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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은 ‘상품(commodity)’이다. 상품은 생산되고 소비된다. 따라서 지능은 생산되고 소비되며 교환된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인류가 마주한 ‘AI 시대’, 나아가 ‘AI 에이전트의 시대’에서 그렇다. 지능에 가격표가 따라붙고, 생산 비용이 발생하며 교환 시 적절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예를 들어 GPT-5.6 솔(Sol)의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이용료에 붙은 100만 토큰(token)당 30달러(약 4만 2,000원)라는 가격 딱지가 그런 것들이다. 토큰 경제(token economy)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러한 가격 체계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3년 전으로 기억을 되돌려 보자. 챗GPT가 등장할 시점부터 지겹도록 들은 단어 중 하나로 토큰을 빼놓을 수 없다. 대규모 언어모델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트랜스포머 논문 <필요한 건 오직 어텐션(Attention is All You Need)>1)에도 토큰이라는 단어가 10회나 등장한다. 시퀀스 모델링2)의 기본 단위이자 데이터 처리를 위한 수치적 표현의 대상으로 주로 사용됐다. 자연어의 입력과 출력을 처리하는 기본 단위인 토큰, 전기 시대의 kWh처럼, 컴퓨터 시대의 MB(메가바이트)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새로운 도량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새로운 도량형, 토큰이란?
‘토큰’이란 문법적으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언어 요소를 뜻한다. ‘나는 집으로 간다’라는 자연어 문장이 있다면, 이를 쪼갤 수 있는 데까지 쪼갠 기본 단위를 토큰이라 부른다. 컴퓨터 과학에 이 단위가 도입된 것은 대략 1950~60년대다. 포트란(Fortran), 알골(Algol)과 같은 인간 언어를 활용한 고수준 프로그래밍 언어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당시 인간의 언어와 유사하게 작성된 프로그래밍 코드를 컴퓨터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를 컴파일링(compiling)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토큰이라는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인간이 짜놓은 코드를 어휘 분석(lexical analysis)을 거쳐 컴파일링할 때 활용되는 기본 처리 단위, 그것이 토큰이었다.3)
토큰은 이후 자연어 처리 기술(natural language processing)의 필수 단위로 자리를 잡아갔다. 덩달아 긴 문장을 처리할 수 있는 토큰 단위로 쪼개는 토큰화(tokenization)라는 용어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초기엔 영어 단어 수와 토큰 수가 대체로 일치했다. 공백이나, 문장 부호를 기준으로 분해해 토큰화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비효율을 가져왔다. 신조어가 등장하면 어느 지점에서 쪼개야 할지 알 수 없어 결과적으로 새로운 단어로 등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더 많은 어휘를 메모리에 상주시켜야 하기 때문에 토큰 효율은 극단적으로 낮아지게 된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 단어를 의미 단위로 더 잘게 쪼개되, 신조어에도 대응할 수 있는 최소 단위로 재설정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구글의 센턴스피스(SentencePiece)4)라는 오픈소스가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엔 자연어가 아닌 이미지나 음성, 영상도 토큰화가 가능해졌다.
상품화된 지능, 새로운 생태계
토큰의 개념이 컴퓨터 과학에 일찌감치 정착된 것과 달리 ‘토큰 경제’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등장했다.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Multi-Agent System, 이하 MAS) 시대가 열리면서다. 대화형 AI 챗봇이 일상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토큰에 ‘경제’라는 접미사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경제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AI 빅테크의 낯선 과금 체계 안에서 간혹 등장하는 용어 정도로 간주됐다.
MAS가 AI 서비스의 기본값이 되면서 판도는 바뀌었다. 이제 챗봇과 같은 AI 서비스는 단일 에이전트로 일하지 않는다. 챗GPT나 클로드 등 최신 버전의 AI 서비스들은 하나의 작업을 완결짓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추론하며, 도구를 호출하고, 반복적으로 자기 검증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에이전트가 분업·협업하면서 작업을 완성한다. 여러 에이전트의 업무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도 필수적이다. 상품 생산 공장이나 사무실 안에서 진행되는 노동자 간 분업과 협업 혹은 작업 조율과 전혀 다르지 않다.
MAS에선 토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제’라는 속성이 결합하게 된다. 토큰 경제는 전방으로는 전력과 GPU, 후방으로는 AI 서비스와 경제 주체(기업)의 수익과 연결된다. AI 서비스가 제공하는 MAS가 지능 생산량을 늘려가기 위해 토큰 사용량을 확대하면, 전력 산업과 AI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역으로 이러한 AI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토큰 경제는 형성되기 어렵다. 전후방 산업과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로 인해 토큰은 자연어 처리의 기본 단위를 넘어 하나의 화폐처럼 기능하게 된다. 상품화된 지능을 경제적 목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과학과 경제 이론이 교차하면서 형성된 생태계를 ‘토큰 경제’라고 부르게 된 이유다.
토큰 경제의 세 가지 속성과 ‘토성비’
토큰 경제의 작동 메커니즘과 목표는 일반적인 산업 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 경제가 최소 비용 최대 수익을 목표로 하듯 토큰 경제도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지능 상품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여기엔 제약 조건이 있다. AI의 출력 품질이 기대 수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합되는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고 최적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한 언론사가 AI 팩트체크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가정해 보자. 인간 팩트체커만큼의 품질을 유지한다는 제약 조건에서 최소의 토큰 비용으로 최대의 팩트체킹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만 운영이 가능하다. 이 시스템을 위해 어떤 하위 작업에, 어떤 AI 모델을 어떤 에이전트로 활용할 것인지 최적화할 필요가 생긴다. 만약 모든 에이전트를 가장 비싼 AI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5(Fable 5)로 구성한다면 이 시스템은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토큰 경제에서도 산업 경제에서처럼 파레토 효율(Pareto efficiency)5)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토큰 경제는 세 가지 구성 요소가 상호 연결되고 맞물릴 때 작동한다.6) 그 첫 번째가 컴퓨팅 자본이다. 지능 생산 공장에 투입되는 GPU와 메모리, 전력이 없으면 이 경제 생태계는 굴러가지 않는다. 두 번째는 교환 매개, 즉 통화로서 토큰이다. 토큰 생성에 드는 연산 비용을 명확하게 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큰당 요금을 매기는 합리적인 과금 체계가 정착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수익성이다. 토큰 사용량이라는 변수가 지능 상품 생산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증명돼야 한다. 생산성에 기여한 정도가 정량화될 때 토큰 경제가 실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이 세 요소는 자연스럽게 결합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AI 데이터센터, 이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 수급 전략과 저장 기술의 등장, 토큰 단위의 비용 지불 체계, 단위 전력 당 토큰 생산량의 효율(TPS/MW) 등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아직 토큰 사용량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수익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만큼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토큰의 경제적 효율성 달성이 모든 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대하는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토큰 사용량을 최적화하고, 무분별한 남용을 절제하면서 토큰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7) 최고 AI 모델과 견줘 지능적 역량이 떨어지지 않는, 딥시크(DeepSeek) V4, 문샷(Moonshot)의 키미 K3(Kimi K3)와 같은 오픈웨이트(Open Weight) 기반의 중국 모델의 침투가 이를 촉발했다. 최근에는 메타마저 이 경쟁에 합류했다.
오픈라우터(OpenRouter)8)는 토큰 경제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 토큰 경제는 가장 적은 토큰 연산 비용으로 지능 상품의 생산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를 위해서는 AI 모델이라는 생산요소를 적절히 할당하고 배분해야 한다. 오픈라우터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오픈라우터는 여러 AI 모델을 작업의 유형에 따라 자동으로 불러내고, 최고의 가성비로 최대의 생산성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일종의 AI 모델 포털이다. 사용자가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의 개별 서비스에 각각 가입하고 키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오픈라우터의 API 주소와 키 하나로 수백 가지의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중국발 오픈웨이트 모델이 공개되면 곧바로 자사 서버에 설치해 서비스 대상에 포함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 비용의 최적 성능 모델을 자동으로 연결해 주기까지 한다.
언론사도 토큰 알아야 비용 보인다
토큰 경제는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의 기반 환경이 되고 있다. 언론사들 또한 토큰 경제권 안에 발을 담근 상태다. 최고급 AI 모델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비용 효율을 탐색 중이다. 이를테면, 사내 AI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려 할 때 오픈라우터와 같이 토성비 높은 AI 게이트웨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AI 빅테크와의 라이선스 협상에서도, 기사 사용량 기반의 과금 체계에서도 토큰은 기본 단위로 자리 잡았다. 토큰 중심으로 사고하고, 토큰 중심으로 비용 효율을 따지며, 토큰을 매개로 수익을 활성화하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는 중이다. 토큰 경제의 원리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다면 언론사의 AX(AI 전환)는 통제 불가능한 비용 문제에 막혀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2017년 구글 연구진이 발표한 인공지능 분야의 핵심 논문으로, 생성형 AI의 기본 구조가 된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을 최초로 제안함. 문맥 전체를 동시에 파악하는 연산 방식을 통해 AI의 언어 이해 및 생성 능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계기가 됨. 편집자 주. Vaswani, A., Shazeer, N., Parmar, N., Uszkoreit, J., Jones, L., Gomez, A. N., Kaiser, Ł., & Polosukhin, I.,
2) 문장이나 단어처럼 순서가 중요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편집자 주
3)
4) 브라이스 유, 안상준(2026), 《딥 러닝을 이용한 자연어 처리 입문 - RAG, 에이전트, LLM 파인튜닝까지》, 위키독스, https://wikidocs.net/86657
5) 어떤 경제 주체가 새로운 거래로 전보다 유리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경제 주체가 예전보다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자원 배분 상태. 편집자 주
6) Chen et al.(2026),
7) Zhu, Q.(2026),
8) https://openrouter.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