거래 규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16) 반면,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에 대해 시청자들이 직접 이의를 제기하거나 구제를 신청하는 절차가 없으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의 제재 역시 사후적으로 가해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보편적 시청권의 정의에서 시청자의 비용 부담이 명시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된다. 보편적 시청권의 취지는 단순한 기술적 도달률이 아니라 경제적·지리적 조건과 무관하게 무료로 손쉽게 차별 없이 주요 행사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영국의 지정행사 제도는 ‘무료 방송(free-to-air)’을 전제로 하며, 다른 해외 국가들 역시 무료 지상파 방송사를 우선 중계권자로 지정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반면 방송법에서는 보편적 시청권을 단지 ‘국민적 관심이 큰 경기나 주요 행사 등에 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만 규정할 뿐, 비용 부담이나 우선 중계권자에 관한 내용이 없다.17) 그 결과 전체 가구의 일정 비율 이상이 수신할 수 있는 유료 방송 채널도 법에서 정하는 보편적 방송 수단의 확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유료 방송 채널의 독점 중계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 집행 수단과 권한도 미비하다. 「방송법」 제76조 제3항은 중계방송권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판매할 의무를 부과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으며, 이를 강제할 행정 수단 역시 부족하다. 방미통위가 중재에 나서도 쉽게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법 조항이 강제 규범이라기보다 권고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보편적 시청권에 관한 분쟁 조정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보편적시청권보장위원회 역시 국민관심행사 고시에 관한 심의 기능을 주로 담당하며, 중계권 거래에 관해 공동계약과 순차편성의 권고만 수행한다. 이는 영국 오프콤(Ofcom)이 독점 중계 계약에 대해 사전 승인 권한을 갖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다.18)
마지막으로 현행 제도에서 OTT·스트리밍 플랫폼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편적 시청권을 제도화하고 있는 방송법은 그 적용 대상이 ‘방송사업자’며, OTT는 현재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보편적 시청권 보장 의무를 지지 않는다.19) 영국이 2024년 「미디어법」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호주가 안티-사이포닝 목록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등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보편적 시청권을 개정하고 있다. 국내 보편적 시청권 제도 역시 매체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현행화가 시급하지만, OTT 서비스의 법적 지위를 재규정하는 작업이 선행돼야만 한다.20)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중계 파행은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미비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지난 5월 국회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수정안을 담고 있으나, OTT 서비스의 포함 여부나 집행 체계의 실효성 확보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1) 한정훈, <동계올림픽 최고 기록 세운 美 NBC...JTBC와 무엇이 달랐나>, PD저널, 2026.3.3,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81154
2) 「방송법」 제76조
3) 「방송법」 제2조
4) Mueller, M.(1993), <Universal Service in Telephone History: A Reconstruction>, Telecommunications Policy, 17(5), 1993, pp.353–369
5) 「US Telecommunications Act of 1996」, 47 U.S.C. §254
6) ITU(1998), <World Telecommunication Development Report 1998: Universal Access>, Geneva: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7) WSIS, <Plan of Action>, World Summit on the Information Society, Geneva, 2003; Tunis Agenda, 2005
8) 주성희·김현정·노은정(2019), <보편적 시청권 개념 및 제도 재정립 방안 연구>, 정보통신정책연구
9) 「UK Broadcasting Act 1996」, Part IV(97–105), UK Parliament(1996.3.4), <House of Lords Debates>, Written Answers, cols. 7–9
10) Ofcom, <Code on Sports and Other Listed and Designated Events>, UK, 2000(as amended). 그룹 A·B 구분은 1999년 코드 개정 시 도입됐다. 그룹 A는 무료 지상파에서 전면 무료 생중계해야 하는 행사를, 그룹 B는 유료 방송이 생중계할 수 있으나 무료 방송사에 하이라이트 등 대안 중계를 의무 제공해야 하는 행사를 포함한다.
11) Australian Government, 「Broadcasting Services Act 1992」, Australian Government(2024), Department of Infrastructure, Transport, Regional Development, Communications and the Arts, Anti-siphoning scheme
12) Directive 97/36/EC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30 June 1997, amending Council Directive 89/552/EEC. 제3a조 신설로 각 회원국이 자국의 ‘사회적으로 중요한 행사’ 목록을 작성·고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13) Directive(EU) 2018/1808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14 November 2018, amending Directive 2010/13/EU(AVMSD), Article 14
14) 김기홍(2013), <스포츠 방송의 중계권과 보편적 시청권>, 사회과학연구, 20(1)
15) 방송통신위원회 고시 제2016-14호,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 및 그 밖의 주요행사」. 동 고시 제4조는 3년마다 행사 종류의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규정한다.
16) 노창희(2023), <디지털 대전환기 보편적 시청권 제도 재검토>, 언론과 법, 22(3); 노창희·권오상·성지연·전주혜·이수연(2018),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보편적 시청권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송종현(2024), <변화하는 방송시장, 보편적 시청권 현황과 개정 방향>, 코카 트렌드, Vol.3; 주성희·김현정·노은정(2019), <보편적 시청권 개념 및 제도 재정립 방안 연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17) 「방송법」 제2조 제25호
18) Ofcom(2026.1.), Statement: Listed Events — Implementing the Media Act 2024
19) 도준호(2025), <OTT의 스포츠 중계 확대와 보편적 시청권>, 지능정보논문지, 25(2); 심미선·하주용·홍평기·김지연(2024), <해외 보편적 시청권 보장 제도 분석 및 국내 제도 발전방안 연구>, 방송통신위원회
20) 송종현(2024), <변화하는 방송시장, 보편적 시청권 현황과 개정 방향>, 코카 트렌드 Vol.39; 곽규태(2023),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과 보편적 시청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