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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AI와 ‘모조 사회성’
등록일 : 2026-09-23
AI를 ‘청소년의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때 친구라는 개념의 정의는 무엇일까? AI를 비롯해 가상 세계가 익숙한 요즘 청소년들의 문화를 분석하고 모조 사회성의 개념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새로운 매체의 확산으로 아이들이 집 안에서 하는 대화, 독서, 놀이 활동이 줄어들었고,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줄었으며, 취침 시간은 늦어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새로운 매체’로부터 떼어놓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아이 달래기용(pacifier)으로 훌륭하다고 보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지금으로부터 75년 전에 보고된 것으로, 이 당시 새로운 매체는 바로 TV였다.1)

제타를 아시나요? 캐릭터 기반 AI 챗봇

미디어가 아이들의 시간을 빼앗는 이유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AI 챗봇 앱은 챗GPT이고, 가장 자주 사용한 앱은 제타다. 정확히 말해, 챗GPT는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제타는 가장 많은 실행 횟수를 기록했다.2) 제타는 2024년 4월 출시되어 다음 해 6월에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AI 챗봇 앱 1위에 올랐다.3) 실행 횟수 순위 10위권에 든 앱 중에서 제타·크랙·채티·위프는 캐릭터 기반 AI 채팅 서비스를 표방한다.[그림 1] 이들 앱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이 직접 만든 캐릭터나 다른 이용자가 공유한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상황과 관계,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그림 2] 주 이용자층은 10~20대로, 특히 10대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4)
 
[그림 1] AI 챗봇 앱 이용 순위

캐릭터 기반 챗봇을 포함하여 AI 챗봇 이용이 청소년층에서도 확산하자, 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5) 이는 미국에서 안타까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4년 <왕좌의 게임> 등장인물을 모방한 챗봇과 대화하던 14세 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족은 캐릭터닷AI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2023년 자살 당시 13세였던 소녀의 부모가 뒤늦게 딸의 캐릭터닷AI 채팅 기록을 발견하고 2025년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 또한 챗GPT가 유서 작성과 자살 계획을 도왔다고 주장하는 16세 소년의 부모와 소송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AI 챗봇이 이용자의 정서적 의존과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으며, 이를 둘러싼 윤리적·정책적·법적 논쟁도 지속되고 있다. 

심리적·사회적 취약성을 파고드는 AI

청소년기는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나 스스로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는 시기다. 구조적으로 비대칭적인 부모-자식 관계와는 다르게, 수평적이고 대등한 또래 관계를 자율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것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달성해야 할 중요한 과업이다. 그러나 친구 관계를 시작하고 이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러 종류의 사회적 기술과 능력을 요구한다. 상대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나의 것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며, 감정이나 의견을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 거절도 당해보고 오해도 풀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런데 안 그래도 부족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자유시간을 스마트폰 사용이 주로 채우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방과후 학원이나 과외를 제외한 여가 시간에 주로 하는 활동 1순위는 스마트폰 사용이었다. 그리고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족 제외)가 있다는 13~18세 청소년의 비율은 2019년 90.1%에서 2023년 83.7%로 감소했다.6) 보건복지부의 9~17세 아동·청소년 대상 조사 결과에서는 친구 수가 적을수록 스마트폰 과의존 점수가 유의하게 높아졌다.7) 최근에는 10대들이 친구보다 AI가 편하다고 느낀다거나 고민이 있을 때 사람 대신 AI를 찾게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AI 챗봇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정말 AI 캐릭터를 친구처럼 생각할까? 청소년쯤 되었으면 AI가 사람이 아니고 친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어른들도 AI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막상 대화할 땐 사람처럼 느끼고 사람 취급을 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치지직(네이버의 게임 중심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등의 소셜 플랫폼은 실제 또는 가상의 누군가와 함께 있고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AI는 이에 더해 친구 놀이, 친구 행세까지 한다. 제타 소개에 자랑스럽게 적혀 있듯이 ‘압도적인 몰입감’으로 이용자를 붙들어 둔다.8)

그렇다 해도, 대부분의 아이는 친구 만날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AI와 놀려고 하지는 않는다. 청소년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은 AI를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때로 인간관계 고민에 도움을 받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문제는 성향상 친구 사귀기에 어려움이 있거나 상황적으로 문제가 생긴 경우,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기보다는 AI라는 대체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구조적으로 친구 만날 시간이 없는 학생들이 AI에 몰입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운이 나쁘게 AI로 인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AI가 미성숙한 이용자의 언어와 세계관을 학습하고 동조하는 반응을 반복하며 ‘심리적 반향실’이 되어 버린다면, 이미 취약한 상태의 아이들은 더욱 취약하고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그림 2] 제타 앱 화면(왼쪽)과 앱스토어 화면(일부 추출)
제타가 사용자 순위 3위, 사용 빈도·시간에서는 1위인데 사용자층이 10대와 20대에 몰려 있다면, 주변의 10대와 20대 중에는 이 앱(또는 크랙, 채티)의 이용자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필자 주변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중에는 실제로 사용한다는 사람은 없었다. 필자가 만난 학생들은 “알기는 안다”, “들어본 적 있다”,“광고에서 본 것 같다”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주변에 이용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갸우뚱한다. 흥미롭게도, 대학생은 청소년들이 이용할 것이라 말하고, 고등학생은 초등학생들이나 이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이런 앱을 이용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밝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필자가 접한 소수의 사례이긴 하지만, 이용자가 많다는데 실제 이용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발표된 이용 규모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 의아하다. 이용은 하지만 이용자임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그러한 앱이 사용 빈도 1위라면, 염려할 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출처 – 제타 앱 화면 갈무리>

AI, 친구가 아니라 도구로 바라봐야

캐릭터 기반 AI 챗봇이 아니더라도 챗GPT와 상담 같은 대화를 해보면 멀쩡한 어른도 울컥하는 경험을 한다. 친구나 가족에게 하기 어려운 말을 AI에게는 쉽게 건넬 수 있고, AI는 언제든 맞춤형 답안을 보내온다. 사람도 친구도 아닌 것을 알지만 간편하고 안전하게 심리적 위안이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상대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닐지와 같은 걱정도 필요 없고, 배신할지 모를 사람에게 굳이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 또한 상대가 상처받을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눈치 보거나 체면을 고려해 줄 필요도 없다. 정말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말해도 된다. 그러나 친구란 아무렇게나 말해도 되는 사이가 아니다. 아무렇게나 이용해도 되는 것은 도구다. 

우리는 마찰 없고 상처 없는 친밀감에 익숙해지고 있는지 모른다. 미디어는 사람과 직접 마주하고 대화하고 친해지는 과정의 부담과 위험을 줄이면서, 교류하고 있다는 느낌과 정서적 만족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에 익숙해지면 친구를 사귀고 애인을 만드는 일이 점점 불편하고 까다로운 일이 되어갈 수도 있다. 이는 사회적 욕구를 대리 충족할 방법이 스마트폰 안에 무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불확실성은 줄고 통제감은 높아지는 매개된 형태의 사회성을 모조 사회성(pseudo-sociality)이라 부를 수 있다.9) TV나 AI가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친구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AI와의 친밀한 상호작용은 모조 사회성이 집약된 형태다. 그러나 TV가 친구가 아니듯 AI도 친구가 아니다. 우리는 TV만 보느라 친구를 만나지 않는 사람을 걱정하듯, AI를 친구삼고 사람 친구는 거부하는 사람을 걱정할 것이다. 경제적인 조건이나 사회문화적인 가치의 변화로 친구를 사귀고 애인을 만드는 일을 기피하는 청년이 늘어난 지 오래다. AI 기술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할 수 있다. 인간의 인지적 역량뿐 아니라 사회적 역할까지 대체하고 있는 AI가 절친 또는 동반자 자리를 꿰차게 된다면 말이다. 그런 때가 오더라도 사람에게는 사람 친구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1) Maccoby, E. E(1951), <Television: Its impact on school children>, Public Opinion Quarterly, 15(3), 421-444, https://doi.org/10.1086/266328
2) <한국인이 가장 많이, 자주 사용하는 AI(인공지능)챗봇 순위는?>, 와이즈앱·리테일, 2026.8.11, https://www.wiseapp.co.kr/insight/detail/727/most-popular-ai-chatbots-in-korea
3) 이승우, <‘챗GPT’가 아니었다… 한국인이 가장 오래 쓰는 AI 챗봇 앱은?> 한국경제, 2025.7.15,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7158625i
4) 이주영·윤정민, <“유튜브보다 오래 한다”… 10대 사로잡은 ‘AI 캐릭터’[AI에 빠진 아이들①]>, 뉴시스, 2026.8.9,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807_0003741084
5) 김소연, <“친구보다 좋아” 10대 위험한 대화까지... 아이 잃은 두 엄마의 분노>, 머니투데이, 2026.8.18, https://www.mt.co.kr/index.php/tech/2026/08/18/2026081116445097732
6) 심수진·김은아,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 국가데이터처 국가데이터계연구원, 2025.10, https://mods.go.kr/board.es?mid=a90106000000&bid=12316&act=view&list_no=438883
7) 이상정·김수진·류정희·이주연·이혜정·김시아·강현주,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심층분석 연구>, 보건복지부, 2025.3, https://www.korea.kr/archive/expDocView.do?docId=41373
8) 스캐터랩 홈페이지, https://www.scatterlab.co.kr
9) 진보래(2026), <모조 사회성: CMC, PSI, HCI, 그리고 AI>, 커뮤니케이션 이론, 22(1), 5-54, https://doi.org/10.20879/ct.2026.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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