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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북리뷰: 《Journalism in the Age of AI》
670 | 등록일 : 2026-09-23
세스 C. 루이스·로드리고 자미스·토마스 도즈 저,  《Journalism in the Age of AI》 <출처 - https://journalismandai.com>
세스 C. 루이스·로드리고 자미스·토마스 도즈 저, 《Journalism in the Age of AI》<출처 - https://journalismandai.com>

AI는 지금 거의 모든 분야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특히 글쓰기를 핵심으로 하는 영역에서 그 파급력은 더욱 크다. 이러한 AI 전환의 흐름 속에서 저널리즘은 어느 분야보다 혹독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물론 언론을 단순히 ‘글쓰기’로 환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주요 산출물이 결국 텍스트이고, 취재한 사실을 선별하고 해석해 글로 전달하는 일이 여전히 핵심이라는 점에서 AI가 가져오는 변화는 소셜미디어의 등장 때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AI는 뉴스의 가치를 어떻게 바꾸는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언론의 위상을 위협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가져오는 충격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를 학습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할 뿐 아니라, 개인의 선호와 이해 수준에 맞게 정보의 형식과 난이도까지 조정한다. 환각(hallucination)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정보 출처에 대한 교차 확인 기능까지 고도화된다고 가정한다면, 정보의 질적 열위를 이유로 새로운 미디어와 기존 언론을 구분하던 논리 역시 점차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이용자는 부족한 부분을 다시 질문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요구하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로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다. 이 점에서 AI는 언론이 소셜미디어 시대에 경험했던 변화보다 훨씬 본질적인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오랫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품질과 공식성을 인정받아 온 뉴스는 앞으로도 이전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세스 C. 루이스(Seth C. Lewis) 등 세 명의 저자가 최근 출간한 《AI 시대의 저널리즘: 급성장의 기회인가 재상상의 시작인가(Journalism in the Age of AI: From Acceleration to Reimagination)》는 AI가 바꾸어 놓은 정보시장의 근본적 변화 속에서 저널리즘의 위상을 다시 묻는다. 이 책의 장점은 AI가 언론에 ‘기회인가 위협인가’를 성급히 판단하기보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데 있다.

저자들은 제1장에서 지금을 저널리즘의 위상과 규범, 정당성을 다시 조정하는 일종의 ‘구성적 순간(constitutive moment)’으로 규정한다. 제2장에서는 저널리즘이 AI와 관계 맺는 세 가지 경로를 제시한다. 첫째는 기존 업무를 보조하고 강화하는 증강(augmentation), 둘째는 코딩 전문성이 없더라도 AI를 활용해 데이터 저널리즘이나 인터랙티브 서비스까지 확장하는 혁신(innovation), 셋째는 독자가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식으로 뉴스 경험 자체를 재구성하는 전환(transformation)이다.

결국 이는 언론사가 어떤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더 본질적으로는 언론이 앞으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그리고 그 역할을 통해 어떤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물론 이 세 가지 이외에도 다양한 경로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론이 기술을 단순히 ‘사용한다’는 기존의 관점만으로는 더 이상 현재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언론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술의 인프라와 논리에 의해 언론이 사용되는 것인지 되묻게 되는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술을 사용하는 언론, 기술에 포획되는 언론이러한 문제는 조직 운영의 차원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많은 언론사가 제한된 인력과 자원을 가지고 AI 전환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거대 AI 인프라에 포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에서 AI 인프라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언론의 독립성은 이제 편집권뿐 아니라 기술 인프라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제3장에서 제기하는 ‘인프라 포획(infrastructural capture)’의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AI가 작동하기 위한 기술적 인프라에 대한 의존성이 커질수록 뉴스의 취재, 작성, 배포뿐 아니라 이용의 조건까지 외부 플랫폼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검색 결과에서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는 ‘제로 클릭(zero-click)’ 현상이 확산되고, 이에 따른 광고수입 감소를 라이선싱이나 저작권 계약, 콘텐츠 이용 계약으로 일부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더 큰 문제는 남는다. 언론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기술 중심의 정보 소비 환경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담당해 온 역할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4장부터 제6장까지는 이러한 변화가 언론 산업의 위기를 넘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다룬다. AI가 매우 정교한 허위 정보를 생산하거나 이용자의 기존 신념과 선호를 더욱 강화하는 정보만을 제공할 경우, 언론이 민주주의에서 수행해 온 검증과 공론장 형성의 기능은 약화될 수 있다.

물론 저자들은 보다 낙관적인 가능성도 제시한다. AI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이용자가 자신의 주장에 반대되는 논거를 찾아보고, 상호작용을 통해 토론을 연습하면서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역량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약 역시 분명하다. AI 인프라가 소수의 거대 기업에 집중돼 있고 국가와 기업 차원의 막대한 자원 없이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 소버린 AI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가 기술 강대국에 종속될 가능성,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정보 감시와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을 고려하면 낙관만 하기 어렵다.

AI는 정말 우리의 지적 역량을 높였을까

더 중요한 문제는 AI와의 상호작용이 실제로 이용자의 지적 역량을 높이는가 하는 점이다. 이용자가 AI와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 내용을 스스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이를 AI가 만들어내는 ‘자신감과 역량의 간극(confidence-competence gap)’으로 지적한다. 정보를 알기 위해 직접 탐색하고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 즉 ‘생산적인 마찰(productive friction)’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손쉬운 정보 접근이 우리의 이해를 얕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정보 소비 환경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문제다.

한국의 상황은 이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한국 언론은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플랫폼의 지배와 뉴스 유통 구조의 변화로 오랫동안 위기를 경험해 왔다. 네이버를 중심으로 발전한 포털 기반 뉴스 소비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냈다. 따라서 AI의 등장으로 한국의 뉴스 생산과 유통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6(Digital News Report 2026)>1) 에서 한국 이용자들은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이용할 때 뉴스 출처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의 언론 신뢰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언론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AI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AI가 언론사에 새로운 대안을 제공한다면 이 책의 제목처럼 ‘가속(acceleration)’을 넘어 ‘재상상(reimagination)’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저자들이 우려하듯 저널리즘의 제도적 기반 자체를 더욱 크게 흔드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AI 시대, 저널리즘의 협상력을 묻다

중요한 것은 한국 언론이 현재의 AI 전환기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가다. 개별 언론사 차원에서 AI 기업과 기술 인프라에 대응할 조직적 자원과 전문성, 장기적 전략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언론사만의 책임으로 남겨두어서도 안 된다. 공공 정보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민주사회에서 저널리즘이 수행해 온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책 수립, 시민사회의 개입 역시 필요하다.

저자들 역시 “빅테크 기업이 정치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언론마저 이들의 인프라에 포획될 경우, 사회가 접하는 정보가 극소수의 기업과 기술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까지 상상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저널리즘과 뉴스 정보는 단순한 시장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자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언론의 자유와 저널리즘의 제도적 권위를 구축해온 대표적인 미국의 사례를 통해 여러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상당히 다른 그리고 독특한 현실을 마주한 한국 언론에게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한국의 저널리즘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협상해야 하며, 누구와 협상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협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언론사만이 아니라 정부, 시민사회, 기업, 그리고 뉴스 이용자까지 공공 정보의 생산과 보호를 위해 함께 이 질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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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차 KBS 기자이자 전 워싱턴 특파원인 저자가 패권 약화로 흔들리는 미국의 구조적 균열을 국방·경제·외교 현장을 넘나들며 심층 분석한다. 트럼프를 넘어 미국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읽어내며, 거래적 관계로 재편되는 동맹 질서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을 모색한다.


 






1)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Digital News Report 2026>, 2026.6.16, https://reutersinstitute.politics.ox.ac.uk/sites/default/files/2026-06/DNR%202026%20FINAL_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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