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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정보통계학을 함께 공부하면서 늘 숫자 뒤에 있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했다. 통계는 사람을 평균이라는 수치로 뭉뚱그리는 데 능하지만, 현실의 독자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뉴스를 켜고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3,000명의 응답이 담긴 표는 하나의 덩어리로 보였지만, 그 안에 분명 여러 집단이 섞여 있으리라 짐작했다. 그 짐작을 데이터로 증명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출발점이었다.
뉴스 이용자의 네 가지 얼굴
이용 동기와 뉴스 신뢰, 참여 행동 같은 변수를 골라 잠재프로파일분석(LPA)으로 이용자를 나누는 데서 시작했다. 그 결과 소셜미디어 뉴스 이용자는 네 집단으로 나뉘었다. 뉴스를 자주 보지만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조용한 수용자’(44%), 뉴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활발히 공유하는 ‘적극 참여자’(30%), 가끔 반응하는 ‘간헐 반응형’(16%), 그리고 뉴스 신뢰 정도는 낮으면서 가장 목소리가 큰 ‘회의적 논쟁 참여자’(10%)였다. 규모가 가장 큰 집단이 정작 가장 조용한 독자였다는 점, 그리고 참여가 활발한 독자층이 결코 한통속이 아니라 언론을 신뢰하는 쪽과 불신하며 반박하는 쪽으로 뚜렷이 나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 끝냈다고 생각한 순간의 반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오히려 분석을 다 끝냈다고 자신하던 때 찾아왔다. 결과를 다시 차분히 들여다보니 ‘그냥 참여도라는 하나의 축을 네 토막 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며칠을 붙잡고 있던 결과가 통째로 흔들리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통계적 검정과 판별 분석으로 더 깊이 파고들자, 오히려 ‘참여가 많은 집단은 신뢰의 방향에 따라 다시 나뉜다’는 훨씬 단단한 결과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로 약점을 인정하고 파고든 결과가 결국 보고서 전체의 뼈대가 되었다. 화려한 결론보다, 내 결과를 스스로 의심하고 그 빈칸을 하나씩 메워 간 과정이 이번 성과의 비결이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언론수용자 조사> 3개년 자료를 결합해 시간에 따른 변화도 살폈다. 사람들이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를 ‘언론’으로 여기는 인식은 빠르게 높아지는데, 정작 뉴스에 대한 신뢰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인식과 신뢰 사이에 벌어지는 이 틈이야말로, 검증된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언론사에 오히려 기회라는 것이 내가 도출한 핵심 시사점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집단마다 다른 독자 전략과 정책 제안을 정리하며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조용한 수용자에게는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 편안한 브리핑을, 적극 참여자에게는 공유를 돕는 장치를, 회의적 집단에게는 근거와 출처를 드러내는 ‘검증 가능한 뉴스’를 제안하는 식이었다.
데이터에서 사람으로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 데이터 검토부터 전처리, 분석, 전략 기획, 보고서 작성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벅찬 순간도 많았지만, 설문 원시데이터에서 전략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을 온전히 내 손으로 완성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있었다. 데이터를 다루며 지킨 나만의 원칙이 하나 있다면,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 수치를 누군가 반박한다면 뭐라고 할까’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습관이다. 내 편이 아니라 반대편에 서서 질문을 던지다 보면, 어느새 분석은 훨씬 촘촘해져 있었다.
좋은 데이터를 아낌없이 공개해 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이 결과를 지면에 소개할 기회를 준 《신문과방송》에 감사드린다. 이번 프로젝트가 ‘데이터로 사람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전략으로 잇는’ 일을 향한 나의 첫 이정표가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도 숫자 속에 숨은 사람의 얼굴을 찾는 일을 계속 이어 가고 싶다.



