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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중앙그룹 재무 분석
669 | 등록일 : 2026-08-28
JTBC가 월드컵 한국-체코전 중계방송을 하던 날, 화면 밖에서는 206억 원 규모의 채무불이행이 발생했다. 방송사에 닥친 유동성 위기가 어떻게 그룹 전체에 번졌으며 이번 사태가 미디어 업계에 던진 질문은 무엇인지를 재무적 관점에서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2026년 6월 12일 오전,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한국-체코전이 JTBC를 통해 중계됐다. 그리고 같은 날, JTBC는 206억 원의 차입금을 갚지 못했다. 혹자는 1,900억 원짜리 월드컵 중계권과 광고 시장 위축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회계사의 눈에 보이는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갚지 못한 206억 원이 ‘무엇’이었느냐다. 부도의 금액이 아니라 형식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기업이 무너질 징조는 손익계산서보다 차입금 형태에서 먼저 드러난다. 신용이 온전할 땐 정상적이었던 차입도 신용이 악화되면서 이자율이 높아지고, 다음엔 현재 가진 담보를 내놓으며, 마지막에는 미래의 현금흐름까지 앞당겨 쓰는 형태로 바뀐다. JTBC의 공시에는 이 변천사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회사채 표면금리가 8%대까지 오르더니 2024년부터는 수신료 매출채권 담보대출, 대출채권 유동화1) 같은 조달 형태가 주석에 등장했다. 개국 이래 두 개 연도를 제외하고 매년 영업손실을 낸 회사의 결손금은 2025년 말 7,033억 원에 달했다. 206억 원이 바로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조달했던 자금의 만기분이었고, 결국 지난 6월에 부도 사태가 발생했다. 

디폴트(default)2) 이틀 뒤부터 지주회사 중앙홀딩스를 포함한 5개사가 잇달아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이 전개의 귀결이다. 중앙일보 한 곳이 선지급보증한 계열사 차입금만 2,250억 원일 만큼 계열사 간 신용이 사슬처럼 얽혀 있었으며, 그룹 합산 총차입금이 2조 8,000억 원에 달했다. 만기마다 새로 빚을 내서 기존 빚을 갚는 차환에 기대 온 구조다. 이때 계열사 한 곳의 채무불이행은 곧 그룹 전체의 차환 중단으로 이어지고, 남는 선택지는 기업 회생 신청뿐이다. 문제는 206억 원이 아니라, 그것조차 갚을 수 없게 만든 누적된 차입과 계열사 간 연결 방식이었다.3)

그렇다면 시장은 위험을 몰랐을까. 담보를 확보할 수 있는 금융기관들은 재무제표에 나타난 위기 징후를 알아채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신용평가사가 JTBC 등급을 부정적(BBB)에서 채무 불이행 임박(CCC)으로 낮춘 것은 디폴트 뒤였다.4) 한 번에 대폭 낮아진 신용등급은 경고가 아니라 사실상 부고에 가깝다. 회생 신청 닷새 전까지 개인투자자에게 채권이 팔렸고,5) 그 추정 물량만 약 7,900억 원이다.6)

성장 전략인가, 위험한 베팅인가

성장 전략과 위험한 베팅은 어떻게 구별되는가. 투자의 크기가 아니라 회수할 수 있는 전략의 개수로 갈린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 관점에서 가장 예민한 지점은 자본과 부채의 경계다. 콘텐츠 제작사 SLL중앙은 K-콘텐츠 붐이 정점이던 2021년, 기업공개(IPO)7)를 조건으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과 중국 IT 기업 텐센트로부터 약 4,000억 원 상당의 전환우선주(CPS)8)를 유치했다. 재무상태표 위에서 이 돈은 자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약정에는 기한 내 상장 실패 시 최소 연 2.9% 수익률을 보장해 투자금 회수를 제안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필자는 실무에서 상환전환우선주(RCPS)9)와 같은 복합 금융상품의 평가를 다루는데, 이런 상품의 본질은 ‘조건부 부채’다. 발행 시점의 낙관이 그것을 자본으로 보이게 하지만, 비관이 현실이 되는 순간 상환 압력으로 다가온다. 상장이라는 출구가 닫히자 자본은 부채로 변했고, 1,700억 원의 매입 약정이라는 청구서가 콘텐트리중앙의 전환사채10) 만기분 1,182억 원과 겹쳐 6월에 도착한 것이다. 206억 원은 트리거였을 뿐이다. 

영업권 손상차손11)은 위험한 베팅의 성적표다. 순자산 가치가 100억 원인 회사를 300억 원에 사면 웃돈 200억 원이 ‘영업권’이라는 자산으로 남는데, 앞으로 얻을 미래 가치 만큼의 기대를 숫자로 적어 둔 것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회사는 가치가 떨어진 만큼을 비용으로 처리해 장부에서 지워내야 한다. SLL중앙은 4,000억 원을 손에 쥔 2021년 한 해에만 미국 윕(wiip)을 비롯해 제작사 여섯 곳을 사들였고, 연결 영업권은 241억 원에서 2,045억 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동종 업계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인수는 두 건에 그쳤다. 두 회사의 연결 감사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SLL중앙이 2022~2025년 인식한 영업권 손상 누계는 1,448억 원으로 스튜디오드래곤(525억 원)의 2.8배였고, 인수 이듬해인 2022년 한 해에만 윕 등의 가치 하락으로 1,020억 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공격적인 투자가 이듬해 손상차손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또한 2025년 말 SLL중앙의 차입금 및 사채 잔액은 3,660억 원으로 스튜디오드래곤(228억 원) 대비 16배였고, 부채비율도 155%로 스튜디오드래곤 (29%)에 비해 5배 이상 높았다. 업황은 같았다.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영업이익률이 반 토막 났다. 다만 한쪽은 사실상 무차입으로 줄어든 마진을 지켰고, 다른 한쪽은 빌린 돈으로 공격적인 베팅을 한 뒤 이를 손실로 처리했다.12)

방송 산업 광고 시장의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2024년 261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체 언론사 1위에 오르는 동안 JTBC는 28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13) 드라마와 대형 중계권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한 종편과 저비용 포맷에 투자한 종편의 차이다. 동일한 시장에서 성적이 갈렸다면 원인은 시장 상황이 아니다. 생존의 갈림길은 재무 전략이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TV조선은 무리한 차입과 공격적인 투자를 줄였고, 중앙그룹은 빌린 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한 뒤 손실로 처리했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중앙그룹의 선택은 위험한 베팅이었다. 중계권은 사실상 지상파 재판매 전략에, SLL중앙은 IPO에 기댔고, 그 출구들이 닫혔을 때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그룹
지난 6월 28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JTBC·중앙일보 채권피해자연대 주최로 ‘중앙그룹 기획부도 규탄 및 채권자 피해 보상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흥행이 현금이 되지 못하는 K-콘텐츠

월드컵 중계권과 ,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드라마의 흥행은 왜 중앙그룹을 구하지 못했을까. 콘텐츠의 흥행이 곧 현금흐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가 유통을 장악하면서 제작사는 흥행하는 IP를 만들어도 성과의 대부분을 플랫폼에 넘기게 됐고, 광고 기반 방송사는 콘텐츠에 투자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중앙그룹은 이 구조를 가장 정직하게 믿고 가장 공격적으로 베팅했고, 가장 먼저 무너졌다. 콘텐츠 시장에서 수년 내 또 다른 부실기업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결국 중앙그룹을 무너뜨린 것은 두 가지였다. 자본의 얼굴을 한 무리한 조달, 그리고 회수 전략이 하나뿐인 베팅. 해법도 같은 자리에 있다. CPS나 신종자본증권처럼 조건에 따라 상환 의무로 변하는 조달은 실질적인 상환 시나리오와 약정까지 명확하게 공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가 위험을 사전에 읽을 수 있다. 동시에 미디어 기업은 시청률이나 조회수가 아니라 현금흐름과 여러 회수 경로를 고려해 투자 규모를 정하는 재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것은 한 미디어 기업만의 숙제가 아니다. 흥행이 현금으로 돌아오지 않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부도는 반복될 수 있다. 이번 부도는 지난 6월 12일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재무제표에 수년간 기록돼 온 과정의 결과였다. 숫자는 침묵하지 않았다. 읽히지 않았을 뿐이다. K-콘텐츠의 다음 10년이 흥행의 크기가 아니라 회수의 구조를 설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1) 금융기관 등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묶어 이를 담보로 증권(ABS 등)을 발행·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 편집자 주
2)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빌린 돈의 이자나 원금을 약속한 기한에 갚지 못하는 상태. 편집자 주
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JTBC·SLL중앙·콘텐트리중앙 각 연도 사업보고서 및 연결 감사보고서
4) 최승영, , 한국기자협회, 2026.6.12,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61083
5) 강미혜, <“회생 닷새 전 채권 팔았다”…중앙그룹 투자자들, 이복현 선임해 법적 대응 본격화>, 리더스팩트, 2026.7.9, https://www.leadersfac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237
6) 배정철·송은경, <개인 채권만 8000억…중앙그룹 투자자 ‘비상’>, 한국경제, 2026.6.15,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61576611
7) 기업이 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판매하는 절차. 편집자 주
8) 일정 조건에 따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 편집자 주
9)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 조건에서 투자금의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우선주. 편집자 주
10)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 편집자 주
11) 기업 인수 때 발생한 영업권의 가치가 장부금액보다 떨어졌을 때, 그 감소분을 손실로 인식하는 것. 편집자 주
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SLL중앙·스튜디오드래곤 각 연도 사업보고서 및 연결 감사보고서
13) 조유빈, , 시사저널, 2025.4.27,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3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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