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AI트렌드]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논란
668 | 등록일 : 2026-07-31
지난 7월 7일부터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은 허위조작정보 관련 규정을 마련하면서 인터넷상 표현의 규제와 보호를 둘러싼 논의를 본격화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체계의 구조와 한계를 살펴보고, 플랫폼 책임과 이용자 권리 사이에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26년 7월 7일부터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되면서 ‘허위조작정보’ 개념이 법에 도입됐다. 그동안 가짜뉴스, 허위정보 등의 이름으로 수년간 사회적 폐단과 그 규제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이번 개정으로 관련 법적 개념이 마련된 것이다. 법은 허위정보와 조작정보의 개념을 정의하고, 해당 정보의 유통과 관련해 손해배상과 신고 제도, 자율 운영 정책 수립 의무 등을 새로 규정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다소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다.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자율적인 운영 정책을 수립하도록 위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정보의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판단을 거치지만, 허위조작정보는 공적 판단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사업자가 자율규제에 따라 허위조작정보를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사업자는 신고 내용을 판단해 조치 또는 반려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또한 그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네이버, 카카오, AXZ(다음), 네이트 등 국내 사업자들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를 통해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법은 사업자에게 자율적인 판단을 맡겼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실제 신고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공통으로 적용할 기준이 필요했고 KISO를 통해 이를 공통의 가이드라인으로 마련한 것이다.

KISO는 2009년 발족한 자율규제기구로 그 이름처럼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공동의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 오고 있다. 그동안 허위조작정보와 혐오 표현 등이 법적 공백 상태였던 만큼 KISO는 나름대로 자체 규정을 세워왔다.1) 하지만 이제는 ‘법에 따른 자율 규제’라는 낯선 동행을 하게 됐다. 

일명 ‘사이버렉카 방지법’, 이용자 반응은?

이용자들도 아직은 어리둥절하다. 수년간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피해 사례가 꾸준히 지적되면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손해배상과 같은 무서운 문구와 함께 등장한 법 앞에서는 일단 몸을 사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개인 SNS도 규제 대상인지, 실수로 잘못된 정보를 올리면 어떻게 되는지 묻는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정부는 이번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사이버렉카 방지법’이라 설명하며 일반 이용자들의 불안을 진화하는 데 나섰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허위조작정보를 둘러싼 각종 질문과 팁도 공유되고 있다. 의견 표명이나 비판, 정치적 주장 자체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며 글 끝에 ‘~라고 생각한다’를 덧붙이라는 식의 이른바 파훼법도 등장했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해외 사이트나 소규모 사이트로 ‘디지털 망명’을 고려한다는 반응도 있다.2) 한편 적극적인 신고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있다. 게시글과 댓글을 PDF 파일로 저장하는 방법이나 증거 수집 요령이 공유되고, 일부 단체에서는 혐오 표현 신고를 독려하며 플랫폼별 신고 가이드를 제작·배포하기도 했다.

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입법 취지와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허위조작정보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을 수 있다. 플랫폼의 판단 역시 초기 단계인 만큼 어떤 기준이 자리 잡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결국 이 간극을 어떤 기준으로 조율해 나갈지가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허위조작정보는 법이나 제도가 정한 범주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KISO는 2018년부터 자체 규정에 따라 ‘언론 보도 형식의 허위 게시물’ 신고를 접수해 왔다. 당시 신고 양상을 살펴보면 이용자들이 인식하는 허위정보와 가짜뉴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신고의 약 45%(2024~2025년 기준)가 언론사의 기사였다. 언론사에서 보도한 내용이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나 인식, 신념과 다를 경우 이를 허위로 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특정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를 둘러싼 이슈가 있을 때 동일한 내용의 신고가 집중되는 현상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용자들이 인식하는 허위가 객관적 사실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개인의 신뢰 판단이나 사회적 관심, 팬덤 활동 등의 영향을 함께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의 허위 여부 자체도 흑백으로 정확히 나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실과 허위가 섞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며 진실이 전도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정보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고, 수용자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 마치 열감응지처럼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모습에 가깝다. 같은 정보라도 어떤 시기에, 어떤 집단에, 어떤 맥락으로 전달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색을 띠기도 한다.

규제와 자유 사이 균형 맞춰야

코로나19 시기는 이런 양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때였다. 백신이 DNA 유전자 구조를 바꾼다는 등의 음모론과 접종 거부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검색을 회피하기 위해 ‘코O나 100신’이라 표기하며 자신들만의 ‘진실’을 퍼 날랐다. 대체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여겨지는 정보가 어느 집단에서는 강하게 수용되며 서로 다른 인식이 충돌한 것이다.

당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회의록을 보면, 해당 정보의 차단 여부를 두고 다양한 맥락에서 깊게 고려한 점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 관련 게시물에 허위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더라도 시민들의 자체적인 분별력으로 걸러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거나, 너무나 명백한 허위여서 오히려 사회 혼란을 일으킬 수준에는 이르지 않는다거나,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판단했다.3) 단순히 사실 확인만을 한 것이 아니라, 정보가 놓인 맥락과 사회적 영향, 이용자의 수용 방식 등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에 따라 허위조작정보 신고 창구가 누구에게나 열렸고, 그 판단의 상당 부분은 이제 플랫폼의 몫이 됐다. 인터넷과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은 더 이상 ‘온라인’의 문제로만 떼어둘 수 없을 만큼 커졌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일정한 책임을 요구하는 흐름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용자의 관심을 붙잡는 것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 속에서 허위조작정보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작동하기도 하는 만큼, 일정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촘촘한 규제가 이용자들의 상호 감시와 삭제 중심의 대응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오늘날 인터넷은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자 ‘표현을 촉진하는 매체’로 평가되며,4) 광장과 카페, 펍과 같은 ‘제3의 장소’이자 자유로운 공간으로 비유돼 왔다. 이용자들은 ‘프로필 자아’를 통해 온라인 공간 일부를 점유하며 나름의 문화를 향유하고 그 안에서 밈과 패러디, 유머에 엮은 표현을 발산해 왔다. ‘클린 인터넷’이라는 관점만 놓고 보면 문제 있는 표현을 모두 지워버리면 될 것 같지만, 온라인 특유의 표현 문화와 제3의 장소로서의 성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허위조작정보 규제는 흑백으로 나눌 수 없는 그레이존 안에서 레드라인을 조금씩 그어가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축적하면서도 온라인이라는 표현 공간의 개방성과 자유를 함께 지켜나가야 하는 첫걸음을 뗀 셈이다.





1) KISO는 2018년 ‘언론보도 형식의 허위 게시물 관련 정책’을 도입해 일부 허위조작정보 처리 기준을 마련했다. 언론사의 명의나 직책 등을 사칭·도용해 기사 형식을 갖춘 게시물 가운데 내용이 허위인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관련 허위조작정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보도 형식의 허위 게시물’ 외의 게시물에 대해서도 삭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한시적 자율 규제를 도입했다. 또한 혐오 표현과 관련해서는 ‘혐오표현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고 건강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2) 임성빈·김남준, <“[단독] 차라리 美레딧 가자”…공포의 입틀막법, 디지털 망명 불렀다 [오늘부터 7·7법]>, 중앙일보, 2026.7.7,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2960
3)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제69차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록> (2020.9.21) 및 <제71차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록>(2020.9.28) 참조
4) 헌법재판소, 99헌마480 결정(2002.6.27)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유은재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6-07-31
  • 조회수 : 795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