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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언론인 스킬업: AI·데이터 활용 ➊
667 | 등록일 : 2026-06-26

데이터 저널리즘의 목적은 방대한 데이터를 정리·분석해 의미를 찾고, 이를 독자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데이터만 입력하면 손쉽게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는 AI 시대, 과연 그것만으로 좋은 기사를 완성할 수 있을까. 데이터 저널리즘의 분석 사례와 기자의 역할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 글의 분석 대상인 데이터셋(https://www.kaggle.com/datasets/laveshjadon/ai-impact-on-students)은 대학 현장의 AI 활용 트렌드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낸 실습용 가상 합성 데이터다. 데이터 분석에는 구글 코랩(colab)에 장착된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하였다. 파이선 코딩에 대한 기초 지식은 전혀 필요 없다. ‘데이터 불러오기’, ‘수치변인 추출’, ‘히트맵/산점도 작성’ 등 단순한 프롬프팅만으로 누구나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분석 결과와 차트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colab.research.google.com/drive/1XeXKX_2eyqNKwPhkWpaHc42mKwNt3Ze8#scrollTo=6646f2a7 

 “챗GPT를 잘 쓰면 시험 성적도 오를까?”

 

생성형 AI가 일상을 파고든 지금, 교육 현장에서 쏟아지고 있는 질문이다. 과제 기획부터 코딩 디버깅, 에세이 초안 작성까지 척척 해내는 AI를 보고 있자면 이 강력한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곧 미래의 학업 성취도를 결정할 것처럼 보인다. 교육계 역시 ‘AI 리터러시’를 강조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생이 학점도 높을까? 방대한 논문을 단 10초 만에 요약해 주고, 24시간 내내 나의 눈높이에 맞춰 어려운 개념을 설명해 주는 ‘1:1 맞춤형 튜터’가 생겼다. 단순 자료 조사나 문법 교정에 쏟던 시간을 아껴 비판적 사고와 논리를 잡는 데 온전히 투자할 수 있다면, 당연히 리포트의 질은 높아지고 시험 성적은 수직 상승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생이 높은 학점을 받는 것은 ‘시대의 당연한 이치’처럼 보인다.

 

데이터 저널리스트여, 직관에서 나오는 추측을 잠시 내려놓고 냉정한 데이터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본은 빤해 ‘보이는’ 질문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데이터가 가리키는 현상 그대로를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생성형 AI 활용과 성적의 관계? 데이터 저널리즘의 출발점

 

직관을 검증하기 위해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캐글(Kaggle)에 공개된 ‘AI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AI Impact on Students)’ 데이터셋을 분석해 보자. 여기에는 총 5만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학업 배경(예: 전공, 학년), 학업성적(예: AI 활용 직전·직후 학기 학점, 직전 학기 학습 내용 숙지 정도), 학습 및 AI 활용 행태(예: 주당 AI 사용 시간, AI 활용 목적, 프롬프팅 숙련도, AI 구독 수, 유료 구독 여부), 심리 상태(예: AI 의존도, 시험 중 불안도, 번아웃 위험도) 등 총 16개의 피처(feature, 변인)가 담겨 있다. 

 

고작 16개의 피처라고 하면 자칫 작고 단순한 데이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과학으로서의 데이터 저널리즘이 결국 변인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작업임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히 두 변인 간의 일대일 관계만 짝지어 파악해 보아도 120개(16×15÷2)의 조합이 나온다. 여기에 3개, 4개 이상의 변인을 입체적으로 교차 분석하는 경우의 수까지 더하면 우리가 파악해야 할 분석의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팽창한다. 게다가 각 변인의 속성(수치형 데이터인지 범주형 데이터인지)에 따라 적용해야 할 통계 기법과 차트의 형태마저 달라짐을 감안하면, 실제 기자가 고려해야 할 작업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데이터에 능한 기자들은 “요즘은 데이터만 넣으면 AI나 툴이 다 알아서 분석해 주는데, 그냥 자동화에 맡기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분석 도구를 활용하면 수천 개의 교차 분석 결과와 차트를 단 몇 초 만에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시험대는 그다음부터다. 기계가 토해낸 그 수많은 분석 결과 더미 속에서 ‘무엇이 진짜 중요한 팩트’이고 ‘어디에 기사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솎아 내는 것은 오로지 기자의 경험과 논리, 기획력에 달렸다. 결국 데이터 저널리즘의 진짜 가치는 코딩이나 분석, 차트 작성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출된 수치를 어떻게 더 거시적인 사회·문화적 이슈와 연결해 날카로운 인사이트로 바꿀 수 있느냐다.

 

‘관계없음’이 던지는 함의, 히트맵 너머의 이야기

 

데이터에 포함된 수치 변인 간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히트맵(heatmap)을 그려보자.1) 이 도구가 주는 가장 큰 편리함은 압도적인 ‘스크리닝 속도’다.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변인 간의 관계를 색상의 농도(붉은색=정적 상관관계, 푸른색=부적 상관관계)라는 시각적 신호만으로 단 몇 초 만에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방대한 데이터의 숲에서 취재의 방향을 잡아주는 효율적인 나침반인 셈이다.

 

하지만 히트맵의 짙은 채도(색상)만을 기계적으로 따라가거나 이 스크리닝 과정을 자동화에 맹목적으로 맡겨버리면, 하얀색으로 표현되는 ‘관계없음’이 가져다줄 수 있는 결정적 인사이트를 허무하게 놓치게 된다. 기계는 색이 옅은 칸을 ‘가치 없는 데이터’로 분류하고 건너뛰기 때문이다. 결국 무(無)관계의 하얀 공백 속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것은 오직 숙련된 저널리스트의 눈과 감뿐이다. 생성형 AI가 발달하고 분석 툴이 고도화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숫자 이면의 맥락을 짚어내는 전통적인 기자의 촉과 노련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히트맵을 활용한 전체 조망 

[그림 1]의 히트맵을 살펴보자. 먼저 가장 붉게 나타나 시선을 끄는 숫자는 0.93(암적색). AI 활용 직전, 직후 학기 학점 간 상관관계다. 관계가 강하지만 별 의미는 없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의 성적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관계없음’을 나타내는 셀들을 포함해 차트의 다른 부분들을 유심히 들여다볼 때, 잠정적인 결론은 이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인공지능을 많이 활용한다고 해서 실제 학업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계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와 오프라인 시험에 대한 불안감만 기형적으로 키울 뿐이다.”

 

 

그래프

 

예측과 달리 ‘주당 AI 사용 시간’과 ‘학기 종료 후 학점’사이의 상관계수는 0에 가까운 –0.02(히트맵에서는 흰색으로 표시되어 연구자가 특별히 의도하지 않는다면 쉽게 놓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에 불과하다. 이후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생성형 AI가 발달하면서 학생들의 수학능력 평가 형태가 과거의 그것(예: 암기, 사지선다)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성적은 제자리인데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 주당 AI 사용 시간과 ‘AI 의존도’의 상관계수는 무려 0.67(주홍색)에 달했다. 인공지능이 막힌 코드를 짜주고 어려운 에세이 개요를 순식간에 잡아주는 편의성에 길들여지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묻고 고민하는 지적 사유의 과정을 기계에 전적으로 위탁해 버리는 맹목적 의존 상태에 빠져든다. 기계에 사고를 ‘외주’ 준 대가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현장에서 치명적인 청구서로 돌아온다. 높아진 AI 의존도는 다시 ‘시험 중 불안도’와 0.31(분홍색)이라는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를 형성한다. 평소 과제는 AI로 쉽게 해결했지만, 기기의 도움 없이 펜을 쥐고 홀로 백지를 채워야 하는 오프라인 강의실에 갇혔을 때 학생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극심한 불안 증세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5만 명의 데이터가 엮어낸 교실의 진실은 명확하다. 인공지능은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주는 만능 튜터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건너뛰고 과제만 빠르게 통과시켜 주는 사이, 학생들의 지적 근력을 갉아먹고 멘탈을 흔들어 놓는 단기 ‘디지털 진통제’에 불과했다. 이것이 무채색의 상관계수와 얕은 채도 사이에서 기자가 건져 올려야 할 인사이트다.

 

 

그래프

 

△산점도로 본 AI 활용과 성적 향상도 

‘원래 공부를 잘하던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노이즈를 제거해 다시 분석해 보자. 이번엔 단순히 학기 말 성적이 아니라, 학기 말 학점에서 학기 초 학점을 뺀 ‘성적 향상도)’가 주당 AI 활용 시간으로 예측 가능한지 산점도(scatter plot)로 확인해봤다. 여기서도 직관에 기대어 추정했던 우상향 패턴은 희미하다. 생성형 AI 활용이 학습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유효히 남는다. 

 

AI 시대, 변화하는 평가? 숫자로 시대를 읽다

 

대학교 강단으로 돌아가 보자.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며 기계가 인간보다 더 유려한 리포트와 에세이를 써내는 상황. 한 교수는 화려한 오픈북 시험을 폐지했다고 한다. 대신 강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스마트폰을 압수한 채, 오직 종이와 펜만으로 답을 써 내려가게 하거나, 직관적인 이해와 철저한 암기력을 묻는 ‘사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의 비중을 늘렸단다.

 

이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현재 전 세계 대학의 평가 방식은 역설적으로 가장 아날로그적인 구술 평가나 자필 시험으로 회귀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고도화될수록, 평가의 초점은 데이터가 닿을 수 없는 곳, 즉 기계의 도움 없이 피평가자의 머릿속에 온전히 체화된 지식이 무엇인지 묻는 ‘가장 인간적인 곳’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저널리즘 기사를 작성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파이선 코드나 화려한 시각화 툴 자체에 매몰되는 것이다. 기계는 단 1초 만에 5만 개의 점을 찍고 히트맵을 그려준다. 문제는 ‘어떤 차트를 그릴 것인가?’, 그리고 ‘그 흩어진 점들 속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뽑아낼 것인가?’다. 상관계수 -0.02라는 숫자를 보고 “AI 활용과 성적은 무관하다”라며 덮어버리는 것은 기계의 시선이다. 그 무관계성을 거대한 사회 트렌드와 결합해 시대의 단면을 베어내는 것. 그것이 데이터 저널리즘의 핵심이자, 인공지능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기자 본연의 통찰력이다. 숫자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숫자가 입을 열게 하는 것은 오직 노련한 기자의 집요함과 경험에 기반한 전문성뿐이다. 

 

 

 

 

 

1) 히트맵은 가로축과 세로축에 변인들을 똑같이 배열한 바둑판 형태로 생겼다. 두 변인이 만나는 칸마다 상관계수(숫자)가 채워지며, 정비례(양의 상관관계)가 강할수록 짙은 붉은색, 반비례(음의 상관관계)가 강할수록 짙은 푸른색으로 표현된다. 칸에 적힌 숫자가 1이나 -1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강하고, 0에 가까울수록 선형 관계가 없다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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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상연
  • 소속 :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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